[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D-29
좋은 책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냉담>을 읽으머 카뮈 <페스트>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최근 읽은 링 마의 <단절>이라는 소설도 펜데믹 상황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떠올렸어요. 이 소설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전에 쓰여졌는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에서 살아남은 소수가 살아남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어요.
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예리하게 포착해, 가장 명징한 문장으로 감정의 본질을 증류해내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오, 윌리엄!』의 후속작이자 ‘루시 바턴’ 시리즈의 최신작인 『바닷가의 루시』는 루시와 첫 남편 윌리엄이 세상을 집어삼킨 바이러스를 피해 한적한 바닷가의 집으로 가게 되면서 일어난 일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단절미국 문단을 이끌 차세대 작가로 손꼽히는 링 마의 데뷔작. 밀레니얼 세대 이민자 여성의 시각으로 중국에서 유래한 신종 질병으로 인해 닥친 종말을 그려낸 이 작품은 2018년 출간된 이후 여러 매체에서 선정한 그해의 도서에 올랐고 영라이언스 픽션 상, 커커스 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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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 외면한 것들에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네요. 작가는 세상의 이면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개인, 개별, 혼자, 외로움과 같은 단어들과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 소설가는 <절대 혼자>입니다. 그것을 기피하면서도 그것을 원하고 있죠!!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시선을 지키고자 하는 소설가의 운명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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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의 예술성’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일부러 고유명사를 피하며 구체성을 제거한 서술이지만 그럼에도 가독성이 좋아 신기하다는 말씀을 몇 분이 해주셨는데요, 다들 <냉담>의 문체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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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고유명사 없이 ‘나’ ‘너’(심지어 이 둘은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죠) ‘그’ ‘그녀’ 같은 대명사나 ‘여자’ ‘친구’ ‘선생’ 같은 일반 명사 혹은 직급으로만 나오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미로 같은 지하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까지 기존 소설의 문법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을 요소들이 가득한 작품인데요, 다들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정말 새로운 시도인 것 같아요 보통 한국 소설에서는 그, 그녀 등은 많이 쓰이지 않죠 그애서 저는 그 그녀를 보면 번역서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일부러 고유명사 없이 그, 그녀로 계속 끌어가는 것이 정말 익명성이나 누구나 될 수 있는 모두를 가리키려 한 것일까요 반대로 어떤 란국 소설은 일부러 성별을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이름으로 소설 대부분을 끌고 가서 의도적인 반전을 노리기도 하더라구요 그런면에서 분명 작가님의 의도가 있었을 것 같네요
1부의 ’나‘가 2부의 ’그‘로 대체되며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나‘와 ’너‘를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저는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고유명사가 없는 등장인물들이야말로 '냉담한 존재'로서 걸맞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관계의 의미를 부여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면 나 이외의 사람들은 그저 뭉뚱그려질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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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불화하는 개인의 어떤 어려움 혹은 고통에 대해 해주신 이야기들을 보다 보니... 조금 뜬금없긴 한데 예전에 학교에서 들었던 시 창작 수업 때 일이 생각이 나네요. 저는 그때 시를 막 쓰기 시작했을 때였고, 뭘 시로 쓸까 생각을 하다가 집 화장실에 있던 곰팡이를 가지고 시를 썼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이런저런 학교 생활이라든지 요구되는 의무들, 원활한 미래를 위해 거쳐야하는 단계들이나 준비들에 지쳐 있었고 또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의문도 많이 들어 전반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고시원 같은 곳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곰팡이가 피는 걸 보니 그게 뭔가 상징적으로 느껴졌던 거죠. 그래서 뭔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에 피는 곰팡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난다... 뭐 이런 식의 비유를 썼는데, 그 시를 발표했더니 한 수강생이 손을 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화장실에 곰팡이 있으면 팡이 제로로 완전 잘 지워져요!' 음... 그 말이 왠지 웃기기도 했고, 순간 속으로는 그냥 비유인데 실제 청소 방법을 얘기하는 건 좀 핀트가 어긋나지 않았나? 싶기도 했는데 그게 나중에 종종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어떤... 팡이 제로로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통이란 것도 사실 있는 것 아닐까? 만약 내가 느끼는 어떤 슬픔이나 절망이 크게 느껴져도 팡이 제로로 처리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 부분도 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문학에서 상징적으로 다루어지는 감정들도 어느 정도는 현실을 실제로 견딜 수 있어야 하는 부분도 있겠구나, 나중에는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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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와 별개로 <냉담>에서 다루어지는 부적응이나 초점화자가 느끼는 고통에 공감이 되는 면도 있고요. 사실 저 자신도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한다는 것에 아직까지도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주5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그걸 1년, 2년, 20년, 30년... 요즘은 오히려 그렇게까지 오래 한 직장에 있는 일이 드물지만, 저희 부모님 세대가 한 직장에서 거의 반평생을 일하셨던 걸 생각하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우리 사회는 어떤 정해진 루트가 존재하고, 그 흐름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버티기 힘들어지는 곳이라는 사실도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체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대학생 때는 졸업 한 두 해 늦게 한다고 해서 별일 있겠어? 휴학 한두 번 하는 게 뭐 큰일이야? 싶지만 나중에는 여러 상황들로 인해 결국 '그때 졸업 빨리 할걸!' '그냥 그때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할걸'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대안적인 삶의 양식들도 가능하다고 믿고 그것이 왜 어려운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전혀 체감이 되지 않지만, 막상 그렇게 조금씩 어긋난 방향성이 큰 차이로 나타나서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고 다시 그 속에 합류할 수도 없는 처지인 자신을 확인할 때... <냉담>의 초점 화자 역시 막 엄청나게 다른 생각을 하고 아주 혁신적인 무엇을 추구했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남들이 이상하다고 하는 것에 조금 의문을 제기하고, 결과가 아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엇을 하고,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걷잡을 수 없어지는 거죠. 가령 1부에서는 '나'가 아마도 회사의 불합리한 요구에 맞섰던 일이 있었다고 암시되는데, 그렇게 회사에 맞서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결국에는 동료들조차 '나'를 외면하고 회사는 그를 쫓아내고, '나'는 그럼에도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어떤 굴욕을 느끼며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고요. 2부에서 '그녀'의 존재나 도서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도 비슷한 결로 느껴져요. 아주 작은 의문이나 이견에서 출발한 것이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다보니 나중에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되는 것 같고요. 저도 종종 도대체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된 거지, 어디서부터 되돌려야하는 거지 생각을 하는데 정말 잘 모르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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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토론 주제는 ‘해석의 다양성’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어딘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것이 <냉담>의 매력 중 하나일 텐데요, 그런만큼 여러분의 해석이 더욱 궁금합니다!
솔직히 고백컨데 이 책을 읽어갈 때 조금 난해했어요.ㅠㅠ 멀 이해도 못했는데 댓글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서 많이 망설였어요. 행여나 저자께서 전달하시는 것을 이해 못한 독자가 무식한 소리나 해서 저자님과 편집자님께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등등이요ㅠㅠ 주인공은 왜 그렇게 고립과 단절에 파고들까. 물론 팬데믹이라는 집단적 공포를 무기로 사회는 개인을 한결 손쉽게 통제하려 들지만… 비록 이것이 억압이라고 느껴질 지라도 오히려 고통을 받았기에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해 질 순 없었을까. 아..지금 나의 생각이야말로 그렇게 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거부하려던 것이구나…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들이 이어졌어요. 그럳가 저도 점점 주인공이 느끼는 것들에 공감하기 시작했어요. 조직 속에서 느끼는 그 가식들 부조리함 약삭빠름 교활함 등등 저 역시 어느 순간 조직에서 버티기 위해 감정을 차단하고 살았거든요. 저는 때때로 ‘난 이대로 바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라고 기도했어요. 이 소설을 읽고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지 확인했어요. 같은 사건을 겪어도 우린 이렇게 단절되어 있구나. 어설픈 이해는 접어야겠다. 그냥 이 주인공에게 최대한 몰입을 해보자… 제 시도는 역부족이어을까요? 인간의 모순과 역설을 사회의 부조리함을 특히 더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저는 이 주인공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주인공이 먼갈 더 하지 않아도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됨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어딘가에 잘 존재해 있길 바랍니다.
읽기에 정답은 없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우주먼지밍님의 읽기에 부족함이 있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부분들에 대해 저 역시 공감해요. 좋은 평 감사합니다!
저는 전체적으로 펜더믹 상황에서 어떻게 그녀를 생각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인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결국 ‘그녀’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소설에 대한 해석이 갈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람들은 회사를 견디지 못하고 자유를 그리워하면서도 일터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견디지 못하는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자유다.
몇몇 동물 사회에서는 전염병에 걸린 개체가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살이나 다름없는 죽음을 선택한다고 했다. 이 나라의 전염병 시기에 감염된 사람은 아무도 자살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사회에서 증발하거나 자살하는 법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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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주가 다 지나고 있네요.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 사정으로 3주라는 기간 동안 소설을 다 읽지 못하신 분들이나 훗날 소설을 읽으며 이 모임방을 찾게 되신 분들에게도 여러분이 함께 남겨주신 이 읽기의 기록이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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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읽고 이야기하다보니 3주가 금방 지났네요. 뭔가 아쉬운 느낌도 들지만, 다 이야기하지 못한 것들은 또 천천히 생각하고 나눌 기회가 어디서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냉담> 읽기 모임에 함께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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