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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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이네요! 이제 부록 ‘도래한 미래’만 남았습니다. 오늘은 그걸 읽을 거고요. 근데 ‘부록’이라니, 소설에 원레 ‘부록’이 있나? ‘도래한 미래’는 독특한 글입니다. 독립된 작품으로 발표했던 것을, 약간의 수정을 거쳐 부록으로 실은 거예요. 좋아, 그런 식의 수정과 재수록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 근데 왜 하필 ‘부록’인 거야? 아마 읽다 보면 이유를 느끼게 되실 것 같은데요, 많은 부분 수수께끼 같고 미로 같았던 <냉담>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창작 노트 같은 느낌을 줘요. 마치 참고서 뒤에 해설이 있는 것처럼요. 작가님, 이렇게 친절하신 분이었어요?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요. 근데 다시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기도 해요. 소설과 현실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등장인물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작가가 이렇게 작가의 현실의 삶과 곧바로 연결 시킬 수 있는 힌트를 준다고? 이거... 함정 아냐...? 과연 왜 마지막에 이런 부록이 실려 있는 건지, ‘도래한 미래’라는 장 제목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며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많은 밑줄, 감상, 질문 기다릴게요!
저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너희가 보는 건 한 예술가가 만든 작품이야. 누군가가 치밀하게 구성하여 재현한 작품이라고. 어떻게 살아 있지 않은 대상과 사랑에 빠질 수 있어? 대답해 봐. 어떻게 그래?
냉담 p.198, 김갑용 지음
나는 그렇지 않아. 그는 생각했다. 나는 수삼목의 영향을 받지 않아. 나무를 보며 흠모하지도 괴로워하지도 않아. 왜냐하면 나와 동떨어졌기 때문이야. 동떨어졌지만, 마주하지. 그게 작품의 속성이야. 수삼목의 실재 여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설령 존재하더라도 도서관 중심에 심긴 이상 이 나무는 서고에 꽂힌 수많은 작품과 다르지 않은 거야. 이 또한 지어낸 거야.
냉담 p.199, 김갑용 지음
수삼목은 전에 본 적 없는 완전한 그녀였다. 공동 내부에서 그녀는 시간에도 바람에도 외부의 어떤 힘에도 영향받지 않고, 온전하고 완연히, 오로지 그녀로서 존재했다.
냉담 p.211, 김갑용 지음
수직 공동 속에 반짝이는 빛의 파편 한 무리가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이 보였다.
냉담 p 215, 김갑용 지음
동트기 전 새벽에 차갑게 젖어 눈을 떴다. 그가 벽을 더듬거려 형광등을 켰다. 난방 제어 장치도 키면서 방바닥에 온기도 돌았다.
냉담 p269, 김갑용 지음
간혹 벗어났다고 믿어 온 것에 다시 사로잡히는 바람에 반복함을 벗어남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냉담 p 315,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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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일정에 맞추어 완독을 했네요.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그녀'를 둘러싼 '그'의 혼란이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인용한 문장들에서 보다시피 그는 '그녀'를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고 했다가, 온전히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혼란 속에서 도서관을 나와 이어지는 <골과 굴>부터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끝까지 읽어도 그녀가 실존했던 건지 환상이었던 건지 모르겠다'는 감상이 와닿기도 했고요.
저믄 도서관에서 발견한 수삼목을 그녀라고 부르며 데려가고 싶어한다는 것도 눈에 띄던데요 그토록 찾던 그녀를 왜 나무에서 찾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어차피 자기에게만 존재하면 되는 것이디 때뭄에 상관없는것일까요
저도 그 부분이 의문스러웠어요. 도서관의 수삼목은 어쨌든 어떤 종류의 글쓰기나 책들을 지탱하는 중심 같은 면이 있는데요, 그러한 중심에서 '그'가 '그녀'를 발견했다는 것은 '그녀'의 존재가 결국 글쓰기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녀'가 떠난 것도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이기도 했고요. 말하자면 1부에서는 그 자체로 어떤 상징이라기보다 실존인물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던 '그녀'가 2부에서 상징적인 대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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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에서 <미로>에 주목한 김미정 편집자님의 독해에도 한층 더 공감할 수가 있었어요. 순환선의 미로, 혹은 깨어나도 여전히 꿈속인 꿈, 그래서 어쩌면 김갑용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명확한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자체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녀'는 단순히 환상과 실재 중 하나가 아니라, 미로처럼 그 사이를 헤매는 과정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고보면 김미정 선생님이 첫 댓글에서 궁금하다고 말씀하셨던 <미지의 갈망>이란 것도 어떤 식으로든 존재, 실재와 관련되어있지 않을까 싶네요. 소설 전반에서 '그'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에 어떤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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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주간의 함께 읽기가 끝나고 1주일 동안의 토론 시간이 시작되었는데요, 소전서림에서는 다섯 개의 ‘고전 지수’ 항목을 통해 우리가 읽은 소설이 새로운 고전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고 해요. 이런 항목들인데요. 1) 주제의 보편성 2) 구성의 탁월함 3) 문체의 예술성 4)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 5) 해석의 다양성 내일부터 각각 하루에 하나의 항목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그밖에 책을 다 읽은 감상과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여타 떠오르는 생각들 나눠주셔도 좋고요! 일단 오늘은 책을 늦게 받으신 분들은 더 읽어주시고, 이미 책을 다 읽은 분들은 앞으로 돌아가서 앞부분 다시 읽어보시며 감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해요. 이건 저만의 작은 팁인데, 한 책을 끝까지 완독한 다음 곧바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앞부분을 다시 읽으면 전에는 몰랐던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이 다시 보이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러면서 새롭게 밑줄 친 문장이나 생각들 자유롭게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금정연님과 다른 분들의 의견들을 읽으며 복기하듯 책을 읽고 있습니다. 세심한 읽기 덕분에 소설의 행간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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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주제의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 소설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냉담한 현대의 삶? 혹은 더는 걸작을 쓰는 게 불가능해진 현대 작가의 곤경? 기타 등등? 주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이렇게 물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제목인 <냉담>은 무슨 의미일까요? 각자의 감상과 해석은 다 다를 것 같아요.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저는 펜더믹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역학조사관도 나오고 기타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죠
지나가듯 얘기하지만 가장 작가의 진심인 것 같은 부분이 바로 걸작을 쓸 수 없다는 부분이었어요 이 모든 이야기는 걸작을 쓰고 싶은 절박함이나 압박에서 오지 않는가 하는.....도서관을 책의 무덤처럼 보거나 책이 서서히 사라지는 곳 ,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는 것, 결국은 책을 읽지 않거나 어차피 사라지는 세상에서 걸작의 무용함, 그리고 걸작이 있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 이 사회의 냉담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염병 시대의 분위기가 그러한 냉담 분위기를 고조시키네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걸작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작가의 절박함과 걸작을 쓰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사회의 냉담함을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사회의 냉담 때문에 걸작을 쓸 수 없는지도 모르고요. 어쨌거나 작가도 인정이 필요한 종족들이니까요.
걸작을 쓸 수 없다는 부분을 보며 작가라면 할 수 있다는 공감도 있지만 걸작의 명성만을 기대하는 욕망이 끝이라면 허망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 외면한 것들에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골방에서 일기를 쓰는 일과 다른 "냉담할 수 없는" 문학의 특성에 기대어 읽고 쓰는 일들이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걸작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걸작을 쓰고 싶어하는가 한번 따져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문학의 특성이 “냉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냉담’이라는 제목은 서로에게 냉담한 사람들의 사회, 문학에 냉담한 세상, 세상에 냉담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마치 카뮈의 뫼르소처럼) 등등 여러 것들을 의미할 수 있을 텐데요. 저는 ‘냉담’이라는 단어에서 ‘냉담자’가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러니까 세례를 받았지만 실천적인 활동(성당에 가기 등등)은 잘 하지 않는 가톨릭교인을 가리키는 ‘냉담자’라는 말처럼, 문학의 세례를 받았지만 실천적인 활동(글쓰기)은 하지 못하던 주인공(’냉담‘)이 다시 문학으로 귀의하는 여정을 그리는 것이 어쩌면 이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이런저런 의견들 해석들이 ‘냉담’이라는 제목의 뉘앙스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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