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책을 읽기 시작해요.
이북으로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책 표지가 단정하고 왠지 책 제목처럼 서늘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처음에 부조금을 들고 새벽에 돌아다니고 처음 만난 여자와 호텔에 가고..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돈을 들고 튀면 보통의 상황인데..같이 집을 구해서 사는 걸 보고 도데체 이건 뭘까..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몰아서 읽지 않고 야금야금 잘 읽어보겠습니다.
[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D-29
아린
미가
번번이 떠났다가 돌아올 때마다 해내지 못했다
『냉담』 31,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강보원
안녕하세요, 저는 시와 평론 등의 글을 쓰고 있는 강보원이라고 합니다. 이번 계절 김갑용 작가의 <냉담>을 함께 읽어가실 여러분 반갑습니다 ㅎㅎ 금정연 작가님이 친절하게 일정을 짜 주셔서, 저도 함께 이 일정에 맞춰 읽어가보려고 해요. 사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게 여러모로 쉬운 일만은 아닌데 이렇게 조금씩 매주 읽어갈 분량이 있으니 생각보다 부담이 훨씬 덜어지는 기분이네요.
<냉담>을 읽자마자 저도 금정연 작가의 소개("카뮈적인 인물이 보르헤스적인 공간에서 카프카적인 상황에 처하는 소설")처럼 모종의 계보 속에 있다는 느낌을 뚜렷하게 받았는데요, 초기 금정연 작가님이 언급한 작가들 외에 정영문이나 블랑쇼 같은 작가들도 생각났었어요. 그런데 첫 장의 제목과 주제가 <기시감>이라서 그것이 묘하게 재밌는 포인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기시감'과 관련된 김갑용 작가의 해석도 재미있었어요.
"그 순간 주워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애쓰며 되뇌었다.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빠짐없이 떠올릴 날이 올 거라고. 이제는 내가 애를 썼다는 것 말고는 그때의 다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하고 또 잊어버리지만, 사실 한 번 저장된 정보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단지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잃어버리는 거죠. 기시감이란 처음 본 무엇인가가 언젠가 이미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말하는데요. 그렇다면 기시감이란 실은 그 접근 방법을 잃어버린 어떤 기억들이 남기는 흔적 같은 건 아닐까? 위에 인용한 문장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한편 화자는 소설 초반부에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성과의 갑작스러운 만남이라는 전개는 개연성의 측면에서 꽤나 부담이 되는 설정인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김갑용 작가가 이 부담을 어떻게 소설 속에서 해결해나갈지 궁금해서 뒷부분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우리가 27,28일까지 읽을 분량 속에서도 그런 시도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네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읽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소전서가
<그녀>를 만나는 부담스러운 설정을 해결해 나가는 조짐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흥미로운 접근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oiein
기시감이 '접근 방법을 읽어버린 어떤 기억들이 남기는 흔적'이라는 말씀이 와닿아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 기억의 흔적의 단서를 갖게 되면 그 누군가가 의미 있는 타인이라는 존재로 남더라구요. 여러 번 거듭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Alice2023
책을 늦게 구해 이제 읽기 시작했어요
그녀와의 만나는 부분이 너무 몽환적이라 혹시 꿈을 꾼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그녀와 함께 살고 도서관에 취직을 하는 것으로 보아 꿈일리가 없는데 그럼 망상일까요 ㅎㅎ 뒤를 더 읽어 보면 알 수 있겠죠? 저는 주인공의 말투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전개가 왜 이상의 날개를 읽는 거 같은 느낌리 들까요
금정연
“ 반복할수록 이야기 속 그 시절은 더 선명해지고 확정적으로 변모했다. 지금은 더는 누구에게도 그 시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시절은 사라졌다. 기시감에 홀로 두리번거린들 어디에도 없다. ”
『냉담』 10,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금정연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소설은 이미 모든 가능성이 소진되었다. 내가 아는 한으로는. 기존과 다르고 새로운 무엇을 담기는 애초에 불가능 해 보인다“라는 김갑용 작가님의 인터뷰가 떠오르더라고요. 모든 것이 이야기 되고 더는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은 자리를 채우는 기시감!
소전서가
아, 그렇게 연결이 되네요. 그런데.. 소설에 모든 가능성이 소진되었다!고 말하면서 소설을 다시 쓰는 소설가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보보방
눈을 뜨면서 방금 꾼 게 오래전 여러 밤에 걸친 꿈들의 연장선상임을 알아챘다. 이윽고 지난 밤들에서 해방되었음을, 이 꿈 하나로 모두 완결되었음을 깨달았다.
『냉담』 p24.,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소전서가
꿈 속의 분절된 듯한 에피소드들이 실은 다 연장되고 있었다는 깨달음, 마치 소설 같네요. 이상한 포인트에서 연결되고, 이어지는 꿈의 속성들,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금정연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어떠셨어요?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너무 궁금해요. 과연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나는 과거 도서관에서 무슨 일을 벌였던 걸까요? 기타 등등..
아린
저는 남자는 나름 큰 금액이 품에 있고. 여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고 단아한 옷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그리고 새벽이 되서 호텔로 데려간다.. 이게 도데체 무슨 상황이고 누구일까
싶더라고요. 같이 살게된 이후에도 각자의 정체에 대해서 여전히 미지수이고요..
그런데 같이 사는 사람 가족이나 친구나 등등.
정말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긴 하는 걸까..그런 생각을 해보니. 가족이라 해도 각자가 정말 회사에서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누구와 친한지 오늘 어떤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정연
두 번째 구간입니다.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 동안 ‘일에 관하여’ ‘꿈의 기다림’ ‘층계참에의 연루’를 읽는 일정인데요. ‘일’과 ‘꿈’과 ‘연루’라는 키워드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세 단어가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어떤 정서 같은 것. 앞서 조부의 장례식을 통해 등장했던 ‘죽음’이 “죽음! 절대적인 죽음! 결단코! 죽음!”이라는 문장의 형태로 반복되어 언급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네요.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죽음’은 앞으로도 소설을 통해 계속해서 변주되며 등장한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의 슬픔은 정말이지 태생적이다”라는 부분이 깊이 와닿았는데요. 마스크를 쓴 동료 직원들의 모습을 언급하는 지점에서는 지난 3년 동안의 팬데믹이 순간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져서 무척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층계참에서 생활하던 화제에게 보건 당국에게 동선을 추궁하는 부분도 아, 그런 일들이 있었지, 하며 너무나 긴박하고 특수했던 그 시절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제가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그렇지 않나요? 3년은 갓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는, 전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경하게 다가온다는 게 좀 이상하고 신기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우리 모두 겪었던 여러 의미에서 특별했던 그 시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소설의 부분을 읽으며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는지, 설령 그것이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무척 궁금해요. 어떤 구절들에 밑줄을 그었는지도요. 참고로 저는 너무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 여기에 옮기기 힘들 정도랍니다!
라아비현
우리가 진정으로 견디지 못하는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자유다.
『냉담』 50p-51p,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라아비현
그렇게 듣기 두려워한 그 말이 마스크로 가려졌을 입에서 발설되는 일은 없었다.
『냉담』 79p,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poiein
누구를 더는 미원하기 지친 그때 슬픔이 찾아온다. 사무실 일은 슬프다. 모든 일이 그렇다.(…)일의 슬픔은 정말이지 태생적이다.
『냉담』 p.49,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poiein
책상에 앉아 온종일 일하는 사람이란 책상 아래에 종일 엉덩이가 못 박힌 사람이다. 상체가 지상에 머무를지언정 나는 엄연히 지하에 속한 사람이다.
『냉담』 p.68,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poiein
당신은 대로를 걷는 사람이 아니며, 한가운데로 걷는 자들을 혐오하고, 쥐새끼처럼 되는 한 벽에 바짝 붙어 도망 다닙니다.(…)당신은 빛을 알지 못하는 사람같이 구는군요.
『냉담』 p.71, 김갑용 지음
문장모음 보기
poiein
[두 번째 구간] 꿈에서 혼수상태였던 나가 가장으로서 근사하게 한 행동이 여동생을 때린 남동생의 오른팔을 '대번에' 부러뜨린 후 근심이 없는 전형적인 화목을 찾는 대목(p.63)이 인상적이었 어요.
첫 번째 구간에서 장례를 마치고 귀가한 나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며 늦은 밤에 전화를 걸지만 아무도 받지 않고, 조부의 부고를 보낸 문자 메시지에 한 동창이 조의금을 보내는 답장이 나오는 대목(p.12)과 겹쳐졌는데요
나가 타인과 맺는 관계가 거칠고 폭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두 대목이 겹쳐졌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 일과가 끝난 밤이면 '외로워 죽을 지경'(p.57)이고, 사무실 책상 아래에 못 박힌 지하에 속한 '지하생활자'(p.68)이며, CCTV 속에선 빛을 알지 못하는 성경 속 도둑(P.71)이지요. 그런 나에게 아무 일도 없는 층계참(P.76)은 일종의 해방구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습하고 외진 공간인 것 같아요.
나의 층계참 대목을 읽으면서 언젠가 점심 시간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일본의 회사원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는데 그의 해방구가 좁고 습하고 냄새나는 공간이어서 눈물이 났었거든요. "나는 병든 인간이다." 로 시작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자꾸 생각나는 [두 번째 구간]이었습니다.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