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님의 대화: Q. 이번에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저에게도 무척 큰 의미로 다가왔는데요. 특히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님에게 어떤 작품을 제일 먼저 읽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니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제일 먼저 읽어주면 좋겠다고 답변하셨습니다. 4.3을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단편 <해녀의 아들>을 쓴 저로서는 무척 감동적인 장면이었는데요. 박 평론가님께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이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으로 저는 제주 4.3이 더이상 제주만의 것,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제 제주 4.3은 세계적인 소재에 편입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단편 <해녀의 아들>을 곧 장편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여러 가지로 마음 속이 복잡해지는데요. 아까 한국의 역사 미스터리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이 없었다고 비판해주셨는데요. 단편이 아닌 장편 <해녀의 아들>이 4.3과 한국 독자들 앞에서 갖추어야 할 미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장편 <해녀의 아들>은 어떤 장편소설이 되어야 할까요?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작년 총회 때 황금펜상 시상을 마치고 회식 자리에서 제가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단편 <해녀의 아들>과 아무 이음매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제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ㅎㅎ;; 역사를 다루는 미스터리의 탐색 과정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만 구체화되는 것 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소설적 인물들의 사적인 세계들이 그 안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에서 언급한 <흑뢰성>의 뛰어난 점은 아리오카 성의 많은 인물들, 그리고 각각의 살인 사건에 포함된 인물들 역시 시대와 주제를 위해서 경유할 필요가 잇는 각각의 접점들을 효교적으로 그려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경험 가능한 역사적 심층을 미스터리의 기법으로 다층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하나의 사건이기보다는 연작 형태의 여러 사건과 인물이 교차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충분한 답변은 아니겟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