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8. 이것은 유익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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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평론가님께서 한국 미스터리의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촌스럽다거나 신파적이라고 분석하는 대신 오히려 한국 미스터리의 힘이라고 긍정해 주신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계속 바쁘게 답변해주시는데 죄송합니다. 이것도 여쭤보고 싶었는데 작가님 책에서 ‘멜로드라마‘라는 게 로맨스 장르가 아닌 게 맞죠? 제가 멜로=로맨스로 생각하고 책을 읽어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들이 자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르에 대하여 논의할때 가장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로맨스'와 '멜로드라마'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로맨스는 말그대로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이며 주로 남녀주인공이 공통의 힘으로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 전만화됩니다. 반대로 멜로드라마는 중세적인 도덕극에 기초하고 있으며 도덕적으로 선한 주인공이 악에 의해서 고통 받거나 시련을 겪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멜로드라마는 사회적인 드라마이며 그 결말에서 사회를 정화하거나 재구성하는 대단원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주로 축제나 파티, 결혼식이 멜로드라마의 결말이 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멜로드라마는 곁가지로 로맨스를 서브 장으로 취하기 쉽습니다. 다만 이것은 사랑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사회적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질문은 정말 잘 던져주셨습니다. 저도 추가 질문합니다. Q. 제가 발표했던 <해녀의 아들>에서 제법 많은 독자와 편집자들이 소설의 단점으로 지적했던 게 좌승주 형사와 홍이서의 로맨스였습니다. 제가 박 평론가님의 말과 활 아카데미 강의를 듣고 로맨스와 멜로의 차이를 새삼 느꼈는데요. 로맨스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러브스토리 장르라면 멜로는 주인공이 고난 끝에 보상을 받는 스토리 형태를 갖춘 장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해녀의 아들>에서 좌승주의 로맨스를 넣은 건 멜로가 아니고, 오히려 임계장이 부모를 잃고 어렵게 성장해 나중에 사적 제재를 가한 게 멜로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하하 계속 질문이 나와서 죄송합니다. 제가 박 평론가님이 “한국 미스터리는 사연의 세계로 가야한다”에서 말씀하신 사연이 로맨스가 아니라 멜로라고 생각하게 되어서요.
<해녀의 아들>에서 로맨스 요소는 저에게는 연작 시리즈로서의 포괄적인 내용으로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임계장 이야기에서는 확실히 멜로드라마적 요소가 존재하지요 굳이 구도를 나눈다면 개인의 멜로드라마와 역사의 트라우마적 사건 속에서 임계장은 역사의 이름으로 공동체의 힘과 사회적 관계망에서 회복하려하기보다는 개인이나 혈육의 이름으로 사적인 고통을 감당하거나 책임지려 했기에 이 소설이 범죄 미스터리로 향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한국적 이야기의 기본은 공적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사적으로 책임지게 만드는 한국적 사회-역사의 경험들 속에서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지난번 말과 활 강의에서 일본 본격 미스터리 소설 두 권을 설명하시면서 일본에서는 아직 공권력이 살아 있고, 사람들이 공권력을 믿고 공권력의 작동을 기대하는 반면, 한국 소설/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공권력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고 사적 제재나 개인적인 노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
공적 사건의 사적 책임.. 공감입니다. 그리고 가슴 아픕니다.
제가,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이 쓰는 미스터리가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는 한 개의 조약돌이 되길 바랍니다.
네. 사회파 미스터리, 응원하고요!
고맙습니다, 헨리님. 빠진 나사를 끼우고 정진하겠습니다. :-)
네네^^
(작가님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답변하실 수 있나요…)
전 답변 읽기에도 허덕이는데 말이죠 @@
어마무시한 글타래들을 읽으며 작가님 화이팅! 하게 되네요ㅎㅎ
멜로/로맨스 구분은 저도 처음에 헷갈렸던 부분인데 그믐에서 얘기가 나와 좋네요.
그쵸. 전 이번에 나비클럽에서 내주신 박 평론가님의 <이유장>과 박 평론가님의 말과활 아카데미 강의 덕분에 제 무식이 0.000001그램 정도는 줄어든 것 같아서 기, 기쁩니다.
저는 그리고 <이유장>에서 박인성 평론가님께서 ‘좋은 미스터리는 결국 독자들에게 추리의 힘이 아니라, 추리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한다’라는 부분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최근 문학과-사회학 관련 글들을 읽고 있어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그문트 바우먼도 문학은 사회학과 친족 관계라고 말씀하셨떤 글을 읽었거든요.
일부 본격 미스터리는 철저하게 현실에서 유리되어 ‘그들만의 게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독자가 추리소설을 덮고 나서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 작가는 좋은 이야기를 쓴 거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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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미스터리 소설들 중에는 시대를 초월해서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범죄의 해결을 꾀하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당대의 시대정신이나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어서 그 시의성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이유장>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들이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라잡이 역할도 한다 싶었습니다. 평론가님은 이번 책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기대(?)하는 부분이 있으셨는지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중요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저는 그게 미스터리 혹은 문학이 온전히 감당할 영역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저에게는 본성보다도 '구성된 인간', 근대 이후에 사회적 구조와 압력에 의해서 온전히 개인으로서 선택하고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더 미스터리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저는 미스터리는 온전히 근대적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근대적 인간이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계급, 정체성 등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압력을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결과물로서 존재합니다. 인간의 내면 역시 자유로운 개성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의한 '음각 구조'화된 반영물입니다.그래서 더더욱 저는 악인의 본성이 아니라, 악인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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