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앗 감사합니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18. 이것은 유익한 안내서다
D-29
고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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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Q.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작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인성
세상에 "The 미스터리"라는게 존재한다면 역시 셜록 홈즈 시리즈겠지요?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를 읽어나가는게 지극히 정석적으로 생각합니다. 아직도 중학생때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결국에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맥락에서 재밌는 작품과, 맥락을 벗어나서도 재밌는 작품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스터리 고전들은 미스터리 장르의 맥락을 벗어나도 재밌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만, 현대적인 작품들을 읽게될때 우리가 너무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저마다의 이미지에 갇혀 읽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때로는 독자의 두뇌를 오히려 이완시켜주는 형태의 미스터리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밍묭
Q. 중요하거나 대단한 질문은 아니지만...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고찰하는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지, 다른 장르로는 비슷한 책을 쓸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ㄷㅏ..ㅎ
박인성
미스터리 장르를 특별히 먼저 써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그저 기회가 먼저 닿았기 때문에 미스터리 책이 먼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포괄적으로 여러 장르에 대한 관심이 거의 동등하게 존재합니다. SF 비평은 꽤 오래 써오기도 했고 가능하다면 별도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책처럼 주제가 잘 꿰어지지는 않아서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외에도 저는 매체와 장르론을 사회적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문화콘텐츠와 '마스터플롯'에 대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계간 미스터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연재가 끝나면 마스터플롯을 중심으로 하는 장르론을 좀 더 확장해서 연재하게 될 것 같 습니다.
박소해
마스터플롯에 대한 장르론이라! 벌써부터 기대감이 뿜뿜입니다, 평론가님.
밍묭
오오,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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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Q. 평론가님. 좀 이따 책에 대한 질문을 추가로 하겠지만, 이건 좀 다른 질문입니다.
저는 요즘 부캐로 만화웹툰평론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미 2년 정도... 만화잡지에 만화 리뷰를 실었습니다. 이젠 단순한 인상비평에서 더 나아가 심도 있는 비평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좋은 비평 글을 쓰려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만화와 웹툰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ㅠ_ㅜ
박인성
저도 사적인 이야기지만 작년과 올해 한양여대와 성동구가 같이 한 하이브 사업에서 웹툰비평에 대해서 강의를 좀 했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웹툰을 다 보고 이해하면서 비평을 쓰거나 가르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서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하면서 든 생각은 무엇보다도 장르론에 기반해서 이야기 논리와 구성을 갖춘 이후에 오늘날의 웹툰 생태계 및 유행에 대하여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웹툰이라는 매체의 특수성, 빠르게 독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기민함, 그리고 작가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사회적인 분위기나 압력을 그대로 반영하게 되는 경향들을 두루 고려할 때 심층적인 웹툰 비평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웹툰 같은 매체를 대할 때는 작품의 반향과 인기를 고려하면서 그 소재와 개성을 의미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게 정석인 것 같습니다.
박소해
오오... 자세한 답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초보 평론가 지망생에게 큰 도움이 되는 관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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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모임
여러분 약 50분 후 라이브 채팅이 시작됩니다!
라아비현
@박소해 작가님 다음 장르살룽 언제쯤 여십니까??
라아비현
다음 살룽 책 뭔지 감 잡히는데요 ㅋㅋ
박소해
다음 책은 조영주 작가님의 판타지 장편소설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입니다. :-) 곧 새 방을 만들고 모집 공고가 올라갈 겁니다.
라아비현
역시 그책이군요 그책은 이미 구해놨어요
박소해
굿굿 그럼 제가 일요일에 방을 만들테니, 신청해주세요 ^^
고수희
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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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모임
여러분 26분 뒤 라이브 채팅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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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Q.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스터리는 유해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의 이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역설적이게도 미스터리는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유익합니다. 최근에 박 평론가님이 읽은 미스터리 중에서 정말 유해한 이야기가 있다면(제대로 유해함에 대해 다룬)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박인성
질문을 받고 나니 오히려 최근에 미스터리가 충분히 유해함을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는 최근 미스터리들이 개인의 내면에 천착하거나, 사이코패스류의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소재적으로는 자극적이지만 반대로 아주 안전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리가 진정으로 극복하고 회피해야 하는 것은 범인의 내면을 '자연화'하거나 '미학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상으로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할만한 범죄 및 범인에 대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나이브스 아웃 2>의 마일즈 브론 같은 인물, 거대 기업의 CEO이면서 자기 이익을 위하여 우발적으로라도 주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과장되고 멍청한 범죄자'가 훨씬 더 유해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같은 사이코패스라면 연쇄살인범보다도 수많은 해외노동자를 하루아침에 구조조정할 수 있는 거대기업의 CEO가 훨씬 더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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