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시집이 읽고 싶대요. 스무살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을 추천해주세요.

D-29
시집은 아닙니다만 요즘 출간된 책중에 이런 책도 있네요. 부제가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입니다.
홀로 함께 -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우리 시를 영어로 알리고 영미시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는 영문학자 정은귀 교수가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해 『홀로 함께』를 출간했다. 책은 1부 ‘버티는 기술’, 2부 ‘질문하는 힘’, 3부 ‘연결하는 힘’, 4부 ‘홀로 함께’로 구성되어 있다.
현실의 어떤 문제에 답을 구하기가 어렵고 막막한 어떤 날, 답답한 생각이 들 때는 늘 시를 찾아 읽고 시에서 답을 구하곤 했는데요. 대학 다닐 때 시집 살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종로서적 계단을 오르내리며 몇 시간씩 선 채로 시집을 읽고 있노라면, 삶의 주름들이 단번에 펴지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눈에 선연히 그려지는 신기한 눈 뜸의 경험을 하곤 했지요.
홀로 함께 -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 정은귀 지음
별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정진규 지음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다른 모임에서도 소개했던 시인데 문득 생각나 올려봅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하신 한강 작가님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남겨봅니다. 저도 아직 안 읽었는데요. 추천을 엄청 받아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 시집인데 이제는 진짜 읽어야겠어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38권.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시집 맨 처음에 실려있는 시인데요. 좋더라고요.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갔고 지나가고 있을 때 밥을 먹는 일. 지나가는 일상을 살아내려는 일. 사소하고 지겹도록 당연하지만 중요한 일. 밥을 먹는 일을 이렇게 서늘한 공간을 느껴지게 하고 따뜻한 밥 한술을 떠올리게 하다니.. 좋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ZLSLLDjI-w 이어서 추천하는 노래입니다. 정우의 '먼지 같은 기록을 덮고'예요. 정우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분인데요. 이 노래의 가사가 수험생 때의 저한테도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서 남겨봅니다. 지친 어느 날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 밥 잘 챙겨 먹고 이불 속에 숨어있어 할 수 있는 것을 세어보기도 지친 참이었어 밥 잘 챙겨 먹고 하루 종일 잠들었어 사실 내가 바란 대답은 누구도 주지 못했어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16784 (시는 아니지만 저녁밥 시로 파생된 저의 의식의 흐름대로) 굶어 죽지 않으려는 초보 사장의 식사 일기글도 이어서 남겨봅니다. 사회에 내던져져도 밥 잘 챙겨 먹으려는 사장님 글 읽으면서 수험생 친구분도 밥 잘 챙겨 먹고! 화이팅하자구요! (이 글의 사장님은 그믐 대표님이랍니다)
책처방을 원하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고민을 접수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pecial/pharmacy 사연 외에 다른 정보는 공개되지 않으며 접수자는 무기명으로 표현됩니다. 감사합니다. 약으로 병을 고치듯이 독서로 마음을 다스린다. -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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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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