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함께 읽기]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같이 읽어요

D-29
주저앉게까지는 아니지만, 요 몇년 사이에 '저를 멈추게 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사람의 체취' 향수를 뿌리는 분들이나 섬유유연제, 아님 아무 냄새도 안 나는 분들에겐 어떤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런데 한 겨울에 겉옷에서 유난히 음식냄새나-이건 먹어서 나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노동을 해야 나는 정도로 짙게 밴- 생선냄새, 먼지냄새가 많이 나는 분들(보통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고 본인도 많이 위축되어 있을 정도의 행색입니다). 한여름에 택배 노동자분들이 지나갈 때 확 끼치는 땀이 쉰 냄새를 맡으면, 제 생각이 멈춥니다. 예전 같았으면, 어우 냄새나 했을 텐데...그 모든 것이 노동으로 인한 고달픔으로 느껴지거든요. 저도 30대 때까진 향수도 뿌리고 나름 많이 신경을 썼는데, 어느 순간 일과 육아에 찌들면서 하나하나 저를 놓게 되더라고요. 삶이 육체적으로 고달파지면 마음까지 놓게 되는....제가 저 분들하고 비교할 건 아니지만...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도 일종의 권력인 것 같습니다.
@siouxsie 님이 쓰신 문장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도 일종의 권력인 것 같습니다." 을 읽는데 저도 멈추게 되네요. 동시에 떠오르는 글이 있었습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블로거이자 에세이 작가인 봉부아 님의 글인데요, 분명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제목은 <리스펙트>입니다. https://blog.naver.com/bonbonbonbois/223580436888
오!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책 안에 있는 건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 책도 읽어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도서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출간 이후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라, 책에는 없는 글인 것 같아요. 하지만 포함 유무와 관계없이 봉부아 작가님의 글은 너무나 재밌으니 추천합니다!
저도 봉부아 작가님 좋아해요 여기서 뵈니 또 반갑네요 :) 놓친 글이엇는데 읽게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봉부아 작가님 책 관심책에 넣어 뒀어요. 이름도 너무 멋지세요! @동양북스
생각해 보니.... 절 멈추게 하는 돌은 어르신의 굽은 등 같아요. 로드킬당한 동물의 사체도 그렇고요.
나부뿌리든 걸림돌이든 타인의 발이든, 우리의 신념을 걸어 넘어뜨리는 존재는 사실 축복에 가깝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p202, 이진민 지음
어린아이의 울음, 어르신의 굽은 등,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 다른 사람의 잘 쓴 책, 가족... 여러분이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으로 꼽아주신 그 모든 것들이 각각 시 한 편 같습니다. 저는 가끔 단어들에 발이 걸려 그 앞에서 한참 주저앉아 있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마 그래서 이런 책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살다가 자꾸 어디에 걸려 넘어지는 일. 그냥 지나지 못해 발을 멈추게 되고, 결국은 그곳에 쪼그려 앉거나 주저앉는 것. 그건 아마 어떤 형태의 사랑일 것이다. 내 마음의 실핏줄이 그곳에 덩굴처럼 얽혀 있으니 자꾸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 결국은 자꾸 넘어지는 그곳에 꽃이 피는 게 아닐까. p189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이곳에서 선행 학습은 엄격히 금지된다.....미리 배워 와서 앉아 있는 것은 선생님이 할 일을 부모가 하는 것이라 여겨 교사의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생각할뿐더러, 아이들이 수업 시간을 지루하게 여기고 친구들을 무시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행 학습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수업권을 파괴하는 일이자 수업 환경 그 자체를 파괴하는 일이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157p, 이진민 지음
미움을 드러내고 혐오의 선을 긋다 보면 그 선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p191 미움의 선을 긋고 늘이다 보면 나도 언젠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다. p192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나의 행복은 너의 불행을 먹고 피어날 수도 있다는 아찔한 사실을 우리는 가끔 잊기도 한다. p213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나라는 존재와 우리 인생 자체가 이렇게 무수한 굴절을 통해 닿아오는 관계 속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gefallen은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한 아름다운 동사다. 인간이란 나 혼자 빛날 수 없고, 애초에 빛이란 건 내 안에 있지 않다. 내가 당신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 주체와 객체라는 조금은 차가운 관계를 이렇게 한 번 빛처럼 꺾어보는 일. 세상의 모든 문장이 '나는'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는 깨달음.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_<gefallen : 당신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 중에서, 이진민 지음
2주차 질문에 답변을 하려다가 늦어버렸네요 ㅠ_ㅠ 아쉬워서 늦었지만 올려봅니다. 그리고 3주차의 질문이 참 심오하네요. 끝내 마음이 걸려 넘어지는 돌이 무얼까,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말이 아닐까 해요. 하루종일 가장 많이 하지만 가장 많이 마음에 얹히는 것도 말이니까요. 이 말이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혹시나 걱정을 끼친 건 아닐까 계속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전에 읽은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나온 말을 기준으로 삼고 내뱉으려고 노력해요. 그 말은 "당신의 이 말이 유언이 되어도 괜찮겠냐"는 것인데요. 인생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면 그 의미를 한 번 더 곱씹게 되어서 저에게는 좋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도처에 슈돌퍼슈타인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저는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하지만 그만큼 말을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허허 3주간 함께 읽는 시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제게는 미래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그 돌이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의 나에게 부끄러워지겠지, 언젠가 내가 이 때를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겠나, 하는 그 찰나의 두려움이랄지, 자존심이랄지. 그것이 마음의 돌이 되더라고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사람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다든지 하는 식의 실망에서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그게 자존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멈칫 걸리게 하는 그 순간을 무시하는 것, 또는 그런 순간을 사회 곳곳에 심어놓는 것 모두가 중요하고 또 반대급부로 극단의 공격성을 띄게 되는 이유가 맞닿아있지 않을가 싶어요.
한참 들여다보게 되는 말씀입니다.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에 스스로의 슈톨퍼슈타인을 심어두신 분 같아요.
전 아이요.. 아이에게 업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
너무 좋은 말씀이시네요. 저도 뭔가 고민 될때 미래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는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를 보면서 사람에게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감정이 죄책감이나 후회였던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너무 심한 자기검열도 문제이겠지만 미래의 내가 봤을 때 떳떳한 선택이었는지 돌아보는 마음가짐이 순간적인 갈등이나 이기적인 선택 앞에서 조금 더 현명한 결정을 돕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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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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