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

D-29
내 마음속은 아직 혼란의 실타래가 더욱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비디는 에스텔러보다 장점이 많은 여자였다. 그녀는 내가 숙명적으로 타고난 노동의 대가로 영위하는 정직하고 평범한 삶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충분한 자존감과 행복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이런 확신은 내 정신 상태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흔들리곤 했다. 그때마다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흩어져 혼란은 5만 배 더 커졌다. 나는 어떻게든 대장간에 대한 불만을 지워버리고 착한 조와 동업자가 된 다음 비디와도 좋은 사이로 발전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가도 문득 미스 해비셤의 저택에 갔던 기억이 되살아나면, 혼란스러운 상념들이 포탄처럼 작렬하여 내 분별력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조각을 다시 주워 모으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러기도 전에 또 다른 망상에 휩싸이기도 했다. 도제 생활이 끝나면 미스 해비셤이 무슨 특혜를 베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놓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시 박살 나서 흩어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어찌어찌해서 도제 기간을 끝마치더라도 나는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해진 기간을 다 채우기도 전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위대한 유산 P.197,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전 에스텔라도 예쁘지만 비디란 여성이 참 지혜로워보여 조와 함께 마음이 가는 인물이던데~ 핍의 에스텔라 선택에 마음 졸이며 읽는 중입니다~ 파랑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거 같은데요^^
오홍홍. (제가 왜 오홍홍이라고 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실... ^^)
이런~설마 <위대한 유산>이 반전 소설은 아니지 않나요?? ^^;; 빅토리아시대 소설인데도 현대소설처럼 익숙한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에 신기해하며 읽는 중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반전도 조금 있었어요. ^^;;;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다 보고 나시면 ^^ 저도 영화 어렸을 때 봤었는데요, 현대물로 바꾸면서 아주 많~~~~~~~은 각색이 있었죠.ㅎㅎㅎ
이런~장작가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구 ~ㅜㅜ 무슨 반전이 있으려나!! 이건 핍이 자기 후견인이 미스 헤비셤인줄 알다가 아니걸 알았을 때만큼 반전일까요?? ^^;; 실제 후견인과 마주쳤을 때 장면에서 실제 후견인 묘사와 핍의 감정이 너무 강렬했습니다^^ ㅎㄷㄷ
다정하고 정직하며 의무에 충실한 무명의 한 노동자가 이 세상에 어디까지 영향력을 미치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화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사람 곁에서 내가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내가 도제 생활에서 얻게 된 장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오로지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며 자기 삶에 충실한 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 갈팡질팡하며 야심을 쫓느라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내뿜던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위대한 유산 163쪽,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흰벽 저도 이 부분 좋았습니다! 역시 디킨스는 노동자들의 친구.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6장까지 읽었습니다. 제가 <위대한 유산> 읽었던 게 고등학생 때니까, 30여 년만에 다시 읽네요. 그런데도 줄거리가 거의 다 기억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따라잡을게요!
294쪽 나는 재거스 씨가 대체 어느 쪽을 변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법정 전체를 통째로 맷돌로 갈아대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다만 발뒤꿈치를 들고 슬며시 법정을 빠져나올 때 그가 재판관의 편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국의 법과 정의를 대표하는 늙은 재판관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했고, 늙은 재판관의 두 다리가 탁자 밑에 서 덜덜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킨스 씨 유머가 넘 재밌습니다… ㅋㅋ 지금껏 나온 캐릭터 중에는 원래 살던 마을의 웝슬 씨가 재밌었어요. 첨엔 짜증났는데 신문 기사 읽으면서 연기하는 장면(198쪽) 너무 웃기면서 이 분 진심이구나… 싶더라고요. 아마추어 연출가 ㅋㅋ
@흰벽 뒤쪽으로 가면서 윕슬씨의 운명이 점점 파란만장해지는 거 참 ㅋㅋㅋ
세상 그 어떤 사기꾼도 자신을 속이려는 사기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런 핑계를 대며 자기기만에 빠졌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가령 다른 사람이 만든 위조지폐를 모르고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위조한 돈을 진짜 돈으로 여길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떤 친절한 낯선 사람이 돈은 작게 접어서 가지고 다녀야 안전하다며 내 지폐를 받아 슬쩍 감추고 그 대신 나한테 가짜 종이돈을 내밀었다고 하자. 하지만 그 능란한 손재주도 나 스스로 가짜 돈을 접어서 진짜 돈이라고 속이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위대한 유산 325쪽,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제가 5일 간격으로 진도 가이드를 한다고 했는데. 5일이 엄청 빠르게 느껴지는 건 저만의 기분입니까? 자, 드디어 핍이 "위대한" 유산이자 "막대한 유산"을 받을 거라는 전갈을 받게 되는 부분이 나옵니다. 과연 핍은 인생 역전에 성공할 것인가? 내용을 다 알고 읽는데도 왜 이리 스릴이 넘치는 지 모르겠어요. 오늘부터 해서 다음 주 월요일(10월 7일까지) 20장을 읽기로 하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리고 요즘 제가 공부하고 있는 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나와 여러분과 같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빅토리아 시대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승혜님이 쓰신 <찰스 디킨스 시대의 삶과 문학>이라는 책의 일부입니다. "영국의 산업화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산업화의 원동력인 기계는 인쇄 기술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 책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철도 시설의 확대는 책의 수송과 판매를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차역마다 생겨난 간이상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손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종이값의 하락은 책값을 내려 책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신문. 잡지 등을 통한 광고도 가능해졌고, 일요학교. 자선단체의 교육 활동 등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인구수도 늘어 독서 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제 소수 특권 계층을 상대로 그들의 지성과 감수성에 의존하던 문화. 예술 활동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정신적 가치의 상품화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의 저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럼 20장까지 읽고 재미있게 또 이야기 나눠 보아요.^^
격정은 언제나 가라앉게 마련이지. 폭발할 때도 있고, 평온해지기도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란다, 핍!
위대한 유산 P174,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P.205
P.213
P.236
요즘 유일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오늘도 책을 읽자니 평화롭군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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