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

D-29
번역 관련하여 질문이 있는데요. 첫 번째 장(7쪽 하단)에서 부모님 무덤 옆으로 작은 마름모꼴 석판 5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고, 그것은 다섯 형제를 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섯 동생들은 불쌍하게도 이 세상의 생존경쟁에서 너무나도 일찍 자신들의 삶을 포기한 셈이었다.' 라고 쓰여 있는데요. 영어에서는 보통 자신의 형이건 동생이건 관계없이 My brother라고 쓰잖아요. 따로 younger 또는 elder 라고 붙이는 경우를 본 경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번역하실 때 어떻게 형인지 동생인지 알 수가 있을까요? <위대한 유산>에서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읽은 이유가, 핍은 현재 어린 나이이고, 부모님의 얼굴은커녕 그 비슷한 사람들조차 본 적이 없고, 부모님 사진도 없잖아요. 그래서 혼자 부모님 얼굴을 상상해보고 있고요. 그럼 핍이 기억조차도 못할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데, 핍보다 어린 동생이 다섯이나 있었다는 게 가능할까 싶어요. 물론 원서에 핍보다 나이 어린 형제라고 쓰여 있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에 그냥 Brothers라고만 쓰여 있다면 이 형제들이 핍보다 나이 많은 형들은 아니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번역가로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파악하고 번역할 수 있을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오 저도 정말 설명해주신 것과 완전히 똑같은 생각 때문에 이부분이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원서를 찾아보았는데 five little brothers of mine 이라고 되어있더라고요. 어떻게 부모님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에 동생이 다섯명이나 있었는지 ㅎㅎ 매년 동생이 태어났다고 해도 적어도 여섯살이었을 텐데,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얼굴이 기억이 안날수도 있었으려나요...?! 저도 질문에 탑승하겠습니다:)
오 그렇군요! 원서까지 찾아봐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형이었다 해도 어린 나이에 죽었기에 five little brothers of mine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다섯 동생들'보다는 '나이 어린 다섯 형제들은'이라고 옮기는 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영어를 잘 모르니 더 궁금하네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ㅎㅎ 저는 little brother 라고 딱 들었을 땐 동생으로 이해되긴 하는데.. 저도 영어를 잘 모르다보니... 작가님의 대답을 기다려보면 좋을 듯 해요!
오, 저는 이 부분을 이렇게 깊이 생각도 못 하고 읽으면서 넘어갔는데요. 작가님과 @신아 님 덕분에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네요. 저도 이 질문에 살포시 탑승해보고 싶습니다:)
@김혜나 정말 영어에서 가족 관계 번역할 때 이 부분이 어려운데요. 대충 맥락을 보고 번역하는 편이고. 이 위대한 유산에서는 올려주신 원문대로 "little"이란 단어가 있기 때문에 동생이라고 번역하는 편이 맞습니다. 만약 형이었다면 "big"이나 "older"라고 표현하는데. 대개 전자로 쓰지 후자로 쓰진 않더군요. 주인공이 어린데 어떻게 그 동생들을 다 기억하는지는 찰스 디킨스님에게 어쩌봐야 할 듯 ㅎㅎㅎ
설명해주신 대로 big 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보면 little은 동생으로 이해하는 게 맞기는 하네요... 하지만 @CTL @연해 님 말씀처럼 핍이 기억도 못할 동생이 5명이나 태어나고 죽었다면, 어머니가 매년 임신하고 출산했다 가정해도 핍이 6살 정도에 일어난 일이어야 하는데... 그것도 만 나이이고, 우리나라로 치면 7살 나이인데 부모님과 동생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디킨스 님 정말 왜 이렇게 쓰신 걸까요 ㅋㅋ
저도 그렇게 해석했어요. 뒷장에 보면 형제들 이름 다 열거한 후에 infant children of the aforesaid (필립 피립과 조지아나 사이에 태어난 영아들) 이라고 말하거든요. 누나와는 20살 차이가 나고, 핍은 아빠, 엄마 얼굴도 기억 안 나니, 아마 그 사이에 태어난 남자형제들일텐데 그 무덤을 바라보는 지금의 핍 보다 어린, 아기일 떄 죽었으니 little이라고 썼나보다 했습니다.
혹시 "위대한 유산" 첫부분 영어로 듣고 싶으신 분 위해 링크 하나 공유합니다. "Victorian writers vs Normal people" 씨리즈로 SNS에서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마침 10월부터 매일 "위대한 유산"을 1 채프터씩 오디오 파일로 올린다고 하네요. 아마 전체 들으려면 유료회원 가입해야하겠지만 1장 올려놓은 건 그냥 바로 들을 수 있어요~ https://www.patreon.com/posts/great-chapter-1-112651359?utm_medium=clipboard_copy&utm_source=copyLink&utm_campaign=postshare_fan&utm_content=web_share
저는 기네스펠트로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너무 익숙해서 영화를 본 것 같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워낙 유명한 작가의 메인 소설이다 보니 내용도 대충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펼치니 아는게 전혀 없었네요.^^ 스포가 없어서 궁금해서라도 정말 미친듯이 빨려 들어갔다가 이틀 동안 잠까지 설쳐가며 다 읽어버렸어요. 이제 여유롭게(?) 원서도 부분적으로 들여다 보고 관련 컨텐츠도 찾아보면서 놓쳐나간 부분들 채워나가려고 해요. 여러 정보득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는데, '한평생 한길로만 걸어가리'라는 맹세를 했다는 이유로 나는 우리 집에서 나와 마을을 지나갈 때 항상 똑같은 길로만 다녔다. 마차 수리공의 집에서 아랫길로 가거나 방앗간 윗길로 올라가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나는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야.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핍. 나는 우리 엄마가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노예처럼 일만 하면서 슬프게 사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단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혹시 나도 이다음에 내 아내한테 술주정을 부리고 몹쓸짓을 저지르게 될까 봐 두려웠단다.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들볶이면서 사는 게 낫다. 나 하나 들볶이는 건 괜찮다. 핍, 우리 집에 회초리가 없으면 얼마나 좋겠니? 그놈의 회초리로 차라리 나를 때리면 괜찮은데...... 하지만 우리 사정이 그러니 네가 좀 힘들더라도 그냥 넘어가 주면 고맙겠구나, 핍.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앞부분을 읽으면서 영화에서보다 소설에서 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배움은 짧지만 우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핍을 사랑으로 키운 대장장이. "선량하고 진실하며 다정한" 조 라는 캐릭터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불행한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며 사는 인물이죠. 조를 보면서 빨강머리앤의 매튜아저씨도 연상했답니다. 이런 캐릭터들은 아이와 어른 사이, 친구와 양육자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인물들 같아요.
@지어진 저도 조 부분 나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요. 정말 어른다운 어른. 핍에게 이런 어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번에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서 조가 참 좋았습니다 순박하지만 책임감있고 성실하고 따뜻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런데 저도 예전에 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위대한 유산> 영화에 조가 나왔는지도 가물거리네요 그리고 전 그 영화 이미지 때문에 로맨스물인가 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느낌이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말을 많이 한 것이 두려워서, 또 말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워서 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리가 같이 독서를 시작한 게 월요일이었는데 벌써 토요일이에요!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정말 ㅎㅎ 게시판을 보니 열심히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도 있고, 조용히 나만의 속도로 읽으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요. 다음 5일까지 읽을 부분은 챕터 15까지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스 해비셤과 에스텔러가 등장하는데요. 원래 빅토리아 시대는 고딕 소설로 유명하지만, 디킨스는 그보다는 사회파 소설로 유명했는데. 이 <위대한 유산>역시 사회파 소설이지만 미스 해비셤이라는 불세출의 캐릭터 덕분에 고딕 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요. 15장까지 읽으시면서 각자 마음속에 미스 해비셤의 이미지를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다시 자기만의 스타일로 그 외모를 묘사해보는 연습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미스 해비셤을 볼 때마다 조선 시대에 혼인하고 첫날밤을 치르던 날 뒷간에 가려던 신랑의 옷고름인가 뭔가를 잡았다는 오해로 소박을 맞고 그대로 평생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 불쌍한 신부가 생각나더라고요 ㅠ.ㅠ 사실 문고리에 걸린 거였는데. 아무튼 다음 독서도 즐겁게 하시길 바라며. 게시판에 재미난 글 많이 올려주세요!
이 소설 캐릭터가 다 정말 미친 것 같아요 ㅎㅎㅎ 핍, 조, 누나, 탈옥수도 그렇지만 미스 해비셤과 에스텔러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아우라를 뽐내더라고요. 고딕 소설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읽고 있었는데 미스 해비셤 부분 떠올리면 정말 그렇네요! 저는 사실 핍과 탈옥수 사이 에피소드 읽으며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같은 소설들이 떠올랐거든요. 다들 디킨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작가들이니 당연한 것인가 싶기도 했답니다. 다른 분들은 <위대한 유산> 읽으며 어떤 소설들 떠올리실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미스 해비셤 나오는 부분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에밀리에게 장미를> 이 생각났어요. 미스테리한 대저택, 사랑에서의 좌절 뭐 이런 요소가 겹쳐서요. 포크너가 어렸을 때 디킨스 소설 많이 읽었을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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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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