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책을 소개 받고 따라서 읽는 경험, 책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씩 있으실 것 같은데요. 작년부터 저의 인생책이었던 <슬픔의 방문> 속에서 이 일화를 보고 <행복한 질문>이라는 그림책을 따라 읽었어요. 책 속 일화가 떠올라서 그림책을 읽으면서 더 좋더라고요. 이상은님의 '둥글게'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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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이라는 그림책을 나에게 선물해. 청혼대신 받아줄게."
<행복한 질문>의 주인공은 개 부부다. 아내 개의 질문은 엉뚱하고 사소하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 "있잖아, 만약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가 시커먼 곰으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남편 개는 타박하거나 당황하거나 머뭇거리는 대신 이렇게 답한다. "그야 깜짝 놀라겠지. 그리고 애원하지 않을까? '나를 잡아먹지 말아 줘.' 그런 다음 아침밥으로 뭘 먹고 싶은 지 물어볼 거 같아. 당연히 꿀이 좋겠지?"*
나는 사랑을 '어떤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어떤 맹세보다 중요한 사랑의 태도가 짧은 그림책 안에 깊고 빼곡하다. 책을 펼치면 아무런 글자 없이 개 부부가 길가의 꽃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온라인 상에서 주로 쓰는 이름은 '둥글게'이다. 많은 사람이 동요 제목으로 착각하지만, 이상은의 노래제목이다.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을 치던 너와 부딪혔어
함께 웃음이 나왔어
하늘이 투명해서 너도 빛났지
- 이상은 작사,작곡/<둥글게>,2005
가사를 처음 접했던 날,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내 그 가사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 바로 그 사람이 있었다.'
<슬픔의 방문> p.34~37
행복한 질문오나리 유코의 대표작 『행복한 질문』. ‘만약에’라는 질문을 통해 부부 사이에 오가는 사랑스러운 대화를 귀엽고 따뜻한 그림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기념일도 아니고,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침대로 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여 지는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따뜻하게 그려냈다. 만약에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내가 새카만 곰으로 변해 있다면? 눈을 뜨니까 아내가 작은 벌레로 변해서 코 위에 앉아 있다면
슬픔의 방문굵직한 탐사보도와 깊이 있는 기사들로 ‘바이라인’을 각인시킨 <시사IN> 기자 장일호의 첫 책을 선보인다. 에세이 <슬픔의 방문>은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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