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D-29
소설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선정한 책은 최은영 작가의 소설 <쇼코의 미소>입니다.
여러 에피소드 중 <쇼코의 미소>와 <한지와 영주>를 읽고 생각했던 것들 공유하고자 합니다. <쇼코의 미소> p.36 '나는 이 글에서 여러번 할아버지답지 않다는 말을 썼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생각했던 할아버지는 그저 그의 일부분일 뿐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후 한참 뒤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대사 "너 말이다, 이런 말은 처음 해보는데, 나는 네가 이렇게 큰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 가서 공부도 하구 영화감독두 되고, 힘든 대루 손 벌리지 않고 네힘으로 살구 까짓거 다 무시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대로 살지. 난 그거 멋지다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의도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쇼코와 할아버지가 짙은 우정을 쌓는 과정에서 소유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느꼈던 이질감이 이후 나오는 할아버지의 대사(소유의 꿈을 진정으로 응원)를 통해 해소된다고 보았는데,, 맞게 이해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해가 소유와 쇼코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지와 영주> 관계의 끝이 행복과 슬픔이 공존하는 상태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마치 작가가 개인적으로 쓴 일기를 우연히 주워 읽은 느낌이랄까요.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이유를 찾지 말고 관계 그 자체를 바라보라고 작가가 속삭이는 듯 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영주의 태도에서 은은하게 드러나는 건 어째서일까요. 생각에 깊게 잠기게 만드는 에피소드였습니다 ~
@사유인 사유인님이 말씀하신 이질감에 대해서 저도 생각을 많이 하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사실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가 아주 친밀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내렸는데 할아버지는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었다며 할아버지에게 느꼈던 이질감을 고백하는 후반부 내용에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는 제 개인적인 경험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할아버지와 소유 사이의 유대는 굉장히 두터워보였습니다. 소유가 쇼코의 할아버지한테 느끼는 안쓰러움 등의 감정 역시 소유 자신의 할아버지와 가까운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결국 이 책에서의 이질감은 서운함과 아쉬움이라는 단어랑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이 책은 쇼코와 소유 각각의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상당히 대조되잖아요. 그런데도 할아버지 죽음 이후에 둘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감사함과 그리움이라는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오래도록 놓지 못한 꿈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게 할 만큼 사랑했던 할아버지, 아픈 몸으로도 마음이 아픈 손녀를 지키겠다 하신 할아버지처럼 누군가에겐 충만해보일 수도 있는 애정관계도 당사자에겐 언제나 조금은 아쉽고 서운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듯해 보였습니다. 쇼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아버지의 사랑을 실감하고 이질감이 서운함이었음을 소유도 깨달았을 것이고 사유인님께서 말씀하신 이질감의 해소는 이렇게 이해해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쇼코의 미소]를 읽은 후,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 이 흐름이라면 곧 끝나겠는데?’ 싶으면서도 이어지는 내용과 ‘어?’ 가 나오는 만남과 상황, 그리고 ‘이렇게?’ 가 나오는 전개.. 아 이렇게 적고 보니 제가 아침막장드라마를 설명하는 것 같네요ㅋㅋㅋ 어떻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통한 전달을 위한 서술에서, 너무 꽉 차 넘칠 것 같은 아슬한 느낌을 받았다’ 입니다. 이 글에서 바뀌는 장소와 상황은 단편이라고 봤을 때, 적지 않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비해 조금씩 여러 곳에서 나눠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은 가볍게 혹은 너무 표면적으로, 최소한의 표현을 허공에 너무 무겁게 날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소한의 표현으로 묵직한 바람을 불어왔다면 그건 최고의 서술이었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내용적인 부분도 ‘조금은 넘치게 담은 부분이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였고,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 그것 하나에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끝날 거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내용과 은근히 따라갈 수 없는 전개,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의 흐름이 이 내용을 조금은 정신없게 만들면서 ‘전반적인 정서 상황을 느끼게 하는 데에 조금 효과적인 구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달한다’는 것은 ‘독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 그리고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독자는 어느 곳이던지 혼자 서서, 이해의 행동을 요하지 않는 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도 다시금 ‘글의 목적’만이 할 수 있는 ‘글의 자아’를 깊게 느끼며.. 다녀갑니다!
제가 첫 흔적을 남기려고 글을 정리하다가 보니, 이 책이 이렇게 어려웠었나 생각을 하면서 혼자 고민을 많이 하게 됐는데 그 이유를 쫑쫑이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된 것 같아요 많이 공감이 갑니다. 쇼코와 소유를 대조하면서 그 대조 포인트도 많고 장소, 상황 등 서사가 단편 치고 꽉 차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쫑쫑이님의 글을 읽고 또 생각해보니 그렇게 복잡했는데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느껴지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원래 책을 보고 잘 안 우는 편인데 이상하게 좀 울컥하기도 했고, 아마 이 책 읽으신 많은 분들께서도 한 번 쯤은 경험하셨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왜 복잡하고 정신 없는데도 와닿았을까 하니 원래 인간관계라든지 세상 흘러가는 게 복잡해서 라고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어요. 소유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특히 쇼코에게도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소유는 끝까지 쇼코에 대한 결론을 이렇다 내리지 않았던 것 같아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인간관계의 모습이 담긴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대사를 보고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너 말이다~멋지다고 본다' 이 부분이 저희 아버지와 굉장히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저는 재수를 했고 저희 집이 경상도라 아버지가 굉장히 무뚝뚝하신 분입니다. 현수생때 수능에서 실패를 맛본 후 아버지가 저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을 해 주셨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그저 쓴소리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재수하면서 아버지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해보니 저에게 도움이 되려 하셨고 진심이 담겨있었으며 그 말이 제가 재수하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재수가 끝나고 아버지와 얘기하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쇼코의 할아버지처럼 직설적으로 저에게 멋있다고 말해 주시진 않았지만 점차 제가 그 말을 생각하며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쇼코의 미소를 읽은 후, 돌아가신 저의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주인공 소유처럼 할머니께서 저보다 저의 동생을 더 좋아하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할머니께서 저를 사랑하셨던 모습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더 들고 나서 할머니께 먼저 애정 표현을 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 할머니께서도 저를 더 많이 아껴주시더라고요. 제가 비록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서로 애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주인공이 할어버지와 편지를 하면서 자신의 의문점에 대해서 해소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또 다른 분들 께서는 이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의문점이 들기는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쇼코의 미소를 읽고 나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 오히려 요즘 보기 드문 성장형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창시절 한일 문화 교류를 통해 만난 두 소녀의 성장 일기랄까요. 그 사이에 할아버지라는 존재가 곁들여지며 현생의 삶과 편지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을 깊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간만에 마음을 울리는 성장소설 한 편 읽은 것 같아요
<쇼코의 미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 문장, "우린 이제 혼자네." 때문이다. 복수를 나타내는 '우리'와 타인과 함께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혼자', 상반된 두 단어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는 짧지만 강렬하다. 비를 맞으며 멀어지는 할아버지. 하필 그 순간에 고장난 우산. 할아버지가 만지자 바로 펴지는 우산. 그 우산을 허허 웃으며 소유에게 씌워주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이상하고 엉망진창이라는 소유의 내적 독백. 우산이 꼭 필요할 때 고장나는 부정적 상황이 할아버지의 손길로 인해 할아버지가 우산을 쓸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소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으로 또 한 번 독자의 예상을 깨버린다. <쇼코의 미소>는 소재가 특별하거나 주제가 아주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랑', 특히나 '애증'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독특한 장면 묘사와 대사들 덕분에 흔한 이야기가 아닌, 익숙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제가 말로 표현은 하지 못 했었지만 깊이 느꼈었던 감정이 책 속의 글에 담겨 있을 때, 저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동질감에서 위로를 많이 받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쇼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쇼코와 소유를 통해 위로도 받고 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책장이 빨리 넘어같던 것 같습니다. 저도 소유처럼 이상을 좇는 제가 책에서 말하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친구들보다 낫다는 우월감에 젖어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을 떠나지 못 하는 쇼코를 보고 매우 실망하고 답답해하는 소유의 마음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 그때의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었던 것 같다.'라는 구절이 과거의 제가 했던 생각과 너무 비슷해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소유는 쇼코의 그늘을 알지 못 했기에 자기 관점에서는 저렇게 바라보게 된 것을 읽으며, 저도 친구들의 상황을 속속히 알지 못 하면서 나를 너무 중심에만 놓고 나의 관점만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유와 비슷하게 저도 뜻대로 되진 않는 현실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었고, 진정한 꿈을 좇는 것인지 그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말도 소유와 똑같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소유의 자취방에 오셔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멋지다고 하시는 말씀을 읽으면서 저도 뜨금했었는데, 소유도 그 말을 듣고 그 날 이후 영화에 관한 마음을 접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동감도 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멋지다는 말이 앞으로의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도 과거 이후에 진정으로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면서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책을 읽으면서 저와 비슷한 생각이 많이 담겨있어 저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렇게 깊은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쇼코와 소유의 사이가 참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저도 혼자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편에 더 가깝지만,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한 교감 또한 제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공감하고 텍스트를 뚫고 나와 그 감정이 와닿는 점이 많이 있어서 독자로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는 <쇼코의 미소>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냥 한두시간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평택 좋은 소리 한 번 하는 법 없이 무뚝뚝하기만 했는데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죽음에 이르러서야 겨우 부끄러움을 죽여가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라는 대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쇼코라는 외국인 친구가 소유의 할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소유와 할아버지 사이의 관계를 대조시키기 위해 설정해놓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고, 국적조차 다른 친구가 자신보다 더 많이 자신의 할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소통을 하는 모습이 책에 나온 것은 책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독자분들은 가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요?'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은 가족이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제 자신이 가족과 정서적인 유대감으로 단단하게 묶여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물리적으로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제가 가족에 대한 대부분의 사실을 다 알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가족이 힘든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경험도 있고, 책을 읽으면서도 그때의 상황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또, 책에서 쇼코와 할아버지가 먼 거리라는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장기적으로 주고받는 상황을 보면서 가족한테는 쉽게 못 꺼냈던 고민을 한번 밖에 본 적이 없는 대학 동기한테 쉽게 털어놨던 기억도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쇼코의 미소>는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단어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서 독자들이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한번 더 되돌아보게 했던 이야기였던 것 같고, 다른 참여자분들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여러가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들게했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랑 가족도 아닌 쇼코가 나보다 할아버지랑 친밀하게 지낸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는 소유는 할아버지는 무뚝뚝한 사람이라며 자체적인 핑계를 만들면서 되게 모순적인 인물로도 그려진다는 생각을 저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이 쇼코의 미소인지라 쇼코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면서 읽었는데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쇼코를 소유의 이야기 전개를 위한 장치로 보는 유민님의 해석 재밌게 읽었습니다! 가까우니까 쉬울 것만 같다가도 가족들과의 관계만큼 어렵고 복잡한 관계도 없다는 걸 사실 다들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복잡한 소유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가족에 대해 한 번 더 들여다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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