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장강명 작가 추천!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D-29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63~83쪽) 이미 읽었던 부분이라 다시 한번 읽었어요. 책에 제가 끼적인 메모들이 있는데요, 이렇게 써있네요. ㅎㅎ “해즐릿은 근대 서유럽 백인 남성이다” “자아라는 근대의 발명품에 집중한 글을 쓰고 있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고…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는 나와 달리 단지 존재하는데 만족할 수 없다” “이 문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등등이요 ㅎㅎ 해즐릿은 근대 시기의 백인 남성으로, 그의 글에서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개별성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계속하여 읽을 수 있었어요. 예민한 지성을 활용해서 본인의 사적인 감정을 낭만적이고 시니컬하게 열심히 풀어 쓰고 있구요. 죽음에 대해 글을 쓴 그의 문장들을 읽으면서..그는 단지 존재함에 만족할 수 없음을, 살아 생전에 글을 통해 세상에서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욕망은 친구들과 지위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대목 등에서 읽을 수 있었고, 당시 시대를 살아갔던 사회적 개인 해즐릿의 삶과 그의 계급에 대해서 종종 떠올려 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어린 자식들의 연이은 죽음을 보면서… 현대인인 제가 느끼기 힘든 죽음에의 공포, 일상적인 죽음의 그림자 등도 읽을 수 있었어요. 현대인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죽음’에서 분리되어 있으니까요. 흠…이 부분에 관련된 책으로는 한 2년 전쯤 사서 읽은 교유서가의 ‘어제의 책’ 시리즈 중 하나인 로저 애커치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가 도움이 되었어요. 근대부터 태동한 과학이 현대에 이르서 눈부시게 발전하여 영아 사망률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졌잖아요. 이제 여성들은 가임기 시간 내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지도 않고, 우리가 낳은 아이가 당연히 살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반면 해즐릿이 살던 시대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현대인인 제가 근대인이 쓴 죽음에 대한 글을 지금의 관점으로 읽는..것의 한계를 확인했어요. 아무튼… 근대의 서구 백인 남성이었던 해즐릿이 죽음에 대해 느끼는 공포와 정동을 현대인인 제가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에요. 전 제 존재가 우주먼지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기적적인 확률로 우주의 먼지가 뭉쳐져서 탄생한 애틋하고 경이롭고 별 것 아닌 존재. 저는 제 의자와, 책상과, 이 책과, 길거리에 피어있는 잡초와 별로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지금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이 사실이 애틋하게 느껴져요. 공허함과 무의미에 허덕이기 보다는요. 해즐릿은 현대인인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ㅎㅎ
🔖고통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며, 이 맛은 물리지 않는다. 사랑은 조금만 탐닉해도 무관심이나 역겨움으로 변한다. 혐오만이 죽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이 원칙이 작용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39쪽) > 예전에 러브 코미디 만화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있는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우당탕탕 하며 썸 탈 때에는 흥미진진 하다가도 막상 둘이 사귀게 되면 이야기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식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꼭 러브 코미디 만화책이 아니더라도 로맨스 드라마에서도 '둘이 썸 탈때까지만 재미있다'는 일부 시청자의 의견도 있고요. 심지어 로맨스 장르에서는 '혐관'이라는 단어로 관계를 표현하기도 하던데... 사랑을 다루는 장르에서조차 '사랑'만 다루면 대중들의 관심은 식으니까 이야기에 고난과 역경, 혐관을 넣고 있는데, 이 문장에 대한 예시는 수없이 많이 댈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촌철살인이 아닐까요!? 해즐릿의 신랄한 에세이에 이런 예시는 너무 달콤하지 않나 싶지만...ㅋㅋㅋ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를 빼앗기고 현재가 있던 방이 텅 비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는 이별의 아픔, 움켜쥔 것을 놓는 아픔, 단단한 인연을 끊어 버리는 아픔, 마음에 품은 뜻을 이루지 못하는 아픔 때문에 죽음에 격렬히 반발하고 "오래 사는 불행을 겪는다." (69쪽) > '오래 사는 불행'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여러 해동안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우울증 환자인데,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내가 죽는다면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이 슬퍼하는 모습이 자꾸만 상상되더라고요... 오래 사는 불행의 현재 진행형입니다. ㅠㅠㅋㅋㅋ 신체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들이 시시때때로 기어올라와서 괴롭힙니다. 뇌를 콕콕 쑤시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과거의 안좋은 기억은 가끔씩 떠오르고, 근데 죽지 않고 살면 이런 회상에 더해 안좋은 일들은 계속 생겨날테고, 그래서 죽으면 이 기억도 모조리 사라지고 편해질텐데... '오래 사는 불행'입니다.
서평단입니다. 그믐에는 지금 들어왔네요. 함께 읽기 내일 부터 참여하겠습니다. 좋은 기획 감사드립니다.
죽는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아무도 이 생각에는 연민이나 반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중략) 그런데 이제 찰나의 삶을 안달복달하며 열띠게 산 뒤, 헛된 희망과 하찮은 두려움으로 점철된 삶을 산 뒤, 다시 마지막 편안한 잠에 빠지고 삶이라는 불온했던 꿈을 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다니!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p6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그렇다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원리가 아니라 습관적인 애착이다. 그냥 존재한다는 사실로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만족” 시키지 못한다. 우리는 특정 시기와 장소와 환경에 있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p6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우리는 어떤 이익이나 불이익이 있어도 현재의 생활 양식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으려 한다. (중략) 우리 자신으로 살지 않느니 차라리 살지 않는 편이 낫다. 미국이 얼마나 큰 제국으로 커질지, 영국의 정치 체제가 얼마나 오래갈지 보기 위해 몇 백 년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정신의 폭이 넓은 사람도 있다. 그런일들은 나와는 상관 없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p70,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우리가 길다고 여기던 그 두 지점 사이에 낭만적인 거리는 이제 없다. 젊음의 혈기가 사라지면 노년의 짙고 우울하고 장엄한 색채, “시들어 버린 누런 잎”, 그리고 깊어 가는 가을 저녁의 어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축축하고 차가운 안개가 모든 것을 덮고 있따는 생각이 들 뿐이다. 앞을 내다볼 동기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잘 다져지고 평범해진 길을 뒤돌아보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p71-72,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저 억제할 수 없는 기분과 견디기 괴로운 격정을 만족시키려고 인생의 무대에 머물고자 할 뿐이라면 우리는 즉시 떠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한편, 삶에서 얻는 좋은 것 때문에 존재에 애착할 뿐이라면 떠날 때의 고통은 그다지 심하지 않을 것이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p83,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당장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격에 부과되는 공공의 세금 부담을 진다. 누가 면전에 대고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우리에 대한 거짓말이라도 우리가 모르기만 하면 그 편이 더 좋다. 자기애는 그만큼 근시안적이고 기꺼이 '세금 부과'를 받아들인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p108,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https://blog.naver.com/pink1969/223592881458 책 도착 후 블로그에 포스팅 한 이후 책 모임 눈팅만 하다가 글을 올려 봐요.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요컨데 자기안의 영국인은 최대한 죽이고 프랑스인을 키워야 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고 혼자 웃었습니다. 그믐에서 책 모임이 처음이라 아직 어리둥절 하네요. 다들 글을 엄청 길게 쓰셔서 놀랐어요. 부지런히 읽어가겠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에도 시작과 끝이 있음을 생각해 보는 것이리라. p63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원리가 아니라 습관적인 애착이다. p69 다른 사람의 운이 아무리 좋아도 그와 우리 자신의 존재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자신으로 살지 않느니 차라리 살지 않는 편이 낫다. p70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려는 온 뒤 우리가 그렇게 빨리 잊힌다고 놀랄 필요는 없다. 무대 위에 있을 때에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니 말이다. p79 ‼️죽음에 대한 해즐릿의 시선은 담담하다. 약간 도도하고 까칠하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깊다. 깊이 배어드는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좋았다. 산다는 것은 나로 살고 싶은 것이다. 내 삶에 대한 애착인 것이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습관적 애착일지라도 나로 살고 싶다.
"산다는 것은 나로 살고 싶은 것이다. 내 삶에 대한 애착인 것이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습관적 애착일지라도 나로 살고 싶다." 두고두고 새기고 싶은 선경서재님의 명문장입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해즐릿의 마음은 해즐릿의 것"(27쪽)이었다고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
그런데 이제 찰나의 삶을 안달복달하며 열띠게 산 뒤, 다시 마지막 편아한 잠에 빠지고 삶이라는 불온했던 꿈을 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다니!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6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그냥 존재한다는 사실로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 하지만 즐거움을 약속한 계약이 실행되지 않고 깨지는 것, 기쁨과의 결합이 완성되지 않는 것, 행복의 약속이 백지화되는 것은 싫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내가 품은 희망들은 잿더미가 되었거나 어떤 것들은 그대로 남아 나를 조롱한다. 나는 그 희망들이 부활했으면 한다. 인류에게 유익이 될, 내 인생의 시작에서 함께한 듯한 가능성을 보고 싶다. 죽기 전에 명작을 남기고 싶다. 무덤에 묻힐 때는 친절한 이의 손에 맡겨지고 싶다. / 우리는 남이 겪는 상실을 동정하기 좋아함으로써 죽음의 공포에 고통 하나를 (자발적이고 불필요하게) 추가한다. / 일반적인 또는 추상적인 관념으로서, 보통 말하는 나약한 삶에 집착하는 것은 사회가 고도로 문명화되고 부자연스러워진 결과다. 그전에는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곡절과 위험에 뛰어들기도 하고 단 한 번의 죽음이나 열정에 모든 것을 걸기도 했다. 열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삶은 짐이 되었다. / 강렬한 생각에 마음을 사로잡히면 그것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고, 그게 없으면 삶이 즐겁지 않고 삶 그 자체는 무관심이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 / 그저 억제할 수 없는 기분과 견디기 괴로운 격정을 만족시키려고 인생의 무대에 머물고자 할 분이라면 우리는 즉시 떠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한편, 삶에서 얻는 좋은 것 때문에 존재에 애착할 뿐이라면 떠날 때의 고통은 그다지 심하지 않을 것이다./ - 해즐릿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 하면서 무의미한 삶에 대한 공포가 실은 더 크다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는 자신이바라는 것들이 삶을 사는 동안 이루어지길 바랬고 그것이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것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삶이란 죽음만큼 무의미한 것이다. 그에 의하면 삶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이루어지는 토대이며 무대이고 그것을 이루고 난다음에 퇴장하는 일이 죽음이기 때문에 한바탕 열정을 다하고 즐겼다면 두려워할 것없이 물러나면 그만이지 무서워 할 일이 아니다. 말미에 잠시 언급한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 읽고 싶었는데 짧게만 언급해서 아쉬웠다. 내세의 가치에 대한 헌신에 몰두해 본 적이 있고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것에 가치를 두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해즐릿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 하면서 무의미한 삶에 대한 공포가 실은 더 크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는 Qoomay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해즐릿이 런던의 한 하숙방에서 죽어 갈 때 "그래,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어"(34쪽)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
“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는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통용되는 명언인 것 같습니다. 죽음에 대해 시니컬한 해즐릿이지만 누구보다 죽음의 아픔과 비통함을 견디며 아마도 스스로에게 했을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나의 죽음보다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고 목격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과 아픔이었을테죠.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 역시 죽음에 대한 통찰을 하지 않았을까요. 다 자신은 죽음과 거리가 먼 듯, 예외인듯 행동하지만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이고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웰빙)이 잘 죽는 것(웰다잉)이라는 또다른 표현인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저 억제할 수 없는 기분과 견디기 괴로운 격정을 만족시키려고 인생의 무대에 머물고자 할 뿐이라면 우리는 즉시 떠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한편, 삶에서 얻는 좋은 것 때문에 존재에 애착할 뿐이라면 떠날 때의 고통은 그다지 심하지 않을 것이다. P.83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쩡이님이 수집한 이 문장은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해주신 것이기도 합니다. ^^ "즉시 떠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부분이 충격적이었다는 독자분들도 꽤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해즐릿은 "강하고 두려움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잘 알고 그것을 힘차게, 게다가 눈부시게"(22쪽)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 가을 정경이 아름다운 시월에 인사를 올립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출판계에서는 대표적인 비수기로 통합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출판 시장은 사계절 모두 비수기다!) 그럼에도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집을 읽어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예고한 대로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63~83쪽)를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인상적인 문장을 적어 주셔도 좋습니다. 이 에세이는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의 “인간은 모두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자신은 예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삶과 죽음을 사색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생명이 있는 개체에게 죽음은 예외가 없는 물리적 현상입니다. 저와 여러분의 삶은 결국 정지하고 소멸할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모래를 빚어 자기의 이름을 새긴 모래성에 비유하곤 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죽음의 문제는 인간에게만 제기된다고 하죠. 해즐릿은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에서 인간의 죽음과 그 공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힘차게 게다가 눈부시게” 말합니다. 🔖 “너무나 부드럽고 고운 흙에 감싸여, 갓난아이보다 더 깊고 고요한 잠에 빠진 채, 아직 생명체로 발달하기 전의 상태에서 근심걱정 없이 평온하고 자유로웠다. 그런데 이제 찰나의 삶을 안달복달하며 열띠게 산 뒤, 헛된 희망과 하찮은 두려움으로 점철된 삶을 산 뒤, 다시 마지막 편안한 잠에 빠지고 삶이라는 불온했던 꿈을 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다니!” (65쪽) 🔖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저 억제할 수 없는 기분과 견디기 괴로운 격정을 만족시키려고 인생의 무대에 머물고자 할 뿐이라면 우리는 즉시 떠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83쪽) 다음 주에는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 실린 여섯 편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 작품 하나를 자유롭게 이야기하여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덧붙여 그믐 회원님의 뜨거운 참여와 입소문 덕분에 중쇄에 들어갔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임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63~68) 저는 65페이지 중 다음 문장 “죽는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아무도 이 생각에는 연민이나 유감이나 반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전 죽음에 대해서 평소에 굉장히 자주 하는 편입니다 :) 지금 당장 죽으면 아쉬울 것은 별로 없는데요. 그래도 미련이 남는 건 있어요. 사놓고 뜯어보지도 못한 내 책들, 그리고 쟁여놓고 잘라보지도 못한 나의 아름다운 원단들! 비비언 고닉이 책을 더 읽고 싶어서 죽는 것이 아쉽다고 했는데 완전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 페이지에 있는 또 다른 문장, “그런데 이제 찰나의 삶을 안달복달하며 열띠게 산 뒤, 헛된 희망과 하찮은 두려움으로 점철된 삶을 산 뒤, 다시 마지막 편안한 잠에 빠지고 삶이라는 불온했던 꿈을 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다니!” 이 생각도 자주 합니다. 제가 만약 해즐릿 만큼의 문장력이 있었다면 이렇게 썼을 것 같아요. 저는 그간 좋은 글들을 많이 만나서 제 몸뚱아리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좋은 경험을 선물로 많이 받았어요 +_+ 제 몸뚱아리에서 분리되어 나오면 정말로 찰나의 삶을 일희일비하며 내 욕망이 아닌 것에 온 삶을 바치면서 안달복달하는 제가 보여요. 그래서 이런 경험을 종종 하다보니 이제 저는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기 보단 그냥 억겁의 세월 동안 무수히 반복된 삶과 죽음 그 과정에 자연스레 동참한다..그런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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