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맞아요. 기기를 빌려 드립니다. 독서모임 멤버들이 책을 못 구할 경우에 빌려줘요. 전 핸드폰으로 보고요. 제가 보통 회사로 책 주문을 많이 하는데, 아무도 제가 주문하는 책에 관심이 없어요. 심지어 바빠서(일 때문 아님. 그믐에 글쓰느라) 택배 포장만 뜯어서 의도적으로 제 뒤에 있는 테이블에 늘어놓는데도 눈길도 안 주고요. ㅜ.ㅜ 그래도 얼마 전엔 @김하율 작가님의 '어쩌다 노산'이 정말 재미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없을 것 같아 일본인 직장동료에게 소개했는데, 재미있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좋더라고요.
꽤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이 모임 안에서 책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아끼시는 분들의 일화를 많이 읽어서 더 그랬어요. 앞서 말했지만 저는 보통 책을 읽을 때, 물성보다는 그 책을 읽고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볼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물성마저 소중한 한 권의 책'은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죠. 작년에 만난 책입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이 좋았었다기보다는 이 책과의 추억 때문에 더 소중해진 것 같은데요. 제 서재 '인생책'탭에도 넣어둔 김혜진 작가님의『완벽한 케이크의 맛』입니다. 호흡이 짧은 소설집인데 '관계'라는 공통의 주제를 갖고 있어요. 저는 이 책의 표제작을 읽으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고, 실천을 했습니다. 덕분에 무언가를 이뤘고요(요건 비밀로 해둘게요). 그때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용기 내지 못 했을 일이었거든요. 이번에 이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되레 이 책을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성 그 자체로요.
완벽한 케이크의 맛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담담한 문장과 끈질긴 시선으로 그려온 김혜진 작가의 짧은 소설집. 여덟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짧은 소설집이다. 열네 편의 짧은 소설들을 통해 익숙한 듯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물성에 대한 글을 쓰다가, 전에 메모해뒀던 인터뷰 내용도 하나 떠올랐는데요. 1인 출판사인 '헤이북스' 대표님의 '종이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글이에요. 따님과 종종 서점을 가곤 하는데, 서점을 다녀와서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너무 좋더라고요. “엄마, 나는 이 보슬보슬한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참 좋아요. 책장을 앞뒤로 넘길 때 나는 팔락거리는 소리도 좋고. 이젠 필기도 태블릿으로 하니 종이 손맛을 느끼는 게 정말 귀해졌어요.” “엄마는 네가 차 안에 탄 순간부터 나는 냄새가 너무 좋다. 책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 같기도 하고 잉크 냄새 같기도 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참 좋네.” 따님은 이걸 '서점 향기'라고도 표현하더군요.
서점 향기라니 너무 좋네요... 책의 물성이라는게..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만 느낄수 있는 그 공감각적인 그 형태의 그 느낌...사실 저는 그게 좋거든요. 그냥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 사이를 돌아다니는 나 자신이 좋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북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종이책만의 고유한 감각이 좋아요. 종이책은 책읽는 느낌이고 이북은 문서를 읽는 느낌에 좀더 가까운 거 같아요. 그래도 이북은 편의성 때문에 짬짬이 읽을 수 있어서 좋고요. 책 읽는건 그냥 좋은거 같아요~
뭐든 책이랑 관련되면 전 다 좋아요! 강동원 보다 브래드 피트 보다 더 좋아요! 왜일까요... @연해@아린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책이 좋다'는 고백이시군요. 마지막 문장이 너무 와닿았어요. 저도 같은 마음이랍니다. 서가를 거닐다 보면 오래된 종이의 묵직한 향기가 참 좋죠.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서점은 서점대로 다 저마다의 향기가 있더라고요. 작은 서점에 가면 그 서점에서만 나는 특유의 향기가 또 있고요. 종이책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의 질감을 감각하는 게 좋고, 전자책은 작은 무게에 여러 권의 책을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siouxsie 님과 @아린 님 말씀처럼 책책책, 책이면 저도 다 좋아요:)
갑자기 책 향기 하니 제가 15년 전쯤에 '책향기 마을'에 살았어요. 근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 듣더라고요. 책향기가 '채컁기'로 들리잖아요. 그래서 꼭 띄어서 책~향기로 알려줬는데 누군가가... "아~ 북 스멜"이래서 한참 웃었어요.
제가 버지니아 울프방에도 써 놨지만, 책 한권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밥 먹을 때도 아이가 밥풀을 밥그릇에 다 묻혀 놓고, 다 먹었다고 하면 전 물을 숟가락에 묻혀서 밥풀이 그릇에 눌러 붙지 않게 다 긁어 한 숟가락 만들어서 아들 입에 넣어 줍니다. "이 쌀을 수확하시고, 포장하시고, 판매하신 분들, 사서 깨끗하게 씻어서 정성스럽게 밥 지어주신 할머니까지..(엄마 아니고?응?) 니가 이 밥을 함부로 남길 이유가 없다."고 엄하게 말합니다. 물론 엄만 밥풀 가지고 이상한 소리한다며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 남편도 가끔 그러는데 째려 보면 알아서 싹싹 긁어 먹더라고요. 물건이라고,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고 함부로 대하는 건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해요(실례한 사람들!). 성의없이 만들어진 물건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고요.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게 살피고, 아끼시는 마음이 정말 멋지세요. 독서모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말씀도 그랬고요. 단순히 "깨끗이 긁어 먹어라"고 말할 법도 한데, 밥을 남기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모습에서 저 또한 많은 걸 배워가요. 비록 아드님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셨지만(허허허) 흘려가듯 들어도 언젠가 또 기억날 거라 믿어요. 저의 10살 친구랑도 가끔 대화하다 귀담아듣지 않았던 말은 기억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을 때 보면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성의 없이 만들어진 물건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는 말씀도 정말 공감합니다. '성의'라는 단어처럼, 저도 '정성'과 '진심'이라는 단어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책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여담이지만, 버지니아 울프방에서 @siouxsie 님의 낭독 목소리를 들을 걸 생각하니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꺄아).
아~근데 아시잖아요. ㅎㅎ 저흰 콩과 고질라라 그렇게 차근차근 아름다운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어요. 항상 '철권'재질 가족입니다. (예전에 게임 박람회 가서 철권하자고 해서 제가 아들 캐릭터 엄청 두드려 팼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아무거나 막 누르면 이기더라고요. 지금도 속이 터질 때마다 그때 얘기 꺼내서 놀립니다.) 10살들 기억력 좋죠~아직 저장공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전 하드디스크는 용량초과라 USB 꽂았다 뺐다 해야 할 정도지만...
하하, 콩과 고질라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회자되는 저의 웃음 버튼이에요. 철권 재질이셨군요. 두 분의 케미를 잔잔히 건너 들으며, 10살 친구의 모습을 혼자 상상해 보기도 한답니다. 게임 박람회에서 사리사욕(?)을 채우셨을 @siouxsie 님의 모습도 가만히 상상해보고요ㅋㅋㅋ 저장공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기억력에 대한 집요함(?)도 살짝(아니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기억력이란 건 한계가 있다보니 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뇌가 과부하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온전히 기억하고 싶은 이상한 고집을 부리더라고요. 심지어 요즘 들어 부쩍 이 증상이 심해진다 느껴요.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제 욕심인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 그래서 오히려 그걸 덜어내려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되네요. 어렵습니다. 제 하드디스크가 꽉꽉 차고 있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은 것 같기도 하고요(발버둥이랄까). 아니 근데, 오늘이 모임 마지막 날인데, 저는 왜 이런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 이것도 다 제 욕심인가 봅니다.
제 손에 들어온 소장 책은 모두 소중해서… 😅 책무덤에 쌓여 있는데 어쩌죠 ㅎㅎ 아예 책을 선물로 준 적은 있어도 빌려주진 않아요. 남의 손 타는 거 싫어서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잘 해요)
[10/14 8-3] 물성마저 소중한 책이라... 책이 쌓이면 버리거나 팔거나 해서 오래도록 소장하고 있는 책이 없네요. 그 책에 대한 집착이라기 보다 그 시절 추억에 대한 미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순간부터 버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오래 가지고 있었던 책은 중학생 때부터 쓰던 성경책이었는데 이것도 최근에 정리했어요.
안녕하세요. 수북지기입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책 모임이 다음주 월요일에 종료됩니다. 수림문화재단은 더 나은 북클럽을 만들고자 독자여러분들께 의견을 듣고자합니다. 10월 21일까지 진행되오니 많은 참여바랍니다. 🎁추첨을 통해 다섯분께 따뜻한 라떼 한잔 보내드려요 :) ✅ 설문조사 링크 https://naver.me/59vtirQF
수많은 사람들이 수화기 앞에서 뱉어놓은 말들은 전화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넓고 어두운 우주를 마구 떠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하면서 오랜 세월 우주를 여행한 이야기들은 어느 날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고,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로 다시 태어나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p34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김혜나 지음
10년 전, 열여섯 살의 내가 녹음한 사서함 자기소개 멘트였다.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남을 생각한 적도, 사랑한 적도, 오토바이를 좋아한 적도 없는데. 그때의 나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p346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김혜나 지음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이부분 진짜 뭉클했어요^^
늦기도 늦고 완독도 못하고 차일피일하다 시월은 마구 지나가네요 혜나작가님은 어쩌다 세번을 뵈니 지인같은 느낌이고 말보다 글은 데 구수하시고 아무튼 이래저래 반갑습니다 저는 집전화를 요금을 내면서 붙들고 있습니다 혹시 예전 인연이되는 연락이 올까 싶었는데 그냥 제 집착캍더군여 번호 국번이 두번 바뀌고 그리고 사십년이 지난거 같습니다 아무얘기라도 부비고 싶은 마음라 혀나작가님이나 장작가님 있는자리에 끄적입니다
@김의경 @장맥주 요즘엔 교회에서도 40대는 청년부예요. 장년부와 청년부 중에 선택하는 곳도 있지만, 보통 '기혼청년부' '미혼청년부'로 나눠서 사랑의 짝대기가 불륜으로 빠지지 않도록 분리정책도 시행하고요. 이젠 40대는 청년인 시대니, 30대에 데뷔하셨으면 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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