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독서모임 얘긴 아니에요. 전 의외로 독서모임 분들한텐 관대해요. 동네친구인데다 토요일 아침 7시에 눈꼽만 떼고 홈웨어차림으로 만나서 더 그런거 같아요. 조금 늦을 때도 있지만, 다들 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납니다. 연락없이 안 오면 막 전화해서 깨웁니다. ㅎㅎㅎ 완독하겠다고 3-4시까지 책 읽다 자고 그러더라고요. 주말 오전인데다 동네친구라는 편안함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줘서 그런거 같아요.
게다가 저희 독서모임분들은 뭐 하자! 하면 알아서 자기 할일 쏙쏙 찾아서 맡은 역할을 다 합니다. 그래서 다른 독서모임분이 저희 독서모임 부러워해요(하고 싶은 이벤트가 많은데-이를테면 도서지원, 독서대전 등- 일반적으로는 다들 잘 따라주지 않고 귀찮아하시더라고요. 물론 하기 싫은 것도 있겠지만요.).
근데 또 하기 싫은 거 있음 똑부러지게 하기 싫다고 얘기하세요. 그래서 가깝지만 예의지키는 사이로 계속 남을 수 있는 거 같고요. 그분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하지만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 독서모임은 저도 마음가짐이 다르고, 다른 분들도 예의 잘 지키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말한 그 모임은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옛동료와 현동료가 섞인) 모임이에요....다행히 친구가 별로 없네요.
[📕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siouxsie
연해
독서모임분들이 아니셨군요(다행입니다). 오전 7시 모임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나네요. 놀랐던 기억도ㅋㅋㅋ
홈웨어차림의 편안한 모임이라니, 이거야말로 동네의 사랑방 같은, 따사로운 독서 공동체가 아닐까 싶어요. '가깝지만 예의를 지키는 사이'라는 말씀도 마음에 콕 들어왔습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 것 같거든요. 보통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친분을 매개로 본질이 흐려지기도 하니까요.
@siouxsie 님이 그 모임을 정말 많이 아끼고 계신다는 게 글에서도 뚝뚝 묻어납니다(제가 다 포근해지네요).
소중한 독서 공동체가 오래오래 뭉근하게 이어지길, 잔잔히 응원할게요:)
연해
장작가님 말씀처럼, 이건 정말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개인주의자고, 혼밥을 좋아하지만 원치 않는 식사 제안을 받았을 경우, 최대한 빠르고 정중하게 거절하거든요. 뭔가 상대가 저를 계속 기다리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는 게 싫어서요. 상대도 자신의 일정이 있을 테고, 그걸 고려해서 약속을 잡았을 텐데, 갑자기 당일에 제가 안 된다고 하면, 싫고 좋고를 떠나 얼마나 난처할까 싶더라고요(약속이나 안 잡았으면 또 모를까).
또 글이 길어질 것 같은데요. @siouxsie 님만 읽으실 것 같으니까(ㅋㅋ) 조금 더 이어가봅니다. 사실 저는 밥 먹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요. 진짜로 먹을 것 아니면 대답 자체를 안 합니다(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거나 개인 메시지로 어려울 것 같다는 상세한 이유를 말씀드려요). 인사치레로라도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거짓말 하는 것 같아서). 제가 이렇게 말하면, 주변에서 뭘 그걸 일일이 하나하나 지키면서 사냐고 융퉁성 없다고 하는데, 제가 워낙 답답하고 촌스러운 사람이라 어쩔 수 없더라고요.
https://youtu.be/m6BHmR4UME0
저는 이 영상에서 신소율 배우의 말에 엄청 공감했는데 말이죠. (4분 14초부터 시작!)
소개팅 약속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신 분 같아요. '타조효과'라는 말도 있잖아요. 타조가 맹수나 사냥꾼을 만나 궁지에 몰리면, 모래 속에 머리만 감춘다는. @siouxsie 님 말씀처럼, 옆에 계신 분들이 그분의 그런 모습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속 피하면 되는 줄 아시는 것 같아요(이 바보!)
저도 내향적인 편이라 혼자 다니는 거 (매우) 좋아하고, 사람들을 자주 피하지만 피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한다고 말하고(ㅋ) 피합니다. 거절을 했음에도 강권하시는 분들을 피하는 거죠(말이 안 통하니까). 근데 무턱대고, 눈 막고, 귀 막는 건 너무해ㅠㅠ
siouxsie
맞아요...근데 그 타조 같은 사람들이 좀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본인이 사회생활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계시고요. 그래서 좀 거칠고, 어쩔 땐 눈치가 없나? 싶어도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 그래서 제가 "맑은 눈의 광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눈 똑바로 뜨고 윗선에 "왜요?"하는 분 칭찬합니다. 저에게도 그런 용기를!!!
연해
하, 저도 이거 정말 싫어해요. 저는 이걸 주로 '원치 않는 호의'라고 부르는데요. 제 주변에 이런 분들이 유독 많은 것인지, 제가 타 인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사방에서 챙겨주겠다는 사람 왜 이렇게 많음?).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자매품으로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내가 널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걸 거절해?', '나 아니면 누가 너 이렇게 생각해 주니?' 등이 있죠.
다만 아직까지도 명쾌한 대처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거절 자체를 수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고, 살면서 거절이라는 걸 단 한 번도 당해본 적이 없는 건지, '응? 나를 거절해?'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심심찮게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이성고백도 마찬가지로 너무 싫어요. 나는 그대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대체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마치 이걸 "아, 우리 연해가 아직 남자를 잘 몰라서..."라는 투로 받아치는 분들 보면 진짜 심한 말이 나올 것 같아요(으윽). 처음에 한두 번은 거절하다가, 참다 참다 좀 심하다 싶으면 상대를 격렬하게 피해다닙니다(그 사람이 불쾌할 정도로요). 본인 좋다는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제발.
연해
“ 사람들은 흔히 내게 좋은 건 네게도 좋은 것이라고 가정하고 타인에게 조언을 건넨다. 하지만 바로 이 전제가 문제다.
조망수용능력에 따르면 내게 좋은 건 네게도 좋은 것이라는 전제는 분명히 틀렸다. 타인이 나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고 있음을 이해하는 조망수용능력을 갖춘 성인이라면 상대방이 나와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우리'라는 대명사가 '나'보다 많이 쓰이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아동기 때 발달하는 조망수용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끔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며 마치 '당신의 마음을 내가 다 안다'며 다독여주는 게 정임을 강조하는 CF가 한때 유행했듯, 한국 사회에선 나와 타인의 마음을 구분하는 것을 오히려 매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 나를 지키는 거리두기의 심리학』 송주연 지음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 나를 지키는 거리두기의 심리학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하게 대해야 할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취급받지 않으려면 먼저 나의 마음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내가 나로 사는 것을 막아서는 모든 것들과 거리두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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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모든 게 소설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오로지 소설만이 있었다. 그것만이 살아갈 이유가 되었고, 희망이 되었고, 힘이 되었다. 소설은 나에게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가족이었고, 종교였다. 거짓과 위악만이 난무하는 이 세계에서 오로지 소설만이 진실한 존재였고, 유일한 가치였다. 소설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 죽는다 해도 아쉬울 게 없었다. 나에게서 소설이 없어진다면 나는 아마 잠시의 순간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거라고만 믿었다. ”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 320,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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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수많은 사람들이 수화기 앞에서 뱉어놓은 말들은 전화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넓고 어두운 우주를 마구 떠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하면서 오랜 세월 우주를 여행한 이야기들은 어느 날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고,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로 다시 태어나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 345,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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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술자리에는 꼭 차를 가져갑니다..부릉 부릉~=333 ㅎ
그런데 자주 보는 사이에 인사하면서 꼭 악수를 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악수하기 정말 싫은데 연배가 있다보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악수가 싫은 것도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니지만..
그 사람과 손 내밀어 악수하는 게 그렇게 싫습니다..@,.@
밍묭
저는 안타깝게도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ㅎ
거절을 못해서 항상 받아들이는 편인데, 그래서 속으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이라는 생각을 달고 삽니다 ㅎ
선경서재
[10/14 Q8] "일을 그만두고 나면 어떻게 할까. 이제 소설 같은 건 쓰지 않을 것이다. p311"
강츄베베
처음에는 이런 호의형 강권이 돌려서 말하는 것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지만 계속되면 이 방법도 먹히지 않습니다. 저도 혜정처럼 확실하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게 좋은 것 같더라고요. 이 시대에는 거절할 줄 아는 용기가 많이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 10/14 여덟 번째 질문의 두 번째 질문_ 지영 작가님이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21장 워크숍에서) 혜정은 워크숍을 위하여 ‘고등학교 때 입던 정장’을 꺼냅니다. 하지만 ‘이미 색이 많이 바랜 데다가 퀴퀴한 냄새까지 진동’해서 입을 수 없고, ‘그나마 틈틈이 꺼내 드라이를 해놓’은 하얀색 바지 정장을 선택합니다. 그마저도 허리가 맞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종일 입고 있어야 했고요. 처박아 뒀든, 관리를 했든 과거의 혜정과 현재의 혜정은 어긋나 있습니다.
워크숍이 시작되고 혜정은 멀티탭을 찾으러 타 연구실에 가게 됩니다. 누군가 그를 대학원생이라고 부르는데 혜정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다만 ‘그럼 누구세요?’라고 물었을 때 할 수 있었을 대답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호칭은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옷도, 호칭도 모두 조금씩, 어쩌면 크게 어긋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낡은 골드스타 전화기로 자신의 사서함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랬기에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가 될 수 있었고요.
그렇게 어긋남이 세계에서 배제의 순간에 자신과의 조우를 가능하게 하니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이렇게 세계에서 배제되는 순간 오히려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아린
제 지인은 연구소에서 일하는데..응당 박사라고 생각하고
김박사님 이박사님 이런 호칭으로 불린대요.
근데 제 지인은 석사까지 해서 사실 박사가.아니라..사실 전 박사는.아니고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게 참 상 황이나 그런게 곤란하다고 해요. 특히 박사는 아니고요가 타이밍이 안 맞아서 말을 못했을때.. 너무 찜찜하다고 합니다. .ㅠㅠ
siouxsie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빌려준다는 건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좋다는 생각으로 빌려 줄 거는 따로 구입해요. 특히 책은 선물로 받는 것도 취향에 따라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책선물은 잘 안하려고 하는데, 마침 빌려 달라고 하면 그냥 사서 빌려주면서 주는 거라고 해요.
살 정도는 아니면 제가 상호대차 해 준다고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드려요. 서울 사는 분들은 인기있는 책은 상호대차도 힘들더라고요.
김혜나
수지 님은 심성이 참 고우시네요 ㅠㅠ 빌려달라는 사람한테 내가 한 권 더 사서 빌려줄 생각을 저는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저는 그냥 손절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ㅎㅎ
siouxsie
어머나! 제 평생 심성 곱다는 말 정말 처음 들어서 감격했어요~ 가족들한테도 어쩜 그렇게 성격이 안 좋냐는 얘기만 들어서..."어쩔티비? 45년이나 이렇게 살아서 못 고쳐! 쿠오오오오!!"이러거든요.
사회 생활은....책이나 경험으로 배워서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향수'의 그루누이같은 최후를 맞이할 걸 알기에, '그 사람은 나랑 다른 사람이니까 이해해야 해'하면서 많이 참아요. 승화나 배려 같은 아름다운 방법 아니고요. 그야말로 '참아요' ㅜ.ㅜ
저 위에도 강박증에 대해 써 놨는데, 제 강박증은 제 신경에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끝도 없이 나쁜 생각을 하는 버릇이에요. 어느 순간 사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고, 나쁜 생각이 드는 순간 할 일을 찾아요. 그러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보자고 생각을 하는데, 책이 많은 도움이 돼요. 그리고 책은 너무 선물 하고 싶은데 선물할 기회가 없으니 그렇게 방법을 찾은 거예요. ^^
어쨌든 아들내미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포악합니다."
연해
하... 저는 학창시절에 친구가 제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갑자기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반납일까지 반납을 안 해서 제가 연체자가 됐던 적이 있어요. 심지어 그 친구가 저에게 책을 빌렸던 이유도, 본인이 이미 도서관 연체자라 한동안 책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제발 좀 반납 좀 해달라고, 사정사정했던 적 있네요. 제 책도 아닌 책을 빌려준 제 잘못이죠(연체일이 하루하루 늘어갈수록 제가 다 녹아내리는 느낌). 그 뒤로는 그 친구에게 어떤 물건도 빌려주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심지어 약속 시간도 매번 늦는 친구였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빌려준다는 건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좋다"는 말씀 정말 멋있습니다. 책 선물도 취향에 따라 민폐가 될 수 있다는 말씀도요. 수락과 거절이 담백한 분들을 만났을 때의 안온함이 있는데, @siouxsie 님의 명쾌함에 제 정신이 다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아린
맞아요
한동안은 제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로 마구마구 준 적이 있었는데...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책 선물이 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언젠가 부터 안하게 되더라고요.
책 추천도 마찬가지로 잘 안하게 되고요.
근데 누가 요즘 뭐 재미있어??라고 카톡을 날려주면..아주 즐겁게 마구마구 추천해주고 있어요..ㅎ
물고기먹이
아린님께 카톡보내서 책 추천받고 싶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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