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10/11 Q7]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지요.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들이 가장 강렬하게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놀라서 뇌가 잊지 못하나 봐요. 독일에서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독일어도 모르고 길도 모르면서 이름도 모르는 역에서 무작정 내렸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길을 잃기로 작정하고 역 밖으로 나왔는데... 눈 앞에 펼쳐진 마을이, 길이 너무 예쁜 거예요. 낮은 둔덕을 따라 천천히 걷는데 한국의 가을 어느 날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무작정 걸었지요. 휘휘 둘러보며 발이 내딛어지는 속도로... 지금 생각해보니 낯선 나라에서 갑자기 한국의 햇살을 느껴서 였나봐요. 그 역을 다시 찾아갈 수 없어서 아쉬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0/11 일곱 번째 질문의 두 번째 질문_ 김의경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소설가 지망생이 주인공이어서인지 혜정의 시선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지는데요, 그 중에서 교수들의 허세 가득한 대화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특정 집단의 위선이나 허세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신랑은 항공기 반납/도입 업무를 하고 있어요~ 대한항공처럼 큰 회사가 아니라면 항공기 소유가 어렵다보니 아무래도 항공기는 차량렌트처럼 해외에서 계약을 맺고 빌려오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거든요. 차량렌트처럼 처음 가지고 올 때 이상이 없는지 서류나 항공기를 확인하는 작업을 정비에서 합니다. 신랑은 보통 서류적인 부분에서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요구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코로나시기에 항공사 많이 어려웠는데 이때 신랑이 하는 업무로 알바를 할 수 있었어요 꽤 고단가의 알바였는데 덕분에 저는 집에서 조금 맘 편히 육아할 수 있었습니다. 페이가 쎄다보니깐 한국에서 이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때 서로가 힘든시기다 보니깐 너도나도 할 수 있다고 잘 모르면서 일단 일부터 따내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의 허세를 좀 많이 보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일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지인의 소개소개로 업무를 받아서 조용히 하는 반면에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페이를 깎으면서 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코로나 시기로 많은 사람들이 허세를 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아요.
특정 집단에 속한 특정 사람의 허세로 인해 그 집단에 선입견을 가진 적은 있어요. 하지만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똑같은 집단에 속해있지만 과시 성향이 없는 사람도 만났어요. 결국 집단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성향과 가치관이 별로였던 거지,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문제는 아니었던 걸로!
저는 패션지 에디터들에 대해 선입견이 좀 있었어요. 허세들이 가득할 거라고요. 하지만 아주 담백하고 스마트하신 분들을 몇 분 뵈면서 역시 선입견이라는 게 무섭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사람 보는 눈이 도통 없는 거 같습니다. 신입 기자들을 보면서 ‘이 친구 일 잘할 거 같은데’ 싶은 친구는 그렇지 않았고, ‘얘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싶은 후배는 막상 일을 해봤더니 최고의 파트너였습니다.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저는 패션지 에디터는 딱 한 분 아는데요. 아직 만나뵌 적은 없지만 오래 전부터 저에게 산문 청탁 종종 주시고, 제 책 나올 때마다 잡지에 소개해 주시고, 청탁 주실 때도 항상 예의 바르고 섬세하셔서 왠지 내적친밀감이 강해진 분이랍니다. 티브이 예능프로에 패션지 에디터라며 그분이 나오신 방송도 본 적이 있는데 여타의 패션지 에디터스럽지 않고 무척 수수하고 평범한 모습이었어요. 사실 월간지 에디터 하려면 꾸밀 시간도 여력도 없고 매일 매시간 매분 일하기 바쁠 것 같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패션지 에디터의 허세 가득한 삶은 그야말로 허구가 아닐까 싶었어요.
허세 있어 보이는 에디터님도 뵙긴 했는데, 잘 아는 건 아닌지라... 근데 허세가 있건 없건 극한직업인 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일간지 기자들은 대체로 건방지고 대화의 속도가 빠르고 잘난 척이 심한 편입니다. 기자들끼리 모이면 그래서 정신없이 화제가 바뀌고 온갖 허풍이 나오는데, 저는 그런 분위기 꽤 좋아합니다. 양조업계는 어떤가요? 근엄할 거 같기도 하고, 낭만적일 거 같기도 하고... ^^
아 일간지 기자님들은... 뭐 더 할 말이 없네요 ㅎㅎㅎ 심지어 주량으로도 허세 부리는 기자님들 유독 많이 뵌 것 같아요 ㅎㅎ 제 경험이 양조업계 전체를 보여줄 정도는 아니지만, 허세 부리는 문화는 딱히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단 작업 자체가 허세부리기 좋은 분야가 아니라, 자기가 정말 좋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정해진 시간없이 밤낮으로 일해야 하고, 노동량만큼 인건비와 수익이 나오지도 않지만 정말 술빚기가 좋아서, 우리술이 좋아서,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즐겁게 일하는 분들만 봐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로 젊은 양조사들을 많이 만났는데,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도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경력을 쌓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술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도 다들 가지고 계시고요 그리고 주류업계에서 만난 분들 대부분 술을 진짜 잘 드시는데, '잘 마신다'는 것은 '많이 마신다'와 구별되는 뜻이었습니다. 양으로 무조건 많이 마시고 취하는 게 잘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의 향과 맛을 즐기고 토론하며 적당히 마시는 게 진짜 잘 마시는 거였어요! 그래서 대부분 자기가 취할 것 같다 싶으면 남에게 피해 안 주고 그냥 조용히 집에 갑니다. 아무도 잡지도 않고, 더 마시라 강요하는 분도 없고 정말 자유롭고 멋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엇, 저도 하느리님 말씀 공감합니다. 집단에 대한 편견 때문에 되레 선입견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물론 집단에 속하면서 변질되는 사람들도 봤지만, 그것 또한 개인의 문제 같기도 했어요. 변할 사람은 뭘 해도 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이 겸손하고 과시 성향도 없더라고요.
제 첫번째, 두번째 직장이 대학교였는데요. 정말 그런 걸 좀 많이 느꼈었어요. 스승으로 대할 때와 직원으로서 바라보는 교수들의 세계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세번째 직장에서는 교수들과 절대 일 안하리라 생각했는데 만나는 고객(?)들의 태반이 교수들이어서 그냥 제 운명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어요 ㅋㅋㅋ
음, 저는 특정 집단에 대한 허세보다는 이것도 개인의 문제 같은데요. 그 분야의 전문가인 사람들을 만날 때, 특유의 가르침병(?) 같은 게 느껴지면 피하게 돼요. 저는 딱히 물어본 적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은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설파하지 못 해 안달 난 사람처럼 따라다니는 느낌이랄까. 파리를 쫓듯이 훠이훠이 멀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제가 식문화에 그다지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음식 부심 부리는 분들도(아주 그냥, 온통 다 미식가여) 좀 꺼려져요.
그녀에게 식사란 주유 이상의 의미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그녀를 위한답시고 무수한 동정과 권유를 해왔다. 왜 안 먹냐, 먹어 보면 생각이 바뀔 거다, 도대체 인생의 즐거움이 뭐냐, 기타 등등. 그녀는 그런 우리를 보면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다."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먹지 않은 인간에 비해 먹는 인간이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던 식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전 국민이 미식가인 사회에서 음식에 열정이 없는 사람은 별종 취급을 받는다. 누구를 만나도 오늘의 메뉴에 대한 의견이 있으며, 그룹채팅방에서는 '뭘 먹을까'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의 식문화가 품위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도장 깨기'를 하듯이 맛집을 탐험하고,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보다는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음식을 넘나들며 맛보고, 어려운 음식 언어로 허세를 부리며,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메뉴를 주문한 후, 다음 달 카드값을 낼 때 후회하는...... 우리가 브리야사바랭의 말을 떠받들며 간과한 점은 우아한 음식이 우아한 사람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뭘 먹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질리도록 해 왔으니, 이제는 품위 있게 먹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우리가 돼지와 다른 점일 것이다.
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돼지의 동굴>, 김지선 지음
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엄살이었던 거고, 앞으로는 실제로 가난해질 확률이 너무나 높지. 그게 무서워." 가난이 디폴트인 세상에서 개인의 우아함은 지켜질 수 있는가? 돈이 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한 사사로운 투쟁의 기록 <우아한 가난의 시대>.
음식 그렇게 먹는 거 아니다, 이렇게 먹어라, 라고 가리치는 사람들. 그리고 '아 참 먹을 줄 모르네, 맛있는 걸 모르네' 이러는 분들 진짜 손절각입니다. 내가 알아서 먹는 거고, 내가 맛있다는데 왜 난리죠!!
그러니까요. 저는 그냥 그 맛이 알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을 예정인데, 그런 저를 계몽(?)시키고 싶은 것인지. 신대륙을 찾은 듯한 그 특유의 허세를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어요(지금도 그런 분들이 회사에 여전히 많고요).
제가 한때 보이차를 매일 마시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보이차 애호가들 만나보면 5만원 이하의 보이차는 차도 아니라며 무시하고, 평균 100만원이 호가하는 고급 차만을 진정한 차라고 여기며 굉장한 허세를 부리더라고요. 차뿐만 아니라 다구, 다기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제품들로 갖춰두고 자랑하며 이건 중국 어느 지방 어느 돌로 만든 차호다 이런 걸로 엄청 유세를 부리더라고요. 근데도 저는 그런 분들 보면서 '와 나도 저런 고급 차 마시며 저런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어요 ㅋㅋㅋ 오히려 와 나는 진짜 저렇게 허세부리기 싫어서라도 보이차 안 마셔야겠다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ㅎㅎ
크... 작가님, 너무 멋지십니다! 저도 그런 모임에 갔다면, 그분들의 허세에 질려서 그 대상(이를테면 보이차) 자체가 질려버릴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미용실을 갈 때도 비슷한 허세(?)를 느끼고 돌아올 때가 있어요. 제가 미용실을 거의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데, 잔소리(?)를 하시면서 시술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손님 머리는 어쩌구 저쩌구... 제가 미용에 그다지 관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현상 유지(?)만 하는 게 제 모토라, 그럴 때 보면 이것도 또 하나의 허세구나 싶어요. 그래서 미용실 예약할 때, 아무 말 없이 머리만 시술받고 싶다, 사담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따로 드린 적도 있어요.
에휴 저도 미용실은 정말 허세도 허세지만, 장삿속에 가격 사기치는 게 너무 심해서 질렸어요. 그래서 머리 컷트는 그냥 제가 직접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펌도 그냥 약 사다가 집에서 혼자 할까 싶어요 ㅎㅎ
으앗, 저도요! 추가비용을 머리 다 하고 나서야 아무렇지 않게 턱턱 붙이셔서... 그걸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데, 말문이 막히더라고요(그것도 몰랐어요? 라는 느낌으로다가). 오죽하면 제가 기술을 배워서 제 머리 정도는 직접 손질하고 싶더라니까요.
펌이 중화제만 있으면 딱히 어렵지 않겠더라고요. 전문가의 손길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성비 생각하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ㅎㅎ
인라인을 한창 즐길때.. 흠.. 취미로 즐기는 차원인데 선수용으로 풀 장착하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분들 많이 많이 봤습니다. 운동하는 분들도 옷빨 장비빨 허세가 쫌 있는 것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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