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서 소설을 빼고 나니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았다. 소설만 쓰지 않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데도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어렵고 힘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소설을 공부해오며 나는 소설이 나를 지탱해주는 디딤돌이라고 여겨왔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소설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일 뿐이었다.
내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나쁘지 않다."
나는 그것이 꼭, 나에게 재능이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고, 나에게 재능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_p.341_ 워크숍_, 김혜나 지음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