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저도 이건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정도의 문제다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해 보는데, 저는 역치가 너무 낮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저라면 분명히 머릿속의 뭔가가 끊길 거 같은 상황에서도 어른스러움을 잃지 않는 분들을 멀지 않은 곳에서 여러 분 뵈었네요. 쓰다 보니 자괴감이 깊어지네요. ^^
[📕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새벽서가
저는 어릴 때부터 예민하고 불안이 큰 사람이었던것 같아요. 특히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서 괴로워했었고, 여전히 괴롭습니다. 게다가 느끼고 생각하는게 그대로 얼굴에 드 러나는 편인데,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오래하니 예전보다는 확실히 감정을 좀 덜 드러내게 된것 같기는 하네요.
두번째 하신 질문에 대해서는 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 답 안하고ㅍ지나갑니다. 괜찮죠?
연해
엇, @새벽서가 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도 저의 모서리를 예민함이라고 썼는데, 불안감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오감이 다 예민한데(어휴), 그중에서도 시각은 눈을 감으면 되고, 미각은 음식을 안 먹으면 되고, 촉각은 만지지 않으면 되는데... 후각은 코를 막아도 냄새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청각도 마찬가지로 귀를 막아도 기운 같달까? 그런 게 어쩔 수 없이 파고들더라고요.
위에서 '확인불가능한 영적 존재가 나오는 영화들 너무 싫다'는 말 씀에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공감했는데요. 저도 그래요. 오컬트 장르 매우 싫어합니다. 어쩌면 새벽서가님도 저처럼 감각에 예민하셔서 자극적인 소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저는 일단 그렇더라고요. 잔인하고 무서운 건 잔상도 너무 오래 남고...
학창 시절에 방학 앞두고 학교에서 <주온>이라는 일본 공포영화를 틀어줬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제가 공포영화에 반응하는 사람인지 모르고 무심코 봤다가 아주 강렬한 한 달을 경험했습니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꼬마(토시오...하...)가 영화 중간중간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한동안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샤워도 문 열어놓고 하고, 머리 감을 때도 머리를 숙일 수가 없었... 기타 등등.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네요(으윽).
새벽서가
저는 티비없으면 못사는 남편의 강한 저항에도 만류하고 티비를 내다버렸어요. 화면꺼진 티비가 너무 싫고 무섭더라구요. 뭔가 티어나올거 같고… 몇달 버티던 남편이 새티비를 사왔을 즈음엔 이미 정신과의사샘이랑 상담 몇차례 한 상태라 좀 괜찮았고요. 결국 링이 처음이자 마지막 공포 영화였어요.
연해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시각이라는 개념이 좀 더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시각이라 하면 '눈'과 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뇌와 관련된 문제라고 한다. 오래전, '사물을 보는' 행위는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할 만큼 단순한 일로 여겨졌다. 저기 있는 물체를 시야에 담기만 하면 만사형통! 자, 찍어요! 이런 것이다. 하지만 근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점점 '보기'가 얼마나 복잡한 행위인지 밝혀졌다. 사물을 보는 행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전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 즉 뇌 내의 정보다. 우리는 풍경이든, 예술이든, 사람의 얼굴이든, 전부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기초해 해석하고 이해한다."
이 책에서도 등장인물들이 같은 작품을 보고, 전혀 다른 감상(한 명은 아름답다 말하고, 다른 한 명은 무섭다 말합니다)을 전하는데요. 이건 단순히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 기억과 연관 지어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릴 때 경험 중, 오컬트 장르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이 강렬하게 있어요. 그래서 더 싫은 것 같기도 합니다. 화면이 꺼진 tv가 너무 싫었다는 말씀도 격하게 공감하는데요. 저도 집에 tv가 없어요. 독립할 때부터 늘 생각했던 건데, 저 혼자 사는 공간에는 절대 tv라는 걸 두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집에는 tv도 없고, 시계도 없고, 뭔가 시각적으로 저를 자극하는 것들은 다 보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링도 보지 못 했습니다(무서워잉, 흑흑). 그래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괜찮아지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닛타 지로 문학상, 가이코 다케시 논픽션상 등을 수상한 저자가 선천적 전맹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방문하여 다양한 작품을 감상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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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저도 티브이는 안 보는데, 요새는 휴대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는 시간이 늘어나서 독서에 집중하기가 확실히 어렵더라고요.
장맥주
지금 아내랑 부산으로 여행 가는 중인데 KTX 앞자리에 남자 고교생들이 앉았어요. 수학여행 가는 건가. 그런데 작은 태블릿 PC를 한 대씩 놓고 2인 1조로 열심히 게임을 하며 가네요. 전용 컨트롤러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필수품인가 보네요.
제 앞자리 학생은 기술 이름을 외치며 게임을 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네요. 자꾸 "무라사키! 무라사키!" 이럽니다. 기술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 이름인가...?
siouxsie
어...'브롤 스타즈' 아닌가요? 어제 아들이 무라사키가 뭐냐고 물어 보던데...알파 세대들은 입으로 게임을 하더라고요.
만나서 2인 1조로 하는 것도 똑같네요. 저희 집엔 성인분께서 집에 게임방도 차리셨는걸요! 그걸 알파세대가 본인 게임시간 끝나면 뒤에서 구경하고요.
게임에선 일본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나 봅니다. 브롤 스타즈가 유럽쪽 나라에서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장맥주
엇. 무슨 게임을 하는지는 못 봤어요. 아마 봤어도 브롤 스타즈인지 아닌지도 몰랐을 거고요. 2인 1조로 무라사키! 무라사키! 쳐줄게! 으윽! 이러면서 게임을 하더라고요. 가메하메하! 라는 말도 들었는데 이건 드래곤볼에 나오는 용어일 텐데, 제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네요.
저도 소설 쓰면서 기합 넣어볼까요? 필살 문장이다! 에잇, 인물 묘사로 받아주마! ^^
siouxsie
저희 아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외치는 말들이라...작가님이 같은 KTX 타셨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네요. ㅜ.ㅜ
지금 10살이니 더 크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고딩이 돼도 똑같다니...인생이란 무엇인가...
근데 무라사키는 브롤스타즈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저희 아이도 브롤 스타즈+드래곤볼에 빠져 있거든요.
저한테 가메하메하!도 많이 쏩니다. 겡끼다마도...
김혜나
저는 어제 당일치기로 대구에 다녀왔는데 맥주님은 오늘 부산에 가신다고 하셔서 신기했어요.
학생들 사이 게임이라니... 저도 게임은 하지 않아서 게임 용어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런 충돌을 다룬 이야기로 박서련 소설가의 단편소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이야기가 생각 나네요 ㅎㅎ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박서련 작가가 데뷔 후 발표한 작품들을 엮은 첫 소설집. 여성의 자유와 삶이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중심에 두고, 그로부터 교차하고 확장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만들어 간 박서련 작가만의 다채로운 여성 서사를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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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저는『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이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게임을 하지 않아서, 게임 용어? 욕설? 문화? 같은 게 나올 때마다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과외라는 게 실제로 있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바나나
저도 이 작품을 읽었는데, (게임 잘 모르고요) 작가님이 확실히 젊으시구나 느꼈더랬지요. 이전에 체공녀 강주룡을 쓴 사람이 그렇게 젊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ㅎㅎㅎ
siouxsie
저도요..그 분 하시는 일이 특이했는데....백과사전 같은 거 만드는? 보는? 기억이... 어쨌든 강주룡 읽고 크게 되실 분이란 느낌이 팍 왔어요.
김혜나
맞습니다 젊은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이었죠. 게임 용어는 저도 참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김혜나
예전에 제가 <청귤>이라는 책으로 북토크를 진행했을 때, 시각장애인 분이 오셨던 일화가 떠오르네요. 관객석에 앉아서 조용히 듣고, 사인도 받아가셨어요. 점자책이 출간된 적이 없으니 아마도 누군가 책을 읽어줘야만 했을 텐데, 북토크 자리까지 와주신 게 정말 놀랍고 감사했죠. 소리로 듣는 소설은 뇌에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문득 궁금해져요.
청귤장편소설 <제리>로 2010년 '오늘의 작가상'을,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로 제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시대 한국문학의 낯선 무늬를 그려줄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렸던 김혜나의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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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소리로 듣는 소설은 뇌에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문득 궁금해져요"라는 말씀에 저도 같이 끄덕끄덕 공감하게 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시라토리'는 책이 점자로 되어 있지 않아도 컴퓨터의 음성 변환 출력 기능을 이용해 많이 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이 신기했는데,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하셨던 시각장애인분도 혹시 그 기능으로 읽으셨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에게도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셨을 것 같아요.
임지훈
맞아요 실제로 '본다'는 행위도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본다'는 행위와 표현은 15세기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에 따른 1점 투시를 근간으로 하는데, 이는 측정에 따른 산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요. 그냥 듣기엔 굉장히 객관적인 것 같지만, 실제 1점 투시법은 소실점에 따른 왜곡(특히 바깥 부분의)이 굉장히 심해서 전혀 객관적이지 않죠. '본다'는 행위는 사실 전혀 객관적이지 않고, 사실은 특정한 역사적 관점에 따른 주관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물을 '보며' 서로 다른 느낌을 받는 것도 성장 환경의 탓 뿐만 아니라 '본다'는 개념이 갖는 비객관성도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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