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에게 식사란 주유 이상의 의미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그녀를 위한답시고 무수한 동정과 권유를 해왔다. 왜 안 먹냐, 먹어 보면 생각이 바뀔 거다, 도대체 인생의 즐거움이 뭐냐, 기타 등등. 그녀는 그런 우리를 보면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다."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먹지 않은 인간에 비해 먹는 인간이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던 식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전 국민이 미식가인 사회에서 음식에 열정이 없는 사람은 별종 취급을 받는다. 누구를 만나도 오늘의 메뉴에 대한 의견이 있으며, 그룹채팅방에서는 '뭘 먹을까'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의 식문화가 품위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도장 깨기'를 하듯이 맛집을 탐험하고,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보다는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음식을 넘나들며 맛보고, 어려운 음식 언어로 허세를 부리며,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메뉴를 주문한 후, 다음 달 카드값을 낼 때 후회하는......
우리가 브리야사바랭의 말을 떠받들며 간과한 점은 우아한 음식이 우아한 사람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뭘 먹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질리도록 해 왔으니, 이제는 품위 있게 먹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우리가 돼지와 다른 점일 것이다. ”
『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돼지의 동굴>, 김지선 지음
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엄살이었던 거고, 앞으로는 실제로 가난해질 확률이 너무나 높지. 그게 무서워." 가난이 디폴트인 세상에서 개인의 우아함은 지켜질 수 있는가? 돈이 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한 사사로운 투쟁의 기록 <우아한 가난의 시대>.
책장 바로가기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