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의미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제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는 말이었어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김혜나
새벽서가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낸 어릴적 친구와의 여행이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나이 한살씩 들수록 내인생의 목표와 실제 내가 느끼는 매일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됩니다.
김혜나
어릴 적 친구와 나이 들어 함께 여행하니 즐겁기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체력을 소모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대부분 편하게 먹고 자고 쉬면서 보내게 되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막상 대화도 거의 안 하게 되는데, 그게 참 편했어요.
새벽서가
그 느낌 뭔지 알것 같아요. 저는 이탈리아에서 제 룸메이트였던 친구랑 올초 뉴욕에서 15년만에 만나서 잠시 시간을 보냈는데, 그냥 조용히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이야기만 나눠도 편하고 좋더라구요. ^^
김혜나
맞아요 아무 말 없이 있어도 편한 사람이 찐친이고 내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연해
“ 통화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당연히 호감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비록 전화상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이별도 하면서 정말이지 할 건 다 했다. 학교에서 혼났던 일이나 친구와 다툰 일 등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실제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나누고 싶었던 것은 그들과의 만남이 아니라 '이야기'였다. ”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104,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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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때 매번 똑같은 향수만 뿌리고 나간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연인이 헤어져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과거의 연인이 쓰던 향수 냄새를 맡으면 그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타인에게 자신이 각인되기를 바라는 인간의 미련과 집착이 나는 두려웠다. ”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111,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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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일시정지 되는 컴퓨터 화면 속 동영상처럼 우리의 삶은 이렇게 멈추 는 것이었다. 멈출 수 있는 것이었다. 삶은, 그런 것이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121,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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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선배. 그냥 소설만 잘 쓰면 안 될까? 솔직히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서 소설쓰는 건데, 나는 남들이 하는 거 따라 하는 게 제일 싫은데, 자꾸 나 하고 싶은 대로 못하게 하고 남들 하는 거 괜찮아 보인다고 따라 하라 그러면 나는 소설을 쓰 는 의미가 없어지는데. ”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143,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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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 10/5 다섯 번째 질문_ 10. 경아 11. 통화 12. 요구르트 (147~190쪽)
혜정과 혜정 주변 인물들의 일상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궁상맞고 누추하기까지 하지요. 일이나 생활이 누추하다고 해서 반드시 내면이 누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내면은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반면, 그 사람의 일이나 생활은 한눈에 누추한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때로 우리는 어떤 내면이 누추한 외면을 비집고 나오는 현장을 스쳐가듯 보게 됩니다. 일과 일상에 어떤 틈이 벌어지고, 눈썰미 좋은 사람은 그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는 그런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수학 성적이 최악인 양혜정은 도형에 관한 문제만큼은 잘 풉니다. 폰팅을 하는 남자 중학생은 상대 여중생을 위해 매일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 나가 노래를 연습합니다.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는 연구실 문을 꼭 세 번 두드리고 누가 대답하기 전에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대학원생은 업계 현황과 전망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잡일을 하는 알바생은 위화와 미셸 깽을 읽는 수준 높은 문학 독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잘 알지 못했던 어른스러운, 혹은 고상한 면모를 뒤늦게 발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가까운 사람이라도 좋고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인물이라도 좋습니다.
그리고 10~12장에서 좋았던 문장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밍묭
저는 친한 언니에게 이런 부분을 자주 느끼는데요, 이 언니를 보면 참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였다면 짜증내고 화냈을 일에 이 언니는 그럴 수 있지 내지는 어쩔 수 없지 마인드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에요.
아린
저는 아는 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신데요.
일할때 힘들일만 넘칠 거 같은데.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있다고 하세요. 아이가 응가하면 기저귀 갈아주면서도 쑥쑥 잘크고 있는 거 같다고 기뻐하시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요.
전 일할때 기쁨과 감사가 딱히 크지는 않거든요...
직업군이 뭐랄까
선생님 간호사..이렇게 하면 뭔지 대충 알지만 제 일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데.. 하고 나도 뭔지 딱히 감을 못잡고 또 다음번에도 다시 구구절절 설명해도 다르게 기억하고..
제가 느끼는 제 일은 형태와 실체가 눈에 보이지도 손에 딱 잡히지도 않다 보니 가끔은 현타가 올때도 있어서..
안하면 빵꾸?가 커서 큰 일이지만 일을 완벽히?해야 정상으로 걸과값이 나오는..그래서 열심히 해도 빵빠레가 터지는 건 아니라서요..
전 제 직업에 만족과 보람이 있지만 한순간 한순간 감사와 즐거움이 없는 데.. 그 어린이집 선생님께서는 매일이 아이들과 함께하는게 감사와 즐거움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다니 멋진 인생이구나..싶었어요
김하율
그 어린이집에 보내고싶네요. 그런분들 귀해서 월급 많이 드려야합니다. 그런분들이 진짜 선생님이시죠.
siouxsie
지금은 그만두셨지만, 예전에 피트니스를 청소해 주시던 중년여성/남성분이 계셨어요. 새벽 6시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돈되고 깔끔한 복장과 여유 있는 미소로, 항상 일착으로 피트니스에 오는 진상(문열자마자 그 열고 들어감) 아줌마인 저를 반겨 주셨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들이 청소해 주시는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는 게 좋았어요. 청소하시는 모습도 분주하지 않고 항상 꼿꼿한 자세로 정성스럽게 해 주셨는데 삶의 격을 거기서 느꼈답니다.
새벽서가
예전에 교실에서 항상 까불거리던, 클래스 클라운이었던 학생 한 명이 몸이 편치 않은 아버지, 여럿의 동생을 돌보는 가장이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게 문득 떠오르네요.
장맥주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이었을까요. 아니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까요. 혹은 결핍에서 나온 행동이었을까요. 한 문장짜리 이야기인데 여운이 남습니다.
슝슝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지극히 높았던 그는 배달원에게조차 너무 미안해서 배달 음식은 시켜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심성이 착한 건 맞았으나 저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또다른 그녀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꾸준히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멘토링이라곤 봉사 학점을 위해 학부생 때 참여한 경험밖에 없는 저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외모상 외국물 먹은 날나리인 것처럼 보였던 그는 고전을 원서로 읽는 학구파였습니다. 출퇴근길에 가 방에 넣어서 읽고 다닌다고 했어요. 패션 독서인가 싶었지만 얘기를 나눠보니 깊이 있는 독서가였습니다.
GoHo
결이 조금 다른 순간이겠지만..
운전을 하다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 끝에 어르신이 서 계시길래 앞차들을 보내고 차를 멈췄습니다.
어르신께서 건널목을 건너시면서 잠시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셨습니다.
보통의 경우 걸음이 느리셔서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기 바쁘신데..
그 잠깐의 가볍지만 정중한 인사에서 초라한 듯 소박한 외모에 깊은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기품도 있겠지만 사소한 행동과 태도에서 진짜 기품이 스며져 나오겠구나 생각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외모만으로는 어떤 사람이 얼만한 깊이의 기품을 지니고 살아가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연해
'기품'이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저도 @GoHo 님이 말씀하신 부분과 닮아있는 어르신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해요. 저 연세에 저 행동이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고, '어떤 세월을 거쳐 오셨길래'하면서요.
그리고 저는 나이대를 불문하고, 사시사철 유행따라 멋들어지고 화려하게 외면을 꾸미는 사람들보다는 소박하고 단정하게 자신의 내면을 가꿀 줄 아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더라고요. 같은 옷을 입더라도 청결하고, 가지런하게 자신만의 취향을 고이 간직한 정갈함이 느끼진달까요. 그런 분들과 함께 있으면 저도 같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그렇더라고요.
하느리
알코올중독 수준으로 술을 마시던 지인이 있었어요. 말도 얼마나 거친지 대화 중 욕이 절반인 그런 사람? 가까이 하기에 좀 부담스러워서 가급적 모임을 자제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차를 선물해 줬어요. 몸이 찬 사람한테 좋다며 이름도 모르는 차를 한 통이나 주더라고요. 세상에, 술이 아니라 차를?
알고 봤더니 제 지인은 술뿐만 아니라 차에 관해서도 전문가였습니다. 잎차, 뿌리차, 발효차 등등 다양한 차 종류를 다 꿰고 있더라고요. 차 종류마다 우리기 좋은 온도가 다르다는 것도 지인 덕분에 알았어요. 사람은 참 입체적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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