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김의경님의 대화: 하율 작가님 얼빠셨군요. 얼굴이 제일 중요하죠 ㅎㅎ
믿음 소망 사랑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
GoHo님의 문장 수집: "백 점을 맞은 아이들만 열심히 노력한 건 아닌데.. p172 사실 성적 잘 나온 사람보다 못 나온 사람이 더 힘들고 속상한 건데, 시험 잘 본 애들은 항상 축하와 칭찬을 받고, 시험 못 본 애들은 왜 늘 핀잔과 잔소리만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p172 "
저도 이거 하려고 했어요!!!
김하율님의 대화: 사실 여기에 질문으로 올릴까 했던 이야기를 제가 SNS에 감상후기로 어제 썼는데요.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김혜나 작가님의 이 글을 읽고 여기에도 올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글은 제 습작시절의 이야기인데 다른 분들도 그런 시기가 있으셨을거 같아요. 무언가를 향해 열망을 가지고 달려가던 시기. 그 시절의 에피소드가 듣고 싶습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15년 전 이야기이다. 20대 후반, 나는 막 실직을 한 상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전했던 직장들을 나올 때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라는 이유를 댔다. 그건 진심이었다. 정말 글을 쓰고 싶었고 소설에 대한 열망은 해가 갈수록 뜨거웠으니까. 그 기벽에 가까운 퇴사욕구는 연말이 가까울수록 심해졌다. 습작생이면 누구나 앓았을 신춘문예병이 도지는 시기였던 것이다. 대치동의 논술학원에서 막 퇴사하고 나와서 내가 간 곳은 옥수동과 한남동을 잇는 높은 고갯길에 위치한 고시원이었다. 집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을까. 집에서 가깝지도 않았던 거기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우선 비용이 적절했다. 30만원은 백수에게 큰돈이었지만 몇 달치 월급이 고스란히 통장에 있었다. 반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 동안 아무 생각 말고 소설만 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고시원은 뭐랄까.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떠올리게 했다. 우선 창이 없었다. 창문이 있으면 더 비싸기도 했고 원래 먹방을 좋아했지만 이건 좀 다른 차원의 먹방이었다. 환기가 안 되면 졸리고 졸리면 좁은 침대에 눕게 되고 누우면 자게 되고 자면 꿈을 꾸는데 그 꿈이 늪처럼 자꾸 더 깊은 심연으로 빨려들게 했다. 끈적끈적하고 질척거리는 아주 고약한 꿈을 꾸곤 했다. 그러다 눈을 뜨면 관처럼 좁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상하게 배가 자주 고팠다. 가끔 1층의 돈가스 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지만 하루에 한 끼는 3분 카레로 때웠다. 그 건물의 발코니 격인 공간에는 식탁하나와 밥통, 냉장고, 전자렌인지가 있었는데 밥과 김치는 상시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카레를 데우고 김을 뜯어서 매일 먹었다. (나는 원래 좀처럼 물리지 않는 식성이어서 한 번 꽂히면 반년은 너끈히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 ) 고시원 총무는 분리수거에 진심인 사람이어서 종이 따로 비닐 따로 플라스틱 따로를 엄격하게 규정해 놓았는데 그렇게 한동안 모았다가 버리는지 어느 날 없어지곤 했다. 나의 오뚜기 3분 카레 종이 박스가 날이 갈수록 쌓이는 걸 보면서 마음이 조급해지는 걸 느꼈다. 아마도 고시원 체류 보름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직장에 다닐 적에 느꼈던 소설에 대한 갈증이 답답함으로 빠르게 변하던 시기였다. 작업 속도는 더뎠고 이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어느 날은 내가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허공에 대고 아아 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달 내내 카레를 먹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날도 카레 종이 박스를 하나 더 올리려고 보니 그 옆에 같은 높이로 농심 오징어짬뽕 컵라면이 겹겹이 쌓여있는 걸 보게 되었다. 카레 박스가 하나 쌓이면 오징어짬뽕도 하나 쌓이고 그게 점점 같은 속도로 쌓이는 걸 매일 확인하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될 정도였다. 창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빛이 노란색 박스와 붉은색 용기를 비추던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기억난다. 마치 사진에 찍힌 것처럼. 두 개가 나란히 쌓여가는 걸 보며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시절 내 외로움을 위로 했던 게 나는 오징어짬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처럼 매일 컵라면을 먹으면서 견디고 있구나. 그게 무엇이 되었건 꿈을 위해 견디며 가고 있구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를 읽으며 그때의 나를 떠올렸다. 문예창작과를 나와 소설을 쓰고 싶지만 매일 먹고 사는 문제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혜정의 모습이 그 시절 나와 닮아 있다. 그 때 나의 고시원행을 두고 어느 세월에 그게 되겠냐며 비웃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후로 등단을 했고 책을 냈고 작가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느리지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20대 중반 혜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혜정에게 말해 주고 싶다. 간절히 원하면 그 일은 이루어진다고, 그러니 견디라고. 지금의 나에게도 다시 필요한 말이다.
교사가 되고 싶었던 시절.. 편의점에서 알바를 꽤나 오래 했는데.. 근처 멀지 않은 곳에 여중.여고가 있었습니다. 사춘기 고만한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대하는 것과 달리 교생과 편의점 언니에게는 매우 붙임성이 좋습니다. 당시는 아직 교생 전.. 그저 낯모르는 편의점 언니였건만.. 아이들은 잠시 잠깐 들른 짬에도 학교에 한 둘씩 계시는 미친개 이야기를 비롯 하나 둘 속마음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저는 열심히 들어주고 동조해 주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교사가 되면 꼭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알바를 해야지..'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재잘거리며 광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뻤고 후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그렇게 다가와 주면 좋겠다 싶어서.. 근데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교사는 투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제가 그 꿈을 접게 되리라는 것도요.. 지금은 다른 길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아이와는 투닥투닥 하면서요..^^; p.s 저는 한식이었습니다. 밥 한 수저에 '볶은'김치 한쪽. 주머니 사정에 따라 1/4쪽도 너끈히 물리지 않고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궁상스럽게 열심히 살았었네요..ㅎ
김하율님의 대화: 사실 여기에 질문으로 올릴까 했던 이야기를 제가 SNS에 감상후기로 어제 썼는데요.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김혜나 작가님의 이 글을 읽고 여기에도 올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글은 제 습작시절의 이야기인데 다른 분들도 그런 시기가 있으셨을거 같아요. 무언가를 향해 열망을 가지고 달려가던 시기. 그 시절의 에피소드가 듣고 싶습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15년 전 이야기이다. 20대 후반, 나는 막 실직을 한 상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전했던 직장들을 나올 때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라는 이유를 댔다. 그건 진심이었다. 정말 글을 쓰고 싶었고 소설에 대한 열망은 해가 갈수록 뜨거웠으니까. 그 기벽에 가까운 퇴사욕구는 연말이 가까울수록 심해졌다. 습작생이면 누구나 앓았을 신춘문예병이 도지는 시기였던 것이다. 대치동의 논술학원에서 막 퇴사하고 나와서 내가 간 곳은 옥수동과 한남동을 잇는 높은 고갯길에 위치한 고시원이었다. 집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을까. 집에서 가깝지도 않았던 거기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우선 비용이 적절했다. 30만원은 백수에게 큰돈이었지만 몇 달치 월급이 고스란히 통장에 있었다. 반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 동안 아무 생각 말고 소설만 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고시원은 뭐랄까.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떠올리게 했다. 우선 창이 없었다. 창문이 있으면 더 비싸기도 했고 원래 먹방을 좋아했지만 이건 좀 다른 차원의 먹방이었다. 환기가 안 되면 졸리고 졸리면 좁은 침대에 눕게 되고 누우면 자게 되고 자면 꿈을 꾸는데 그 꿈이 늪처럼 자꾸 더 깊은 심연으로 빨려들게 했다. 끈적끈적하고 질척거리는 아주 고약한 꿈을 꾸곤 했다. 그러다 눈을 뜨면 관처럼 좁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상하게 배가 자주 고팠다. 가끔 1층의 돈가스 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지만 하루에 한 끼는 3분 카레로 때웠다. 그 건물의 발코니 격인 공간에는 식탁하나와 밥통, 냉장고, 전자렌인지가 있었는데 밥과 김치는 상시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카레를 데우고 김을 뜯어서 매일 먹었다. (나는 원래 좀처럼 물리지 않는 식성이어서 한 번 꽂히면 반년은 너끈히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 ) 고시원 총무는 분리수거에 진심인 사람이어서 종이 따로 비닐 따로 플라스틱 따로를 엄격하게 규정해 놓았는데 그렇게 한동안 모았다가 버리는지 어느 날 없어지곤 했다. 나의 오뚜기 3분 카레 종이 박스가 날이 갈수록 쌓이는 걸 보면서 마음이 조급해지는 걸 느꼈다. 아마도 고시원 체류 보름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직장에 다닐 적에 느꼈던 소설에 대한 갈증이 답답함으로 빠르게 변하던 시기였다. 작업 속도는 더뎠고 이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어느 날은 내가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허공에 대고 아아 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달 내내 카레를 먹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날도 카레 종이 박스를 하나 더 올리려고 보니 그 옆에 같은 높이로 농심 오징어짬뽕 컵라면이 겹겹이 쌓여있는 걸 보게 되었다. 카레 박스가 하나 쌓이면 오징어짬뽕도 하나 쌓이고 그게 점점 같은 속도로 쌓이는 걸 매일 확인하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될 정도였다. 창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빛이 노란색 박스와 붉은색 용기를 비추던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기억난다. 마치 사진에 찍힌 것처럼. 두 개가 나란히 쌓여가는 걸 보며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시절 내 외로움을 위로 했던 게 나는 오징어짬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처럼 매일 컵라면을 먹으면서 견디고 있구나. 그게 무엇이 되었건 꿈을 위해 견디며 가고 있구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를 읽으며 그때의 나를 떠올렸다. 문예창작과를 나와 소설을 쓰고 싶지만 매일 먹고 사는 문제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혜정의 모습이 그 시절 나와 닮아 있다. 그 때 나의 고시원행을 두고 어느 세월에 그게 되겠냐며 비웃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후로 등단을 했고 책을 냈고 작가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느리지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20대 중반 혜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혜정에게 말해 주고 싶다. 간절히 원하면 그 일은 이루어진다고, 그러니 견디라고. 지금의 나에게도 다시 필요한 말이다.
느리지만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작가도 작가지망생도 각자의 레이스를 외롭게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은 험해도 발걸음만은 경쾌하게 내딛을 수 있길요^^
여랑님의 대화: 아, 저도 전자책으로 보면서 응? 했는데 그게 혜정의 습작 소설이군요. 저는 트라우마를 일으킨 대상들을 소재화해서 소설 속에 갈아넣어봤어요. 맛있는 요리를 하는데는 경험이라는 육수가 필요하지 뭐 이런 마음으로요. 만족스럽게 쓰고 나니 트라우마가 좀 치유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는 제가 겪은 몇몇 불쾌한 경험들로 초단편을 쓴 적이 있어요. 층간소음이라든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걸 욕하는 마을 주민이라든가. 어떻게 복수해야 하나 하는 공상을 하다가 소설을 쓰니까 마음이 풀리는 효과는 있더라고요. 글이 빨리 써지기도 하고요. ^^;;;
아린님의 대화: 어떤 것들은 숨긴다는게 어려운거 같아요. 어렸을때는 숨기려고 애썼던거 같은데.. 거기서 개의치않게 되는것이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 더 내가 편해지는 거라는 걸 알게 됬어요. 하지만 머리와 마음은 따로 논다는게 문제긴 하네요.
저는 제 안에 아주 계산적이고 치사한 면모가 있어요. 남들이 그걸 알게 되면 저를 싫어할까봐 꾹꾹 숨겨 놓는데, 가끔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굉장히 부끄러워요.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도 되니까 그런 면은 계속 숨기고 싶네요. ^^
김하율님의 대화: 저는 제 첫책인 <어쩌다 가족>의 뒤에 실린 서영인 선생님 해설을 읽고 콧끝이 찡했던 기억이 납니다. 꿈보다 해몽은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내가 이렇게 잘 썼단말인가! 평론가와 시인은 노아의 방주에 꼭 들어가야할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도 방주에 태워주세요. ^^;;; 방주에 전기 안 들어오면 딱히 할 것도 없을 텐데 소설이나 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GoHo님의 대화: 예술적 승화라기 보다는 활동? ㅎ 암흑기에 자취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초상화 화실이 있어서 정말 푹 빠져서 살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퇴근하면 화실에만 박혀서 살았던.. 당시.. 제 기준으로 상당히~ 잘 그렸습니다~ㅎㅎ 제.기.준.으.로..^^; 가장 걸작은 유성 흑백으로 그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봉을 들고 묵상하는 모습인데.. 화방에 액자를 맡겼다가 그 화방에서 떼먹는 바람에 영영 그림을 잃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속상합니다. 오리발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더라구요.. 불행과 고통에서 다시 더 긴 아픔을 얻었다는 슬픈 전설.. ㅜ.ㅠ
아이고. 제가 @GoHo 님께 위로의 선물로 드리려고 MS 코파일럿에게 카라얀이 지휘봉 들고 묵상하는 모습을 흑백으로 그려달라고 했더니 이런 걸 내놓네요. 카라얀이 누군지 모르나...
김하율님의 대화: 사실 여기에 질문으로 올릴까 했던 이야기를 제가 SNS에 감상후기로 어제 썼는데요.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김혜나 작가님의 이 글을 읽고 여기에도 올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글은 제 습작시절의 이야기인데 다른 분들도 그런 시기가 있으셨을거 같아요. 무언가를 향해 열망을 가지고 달려가던 시기. 그 시절의 에피소드가 듣고 싶습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15년 전 이야기이다. 20대 후반, 나는 막 실직을 한 상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전했던 직장들을 나올 때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라는 이유를 댔다. 그건 진심이었다. 정말 글을 쓰고 싶었고 소설에 대한 열망은 해가 갈수록 뜨거웠으니까. 그 기벽에 가까운 퇴사욕구는 연말이 가까울수록 심해졌다. 습작생이면 누구나 앓았을 신춘문예병이 도지는 시기였던 것이다. 대치동의 논술학원에서 막 퇴사하고 나와서 내가 간 곳은 옥수동과 한남동을 잇는 높은 고갯길에 위치한 고시원이었다. 집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을까. 집에서 가깝지도 않았던 거기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우선 비용이 적절했다. 30만원은 백수에게 큰돈이었지만 몇 달치 월급이 고스란히 통장에 있었다. 반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 동안 아무 생각 말고 소설만 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고시원은 뭐랄까.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떠올리게 했다. 우선 창이 없었다. 창문이 있으면 더 비싸기도 했고 원래 먹방을 좋아했지만 이건 좀 다른 차원의 먹방이었다. 환기가 안 되면 졸리고 졸리면 좁은 침대에 눕게 되고 누우면 자게 되고 자면 꿈을 꾸는데 그 꿈이 늪처럼 자꾸 더 깊은 심연으로 빨려들게 했다. 끈적끈적하고 질척거리는 아주 고약한 꿈을 꾸곤 했다. 그러다 눈을 뜨면 관처럼 좁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상하게 배가 자주 고팠다. 가끔 1층의 돈가스 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지만 하루에 한 끼는 3분 카레로 때웠다. 그 건물의 발코니 격인 공간에는 식탁하나와 밥통, 냉장고, 전자렌인지가 있었는데 밥과 김치는 상시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카레를 데우고 김을 뜯어서 매일 먹었다. (나는 원래 좀처럼 물리지 않는 식성이어서 한 번 꽂히면 반년은 너끈히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 ) 고시원 총무는 분리수거에 진심인 사람이어서 종이 따로 비닐 따로 플라스틱 따로를 엄격하게 규정해 놓았는데 그렇게 한동안 모았다가 버리는지 어느 날 없어지곤 했다. 나의 오뚜기 3분 카레 종이 박스가 날이 갈수록 쌓이는 걸 보면서 마음이 조급해지는 걸 느꼈다. 아마도 고시원 체류 보름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직장에 다닐 적에 느꼈던 소설에 대한 갈증이 답답함으로 빠르게 변하던 시기였다. 작업 속도는 더뎠고 이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어느 날은 내가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허공에 대고 아아 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달 내내 카레를 먹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날도 카레 종이 박스를 하나 더 올리려고 보니 그 옆에 같은 높이로 농심 오징어짬뽕 컵라면이 겹겹이 쌓여있는 걸 보게 되었다. 카레 박스가 하나 쌓이면 오징어짬뽕도 하나 쌓이고 그게 점점 같은 속도로 쌓이는 걸 매일 확인하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될 정도였다. 창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빛이 노란색 박스와 붉은색 용기를 비추던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기억난다. 마치 사진에 찍힌 것처럼. 두 개가 나란히 쌓여가는 걸 보며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시절 내 외로움을 위로 했던 게 나는 오징어짬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처럼 매일 컵라면을 먹으면서 견디고 있구나. 그게 무엇이 되었건 꿈을 위해 견디며 가고 있구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를 읽으며 그때의 나를 떠올렸다. 문예창작과를 나와 소설을 쓰고 싶지만 매일 먹고 사는 문제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혜정의 모습이 그 시절 나와 닮아 있다. 그 때 나의 고시원행을 두고 어느 세월에 그게 되겠냐며 비웃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후로 등단을 했고 책을 냈고 작가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느리지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20대 중반 혜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혜정에게 말해 주고 싶다. 간절히 원하면 그 일은 이루어진다고, 그러니 견디라고. 지금의 나에게도 다시 필요한 말이다.
아... 읽으면서 제가 다 먹먹해집니다. 고시원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갔을 오뚜기 3분 카레 종이 박스와 오징어짬뽕 컵라면이 서로의 외로움을 잔잔히 위로해 주고 있었네요. 무언가를 오랫동안 준비한다는 건 정말 어렵고, 외롭고, 고단한 일 같습니다. 고립된 환경일수록 그 강도가 더 세게 와닿는 것 같고요. 속도에 맞춰 읽느라 아직 이 책을 완독하지는 못 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은 그전보다 더 깊이, 제대로 읽고 싶어졌어요.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느리지만 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콕 들어옵니다. 소설 속 혜정이도 마찬가지였군요. @김혜나 작가님의 습작시절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해주신 @김하율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제가 매일 들어와서 댓글 다 읽고 있는데 바빠서 답글 하나하나 쓰지는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ㅜㅜ 이틀 전 남긴 글에 다들 공감해주시고 같이 울어주시다니 저도 또 감동의 눈물이 흑흑... 저는 오늘 청주에 있는 스마트브루어리에서 제 신작 산문집 《술 맛 멋》 소개하고 왔습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보드카 무심을 마시며 학부생 시절 무심천에서 눈물 떨구고 위로받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문집 읽어보시면 저의 이십대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읽어보실 수 있으니 이 책도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층간소음 이야기 남겨주신 것을 보고는 소설 앤솔러지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도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 실린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가 층간소음 속에 요가하는 인물의 이야기라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술 맛 멋오늘의작가상·수림문학상 수상 소설가 김혜나의 우리 술 에세이. 여러 나라의 술을 벗 삼아 소설을 써왔던 작가는 문득 '속초의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지역 전통주 '동해소주'를 사 와 술상을 차린다. 바다를 머금은 동해소주 한 모금에 우리 술의 매력에 빠지게 된 작가는 본격적으로 우리 술을 찾아 나선다.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여섯 명의 소설가―김이설 김혜나 박생강 박주영 정지향 최정화는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를 통해 요가가 스며든 일상으로부터 파생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동시대적 문제에서 발화한 현재형의 소설들을 가장 첨예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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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님의 대화: 우와 저랑 진짜 비슷한 경험이예요. 제가 신혼을 빌라에서 살았는데 앞집에 살고계신 여자분이 은행원으로 알고있거든요. 이제 7살? 초등학교1학년?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렇게 아침6시만되면 소리소리를 질러가면서 죽네마네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는 거예요 가끔 만나뵐때는 진짜 조곤조곤 인사하시는 분이신데...대각선 층간소음인가?싶었을 정도였어요 진짜 윗집 아저씨는 대한항공 다니시고 와이프 안계시고 성인 아들 2명과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계셨는데 새벽1시에 화장실에서 갑자기 목공을 하시지않나, 아들놈들은 새벽까지 집에서 파티를 열지않나, 술쳐먹고 새벽에 저희집 벨을 누르지 않나, 고양이들이 새벽에 와다ㅏㄷ다다다다닫ㄱㄱㄱㄱ 거리는데 이 곳에서 만4년을 버티고 이사갔습니다 지금 너무 살기좋아요 ㅋㅋㅋ
정말 이럴 때 보면 '보이는 게 다가 아니구나' 싶어요. 저도 층간소음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전혀 다른 이면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스산함이란. 밖에서 만나면 예의 바르고 좋은 사람인데, 내밀한 공간에서 돌변하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래서 층간소음 분쟁도 관리실에서 막상 찾아가 벨을 누르면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발뺌을 하더라고...(그럼 도대체 누구냐고요) 아니 근데, 새벽 1시에 목공에, 파티에, 남의 집 벨은 또 왜 누른답니까(왜구래 진짜ㅠㅠ). 그래도 지금 살고 계신 곳은 살기 좋다니,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장맥주님의 대화: 오, 그런가요? 공포소설에 도전해볼까요? ㅋㅋㅋㅋㅋ 재능이 있는 걸까요?
저는 좋아하는 것이든 싫어하는 것이든 그 이유가 구체적일수록 좋거든요. 특히 싫어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요목조목 묘사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 이야기가 또 그렇게 재미있어요. 어떨 때는 설득당하기도 합니다. '어? 나도 저건 좀 싫었던 것 같은데?'하고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공포물에 대한 작가님의 구체적인 싫음(ㅋ)이 좋았고, 그런 의미에서 공포소설을 쓰셔도 기가 막히게 잘 쓰시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팬심을 가득 담은 마음을 풀어봅니다. 그리고 전에 작가님이 해주셨던 말씀 중에 이 말씀이 너무 좋아 당시에 '메모'해뒀었는데요. "예전에 전건우 작가님과 만났을 때 전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공포소설가 중에서 무서운 걸 아주 즐기는 사람이 있고 무서운 걸 너무 겁내서 못 보는 사람이 있다고. 저는 전자도 이해가 가지만 후자도 이해가 잘 됩니다. 어찌 보면 무서운 걸 못 보는 사람이 무섭다는 게 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공포소설을 가장 잘 쓸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맥락이라면 제가 후자라 공포소설을 잘 써야 하는데, 저는 공포소설 자체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쓰지 못할 것 같고(엄두도 안 나고요), 작가님은 재능이 충만한신 것 같다고 감히 말씀드려봅니다. (아 이 답글 너무 달고 싶었어요. 휴, 이제 자야지) https://youtu.be/qFRTcw-bhRA?feature=shared
장맥주님의 대화: ● 9/26 두 번째 질문의 두 번째 질문_ 지영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혜정’과 학교는 굉장히 상극이기에 그가 학교를 일자리로 선택한 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혜정이 일하는 내내,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감이 형성되는 것도 같았고요. 일터인 대학이 혜정에게 어떻게 폭력적으로 작동하는지에 유의하며 읽기도 했어요. 특히나 혜정의 기억 속 학교는 대체적으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데요. 학생과 교사 사이에 오간 폭력 앞에서 제가 경험한 학교, 학내에서의 폭력적인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여러분이 경험한 학교 내에서의 폭력은 어땠는지, 또 그게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실제로 학교 폭력 피해자였는데요, 지금은 가해자들의 사과를 받아서 괜찮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예전엔 그 일로 인해 가해자들이 한없이 미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가해자들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 나의 행동에서 잘못된 건 없었는지 상기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장맥주님의 대화: ● 9/29 세 번째 질문_ 4. 회색 5. 쿠페 6. 소설 (51~80쪽)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최영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5장에서는 ‘어쩐지 미셸 우엘벡이나 제임스 설터 아니면 파스칼 키냐르의 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던 사람의 가방에서 윤대녕의 『코카콜라 애인』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여러분이 만약 새로운 사람을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의 가방에 어떤 ‘소설책’이 들어가 있을 때 호감이나 신뢰감, 관심 등을 느낄 것 같나요?> 그리고 4~6장에서 좋았던 문장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제가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요새 책을 읽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아요. 관심사가 같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할 거리가 많아진다는 뜻이니까요!
장맥주님의 대화: ● 10/1 세 번째 질문_ 김하율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이 소설은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실제 브랜드들이 그대로 나오기도 하고 연예인 실명이 거론되기도 하고요. 특히 송중기 나오는 장면에서 이거 실제로 겪으신 건가, 송중기가 진짜 이런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질문이 생각났어요. 누구나 한번쯤 연예인과 개인적인(혼자만의) 접촉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어떤 상황이었는지 궁금하다! 저 같은 경우 스물한살 때 대학로에서 청춘예찬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그때 박해일 씨가 주인공이었거든요. 무명 때였어요. (25년전) 그런데 그때도 그분은 빛이 나더군요. 그래서 스탭한테 연락처를 따려고(?) 했는데 여친이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연락처를 받았더라면 그와 어떤 인연이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박해일씨 나오는 영화를 볼 때면 종종 생각합니다. (덕분에 그 연극의 다른 스탭과 사귀었다는…)
저는 뮤지컬을 자주 보는데, 코로나 이후로 뜸하긴 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배우들과 퇴근길 (공연 후 배우와 관객의 만남) 만남을 자주 갖곤 했어요. 그때 배우들이 공연 후에 지치지만 관객들과 웃으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과 감동...이 몰려오곤 했답니다 ㅎ
장맥주님의 대화: ● 10/2 네 번째 질문_ 7. 쳇바퀴 8. 달팽이 9. 소재 (81~136쪽) 저는 ‘수도 없이 정학을 받고, 가출을 하고, 가출했다가 돌아오면 다시 정학을 받’는(7장) 어린 혜정의 행동을 칭찬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 왜 그렇게 혼자 못 튀어서 안달이야?”라며 그런 혜정을 때리는 학생 주임이나 아버지의 편을 들 수도 없었어요. 일단 그들의 분석이 잘못되었습니다. 혜정은 학생주임의 말처럼 튀지 못해 안달인 아이도 아니었고, 아버지의 생각처럼 객기나 반항을 부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혜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녀 자신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문제적인 지점은 이겁니다. ‘남들과 다르다.’ 모가 나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모가 났는데, 그 모서리를 숨기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학교에서 배우며, 그 과정을 사회하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숨기고 사는 모서리가 있나요? 남들과 다른 생각도 좋고, 성격이나 취향도 좋습니다. 그 모서리를 숨길 수 있게 된 것은 언제였나요? 혹은 여전히 숨기지 못하시나요? 그 모서리를 숨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그리고 7~9장에서 좋았던 문장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모서리'라는 단어가 참 좋은 것 같네요! 저는 지금은 이직했지만 예전 회사 출퇴근길에 제 모서리의 존재를 많이 느꼈습니다...ㅎ 그래도 남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옥철에선 그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악마만 남아있더라고요... 저는 제가 이렇게 악한 사람인지 몰랐어요ㅋㅋㅋㅋ 퇴사해서 정말 다행이ㄷ...
장맥주님의 대화: ● 10/2 네 번째 질문의 두 번째 질문_ 김의경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소설에는 혜정의 습작 소설이 등장하는데요, 혜정은 외도하는 아버지 때문에 절망하거나 슬퍼하기보다 그마저도 소재로 삼아 소설을 씁니다. 여러분은 개인적인 불행이나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경험이 있나요? 예술적 승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른스럽게 극복한 경험이 있나요? (전자책으로 보시는 분들은 조금 헷갈리실 수도 있겠어요. 8장 전체가 혜정의 소설입니다. 종이책에서는 폰트가 다르게 인쇄되어 있어요.)
두 번째 질문의 답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게 피해를 받고 난 후에 제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어요. 하루 끝에 항상 내 행동과 언행이 어땠는지 복기하는 시간을 가지죠. 가해자 친구들이 그 당시에 어렸어서 저에 대한 불만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발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그리고 책에서 이 부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아릿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었어요.
김혜나님의 대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10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이번 주 월요일에 잠시 한국에 방문했어요. 그래서 지난 나흘간 친구 부부와 함께 속초를 여행하고 지금은 서울 본가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남겨주신 질문과 댓글을 읽어보니 저의 10대와 20대 시절의 일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지금 한국에 놀러 온 절친도 제가 20살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요. 그 시절 저는 학부를 졸업하고 휴대폰을 없앤 채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알바하고 소설만 쓰면서 지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머니 댁에 전화기가 있어서, 친구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어머니에게 저를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친구가 저에게 물었어요. 왜 휴대전화까지 없앤 채 소설을 써야 하느냐고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빨리 소설 써서 등단하고 책이 나와야 너도 내가 쓴 소설 한번 읽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그러자 친구가 다시 말했습니다. "너랑 만나지 못하고, 너랑 통화도 못하면서까지 내가 읽어볼 그 소설이 내 삶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라고요. 그때 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소설이라는 게 대체 이 삶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오래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지금도 그 답을 알 수는 없지만, 답을 알지 못하기에 계속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너랑 만나지 못하고, 너랑 통화도 못하면서까지 내가 읽어볼 그 소설이 내 삶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라니... 이런 친구라면 소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겠어요ㅠㅠ
장맥주님의 대화: ● 10/5 다섯 번째 질문_ 10. 경아 11. 통화 12. 요구르트 (147~190쪽) 혜정과 혜정 주변 인물들의 일상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궁상맞고 누추하기까지 하지요. 일이나 생활이 누추하다고 해서 반드시 내면이 누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내면은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반면, 그 사람의 일이나 생활은 한눈에 누추한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때로 우리는 어떤 내면이 누추한 외면을 비집고 나오는 현장을 스쳐가듯 보게 됩니다. 일과 일상에 어떤 틈이 벌어지고, 눈썰미 좋은 사람은 그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는 그런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수학 성적이 최악인 양혜정은 도형에 관한 문제만큼은 잘 풉니다. 폰팅을 하는 남자 중학생은 상대 여중생을 위해 매일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 나가 노래를 연습합니다.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는 연구실 문을 꼭 세 번 두드리고 누가 대답하기 전에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대학원생은 업계 현황과 전망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잡일을 하는 알바생은 위화와 미셸 깽을 읽는 수준 높은 문학 독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잘 알지 못했던 어른스러운, 혹은 고상한 면모를 뒤늦게 발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가까운 사람이라도 좋고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인물이라도 좋습니다. 그리고 10~12장에서 좋았던 문장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저는 친한 언니에게 이런 부분을 자주 느끼는데요, 이 언니를 보면 참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였다면 짜증내고 화냈을 일에 이 언니는 그럴 수 있지 내지는 어쩔 수 없지 마인드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에요.
김혜나님의 대화: 제가 매일 들어와서 댓글 다 읽고 있는데 바빠서 답글 하나하나 쓰지는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ㅜㅜ 이틀 전 남긴 글에 다들 공감해주시고 같이 울어주시다니 저도 또 감동의 눈물이 흑흑... 저는 오늘 청주에 있는 스마트브루어리에서 제 신작 산문집 《술 맛 멋》 소개하고 왔습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보드카 무심을 마시며 학부생 시절 무심천에서 눈물 떨구고 위로받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문집 읽어보시면 저의 이십대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읽어보실 수 있으니 이 책도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층간소음 이야기 남겨주신 것을 보고는 소설 앤솔러지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도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 실린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가 층간소음 속에 요가하는 인물의 이야기라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장해 두었다가 꼭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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