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님의 대화: 한 사람의 독자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장치를 파악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혹은, 그러한 독서만이 정답일까요? 처음에는 오독으로 시작해 재미를 느끼고, 재독을 하면서 의미를 파악하는 건 잘못된 읽기일까요? 저는 그냥 스타일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문학 작품을 읽는 최초의 경험이 시험이라는 절차와 깊이 연계가 되어 있다보니, 많은 분들이 정확한 읽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책읽기도 사실 재미를 위한 하나의 취미일 뿐인데...
아무튼, 재밌다면 OK입니다!!
평론가님 말씀을 읽다 보니 문학평론가 힐리스 밀러의 '모든 독서는 오독'이라는 문장도 떠오르는데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게 우리는 책뿐만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해서도 오독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오래 알아왔던 사람이라 해도, 사람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시기에 유독 자주 사용하는 낱말들이 있잖아요? 그 낱말들을 통해 지금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그 사람에게서 발화되는 모든 말들이 타인이 그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여기서 맹점은 타인이 그에게서 보는 것들이 일시적인 발화인지, 지속적인 발화인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오독할 확률이 높이 지기도 한다는 모순?
그런 의미에서 책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는 사람의 환경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고, 이해하는 폭이 다를 테니. 그 책을 오독할 수도 있고, 그 작가의 의도를 오독할 수도 있고. 그래서 정답은 없고. 결론은 평론가님 말씀처럼 스타일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