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님의 대화: 저는 우선 소설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한국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과 결이 닮은 책이 등장하면 호감이 배가 될 것 같아요. 평소 비호감으로 생각했던 사람도 책 취향이 닮아있다는 걸 알고 나면 뾰족했던 마음이 조금은 동글동글해지지 않을까(다만 이건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질문에서 살짝 샛길로 빠져서 이야기 하나 풀어보자면요.
제가 종종 나가는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있는데요. 그곳은 규모도 워낙 크고 회원 수도 많아서 참석 인원에 맞춰 조를 나누고 자유도서로 진행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 종종 지정도서로 모임이 열리기도 하죠. 운영진만 열 수 있는 건 아니고, 회원들이 '이 책으로 열고 싶다'싶을 때 자유롭게 열곤 합니다.
한 번은 『표백』이 지정도서로 선정된 적도 있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격하게 반응했더랬죠. 하지만 그날의 모임은 저에게 하나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호불호의 반응에서 불호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인데요. 뭔가 반박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꾹꾹 참고 돌아왔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을 누군가가 비난하는 걸 듣고 있기 힘들더라고요.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었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근거도 없어 보였어요. 작품이 싫을 수는 있지만, 싫으면 싫은 이유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그냥 싫어', '그냥 좀 별로'라는 이유는 그 말을 하는 그대야 말로 '별로'라서요. 어쩌면 제가 아직 그만큼 유연한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꽤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면, 저는 저와 닮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제가 좋아하는 책을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더 호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싫어하는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너무 당연한 말인가요, 허허허).
그리고 회원분들이 모임 카페에 책과 관련된 글도 종종 올리세요(서평이나 칼럼 등 자유롭게). 마찬가지로 제가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글의 주제로 등장하면 정말 정말 반가워요. 댓글도 한없이 길어집니다(바로 지금처럼). 유명한 책이 아닐수록 내적 친밀감도 더 높아지고요.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셨을까부터 시작해서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길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