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저는 친한 언니에게 이런 부분을 자주 느끼는데요, 이 언니를 보면 참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였다면 짜증내고 화냈을 일에 이 언니는 그럴 수 있지 내지는 어쩔 수 없지 마인드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에요.
저는 아는 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신데요. 일할때 힘들일만 넘칠 거 같은데.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있다고 하세요. 아이가 응가하면 기저귀 갈아주면서도 쑥쑥 잘크고 있는 거 같다고 기뻐하시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요. 전 일할때 기쁨과 감사가 딱히 크지는 않거든요... 직업군이 뭐랄까 선생님 간호사..이렇게 하면 뭔지 대충 알지만 제 일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데.. 하고 나도 뭔지 딱히 감을 못잡고 또 다음번에도 다시 구구절절 설명해도 다르게 기억하고.. 제가 느끼는 제 일은 형태와 실체가 눈에 보이지도 손에 딱 잡히지도 않다 보니 가끔은 현타가 올때도 있어서.. 안하면 빵꾸?가 커서 큰 일이지만 일을 완벽히?해야 정상으로 걸과값이 나오는..그래서 열심히 해도 빵빠레가 터지는 건 아니라서요.. 전 제 직업에 만족과 보람이 있지만 한순간 한순간 감사와 즐거움이 없는 데.. 그 어린이집 선생님께서는 매일이 아이들과 함께하는게 감사와 즐거움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다니 멋진 인생이구나..싶었어요
그 어린이집에 보내고싶네요. 그런분들 귀해서 월급 많이 드려야합니다. 그런분들이 진짜 선생님이시죠.
지금은 그만두셨지만, 예전에 피트니스를 청소해 주시던 중년여성/남성분이 계셨어요. 새벽 6시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돈되고 깔끔한 복장과 여유 있는 미소로, 항상 일착으로 피트니스에 오는 진상(문열자마자 그 열고 들어감) 아줌마인 저를 반겨 주셨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들이 청소해 주시는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는 게 좋았어요. 청소하시는 모습도 분주하지 않고 항상 꼿꼿한 자세로 정성스럽게 해 주셨는데 삶의 격을 거기서 느꼈답니다.
예전에 교실에서 항상 까불거리던, 클래스 클라운이었던 학생 한 명이 몸이 편치 않은 아버지, 여럿의 동생을 돌보는 가장이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게 문득 떠오르네요.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이었을까요. 아니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까요. 혹은 결핍에서 나온 행동이었을까요. 한 문장짜리 이야기인데 여운이 남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지극히 높았던 그는 배달원에게조차 너무 미안해서 배달 음식은 시켜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심성이 착한 건 맞았으나 저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또다른 그녀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꾸준히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멘토링이라곤 봉사 학점을 위해 학부생 때 참여한 경험밖에 없는 저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외모상 외국물 먹은 날나리인 것처럼 보였던 그는 고전을 원서로 읽는 학구파였습니다. 출퇴근길에 가방에 넣어서 읽고 다닌다고 했어요. 패션 독서인가 싶었지만 얘기를 나눠보니 깊이 있는 독서가였습니다.
결이 조금 다른 순간이겠지만.. 운전을 하다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 끝에 어르신이 서 계시길래 앞차들을 보내고 차를 멈췄습니다. 어르신께서 건널목을 건너시면서 잠시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셨습니다. 보통의 경우 걸음이 느리셔서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기 바쁘신데.. 그 잠깐의 가볍지만 정중한 인사에서 초라한 듯 소박한 외모에 깊은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기품도 있겠지만 사소한 행동과 태도에서 진짜 기품이 스며져 나오겠구나 생각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외모만으로는 어떤 사람이 얼만한 깊이의 기품을 지니고 살아가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기품'이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저도 @GoHo 님이 말씀하신 부분과 닮아있는 어르신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해요. 저 연세에 저 행동이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고, '어떤 세월을 거쳐 오셨길래'하면서요. 그리고 저는 나이대를 불문하고, 사시사철 유행따라 멋들어지고 화려하게 외면을 꾸미는 사람들보다는 소박하고 단정하게 자신의 내면을 가꿀 줄 아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더라고요. 같은 옷을 입더라도 청결하고, 가지런하게 자신만의 취향을 고이 간직한 정갈함이 느끼진달까요. 그런 분들과 함께 있으면 저도 같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그렇더라고요.
알코올중독 수준으로 술을 마시던 지인이 있었어요. 말도 얼마나 거친지 대화 중 욕이 절반인 그런 사람? 가까이 하기에 좀 부담스러워서 가급적 모임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차를 선물해 줬어요. 몸이 찬 사람한테 좋다며 이름도 모르는 차를 한 통이나 주더라고요. 세상에, 술이 아니라 차를? 알고 봤더니 제 지인은 술뿐만 아니라 차에 관해서도 전문가였습니다. 잎차, 뿌리차, 발효차 등등 다양한 차 종류를 다 꿰고 있더라고요. 차 종류마다 우리기 좋은 온도가 다르다는 것도 지인 덕분에 알았어요. 사람은 참 입체적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을 다시 선물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저는... 나쁜 사람인 거죠...? ㅠ.ㅠ
😱
같이 일하는 동생(남자)이 굉장히 조용조용한 친구라 마음속으로 내성적인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결혼 후 취미생활을 못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어떤 취미생활이냐고 그랬더니 이태원에 가서 술마시거나, 여행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다 같이 어울리는 취미가 사라졌다고 해서 좀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되게 집밖에 안나오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최근에 가장 놀랬던 면모라 적어봅니다
이런 분들이 제법 있으시더라고요. MBTI에서 극 I일 것 같지만 E의 성향을 가진 분들이요. 저는 I처럼 보이고 싶은 E인지라 저런 성향이 그저 부럽습니다😅
조금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5년 넘게 알고지냈지만 워낙 과묵한 친구라 많이 대화를 못나눴는데 이번에 해외출장을 같이 가게 되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그랬더니 저런 취미가 있을줄이야! 저는 I와 E가 딱 반반 있는 것 같아요 나가고도 싶고~ 혼자만 있고 싶기도 하고 아주 널뛰는 기분에 그때그때 해소하느라 어렵습니다ㅎ
그러고 보니 다른 분들의 취미를 듣고 기분 좋게 놀란 적이 여러 번이네요. 딱딱하고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분의 취미가 탱고이고, 따분하고 소심해 보였던 분의 취미는 가야금 연주, 세상 저렇게 외향인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던 분의 취미가 피아노, 일 못해서 내심 속으로 우습게 보던 분은 기타 고수, 내실 없고 어리버리해 보이던 분은 아마추어 권투 선수였습니다.
외향인이지만 낯가림 있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사람들 많은 곳에 가서도 말 한 마디 안 하고 조용히 있다가 오지만, 그렇게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많이 볼 때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고 해요. 저는 낯가림이 없어서 사람들 만나면 굉장히 잘 놀고 실컷 떠들다 오는데요. 그러고 나면 에너지가 방전 돼서 며칠간 집에서 꼼짝도 않고 지내곤 해요 ㅎㅎ 그래서인지 제가 내향인이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저는 남편과 오래전에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는데요, 처음에 저는 남편을 책만 보는 샌님일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너무 온순하고 수줍음을 타고 그랬거든요. 특히나 폭력성은 1도 없는 온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즈음 우연히 남편이 수년 동안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전매력에 반해서 사귀게 되었답니다. 갑자기 야성적인 남자로 보이더군요. 그러고보니 얼굴에도 흉터가 여럿 있더라고요. 주먹으로 하는 운동을 했던 사람과 결혼하면 지옥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길에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슬슬 피해서 도망가는 모습이 저에겐 고상해 보였답니다. 본능과 삶(생활)을 구분하는 모습이요. 물론 철이 든 지금은 격투기는 먹고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김의경 작가님 남편분 이야기 읽다가 저도, 전 팀장님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퇴사하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계신데요. 제가 가장 존경했던 상사였어요. 저는 회사 생활하면서 철칙처럼 여기는 게 가는 사람 안 잡고, (친해지자고) 오는 사람은 막는 편(응?)인데요. 전 팀장님이 그만두신다고 하셨을 때만큼은 진짜...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었는데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 쓰게 웃으며 보내드렸어요(속으로 여러 번 울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다들 붙잡았는데, 저는 오히려 붙잡는 게 죄송스러워서 차마 잡지도 못 하겠더라고요(이 회사에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거든요). 팀장님은 유능하신데, 말수도 없으시고, 일 밖에 모르는 일 바보(?)셨어요. 회사에서 평판도 너무 좋았고, 누구 하나 팀장님 싫다는 분을 못 봤죠. 저랑 종종 차 한 잔 할 때도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씀하셨는데, 나중에 알게 됐죠. 그분이 학창 시절에 격투기 선수를 계속 준비했... 그제서야 팀장님의 체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허허허). 회사 다니면서도 퇴근하고 매일 운동하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운동이 그 운동인지는 몰랐었다죠. 가끔 저랑 농담하실 때, 회사 옥상에 샌드백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씀하셨는데... 농담 아니었나 봐요!!!ㅋㅋㅋ 누구를 저격하는지(공공의 적이 한 분 계십니다)도 알고 있어 더 농담인 줄 알았지만, 농담이 아니었...(쿨럭)
팀장님 매력있으시네요. 격투기하는 사람들은 잔근육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누가봐도 험하게 생긴 사람이면 놀랄일도 없는데 아닐거 같은 사람이 그러면 설레더라고요. 요즘 저는 여자 격투기 선수들에게 빠져있는데 너무 멋져요. 볼때마다 두근두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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