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D-29
아, 다시 하루키의 연애 소설이다. 나와 가장 잘 맞는 문체다. 요즘은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안 읽어 문해력과 상상력이 점점 떨어진다. 거기에 나는 역행하고자 한다.
적어야 진정한 자기 생각이 된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자기 글로 표현해야 진정으로 그 생각이 자기 것이 되어 남한테 온전한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글만 읽어도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긴 한다. 그러나 그 남의 생각들이 속에서 무르익어 진정한 자기 것으로 체화(體化)된 생각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선 자기 생각들을 적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그렇게 되면 남의 생각이라도 자기를 거쳐 그 생각들이 자기 입에서 힘있게 뻗어 나오게 된다. 아니면 마치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글이 생명력을 잃고 무미건조하게 들릴 수 있다. 내 글을 통과한 생각은-실은 남의 생각과 내 사색이 접목된 것이지만-온전한 내 것으로 들리지만, 아닌 것은 어디서 주워들은 걸 다만 내 입을 빌려 내뱉는 것처럼 영혼 없이 들릴 수 있다. 남의 생각을 내 입을 통해 빌린 것은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게 여겨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생각인 양, 그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으로 자기기만으로 생각되어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글을 통과한 자기 말을 들은 상대는 뭔가 일상에선 접하기 쉽지 않은 말을 들은 것으로 나를 다시 인식한다. 나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지경이지만. 자기화된 말은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게 나온다. 빌린 게 아니라 온전한 자기 것이 이미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에게 내 말을 들려주면서도 “아, 이것은 언젠가 내가 글로 쓴 그 내용을 지금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구나.” 하고 새삼 놀라곤 한다. 작가를 포함 누구나 그렇다고 보는데, 나도 글을 쓰는 것보다 확실히 읽는 양이 더 많지만 그래 읽는 내용 중에서 남과의 대화에서 꺼내놓기도 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체화한 내 글로 옮긴 내용에 확실히 힘이 더 많이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게 더 온전한 내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리라. 적는 것이 자기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아니, 안 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적으면서 자기 생각을 정확히 집어넣으려고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고, 혹시나 자기 생각을 읽는 사람이 오해할까, 조사 하나 어미 하나에도 신경 쓰고 시간을 두고 묵힌 다음에 다시 읽으면서-기록은 남는 것이고, 논리, 모순, 통일성, 옆길로 새지는 않는지 이런 건 배제하더라도-자기 글을 좀 떨어져서 차가운 머리로,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읽으면서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推敲)를 거듭하기 때문이리라. 이러니 자기 것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할 지경에 이른다. 일반적으로도 자기 손때가 묻은 것에 애착이 안 갈 수도 없다. 이런 게 자꾸 반복되니까, 역시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경험, 독서, 사유)을 글로 다시 되새김질해야만 진정한 내 생각이 되는 거고, 그게 무위(無爲)하게 표출되어 내 말을 듣는,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어떤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흐리고 불명료한 생각들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점점 말에 군더더기가 빠지면서 가운데 핵만 남는 진정한 내 생각으로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거듭 다듬어진 내 말이, 단 한 줄에 불과하더라도 거기엔 엄청난 함의(含意)가 포함되는 것이리라.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 글이. 내 글을 통해 진정한 내 생각이 창조된다.
이 글은 자기 글처럼 소설 쓰는 사람의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소설 같다.
소설가의 현실과 이상 동시 살기 주인공은 자기에게 맞는 걸 열심히 한다. 깊이 파고 있다. 그러나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그는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고, 실제 또 정상으로 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자나 그걸 지켜보는 인물인 나는 그와 비슷하게 파긴 하지만 절대 현실적인 것을 놓지 못하고 거기에 발을 걸쳐놓고 떼지 못한다. 그런 나는 현실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인공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 이야기 전개가 소설의 주류를 이룬다. 실은, 화자인 나는 그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 한다. 내가 겁이 나서 현실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대리만족으로 주인공을 그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밀어 넣어버리는 것이다. 어둡고 깊은 우물 속으로. 그러나 그는 거기서 아주 편안한 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세상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이상 속에 사는 주인공을 비웃고 비난하지만, 현실을 떨치고 벌떡 일어나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려는 그 주인공을 나만은 존경하고 떠받든다. 그를 우상으로까지 추앙(推仰)한다. 내가 갈 길을 그는 용기를 내서 당당히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실이고 그 주인공은 내 이상인 것이다. 나는 현실에 살지만 실은 이상에 사는 그 주인공처럼 되고 싶은 것이다. 그게 결국 글에서 말하고자 함이다. 누구나가 특히 작가는 이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 고민해 왔다. 자기는 두려워 현실에 발을 더 많이 디디고 있지만 주인공을 이상 쪽으로 더 기울게 해 그 주인공을 통해 내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화자인 나와 주인공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국 하나의 몸이다. 나는 현실을 살면서도 또 하나의 나인 주인공은 내가 생각한 이상을 용기 있게 살고 있다. 이래서 작가를, 현실에선 좀 불편하지만 얼마든지 자기 글을 통해 자기 분신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속에 품고 있는 꿈과 이상을 이루게 함으로써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일컬어지는 것 같다.
모르면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아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 이왕 알려면 완벽하게 전부 알아야 하는데 불완전한 인간인지라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이게 좋을 수도 있다. 잘 모르고 머리가 좀 이상한 사람, “좀 모자라.”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 웃고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젊은이일수록 더 잘 웃는다. 아직은 세상 경험(제약)이 적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희망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아 그런 것이다. 희망(가능성)과 웃음이 사라져간다는 말은 자신과 타인이 만든 틀에 갇혀간다는 말과 같다. 가능성을 얘기하고 실없이 웃고 그러면 타인이 제지하고 그래서 그걸 하는 것에,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세상의 굴레에 얽매여 가는, 철이 들어간다는 말은 상상의 나래가 자꾸 꺾여간다는 말과 같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그 틀이 구성원의 상상력을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 지하철 신입도 처음 들어와 호기심에서 자기 관점에서 지하철에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지하철 인이 아닌 순수한, 아직은 시민의 눈으로 아이디어를 낼 줄 알아 나는 지하철에 물들기 전에 지금 상태에서 개선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른 제안하라고 그들에게 권고한다. 지하철 틀에 우리처럼 갇히기 전에. 전에 매표실 있을 때, ‘표 파는 곳’에서 ‘표 사는 곳’으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내선, 외선, 개표, 집표 이런 말들은 모두 지하철 입장에서만 쓰는 용어들이다. 이들에게 이런 용어들이 아직은 생소할 때. 아이들은 엉뚱하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갑자기 한다. 그게 끝없이 이어진다. 주변 공기나 맥락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은 주변 지식을 모르는, 아직은 사회에 물들지 않아 순수해 그런 것이다. 어른들은 이미 이게 안 되니까 그것 자체를 듣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의 해맑은 생각이 우리를 무장해제 시키기 때문이다. 긴장된 몸과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어느 정숙하고 적막하기만 한 도서관에서, 아이와 엄마가 서가에 들어와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아이가 장소에 구애 없이 “엄마, 나 똥 마려워.”하는 것이다. 주변 지식 없음으로 인한 그 애의 용기로 인해 모처럼 순수한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이 어린이에 의한 이 말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그 애는 거침이 없다. 자기 생각을 제약받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에 갇히고 그것의 지식에 물들면 무식하지 못해 용감해지지 못한다. 고정된 틀에 갇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꼼짝달싹 못 하는 것이다. 자타가 만든 틀에 스스로 갇혀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래, 하는 말이 다 거기서 거기고, 그것의 외부에서 내려다볼 줄을 모른다. 안에서 하는 말만 되풀이한다. 시민의 눈을 잃는다. 상상력이 떨어지고 순수한 웃음이 사라진다. 그 안에서, 자기 생각의 확장에-지식에 의한 걸림돌이 많아- 제약을 받는다.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거기서 나와 전체를 조망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나무뿐 아니라 숲을 볼 줄 아는. 요즘은 검사나 의사 등 전문가들이 자기들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그것이 전부이고 옳은 일인 양 양보할 줄 모르고 자기 고집만 부리는 바람에 지금의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틀에 갇히면 그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알량한 그 지식으로만 모든 현상을 재단하고 평가하려는 틀에 갇힌다. 그게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자기 전공만 제일이라고 생각해 타 분야는 무시하고 저평가한다.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안배하고 조율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그런 스페셜리스트에서 벗어나 제너럴리스트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협의할 줄 아는 능력이 다시 필요한 시대다. 전문 분야를 모두 아우를 줄 아는 자질이.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이 모순일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책을 한 권만 읽으면 위험하다는 말이다. 차라리 백지상태가 낫다. 그래야 덜 위험하고 본인도 행복하다. 책을 한 권만 읽고 모든 걸 판단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한 권을 뛰어넘어 보다 더 많이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이 읽을수록 자신이 뭘 모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아 매사에 늘 겸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벌써 지하철을 생각하면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 빠져 이제 상상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 이미 지하철이라는 틀에 갇혀 버렸다. 더이상 쓰면 그저 그런 글, 뻔한 글이 될 것 같아, 더이상 나가지 못할 것 같아 여기서 멈춰야겠다. 중간에 지하철이라는 말을 괜히 넣었다. 너무 후회된다. 내 용감함을 돌려받고 싶다. 다음엔 내 글에 가능하면 지하철을 넣지 않을 것이다. 내겐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전엔 안 그랬는데 이젠, 내 책 프로필에도 ‘지하철 재직 중’이란 말은 넣지 않는다. 내가 어디 가서 떳떳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인지라 그런 것도 분명 있지만 그 틀에 영영 갇힐 게 두려워 그러는 것이다. 그게 겁이 나서 ‘헤어질 결심’을 미리 해두는 것이다.
내가 점쟁이들을 아주 무시하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그저 한다는 말이 현실에서 잘 살 궁리만 가르쳐 준다는 거다. 다 획일화시키는 주범들이다. 사회적 출세만 부르짖는다.
일본은 파편화되어 있다. 개인주의가 강하다. 한국은 둘이 서로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쓴다. 둘이 그렇게 하다가 배신하면 그가 인간 말종으로 변할 수 있다. 사로 똘똘 뭉친다. 그래 불륜하면 끝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개인주의가 강해 자기 외에 다른 사람에게 자기 얘기를 다 터놓고 말을 안 한다. 그건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 불륜이 많고 그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끝장으로까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루키 글에서 화자는 평범하다. 잘생겼거나 그러지 않고 별로 특이한 게 없다. 그러나 먼저 접근하지 않는데도 여자들이 그 화자에게 달라붙는다. 그러는 특별한 이유도 또 없다. 부러울 따름이다.
내 남은 생(生)과 사(死) 내 인생 목표는 일 년에 한 권씩 출간하는, 내 책에 변하고 고정된 내 생각을 집어넣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책을 누가 볼 것인가는 고려해 넣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 고정되고 변하는 생각을 내가 쓴 책에 계속 집어넣는 일을 하는 것이다. 누가 그것을 볼 것인가에는 신경 쓰지 않고. 글에 집어넣는 그 고정되고 변하는 생각은 아마 내 타고난 기질 때문에 그럴 것이고, 그것은 또한 내 삶의 이력과 독서 편력, 글쓰기로 인한 내 생각의 정리, 그리고 사유(思惟)로 인한 것일 것이다. 이렇게 살다가 나는 생을 마감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가지 소원이라면 나는 내 고정된 생각과 변하는 생각을 내 글에 옮길 수 없다고 판단되는 그 순간에 꾸물거리지 않고 바로 생과 이별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고 싶다. 내 남은 생의 목표 ▶ 1년에 책 한 권씩 내는 것 ▶ 거기에 내 고정되고 변하는 생각을 집어넣는 것 ▶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지체없이 죽는 것
요즘은 흐름을 따라가지거 벅차다. 요즘은 개나 고양이를 안 좋아하면 뭔가 겸함이 있고 심지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세상이다. 큰 흐름이 사람을 옥죄고 있다. 심지어 개를 먹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 것이다. 사실 나는 그양이에게 기분 나쁜 기억밖에 없다. 을씨년스런 날씨에 마치 애가 우는 소리를 내는 고양이가 싫었다. 그리고 시골에서 개끼리 교미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는데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빼지 않았다. 그래 짓꿎은 사람은 그 사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들은 그럼 곧 떨어졌다. 이런 기분 나쁘고 더러운 기억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들을 좋아할 수가 있단 말인가. 좋아해야 하는 지금의 시류가 나를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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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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