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증정] 기묘한 절도와 기묘한 사랑, 기묘한 인생에 관한 책 《예술 도둑》 함께 읽어요

D-29
그렇게 해. 가져가자.
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57,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사실 박물관 보안에는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박물관은 작품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유하기 위해 존재하며 관람객은 거창한 보안 장치의 방해 없이 가능한 한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물관 절도 사건을 거의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작품을 저장고에 넣고 문을 잠근 뒤 무장 경비를 세우면 된다. 하지만 이러면 당연히 박물관도 사라진다. 박물관이 아니라 은행이 된다.
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86,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저는 이 문장이 인상깊었어요. 예술, 개인을 넘어서는 영역의 것으로 확장된 예술과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과 대중의 것으로 돌려주는 일 사이에 절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세 번째 질문! 3장(33쪽)을 보면, 브라이트비저의 범행 동기랄까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주장이 소상히 이어집니다. 그는 "아무리 강렬히 마음을 울리는 작품 앞에 서 있어도 박물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36쪽)고 말하는데요. 여러분도 "강렬히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만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때 따라붙은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정편자부터 답을 하자면... 저는 2010년 여름에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에서 샤갈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요. 예대 안에 속한 미술관이라 그런가 작품과의 거리감도 가깝고 흔히 떠올리는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미술관이 아니어서 그림에 '폭' 안겨 감상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고맙게도(!?) 다른 관람객이 몇 명 찾지 않은 날이었기에 일대일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진짜 '만지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던 기억이 나요. 저는 샤갈을 참말 좋아하거든요... 당연히(?) 만지지는 않았지만, 방에 나와 그림밖에 없고 내가 지금 만져도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브라이트비저가 되기 일보 직전의 순간을 경험했는데요. 실은 생각만 한 건데도 좀 부끄러웠달까요?(수치에 가까운 부끄러움) 그러나 수치룰 느끼기 전의 그 황홀한 감정을 잊지 못합니다. 몇십 분을 그림 앞에 서 있어도 방해받지 않고, 떠밀려가지 않아도 되었던 적이 몇 번 없었기에 참 소중한 기억이에요.
과격하게 들릴 줄은 알지만, 저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그 자리에 묻히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걸 본 걸로 더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과 함께요.
고등학생일 때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충정로역 사이에 위치한 신문사 로비에서 샤갈 전시회가 있었어요. 그 때 처음 실물로 만났던 샤갈의 작품들의 색감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2023년 7월에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에서 상설전을 관람했어요. 반 고흐는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저 또한 반 고흐의 채도 높은 그림들을 실제로 보고 싶은 욕심에 미술관을 찾았어요.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한바탕 오열..하는 일이 생겼는데요. 전시장에서 한 시간 넘게 반 고흐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아몬드 나무>(1890)라는 작품을 만났어요. 주변에 관람객들이 많았지만 잠깐 동안 '반 고흐-아몬드 나무-나'만 남아서 완전히 이어진 기분이 들었어요. 푸른 화면 가득 환희와 희망이 피어나고 있어 눈을 뗄 수 없었죠. 내가 그린 것도 아닌데 벅차올라서 눈물 뚝뚝 흘리며 한참 작품을 바라보다가, 작품 설명을 통해 '남동생 테오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축하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걸 알고 또 울었답니다. <예술 도둑>의 해당 구절을 읽으니, <아몬드 나무>에 다가가 두껍게 발린 유화 물감을 감각해 보고 싶었지만 귀국하지 못할까봐 꾸욱 참았던 기억이 났네요. 대신 저는 기념품샵에 가서 엽서를 여러 장 사 왔답니다! (당연함. 훔칠 수는 없었음.) '브라이트비저가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만약 마음을 먹는다면 이 작품도 슬쩍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
와아 yejin 님 나눠주신 이야기 읽는데 저까지 왈칵 눈물이 나오려고 했어요! 아아 너무나 황홀하네요... (무사히 귀국하셔서 기쁘고요...😆)
와 정말 이런 일이 있네요! 이 정도면 진짜 만져보는 정도로는 안 되겠네요. 브라이트비저도 이랬겠구나 싶고요.
아… 아몬드 나무의 색감은 진짜… 진부하디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예술입니다! 고흐의 작품들은 볼 때마다 화가의 힘들었던 삶이 떠올라서 더 안타깝고 감동이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저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으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가 떠오르네요. 두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들이 커다란 울림을 주었어요. 단순히 아름다움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깊은 감정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달까요. <화양연화>는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고, 영화 포스터나 영화 OST만 들어도 특유의 느리고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기분이 떠오르죠. <큐어>는 사뭇 다릅니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사회의 황폐함을 다룬 공포영화이기 때문일 텐데요. 아,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예측 불가능하게 흐뜨러지고 망가지는지를 톡톡히 실감할 수 있답니다. 사실은 지금 한국 사회를 보는 듯한 기시감도 듭니다. <화양연화>가 떠남과 멀어짐의 애절함을 가득 담았다면, <큐어>는 안정이라곤 찾을 수 없는 사회 속의 혼돈과 난처함을 지독하게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두 편 모두 이견이 없는 걸작이지요. OST를 들으며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릴 때 설레고 황홀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답니다.
저는 유럽과 중미,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 살 기회가 있었고, 어지간한 박물관, 미술관은 모두 간듯 합니다.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올 1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만난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었어요. 정말 한동안 그림 앞에서 떠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 번째 질문> 음…미술작품에 대한 강렬한 개인적 경험… 저는 사피엔스가 자랑하는 길고 긴 예술사에 대한 호기심은 있어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비롯하여 예술과 관련된 책들을 사서 읽곤 합니다. 한편 반면에 살면서 미술관에 간 횟수는 그렇게 많질 않아요. 그리고 고전예술을 전시한 미술관 보다는 현대 미술관이 지금까지는 더 인상 깊었습니다. 아직 제겐 예술에 대한 안목이나 취향 같은 것은 없다고 봅니댜. 따라서 이 책에 등장하는 종류의 미술작품에 얽힌 강렬한 기억은 지금 당장은 떠오르질 않아요… 반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강렬한 경험은 꽤 여러 번 있어요… 폭풍처럼 휩쓸리는 경험, 충격으로 얼어붙는 경험, 흔하디 흔한 그런 표현들 저도 체험해 보았는데…그걸 쓰라면 쓰겠지만…ㅜㅜ 편집자님꼐서 미술 작품에 대한 경험을 물으셨는데…먼가 동문서답만 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헛 전혀 동문서답 아닙니다! 딱히 '미술'에 한정해서 여쭌 건 아니어서 "작품"이라고만 말씀드렸고요. ㅎㅎ 저도 클래식을 (잘 알지는 모르지만) 좋아하는데요. 얼마 전에 폴리니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파리 실황을 씨디플레이어로 들었는데 그때 저도 우주먼지밍 님처럼 "충격으로 얼어붙는" 경험을 했었어요. '아아 이거지...' 싶더라고요. 영원히 듣고 싶었습니다. 귀중한 경험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미술 작품에서는 따로 없는 것 같고, 책을 읽으면서 해당 감정을 느낀 적은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모모>라는 작품을 읽고 굉장히 압도당한 것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위안부 문제를 다룬 동화책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이 마음에 남습니다. 읽은 내내 슬프고 분노가 차오르고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채 가난하고 핍박받던 시절을 맨몸으로 버텨 낸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집필을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때 책에서만 보던 수많은 명화들에 감동받았었어요. 대단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유독 사람들이 몰려있던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모나리자 작품이 걸려있었죠.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실망하기 잠시 모나리자 작품을 보는 순간 그 작은사이즈의 작품이 온 배경을 잡아 먹을 만큼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나를 따라오는 그 모나리자의 시선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미국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열심히 탐험했던 게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이었어요. 교과서나 도록에서나 보던 작품들을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동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오래되고 유명한 작품들도 인상 깊었지만...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미술을 (세간의 편견과는 다른) 굉장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던 Oscar Howe의 작품들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어요. '학살로부터 도망치다' 시리즈와 샤먼들의 춤이 너무 강렬했습니다... 그림 앞에 앉아서 한참을 뒷이야기를 상상했던 기억이 있네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작가들이, 작품들은 얼마나 많을지 상상만으로도 배가 고프고 허기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것을, 강렬한 작품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갈증. 브라이트비저의 마음이 이랬을까? 소장하고 싶은 욕구는 갈증에서 왔을까? 하며 읽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한창 재미나게 읽고 계실까요!? 📣네 번째 질문! 책에는 크게 세 인물이 등장합니다.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 미레유 스텐겔.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분량에서는 아직 엄마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아서 우선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에 집중해볼게요. 실은 두 연인은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앤 캐서린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브라이트비저는 구름 속에 산다고 볼 수 있다. 브라이트비저가 그녀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면 앤 캐서린이 그를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준다."(38쪽) 이렇듯 환상적인 호흡(!?)의 두 콤비 가운데 여러분은 누구와 더 비슷한 성향이신지 궁금해요. 또는 둘 중 누구에게 더 감정 이입을 해서 책을 읽고 계신지도 궁금하고요. 아니면 두 연인을 바라보며 어떤 감상이 드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정편자는 많은 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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