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이 '나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이러려고 한 건 아니었다'라고 각자 생각하는 게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재혁도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던지던 말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큰 트리거가 될 줄 몰랐을 것이고, 대주도 자신이 판 계정이 누군가를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도록 만들 줄 몰랐을 테니까요. 모진이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자기한테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졸지에 하체마비로 살게 됐으니까요. 묘사되는 걸 보면 이정도로 심하진 않더라도 비슷한 일이 많이 있었을 거 같았어요.
친구랑 싸우면 한동안 기분이 더러워져 있어서 괜히 다른 사람한테까지 말투가 날카로워지는 편인데요, 그래서 그런가 먼저 사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욕을 먹은 거면 내가 사과할 필요까지야 없는데 싸우는 순간 나한테도 과실이 생겨버리거든요. 싸운 직후엔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더라도 감정 좀 식히고 난 다음에는 꼭 사과해야 되는 것 같아요.
도봉 청소년 온라인 북클럽(가칭) 1기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읽고 토론해요.
D-29
장한나
정해연
저는 친구와 다툰다음에 먼저 사과하는 친구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왜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일인데 말이에요 조금더 마음을열고 이해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싸웠을때 감정을 식히고 난다음 사과해야한다는 말이 맞는것같아요 이성적으로 그 일을 돌아보는건 중요한거 같습니다
세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어요. 아주 어릴 때 부터 보고 지내던 친구라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었어요. 싸우게 되는 날이면 서로 가장 날카로운 말을 꺼내서 상처를 입히곤 했어요. 물론 몇번의 다툼이 있어야 친해진다고 하지만 그 때 친구와는 정말 죽일듯이 싸웠거든요.. ㅋㅋ 그 친구도 저도 서로 화해하고 또 다시 친하게 지낼거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그 모든 시간들이 마냥 밉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저를 친구도 잘 아는지라 싸울 때는 너 진짜 별 거 아닌 사람인거 알고 있느냐며 말을 꺼내더라고요. 이건 선을 넘었다 생각해서 바로 불쾌함을 드러냈어요. 답이 오지 않았지만 계속 기다렸어요. 원래 이렇게 말할 친구가 아닌데, 지금 생각 정리중이겠구나 를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이 심했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냈어요.
심한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차분히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감성은 사람을 급하게 만든다는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
세인
저는 선덕중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시험 난이도도 꽤 있고, 같은 재단 내 자사고인 선덕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남학생들이 다 오는 학교라 봐도 무방해요, 그런 선덕중에서 친구를 사귈 때 꼭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걔 몇등이더라?”
“걔 공부 잘 해?”
“걔 무슨 학원 다닌다 하지 않았나?”
공부와 성적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이런 기준이 정말 싫었어요. 전 도서부를 하고 있지만 성적이 그다지 높진 않습니다! 도서부는 공부 잘 하고 조용하고 책만 읽는 동아리 이다 라는 인식이 박혀있지만.. 저는 그와 정반대인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인가 도서부에 합격했다는 사실 하나로 성적이 기준이 되는 말들이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를 잘 모르는 아이들은 제가 도서부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듣곤 아 쟨 공부 잘 하나봐 라며 말했습니다. 근데 저 진짜 못하거든요 .
그랬던 저인데, 어느 순간 전학생이 온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습니다. 제 입에서 가장 처음 나온 말은 “전학생 공부 잘 할까?” 였습니다.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정말 나만큼은 성적이 좋은 친구의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느꼈는데 말이죠.. 그랬던 저와 이 챕터 속 재혁이가 너무나도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밈서
그러나 자신도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몸이 떨려왔다. 왜 모지리 쪽으로 혐의를 돌리게 했을까. 그것은 모지리가 제대로 된 변명을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p. 96, 김이환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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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서
성적을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는 재혁을 싫어했지만 자기한테도 비슷한 모습을 찾고 섬뜩해하는 장면이 인상 깊어요. 다들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싫어하던 짓을 한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그런 때의 느낌 기분이 확 느껴졌어요 그래서 많이들 공감하고 이 기분 알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주제가 드러난 부분이라고 느꼈어요
정해연
맞아요 부모님의 어떤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닮아버리는 경우가 있죠.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주의하는 자세가 필요한것 같아요
김서인
목소리들은 그냥 돌아가라고 속삭였다. 그 얘기를 들은 성혁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야! 나는 말을 먹는 귀신을 쫓아내고 말 거야!”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p.213, 김이환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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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인
실제로 말을 먹는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 막말을 하 는 사람들은 많이 존재하잖아요. 이 책에서 성혁이가 말을 먹는 귀신을 떼어내서 앞으로는 막말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굳게 결심하고 실천한 것처럼, 실제로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굳은 의지만 있으면 성혁이처럼 예전 일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명섭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반대로 변하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저도 성혁이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깨닫게 된다면 다들 조심하겠죠. 최근들어 타인의 고통과 상처를 외면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어요. 우리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정명섭
안녕하세요. 취미는 막말, 특기는 악플에서 <말을 먹는 귀신>을 쓴 정명섭 작가입니다. 오늘부터 제 차례라서 질문을 올립니다. 종종 들어올 테니까 질문을 남겨주시면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1-1. <말을 먹는 귀신>을 어떻게 읽었나요? 인상적이었던 인물이나 사건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그 밖에 책 읽으면서 떠올랐던 다른 이야기도 좋습니다. 인상 깊었던 책 속 문장을 아래 문장 수집 기능을 이용해 공유해 주셔도 좋습니다.
1-2. 제 소설의 주인공인 성혁이는 말을 먹는 귀신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요. 여러분은 말을 먹는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계신가요? 만약 존재한다면 어떻게 퇴치해야 할까요?
김서인
<말을 먹는 귀신>을 읽으면서 실제로도 장난이라고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진훈이가 차별하는 말 때문에 상처 받을 때, 성혁이가 그런 말들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을 때 더 몰입되고 집중되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어요. 또 이 책에서 성혁이 말고도 폭언을 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성혁이가 잘못을 했어도 똑같이 상처가 되는 댓글을 단 사람들도 성혁이와 다르지 않고 똑같이 잘못한게 되는 것 같아요. 성혁이를 욕하기보다는 진훈이를 위로하는 댓글을 달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실제로 폭언을 하는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어서 자신이 한 말의 심각성과 그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칠 피해를 생각해보게 되고 그 점을 고칠 수 있으 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명섭
어떻게 보면 인간은 같은 상황을 직접 겪어봐야 상대방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기도 해요.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쿠르드족을 미워해서 막말을 하던 터키인이 유전자를 조사해보니까 절반 이상이 쿠르드족으로 나오자 믿지 못하고 멘붕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인간은 나약하고 헛점이 많기 때문에 늘 조심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능이버섯
이 말씀을 문장수집하고 싶네요ㅎㅎㅎ 인간은 나약하고 헛점이 많기 때문에 늘 조심해서 살아가야 한다...✏
정명섭
그럼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같이 오는 법이니까요. 방심하면 나락가는 겁니다. ㅎㅎ
능이버섯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추석이 끼니 인사도 코멘트도 늦어버렸습니다.ㅠㅠ 죄송죄송
저는 읽으면서 성혁이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부모님이 성혁이 탓만 하고 다 도망가버린 것 같아서요. 성혁이가 반성한 걸 보고 부모님도 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싶어요.
말을 먹는 귀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보면 정말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하냐 싶은 사람들 있잖아요. 그게 정말 사람이 아니라 귀신 때문이었더라면 인류애가 좀 더 충전되지 않을까 싶은..ㅎㅎㅎ
정명섭
조심스럽지만 자식은 부모의 거울 같은 존재니까요. 성혁이가 말을 먹는 귀신에 희생양이 된 것도 결국은 부모님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저도 가끔은 말을 먹는 귀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ㅎㅎ
밈서
할머니댁은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에 부적도 여기저기 붙어 있어서 기분도 이상하고 옛날 시골집에 간 느낌이 드는 곳인데, 가서 핸드폰 보고 할머니께서 아이패드 가져오셨을 때 좀 웃었어요. 아 맞다 지금 시대지~ 하고 생각한 부분이기도 했구요. 저희 할머니는 전자 기기 잘 못 쓰시거든요ㅎㅎ 또 성혁이 할머님 말씀 듣고서라도 반성해서 다행입니다!! 초반엔 정말 갈 길이 멀겠구나 싶던 아이였으니까요. 부적 날아갈 뻔 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결국 다시 붙잡은 것이 귀신들의 방해에도 마음을 다잡고 김언을 성불시킨 성혁이 같기도 하네요.
말을 먹는 귀신이 실제로 있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자기도 모르게 남과 나의 인생을 모조리 갉아먹게 되는 거잖아요. 귀신 때문에! 저는 귀신이 없다고 믿는데요, 말 먹는 귀신이 없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말하고 말로 상처 주기도 해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말로 먹는 귀신이 있다고 믿게 된다면 반성 대신 귀신 탓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싫은데요, 아니면 정신 차려보면 자기도 모르게 막말하고 주변에 상처주고 있는 것이 내가 말을 잘못해서 붙은 귀신 때문이었구나 깨닫고 반성하려나요? 오히려 성불시키면 나는 새사람이다! 하고 변하기 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하긴 자기 잘못 반성 안 하고 귀신 탓만 하는 사람은 성불 시키기 쉽디 않을 것 같긴 하네요~ㅎㅎ
밈서
사실이거나 내가 느낀 그대로라고 다 해도 될 말은 아니죠 성혁이가 그걸 몰랐던 것 같아요. 팩트와 해도 될 말을 잘 구분하게 되었겠죠?
정명섭
저는 오늘까지입니다만 종종 들어올 예정입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질문 남겨주세요.
참여 제한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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