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D-29
지잡대 나오면 엄청나게 글을 잘 써야 인정해 준다. 그러나 스카이를 나오면 그냥 그런대로 써도 인정해 준다. 이게 한국의 냉엄한 현실이다.
둘이 별로 안 사랑하는 것 같은데 결국 그들보다 더 사랑하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왜 작가는 이런 글을 썼나?
원래 인간의 진짜 모습이 그런 것이지만 작가들이 너무 인간에 대해 다룰 때 뭔가 한 가지에 마음을 붙이는 그런 게 없다. 아마도 자기 글을 세련되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작가들이 여러 인생을 간접 경험하고 그리고는 그 현실에서 벗어나서 조망하니 더 일반인보다 통찰력이 뛰어날 것이다.
작가들은 주로 흐름에, 주류에 생각없이 휩쓸려 가는 인간들을 안 좋아고 그거서 나와 지긋이 응시하는 자를 존경한다.
요즘 소설 주인공은 너무 사는 게 적당히 사는 것 같고 절대 성실하지 않다. 꼭 작가가 그런 것 같다.
문학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양가(兩價,) 중층적이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답이 따로 없다는 것이. “이제 더는 안 나오겠지.” 해도 새로운 문학 작품은 계속해서 나온다. 알려고 다가가 뭔가 해서 아는 듯하다가도 결국 실패하고 만다. 찾아냈다고 말하는 자가 나타나 글로 뭔가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지만, 그것은 결론이 아니라 새로운 의문만 양산할 뿐이다. 아무리 해도 결국 미지로 남기에, 이번엔 내가 해보겠다며 덤벼드는 문학 작품은 또 자신의 한계와 편견만 확인할 뿐 그 작품으로 모두 인간을 아울러 설명하진 못한다. 인간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인 양 마구 개발해 기후 위기를 불러왔고, 자기가 좋아하는 가축만 편애하고 대신 다른 가축은 그야말로 작살내는 자기 편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등 이기적이고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문학의 끝없는 생산을 위해서 알 수 없는 인간이 그래도 이런 면에선 문학에 조금은 기여하고 있다고 안 할 수도 없다.
호르몬에 인간은 지배를 받는 것 같다 인간 중에서 젊을 때는 여자가 더 잘 자살하고 늙으면 여자는 잘 자살을 안 하는데 남자는 여성 호르몬 작용 때문인지 TV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등 자살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젊을 때 여자가 많은 것도 아마 그때는 여성 호르몬이 많아 그런 것 같다. 다 호르몬의 농락(籠絡) 같다.
결국 소설은 어릴 적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해 애정 결핍으로 사람을 믿고 깊이 순수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걸 길고 아주 교묘하게 늘어놓은 것이다.
홍상수는 이미 세계적인 감독이라서 그냥 먹고사는 것에 초연해 느긋하게 배우를 시켜 그런 삶을 사는 것도 좋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나는 허리에 고무줄 달린 바지와 치마가 싫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남에게 피해만 안 가면, 그가 그러는 것은 그럴만해서 그러는 것이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자기가 지금 그러는 걸, 존중받고 싶듯이. 누구나 다, 자기만의 모양의 그릇이 있다.
나는 팬티에서 이제 지린 내가 자주 난다. 그래 바로 빨아야 한다.
별로 맘에 안 드는 여자에게는 그냥 생각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 그러나 맘에 드는 여자 앞에선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게끔 말한다.
여자의 눈 인간은 모르면 두렵고 분노가 인다. 남자끼리는 상대의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여자끼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서 여자는 한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걸 아는데 정작 당사자인 남자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여자가 남자를 다른 시각으로 본다고 생각해-어떤 걸 보는지 몰라-불안하고 그래 남자는 기분이 나쁘다.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걸 갖고 여자들이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어려 보이기 꿈 여자들이 나이 밝히는 걸 싫어하는 것은 물론 고상하게 프레임 씌워지는 게 싫어 그런 것도 있지만, 무조건 어려 보이려는, 동안 유지 그 강박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한없이 평생 어려 보이도록 죽어라,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또 그런 강박이 있는 자신의 그게 남에게 들키기를 싫어한다. 화장도 안 한 것처럼 하는, 꾸안꾸가 유행인 것처럼 어려 보이게 죽어라 노력하고 그런 강박이 분명 있으면서도 남에겐 안 그런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나는 원래 어려 보이는 스타일이야.” 이렇게 보이고 싶은 것이다.
우리 문화가 그래서 여자들은 아직은 자기 위주로만 사는 것에 대해 자식들에게 어떤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여자에게 실컷 말하게 허하라 여자는 자기 합리화의 명수이다. 그리고 자기는 아주 떳떳하게 산다고 하며 살아간다. 그래 거짓말도 아주 뻔뻔하게 한다. 그래놓고 다 결국은 자기를 합리화한다. 무조건 그래서 자기 위주다. 여자에게 실컷 말하게 하고 내가 그래 약간 괴로우면 그 여자는 사실 대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그녀의 머리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에겐 실컷 가능하며 떠들게 하는 게 좋다. 그녀는 내가 괴로운 만큼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할 게 거의 확실하다. 여자는 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많이 안 하기 때문이다.
여자 의지와 생각의 한계 여자는 결국 자기 자신보다는 환경을 더 믿는 것 같다. 그래, 무서워 점을 그렇게나 남자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보는 것이다. 할 수 없는 본능이다. 혼자 힘으로 그냥 제도를 다 걷어내고 자기 자리와 틀을 손수 만들어 낼 의지나 힘이 없고 그럴 혁명적인 마음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인간 세상 내에서 정의만 부르짖는다. 인간들의 세상 내에서. 인간과 그들이 만든 세계를 부인하지 못한다. 불경스러운 것이다. 인간이 뭐라고. 인간이라면 신물이 나지 않나? 자기 위주로만 자기 멋대로만 하는 인간이. 그냥 지금을 잘 운영할 궁리만 하는 것 같다. 갈아엎을 생각을 못 한다. 그걸 박살 낼 생각과 의지보다는 그것에 죽어라, 맞추며 산다. 그게 좋아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기만 한다. 자기를 옥죄는 제도에 얽매여 산다. 안정감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겨 그런 것 같은데, 그게 안정인가. 전엔 남이 자기를 죈다고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자기를 못살게 군다. 작가 중엔 그나마 그걸 파괴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해 감히 그럴 생각조차 내지 못한다.
그때는 여자를 옥죄는 제도를 파괴하기 위해 그를 유혹하지만 이제는 그가 다른 여자에게 간 게 생각나 괜씸해 더럽게 자기 몸을 함부로 못 만지게 하는 것이다. 겉으로 봐선 절대 이치에 안 맞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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