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

D-29
'나는, 이 책을, 왜 지금 쓰는가'에 대한 집요한 추구. 스트레이트 저널리즘이 한편의 내러티브 논픽션으로 성장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경계일것같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어라? 팩트를 넘어서 지어내라는 말인가요?'라고 많이 반문합니다. 이야기 논픽션은 취재한 사실에 어긋나게 쓸 수 없습니다. 다만 '해석과 주관'이 더 많이 들어간 기획기사,라고 보실 수 있지않을까요? 중요한 건 해석과 주관이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사실과 주관을 작가가 얼마나 잘 나눠 보여주고 스스로 자기객관화했느냐겠지요. '인간의 얼굴을 한 기획기사'인 이야기 논픽션이 드라마화된 숱한 사례를 우리는 오늘밤 당장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작가님의 서문과 본문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팩트스토리와 전 작가님이 이 책의 초기 기획단계에서 국내외 주요 마약관련 논픽션들을 두루 살폈습니다. 우리 책의 차별점을 찾기위해서였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모크샤/올더스 헉슬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2108217 해시시 클럽/보들레르 등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0364854 Manhunters: How We Took Down Pablo Escobar https://a.co/d/gGqcX9e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7504545 기타 미국 일본 아마존과 한국 도서플랫폼에서 마약으로 검색되는 주요 단행본들을 거의 다 참고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후, 링크걸자니 너무 많네요. 레퍼런스 체크하면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죠. 한국에 '정통 저널리스트가+제대로 발로 뛰어 취재한 + 마약 사람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요
다들 10장까지 읽으셨을까요? 마약 비즈니스. 돈 이야기. 마약 버전의 <파운더>(*맥도널드 창업자를 다룬 영화)를 해보자. 초기 기획단계에서 전 작가님과 팩트스토리가 나눈 대화의 키워드들입니다. 중독자 재활 이야기는 교과서같고, 마약 조폭 이야기는 진부하다는 고민을 했습니다. 이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을 추적하고자했죠. 1990 뽕 전성시대에 나온 히로뽕 산업 추정치는 가령 이런 고민의 결과입니다. 1999년 한달 히로뽕 거래액 256억. 그해 전체 온라인게임 매출추정 216억과 맞먹는다는 추정입니다.
히로뽕 대신 중독되는 것이 돈이다. 돈을 벌고 쓰는 쾌락은 히로뽕에 빠진 것보다 컸다...(중략)..."마약보다 돈이 더 무섭죠. 돈이 있는 사람이 마약 배우면 거지가 된다는데, 히로뽕을 팔아 돈을 벌면 그 재미에 약을 끊으니까요."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306p/309p, 전현진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도 '개의 힘'과 '나르코스'를 재밌게 보았습니다! <뽕의 계보>를 취재할 때 '왜 한국의 마약 유통업자들은 남미의 마약 카르텔처럼 될 수 없었는가'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몇몇 '마약왕'(?)들에게 물으니 "총도 없고, 돈도 없고, 숨을 곳도 없어서"라는 말도 하더군요. 공권력과 다툴 만한 무장을 할 수 없고, 나라를 좌우할 정도로 돈을 벌 시장(카르텔에겐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었죠)도 없고, 밀림이나 호화 주택 같은 곳에 숨을 수도 없다는 뜻이겠죠. 실제 만난 이 유통업자들 중에는 '나르코스' 속 카르텔 같은 인물은 없었습니다. 한국은 마약 유통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다행인 일이지만, 아직 중독자들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뜻이겠죠. 그래도 지난 역사와 지금의 모습을 보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책의 출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 '로뽕이'와 다시 연락했습니다. 2018년 무렵 텔레그램 마약 유통 시스템을 다잡은 인물입니다. 그는 최근 마약 유통에 뛰어든 20~30대를 보면서 "자신이 그리던 세상이 이제는 완성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로뽕이에 대한 이야기는 훗날 더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마약 카르텔 형성이 안 된 점이 확연히 다르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 같은 인물과 카르텔들이 나라를 좌지우지 한다는 건 서민들이 고통받는 삶을 산다는 의미니까요. 로뽈님은 돈도 마약에도 중독되지 않는 삶을 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어제 휴일 잘 보내셨어요? ^^ 제가 이번주 목표 챕터 공지를 깜빡 말씀못드렸군요. 애초 목표는 이번주 금요일 즉 내일(11일)까지 소챕터 20장 K마약좀비 까지 읽는 것입니다. 혹시 어려우신 분은 주말 일요일(13일)까지 읽어주시면 됩니다!
모두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히로뽕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텔레그램으로 히로뽕을 사는 것은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이 퍼졌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로뽕이는 우선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된 히로뽕 판매자들의 글을 보면서 어떤 키워드를 썼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에 관련된 글도 찾아보며 연구했다. 그 결과, 검색 상위권에 지속해서 노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꼼수‘가 필요하단 것을 알았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역시 11~20 챕터 가운데 압권은 단연 로뽕이 챕터일 것입니다. 이 책 전체를 통해서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범죄 행동에 이토록 기이한 방식으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을, 저같은 범생이는 도저히 밑바닥까지는 이해하지 못할 것같습니다~
로뽕 씨의 일화를 읽은 후부터, 젊은데 너무 좋은 차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하고 다고 다니는 분들을 보면 의심하는 병이 생겼어요. ㅎㅎ 그 분들께 죄송하지만요. 근데 정말 나쁜 짓이지만, 사업을 하려면 로뽕 씨처럼 성실히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로뽕 씨가 제발 이젠 마약에서 손을 끊고, 좋은 쪽으로 사업을 하셔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뽕의 계보>가 출간된 뒤 취재를 도와준 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기 위해 연락을 돌렸습니다. 유독 로뽕이가 연락이 닿지 않더군요. 로뽕이를 소개해준 분에게도 책을 선물하면서 안부를 물었는데, 이런. '얼마 전 마약 사건으로 또다시 울산구치소에 구속되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위에 댓글에서 잠시 로뽕이와 연락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옥중서신을 통해서였습니다.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히로뽕은 단순히 중독된 투약자들 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이나 그 주변에 얽힌 이들 모두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마력 같은 것이 있나봅니다.
아...그러셨군요..전 마약은 몰라도 돈을 그 정도로 쓰던 사람이 자잘하게 월급 받으며 살기 힘들텐데...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안타깝네요. 마약을 사는 것 보다 파는 게 이중으로 더 무서운 거 같아요.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점요. 저도 예전에 아주 자잘하게 주식을 했는데, 하루에 10만원 정도 버는데도 제가 거기에 중독되는 걸 알겠더라고요...(지금은 그렇게 안 해요. 돈을 잃은 건 아닌데 묶인 돈이 많다 보니 다 부질없어지더라고요) 근데 막 몇백 몇천씩 벌면...어렵네요 ㅜ.ㅜ
히로뽕은 대한민국 마약 범죄의 뿌리다. 히로뽕은 다른 범죄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피해자는 없다. 파괴되는 것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마약사범 자신이었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야당은 히로뽕의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보호할 사람은 보호해주고, 죽일 사람도 죽이는 것이 야당이다. 수사기관과의 친밀함을 무기로 남을 잡아넣고 자신의 물건을 팔아먹기도 한다. 히로뽕 판매업자들은 이런 ‘야당 짓’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야당의 힘이 더 셌다. 야당이 누구인지 이해하려면 역사를 잠시 거슬러가야 한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모두 20장까지 읽으셨을까요? ^^ 기획자인 저의 한문장을 야당 챕터에서 뽑아봅니다. (로뽕이 챕터는 넘버원이라서 ㅎㅎ). 수사기관과 마약판매자 사이에서 생존의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 영화의 모티프로 이 직역?이 활용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전 오늘 완독했습니다.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는 히로뽕 같은 책이었어요. 특히 후기에 쓰신 말들 중에 주옥 같은 말이 많아 줄을 좌악좌악 그어놨습니다(전자책). 저도 로뽕씨가 원톱이었습니다. 제에발 이젠 보통사람의 길을 걸어 주세요!!(이 얘기 3번째 하는 거 같아요)
와우 감사합니다! 논픽션을 즐겨 보면서 후기에 적힌 취재 뒷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후기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죠. 책을 쓴 이유나 구체적인 취재 방법,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같은 것들이 오히려 책의 본문보다 재밌게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뽕의 계보>를 읽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히로뽕이 지난 자리에 남은 것은 히로뽕 뿐이었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오늘 18일, 지치지않고 완독해주신 수지님 감사합니다. 우리 출판시장에 아직은 조금 낯선 이야기 논픽션 장르의 책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기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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