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

D-29
"이 세계는 인간계와 천상계로 나뉩니다." 다시 읽어도 강렬하기 짝이없는 첫문장입니다. '더 인간적인데 더 깊이있는 기사가 가능하다, 그 기사의 다른 이름이 논픽션이라고 믿는다.' 전현진 작가/기자님이 자신을 소개할 때 쓴 문장입니다. 전 기자님은 몇년 전 서초동 법원에서 어느 히로뽕 유통책의 형사 재판을 방청했습니다. 사회면 신문 기사에 그치기에는 더 큰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꾸준히 방청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팩트스토리가 엠스토리허브와 함께 공동주최한 범죄미스터리 공모전에 마약범죄논픽션 아이디어를 제출했죠. (오래 걸렸네요)정확히는 시놉시스와 초고 일부였습니다. 돌이켜보면 3년전 기획때와 최종 결과물 논픽션은 꽤 다릅니다. 다만 '마약범죄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들여다본다'는 취지와 목표의식은 비슷했습니다. 전 작가님의 고민과 초기 기획과정이 잘 정리된 인터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자협회보> 최승영 기자님의 기사입니다.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6654 응모된 시놉시스와 초고를 열어본 그때 제 머릿속에는 당연히 넷플릭스 실화드라마 <나르코스>나 한국영화 <마약왕> 등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동시에 이들 경쟁작?들과의 차별점도 처음부터 고민했습니다.
오프 모임 때문에 고민했었는데, 우선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는군요! 뒤늦게 슬~쩍 참여합니다. 책이 생각보단 좀 두꺼워서... 기간 안에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ㅠㅠ 부지런히 읽어보겠습니다ㅎㅎㅎ
소담님 반갑습니다^^ 즐거운 책 수다 나누시죠~
반갑습니다!!
마약은 선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천상계에서 인간계로 내려온다. 그와 동시에 인간계에서 천상계로 돈이 올라간다. 마약과 돈은 서로의 반대 차선을 달리듯 쉬지 않고 교차한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천상계와 인간계"라고 말한 인물 '마씨'는 히로뽕 유통업계의 거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마씨는 교도소의 접견실에서도 자신이 천상계의 인간이라는 게 별 것 아니라는 듯, 당당하고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 말을 했습니다. 상선과 하선은 수사 용어인데, 늘 수사의 대상이 되는 마약 판매상들에게도 익숙하고 널리 쓰이는 표현입니다. 마씨의 말에는 상선의 영역인 천상계에선 하선들인 인간계를 훤히 내려다보고 있고, 인간계에 있는 이들은 천상계의 사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마약 유통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나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것이죠. 저는 이런 표현이 마씨가 자신을 히로뽕의 세계에선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란 것을 과시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인물의 성격 뿐 아니라 상선들의 시선에서 히로뽕 유통의 세계를 소개해보자는 책의 취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서문에서 소개했습니다.
오~작가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읽으면서 왔는데, 예전에 읽었던 돈 윈슬로의 <개의 힘> 읽을 때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리고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은 한 10년 전에 읽다 말았는데, 1960년대 도쿄 올림픽 개최 당시에 일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마약에 빠져들었던 이야기가 나와 관심이 많았는데, 그 때랑 연관시켜 읽으니 재미있었고요. 계속 읽어 보겠습니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은 제가 몰랐네요. 좋은 작품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어제도 찜질방 가서(안물안궁 ㅎㅎ) 계속 뽕의 계보 읽었어요. 말씀 잘하시는 역사 선생님이 우리나라 뽕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들려 주시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로뽕' 씨 부분은 요새 뉴스에서도 자주 보는 거래 방식이라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제가 좀비물이랑 마약물을 열심히 보고 읽는데, 이유는 그것에 대해 잘 알아야 퇴치?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이 책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개의 힘'을 읽고, 넷플릭스에서 '나르코스'를 보고 한동안 미국 마약의 계보에 빠져 지낸 적이 있어요. ^^
<뽕의 계보> 1부는 '히로뽕'이 언제 어떻게 탄생해 누구에 의해 한국에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3부에서 본격적인 한국판 마약왕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지식을 소개하자는 의도도 있었죠. 일본의 과거 신문이나 도서관에 보관된 국내 언론 보도를 주로 참조했습니다. 생생함이 부족할까 걱정했지만, 그동안 쉽게 알지 못 했던 지식들이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히로뽕이 탄생해 국경을 넘나들며 퍼져나가는 1부 속 이야기들이 무대와 인물만 바꿔 가며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1부는 배경을 설명하는 동시에 히로뽕 유통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추측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작가님을 옆에서 도운 기획자(그리고 제작자)로서, 이 책의 매력과 재미 그리고 논픽션 작가로서 전 작가님의 장점은 이런 문제의식과 메시지를 철저히 사람이야기로 추구했다는 점입니다. 메스암페타민을 처음 만든 도쿄대 약대 교수의 삶 이야기, 그리고 히로뽕이 2차 대전을 전후한 시기 합법적으로 유통되던 시대의 이야기는 다시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정강봉과 자이니치들이 히로뽕 산업에 투신하는 시대적 맥락도 한편 가슴아팠고, 한편 흥미로웠습니다.
'나는, 이 책을, 왜 지금 쓰는가'에 대한 집요한 추구. 스트레이트 저널리즘이 한편의 내러티브 논픽션으로 성장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경계일것같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어라? 팩트를 넘어서 지어내라는 말인가요?'라고 많이 반문합니다. 이야기 논픽션은 취재한 사실에 어긋나게 쓸 수 없습니다. 다만 '해석과 주관'이 더 많이 들어간 기획기사,라고 보실 수 있지않을까요? 중요한 건 해석과 주관이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사실과 주관을 작가가 얼마나 잘 나눠 보여주고 스스로 자기객관화했느냐겠지요. '인간의 얼굴을 한 기획기사'인 이야기 논픽션이 드라마화된 숱한 사례를 우리는 오늘밤 당장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작가님의 서문과 본문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팩트스토리와 전 작가님이 이 책의 초기 기획단계에서 국내외 주요 마약관련 논픽션들을 두루 살폈습니다. 우리 책의 차별점을 찾기위해서였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모크샤/올더스 헉슬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2108217 해시시 클럽/보들레르 등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0364854 Manhunters: How We Took Down Pablo Escobar https://a.co/d/gGqcX9e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7504545 기타 미국 일본 아마존과 한국 도서플랫폼에서 마약으로 검색되는 주요 단행본들을 거의 다 참고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후, 링크걸자니 너무 많네요. 레퍼런스 체크하면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죠. 한국에 '정통 저널리스트가+제대로 발로 뛰어 취재한 + 마약 사람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요
다들 10장까지 읽으셨을까요? 마약 비즈니스. 돈 이야기. 마약 버전의 <파운더>(*맥도널드 창업자를 다룬 영화)를 해보자. 초기 기획단계에서 전 작가님과 팩트스토리가 나눈 대화의 키워드들입니다. 중독자 재활 이야기는 교과서같고, 마약 조폭 이야기는 진부하다는 고민을 했습니다. 이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을 추적하고자했죠. 1990 뽕 전성시대에 나온 히로뽕 산업 추정치는 가령 이런 고민의 결과입니다. 1999년 한달 히로뽕 거래액 256억. 그해 전체 온라인게임 매출추정 216억과 맞먹는다는 추정입니다.
히로뽕 대신 중독되는 것이 돈이다. 돈을 벌고 쓰는 쾌락은 히로뽕에 빠진 것보다 컸다...(중략)..."마약보다 돈이 더 무섭죠. 돈이 있는 사람이 마약 배우면 거지가 된다는데, 히로뽕을 팔아 돈을 벌면 그 재미에 약을 끊으니까요."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306p/309p, 전현진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도 '개의 힘'과 '나르코스'를 재밌게 보았습니다! <뽕의 계보>를 취재할 때 '왜 한국의 마약 유통업자들은 남미의 마약 카르텔처럼 될 수 없었는가'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몇몇 '마약왕'(?)들에게 물으니 "총도 없고, 돈도 없고, 숨을 곳도 없어서"라는 말도 하더군요. 공권력과 다툴 만한 무장을 할 수 없고, 나라를 좌우할 정도로 돈을 벌 시장(카르텔에겐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었죠)도 없고, 밀림이나 호화 주택 같은 곳에 숨을 수도 없다는 뜻이겠죠. 실제 만난 이 유통업자들 중에는 '나르코스' 속 카르텔 같은 인물은 없었습니다. 한국은 마약 유통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다행인 일이지만, 아직 중독자들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뜻이겠죠. 그래도 지난 역사와 지금의 모습을 보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책의 출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 '로뽕이'와 다시 연락했습니다. 2018년 무렵 텔레그램 마약 유통 시스템을 다잡은 인물입니다. 그는 최근 마약 유통에 뛰어든 20~30대를 보면서 "자신이 그리던 세상이 이제는 완성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로뽕이에 대한 이야기는 훗날 더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마약 카르텔 형성이 안 된 점이 확연히 다르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 같은 인물과 카르텔들이 나라를 좌지우지 한다는 건 서민들이 고통받는 삶을 산다는 의미니까요. 로뽈님은 돈도 마약에도 중독되지 않는 삶을 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어제 휴일 잘 보내셨어요? ^^ 제가 이번주 목표 챕터 공지를 깜빡 말씀못드렸군요. 애초 목표는 이번주 금요일 즉 내일(11일)까지 소챕터 20장 K마약좀비 까지 읽는 것입니다. 혹시 어려우신 분은 주말 일요일(13일)까지 읽어주시면 됩니다!
모두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히로뽕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텔레그램으로 히로뽕을 사는 것은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이 퍼졌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로뽕이는 우선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된 히로뽕 판매자들의 글을 보면서 어떤 키워드를 썼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에 관련된 글도 찾아보며 연구했다. 그 결과, 검색 상위권에 지속해서 노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꼼수‘가 필요하단 것을 알았다.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전현진 지음
역시 11~20 챕터 가운데 압권은 단연 로뽕이 챕터일 것입니다. 이 책 전체를 통해서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범죄 행동에 이토록 기이한 방식으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을, 저같은 범생이는 도저히 밑바닥까지는 이해하지 못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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