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1. 빈곤과 청소년, 함께 두고 싶지 않은 단어들

D-29
그저 '읽기'로 끝나길 원치 않는 책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시작.
어른들이나 학생들이나 자신의 생존과 안전의 욕구를 위해서 공동체의 질서나 문화는 쉽게 무시되었고 공동체성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의'나 '교육'의 논리보다는 '힘'의 논리가 횡행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다양한 가족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을 겪고 있었고, 가난은 삶의 곤란함을 넘어서 때로는 무기가 되고 도구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6 들어가며, 강지나 지음
내가 이렇게 형편없으면 미래에 뭐가 되겠는가. 죽고 싶었지만 죽을 용기도 없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사실 대학 갈 생각이 없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보니까 다들 열심히 사는 거예요. 오는 손님들이 다 직장인이었는데 열심히 살아서, 나도 열심히 살고 싶은데 뭘 해야 할까 하다가 사회복지사 선생님이랑 얘기를 했어요. "네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지장이 없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으면 대학을 가라." 그 말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뭔가 시작할 수 있겠구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24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강지나 지음
소희와 같은 학업중단 청소년에게 학교로 복귀하고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한 결심과 실천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통제받지 않고 돌보지 않았던 삶에서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고 이전의 경험과 감정을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스스로 다스리는 일, 이전의 사회적 관계와 단절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어려운 일을 소희는 제반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혼자 해내야 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29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강지나 지음
소희가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또 하나의 원인에는 끝없는 죄책감과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환멸이 있었다. 가출과 동거를 반복하던 시절, 비행을 저지르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의 모습과 지금 대학생으로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서 간극을 경험했고, 그 괴리감 속에서 자신이 가식적이라는 생각,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소외감 등을 느끼고 있었다. 소희는 사회적 규범을 넘나들었던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31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강지나 지음
소희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이 정신적 취약성(우울증), 폭력, 알코올/약물/도박 중독 등의 문제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행동들은 빈곤 극복을 위한 합리적 판단, 장기적인 계획 설계, 실천 의지 등을 약화시킨다. 장기적 빈곤층에게는 비슷한 문제행동이 동반되는 사례가 많고, 이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규칙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통제력과 집중력이 요구되고 규범과 질서를 강조하는 학교환경은, 자신에게 익숙한 풍경이나 습속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중에 탈학교하거나 학력 경쟁에서 실패하는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게 된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35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강지나 지음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힘을 역량이라고 한다면, 소희는 학력 결손이나 경제적 궁핍보다는 이 역량을 발휘해야 할 장면을 훨씬 더 어려워했다. 내면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역량을 발휘하기 버거운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37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강지나 지음
경제력이나 가족 배경, 학력 등 사회적 자본 없이 살아온 아버지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얻을 곳이 없었다. 가난한 가정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은 위기가 닥쳐왔을 때 자녀의 성장기에 고스란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략) 친척들 간의 불화와 다툼, 왕래 없음은 여러 가난한 가족들 내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사회적 자본이 더욱 빈약해지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47 바르고 성실한 청년, 영성, 강지나 지음
성실히 생활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 영성은 이것을 욕심내는 자신에 대해 "야망이 크다"고 얘기했다. 영성이 바라는 것은 사실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정의를 의미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려운 상태가 가난한 청년이 처한 현실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51 바르고 성실한 청년, 영성, 강지나 지음
그가 미래에 이루고 싶은 '화목한 가족'은 바로 이 '정상가족'이다. 부침이 많았던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며 영성은 안정적이고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매우 갈망했고 그것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만들었다. (중략)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정상가족에 대한 결핍감을 심하게 느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배타성과 고립감을 철저히 경험했다는 뜻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p.64-65 바르고 성실한 청년, 영성, 강지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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