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글쓰기는 테크놀로지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의 사고 과정에는 테크놀로지가 매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인지적 사이보그가 되며, 그 사실은 우리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
『숨』 327쪽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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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숨』 329쪽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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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다들 힘내셔서 진도 끌어올리시고 의견들 올려주시니 방이 북적대면서 활기차고 좋네요. ㅎㅎ
링곰
오, 확실히 분위기가 활기찬 게 느껴지네요. 함께 힘내요!!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흰벽
@모임
오늘부터 사흘간은 '옴팔로스'를 읽습니다. 이제 이 책도 서서히 끝나가네요. 마지막까지 즐거운 독서 해요!
(모임지기 주제에 일정에 맞춰 읽지 못하고 있지만 공지만은 빼먹지 않고 하려고 노력중입니다...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흰벽
8.1. '옴팔로스' 어떻게 읽으셨나요? 소감이나 궁금한 점을 나누어 주세요~
흰벽
저는 '숨'을 몇 년만에 다시 읽고 있는데, 다른 소설들은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났지만 '옴팔로스'는 중반을 읽을 때까지 영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더라고요. 지난 독서에서는 별로 인상을 남기지 않은 소설이었나봐요.
찾아보니 옴팔로스 증후군, 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자기가 사는 곳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는 증세. 소설 속의 세계는 신이 세계를 창조한 것이 명확하고 그 창조의 목적은 인간과 지구라는 세계관이 지배하는 사회죠. 과장된 설정이긴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현대 인간문명이 바로 옴팔로스 증후군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극도의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새롭게 등장한 천문학적 발견으로 인해 이 세계관의 근간이 흔들리고 소설 속 화자는 거세게 흔들리지만 마침내 '인간이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앞서 읽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옴팔로스'의 인간들은 신의 창조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존재의 의의를 찾았으나 사실은 인간이 오직 우연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흔들립니다. 반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인간들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자 무기력증에 빠지고요. 어쩌면 인간은 양끝을 무한히 오가는 추처럼 이 두 가지 생각을 거듭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찌 되었든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고 정당화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점에서는 이 소설의 도러시아가 하는 노력은 깨달음 전이든 후이든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옴팔로스 증후군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들고요.
어쩌면 '거대한 침묵'의 앵무새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 존재의 의미가 뭐냐고. 앵무새는 뭐라고 대답할까요?
밥심
진짜 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테드 창은 자유의지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 한국창조과학회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창조과학회에서 주장하는 젊은 지구 창조설이 사실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을 한 소설입니다. 일단 나이테나 조개껍질에 부린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또 다른 과학적 발견으로 인해 깨졌을 때, 즉 인간이 신의 적자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인간은 어찌해야 할까를 고민하죠. 결론은 또 다시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으며 그 의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집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결론입니다
밥심
그러고보니 테드 창의 전 소설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영으로 나누면>도 자신이 믿던 세계관이 무너졌을 때 보이는 인간의 대응과 고뇌에 대해 다루었네요. 전에 읽을 땐 몰랐는데 이번에 독서하면서 테드 창이 꾸준히 제기하는 주제들이조금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링곰
<영으로 나누면> 의 세계관도 궁금하네요. 주말에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밥심
<영으로 나누면>이 테드 창 소설들중엔 어렵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라서 혹시 읽다가 이해안되는 부분 있으면, 전 참석 못했지만 그믐에서 이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모임에서 다루었으니 참조하시면 도움 될 듯 합니다. 즐거운 독서되세요.
링곰
방금 <당신 인생의 이야기> 책을 들추어 보다가 <영으로 나누면>은 어려워서 건너뛰고 읽은 기억이 났어요ㅜㅜ 여전히 어렵겠지만 말씀해 주신 모임 참조해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흰벽
저도 처음에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영으로 나누면'이 제일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그믐 모임할 때 다른 분들이 풀이를 잘 해주셔서 상당히 도움이 되었었어요.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링곰
첫 단락을 읽자마자 왜 건너뛰었는지 알겠더라고요.ㅎ 반 정도 읽었는데 여전히 어렵네요. 말씀해주신 모임 들여다보면서 읽고있어요. 감사합니다!
흰벽
말씀 듣고 보니 두 소설의 연관성이 보이네요. '영으로 나누면'은 처음 읽을 때 너무 어려웠는데 모임 통해서 다시 대화하면서 많은 의문이 풀렸던 소설이에요.
ssaanngg
옴팔로스를 읽고 다시 한번 뒷 표지의 문구 '그리하여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신이 우리를 창조함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세계라니요.. 처음에는 "주여..." 이렇게 처음과 중간중간 나오는 설정이 뭐라고 할까요? 다들 비슷하게 느끼셨을 테지만, 약간 몰입을 깨뜨린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만 좀만 버티면 이 설정이 후에 있을 반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 한 것 같아요. 나중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을 살피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또 밝혀진 과학적인 사실에, 증명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절한 가설은 진리와 의도는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의 신은 아무런 의도가 없습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에 나온 내용에 '하루키는 사람들이 '사악한 것'에 의해 무의미하게 상처 입고 훼손당하는 경험을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거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써왔습니다.'란 대목이 있습니다. 매컬러 가족의 아들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의미를 찾아내고 말지요. 동료들과 조그마한 질서를 만들어 내기까지 합니다. 인류의 창조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어떻게'(왜가 아닌) 인간의 존재가 의미 있을지 만들면서 만들어(증명이 아닌) 나갈 것입니다.(이렇게 읽어 보았습니다.)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 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30년 넘게 하루키를 읽어온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가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안내한다.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그의 글에는 편애가 가득하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팬이라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하루키에 대해 썼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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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곰
'숨' 책을 중간까지 보다 말았는지 중간부터는 아예 생각이 나지 않네요. 제목도 생소해서 저도 @흰벽 님처럼 옴팔로스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하다 옴팔로스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테드 창이 이 단어로 아이디어를 얻은 건지 궁금하더라고요...이번 챕터도 테드 창이 만든 그럴듯한 세계관에 감탄하며 읽었는데요. 주인공은 굳게 믿고 있던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결국 신이 없어도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로 합니다. 만약 똑같이 내가 의지하고 믿고 있던 것들이 무너진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네요. 매번 책을 읽고 소감을 적을 때마다 저도 책 뒷표지에 있는 '그리하여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를 한 번씩 가만히 쳐다보곤 했는데요,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은 처음보다 조금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지호림
거대한 침묵과 옴팔로스를 잇달아 놓고 보면 다르코 수빈이 정의한 SF의 노붐(novum, 서사적 새로움)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쪽은 앵무새, 다른 한 쪽은 창세기를 활용하여 ‘인지적 낯설게 하기’, 즉 경이감을 제대로 선보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무언가를 낯설게 표현하지만, 정교한 세계관 안에서 일종의 규칙을 보여주는 것이 SF에서 기대하게 되는 바인 것 같습니다. 테드 창은 그걸 근사하게 해내는 작가이고요. (오랜만에 읽어도 낯선 느낌을 주네요. @밥심 님 말씀처럼 하나의 주제와 테마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테드 창 같은 작가가 요즘 들어 더욱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흰벽
오, 이렇게 서술해 주시니 제가 읽은 소설들의 의미가 정리가 되네요! SF를 읽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정리가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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