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두 번째 시간 - 숨(테드 창)

D-29
'악어'도 봐야겠네요! 끝부분에서 아, 본 거구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더라고요.
말씀하시니 저도 보험 관련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정도만 생각나네요. ㅎㅎ
가까운 미래에 리멤과 비슷한 장치가 나오더라도 저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불킥할 일들이나 안 좋았던 일등을 다시 들추어서 후회를 곱씹고 싶지 않아요. 기쁘고 즐거웠던 일은 한 번쯤 보고 싶기도 한데,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고,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억을 모두 기억하기 보다는 내가 선택한 '나'의 기억들로 채워진 오늘을 사는 게 더 가치 있을 것 같아요. 망각을 할 수 있어서, 아직 리멤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 다행입니다! (블랙미러 '당신의 모든 순간' 저도 다시 봤는데요. 침대 위에 걸린 그림과 관련된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예전에 본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이 챕터를 읽고 보니까 새로웠습니다. 리멤과 비슷한 그레인,,,기억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게 얼핏 좋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무섭습니다.)
저도 리멤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리멤 같은 기술이 생겨난다면 그때의 젊은 세대는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돼요. 문자 문화를 접했을 때 모두가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징기가 받아들인 것처럼, 젊은 세대에서 변화가 시작되겠죠... 리멤은 개인적으로는 악몽에 가까운 기술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했는데?), 이 소설 속에서 화자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기술도 어떤 태도로 활용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안의 비관론이 조금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써내다니 테드 창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리멤'이라는 기술에 대한 화자의 이야기와, 구전문화의 세계에 문자문화가 등장할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티브 족 이야기를 교차 서술한 것이 정말로 흥미로웠습니다. '리멤'에 대한 파트만 있었다면 오직 디지털 기술에 대한 생각만 했을 것 같은데 문자문화가 등장하는 부분을 같이 읽으니 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기술도 처음 등장할 때는 혼란을 가져오고 부득이하게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는 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져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티브 족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미미'와 '보우' 중 반드시 '보우'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무엇이 사실/진실이냐에 한없이 집착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겠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문자의 등장이 '미미'와 '보우' 중 차츰 '보우'에 힘을 실어주는 변화를 가져왔을 문명의 흐름이 다소 비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새로운 기술은 필연적으로 사고의 변화, 나아가 세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그것은 기존의 세계가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리멤'의 등장은 '미미'를 없애고 '보우'만 남는 현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없이 위험해 보이지만, 기술의 발달이라는 것을 과연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인지? 막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해 보이지요. (최근에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우리는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해서 늘 수동적으로 대한다고만 하더라고요. 즉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것에 대해 주도적인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이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수동적 입장으로만 접근한다고요. 그게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 태도라는 비판적 의견이었던 것 같아요. 무슨 책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살아보니, 시간' 이었나...?) 어쨌든,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우리가 지연시킨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막지 못한다면, 소설 속 화자가 말한 것처럼 '최선의 선택은 장점을 찾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 보니, 시간 - 바로 지금에 관한 이야기여기, 과학과 세상과 그 모든 가능성을 둘러싸고 끝내주게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이는 책이 출간되었다.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펭귄 각종과학관장 이정모, 도서 평론가 이권우 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이 한데 모여 시간의 요모조모를 논한다.
기억에 관해 여러 가지 정의와 설명이 있겠지만, 최근에 인상 깊었던 것은 이승우 작가님 북토크에서 들은 내용이었습니다. “기억은 우리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우리의 과거와 경험이 기억이 되고 여기에 편집 과정이 작용하며 결국 이것은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경험한 삶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일은 중요하고,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 내용은 이승우 작가님의 신간 산문집 ‘고요한 읽기’에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편집의 과정 없이(소설 속 표현으로 말하자면 망각의 과정 없이) 기억이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모든 사실의 나열이 서사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기억의 연화軟化’는 용서의 전제 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춧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징가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라는 벽돌을 쌓아서 강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요. 리멤을 사용하면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셈이 되겠네요. (고맙다 망각아!)
고요한 읽기작가 인생 43년, 소설쓰기로 인생에 복무하는 작가 이승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기둥인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 위에 지은 집 같은 산문집을 펴낸다.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왠지 마음에 묵직하게 남습니다... 매번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책과 책의 연결고리를 너무 잘 찾아내시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6.2.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소개해 주세요! 문장 수집 기능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295쪽 자기 좋아하는 일에 자기 시간을 쓰면 그만이야. 297쪽 글쓰기는 단지 말을 하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일단 보고 나면, 그것들을 개선시켜 더 강하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299쪽 한편으로는 사실에 입각한 진실, 다른 편으로는 작가의 감정에 입각한 진실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의 진실이 일치하는 지점은 그 어떤 외부의 권위에 의해서도 미리 결정될 수 없다. 301쪽 인생이 시작됐을 때의 경험을 거즈로 여과해서 보는 어린아이 특유의 능력을 지켜줌으로써, 그들의 근원을 이루는 이야기들이 차갑고 무감동한 동영상으로 대체되는 것을 막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퇴색될 염려가 없는 디지털적 기억에 대해, 내가 불완전한 생체적 기억들에 대해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따뜻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301쪽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313쪽 우리가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인생의 세부 사항들은 우리 인격의 반영이라고 했다. 322쪽 “보상이라고요?” 니콜이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그냥 조금만 더 배려를 해주시는 건 어때요?” 327쪽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글쓰기는 테크놀로지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의 사고 과정에는 테크놀로지가 매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인지적 사이보그가 되며, 그 사실은 우리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329쪽 그러나 나는 내 시대의 산물이며,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구전 문화가 글의 도래를 막지 못했듯이, 우리는 사람들이 디지털적 기억을 채택하는 추세를 막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 장점을 찾아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디지털적 기억의 진짜 혜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요점을 말하자면 이렇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사람은 수 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 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p30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디지털적 기억이 우리가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는 행위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그 무엇도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p330.,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도입됐을 때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271쪽,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용서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어느 정도 망각을 해야 한다.
287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저도 @밥심 님과 @흰벽 님처럼 이해가 잘 안되어서 몇 번 더 읽어보기도 했지만,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 어렵네요...저도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요.
저도 이 부분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 고민했는데.. 그냥 넘겨 버렸어요..@밥심 님 말씀대로 정신 집중해서 함 생각해봐야 겠다고.. 했는데.. 머리 뽀개진듯.. '아버지의 애정'이 키워드 인듯 한데.. 레지널드의 이론이 틀렸음을 두번이나 라이어널의 생애로 입증이라니까.. 레지널드(아버지)의 애정의 영향으로 라이어널이, 라이어널(아버지)의 애정의 영향으로 애드먼드가.. 이렇게 두번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레지널드의 이론은 이성적인(?) 육아는 이성적인 아이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인데.. 그들이 생각하는 이성적인(?) 육아의 신봉은 어떤 훌륭한 이성적인 아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꽉만힌 행동방식의 사람을 만든다인건가.. 라이어널과 에드먼드처럼(?)요. 그러니까..이성적인 아이로 탄생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애정? 이.. 요.. 라이어널이 램셰드 박사에게 말하고 에드먼드와 교류에 헌신한 것으로 보아 이를 깨달았다는 징표가 아닌가 생각해 봤어요. '애정'과 '이성' 이라는 단어의 함의를 계속 생각해 봐야 할것 같아요. 이것도 테드창의 주제인듯 보이네요... 이성이라는 생각하는 어떤 부분은 따지면 객관적이라 할 수 없는 주관적인 생각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 권력을 지닌 사람의 생각이 객관적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저도 예전에 보긴 봤는데 생각이 안 나네요;; 아직 책 읽기 전인데 블랙미러 먼저 볼까, 참았다가 책 읽고 나서 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ㅎ @ssaanngg 님과 @밥심 님 두 분이 블랙미러를 말씀하시니까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쯤 ‘어? 혹시 이거 나 본 거 아닌가?’ 의심이 들어 기억을 쥐어 짜내거나 어디 적어놓은 메모 찾아보면 이미 본 영화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ㅎㅎ 블랙미러나 테드 창 소설 보는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마음 가는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어? 혹시 이거 나 본 거 아닌가?’ → 다들 비슷하시군요,,,다행입니다ㅎ 지금 책 읽고 있는데 블랙미러는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읽고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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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오늘과 내일은 ‘거대한 침묵’을 읽습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짧은 소설이 제법 많네요. 이번에도 즐거운 독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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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거대한 침묵’ 어떻게 읽으셨나요? 소감이나 궁금한 점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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