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절에는 무의미하게만 여겼던 관습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그 효용을 이해하게 되듯이, 어떤 정보를 감추는 것은 그것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쓸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산은 깨달았습니다. ”
『숨』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4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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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숨』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43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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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테드 창보다는 오히려 켄 리우의 작품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설화를 활용해 SF화 하는게 켄 리우 스타일인데 이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를 활용해 SF화 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엣날 사람들이 볼 때 지금의 기술은 마법으로 보일테니 테드 창이 의도적으로 과학기술이 뛰어났던 아랍 지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야기는 시간여행이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테드 창은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흰벽
아, 켄 리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런 스타일이군요.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러고보면 이 소설은 '시간여행이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법 직접적인 답을 제시하네요. 시간여행의 아주 고전적인 딜레마인데 이렇게 명확히 결론을 내리니까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에요.
소설 속에 나온 일화들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측면이 있죠...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골치가 아파집니다. 젊은 하산은 나이든 하산을 만나서 보물이 있는 장소를 듣고 부자가 되는데, 그 나이든 하산은 역시 젊을 때 나이든 하산을 찾아가서 들은 것이고, 그 나이든 하산도... 하하 끝이 없네요.
밥심
“ 49쪽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56쪽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
『숨』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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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곰
예전에 한 번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이번 기회에 정독하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깨우침을 주는 우화 느낌이었어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고,생각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특히 '과거와 미래는 같으며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라는 문구가 와닿았어요.
흰벽
반갑습니다, 링곰님^^ <숨>을 다시 읽는 이유도,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 대한 느낌도 저와 비슷하시군요! 아마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들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쪽도 바꿀 수 없다'에서 끝나지 않고 '더 잘 알 수 있다'가 따라와서 좋았어요, 저는.
링곰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숨』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p.5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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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안녕하세요. '숨'은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는지라 신청도 안 하고 뒤늦게 참여합니다ㅎㅎ. 모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는 처음 읽었을 땐 우화 같은 화법에 그렇지 못한 내용을 가져서(?) 꽤 충격적이었는데요, 얼마 후에 극장에서 <테넷>을 보자마자 바로 이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역시 <인터스텔라>와 <테넷>의 자문을 맡은 물리학자 킵 손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두 작품이 전혀 별개는 아니겠지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를 제 임의대로 전기적 성격이 짙은 <다크나이트>, <덩케르크>, <오펜하이머>류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류로 나누는 편인데,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후자에 속하는 <테넷>을 좋아합니다. 관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플롯이 놀란의 장기라고 생각하고, 이 소설에서도 그런 아이디어의 원형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소설 이야기는 안 하고 영화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둘 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라 주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소설도 열심히 따라 읽겠습니다!
테넷주도자는 미국의 한 요원으로 우크라이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한 사건에 투입되었다가 우크라이나 요원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고문을 받지만 CIA가 준 자살 약을 먹고 자살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다시 눈을 뜬 주인공은 의문의 한 남자로부터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가 주도자에게 줄 수 있는 건 하나의 제스처와 하나의 단어 뿐.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는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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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반갑습니다, 지호림 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놀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테넷'은 아직 보질 못했네요! 말씀을 들으니 이 영화가 넘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놀란 영화는 다 재미있게 봤지만,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를 특히 재밌게 봤어요. '테넷'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영화 추천 감사해요!
지호림
'메멘토'를 재밌게 보셨다면 '테넷'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ㅎㅎ. 강추합니다!
밥심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가진 영화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놀란 감독은 그 어려운 일을 잘 해내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거의 모두 봤는데 테넷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잘 이해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구요. 언젠가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지호림
저도 그래서 놀란 영화를 좋아합니다ㅎㅎ. 그중에서도 테넷은 여러 번 볼수록 다양하게 생각할 지점이 많은 영화인 것 같아요!
지호림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문장에 동일하게 밑줄을 그었습니다. 처음엔 이 소설이 시간여행과 타임 패러독스를 흥미로운 화법으로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이 소설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교주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주인공인 동시에 관찰자입니다. 시간 선 바깥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재구성하는 사람이 바로 스토리텔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므로 이 소설은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회개하고 속죄하고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야말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을 이야기로 여길 때 느껴지는 위로가 있는 것 같아요. 이야기는 언젠가 끝나지만, 그 끝에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 바깥의 청자(혹는 독자) 모두는 반드시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으니까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pamina7776&logNo=222023632691&proxyReferer=https:%2F%2Fbrunch.co.kr%2F@kkw119%2F214&trackingCode=external
찾아보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바탕으로 이런 작품을 만든 북클럽도 있었습니다. 소설 속 세계를 아름답게 구 현한 작품 퀄리티에 절로 감탄이 나오네요... (사실 저는 멤버 중 한 분이 받았다는 테드 창의 친필 사인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신의 경이로움에 목소리를 주세요.’ SF 거장다운 멋진 말... 부럽습니다….)
흰벽
아… ‘우리 인생을 이야기로 여길 때 느껴지는 위로’ 너무 마음이 울리는 생각입니다. 위로 받는 기분이네요. 감사해요.
흰벽
세상에. 올려주신 링크 들어가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 정말 너무 아름답네요…!
밥심
저도 테드 창의 친필 사인을 가지고 있는데 그야말로 이름만 덩그러니 있어서.. 그것도 겉표지에 받아두었더니 시간이 흐르며 흐려져서 스카치 테이프를 위에 붙여 놓았답니다. ㅎㅎ
지호림
와우...! 소중한 테이핑도 너무 공감 되네요... 저도 언젠가 사인을 받을 날이... 오겠죠? ㅎㅎ
ssaanngg
'우리 인생을 이야기로 여길 때 느껴지는 위로' 표현이 예술입니다. 엄청난 아포리즘 같아요. 언젠가 전달하고 싶은..정말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 들이죠~ 스토리텔러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이고,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고요. 트라우마의 정의도 늘 하나의 이야기로 환원하는 사람의 행위를 칭하는 거라고 해요. 그럼 죽은거나 마찬가지 일지도요. 이야기는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으니까,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로 갈지 궁금합니다.
링크 주신 페이지도 가히 경이롭습니다. 저렇게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분들이 있었네요. 엄청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뭔가가 될 수 밖에 없겠구나 여기며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시간들이 느껴집니다. 저런 완성을 해내는 시간은, 또 그들을 어디로 데려 갔을까요.
지호림
감사합니다. 저희가 북클럽에서 나눈 이야기들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 모임이 끝나면 우리도 어딘가 새로운 곳에 도착해 있지 않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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