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두 번째 시간 - 숨(테드 창)

D-29
기억에 관해 여러 가지 정의와 설명이 있겠지만, 최근에 인상 깊었던 것은 이승우 작가님 북토크에서 들은 내용이었습니다. “기억은 우리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우리의 과거와 경험이 기억이 되고 여기에 편집 과정이 작용하며 결국 이것은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경험한 삶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일은 중요하고,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 내용은 이승우 작가님의 신간 산문집 ‘고요한 읽기’에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편집의 과정 없이(소설 속 표현으로 말하자면 망각의 과정 없이) 기억이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모든 사실의 나열이 서사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기억의 연화軟化’는 용서의 전제 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춧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징가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라는 벽돌을 쌓아서 강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요. 리멤을 사용하면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셈이 되겠네요. (고맙다 망각아!)
고요한 읽기작가 인생 43년, 소설쓰기로 인생에 복무하는 작가 이승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기둥인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 위에 지은 집 같은 산문집을 펴낸다.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왠지 마음에 묵직하게 남습니다... 매번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책과 책의 연결고리를 너무 잘 찾아내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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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소개해 주세요! 문장 수집 기능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295쪽 자기 좋아하는 일에 자기 시간을 쓰면 그만이야. 297쪽 글쓰기는 단지 말을 하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일단 보고 나면, 그것들을 개선시켜 더 강하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299쪽 한편으로는 사실에 입각한 진실, 다른 편으로는 작가의 감정에 입각한 진실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의 진실이 일치하는 지점은 그 어떤 외부의 권위에 의해서도 미리 결정될 수 없다. 301쪽 인생이 시작됐을 때의 경험을 거즈로 여과해서 보는 어린아이 특유의 능력을 지켜줌으로써, 그들의 근원을 이루는 이야기들이 차갑고 무감동한 동영상으로 대체되는 것을 막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퇴색될 염려가 없는 디지털적 기억에 대해, 내가 불완전한 생체적 기억들에 대해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따뜻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301쪽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313쪽 우리가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인생의 세부 사항들은 우리 인격의 반영이라고 했다. 322쪽 “보상이라고요?” 니콜이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그냥 조금만 더 배려를 해주시는 건 어때요?” 327쪽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글쓰기는 테크놀로지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의 사고 과정에는 테크놀로지가 매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인지적 사이보그가 되며, 그 사실은 우리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329쪽 그러나 나는 내 시대의 산물이며,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구전 문화가 글의 도래를 막지 못했듯이, 우리는 사람들이 디지털적 기억을 채택하는 추세를 막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 장점을 찾아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디지털적 기억의 진짜 혜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요점을 말하자면 이렇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사람은 수 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 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p30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디지털적 기억이 우리가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는 행위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그 무엇도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p330.,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도입됐을 때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271쪽,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용서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어느 정도 망각을 해야 한다.
287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저도 @밥심 님과 @흰벽 님처럼 이해가 잘 안되어서 몇 번 더 읽어보기도 했지만,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 어렵네요...저도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요.
저도 이 부분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 고민했는데.. 그냥 넘겨 버렸어요..@밥심 님 말씀대로 정신 집중해서 함 생각해봐야 겠다고.. 했는데.. 머리 뽀개진듯.. '아버지의 애정'이 키워드 인듯 한데.. 레지널드의 이론이 틀렸음을 두번이나 라이어널의 생애로 입증이라니까.. 레지널드(아버지)의 애정의 영향으로 라이어널이, 라이어널(아버지)의 애정의 영향으로 애드먼드가.. 이렇게 두번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레지널드의 이론은 이성적인(?) 육아는 이성적인 아이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인데.. 그들이 생각하는 이성적인(?) 육아의 신봉은 어떤 훌륭한 이성적인 아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꽉만힌 행동방식의 사람을 만든다인건가.. 라이어널과 에드먼드처럼(?)요. 그러니까..이성적인 아이로 탄생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애정? 이.. 요.. 라이어널이 램셰드 박사에게 말하고 에드먼드와 교류에 헌신한 것으로 보아 이를 깨달았다는 징표가 아닌가 생각해 봤어요. '애정'과 '이성' 이라는 단어의 함의를 계속 생각해 봐야 할것 같아요. 이것도 테드창의 주제인듯 보이네요... 이성이라는 생각하는 어떤 부분은 따지면 객관적이라 할 수 없는 주관적인 생각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 권력을 지닌 사람의 생각이 객관적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저도 예전에 보긴 봤는데 생각이 안 나네요;; 아직 책 읽기 전인데 블랙미러 먼저 볼까, 참았다가 책 읽고 나서 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ㅎ @ssaanngg 님과 @밥심 님 두 분이 블랙미러를 말씀하시니까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쯤 ‘어? 혹시 이거 나 본 거 아닌가?’ 의심이 들어 기억을 쥐어 짜내거나 어디 적어놓은 메모 찾아보면 이미 본 영화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ㅎㅎ 블랙미러나 테드 창 소설 보는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마음 가는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어? 혹시 이거 나 본 거 아닌가?’ → 다들 비슷하시군요,,,다행입니다ㅎ 지금 책 읽고 있는데 블랙미러는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읽고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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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오늘과 내일은 ‘거대한 침묵’을 읽습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짧은 소설이 제법 많네요. 이번에도 즐거운 독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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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거대한 침묵’ 어떻게 읽으셨나요? 소감이나 궁금한 점 나누어 주세요.
요즘 두꺼운 책을 많이 읽다가 짧은 소설을 읽으니 반가웠습니다. 앵무새가 사람과 비슷한 발성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나는 왜 앵무새가 혹시 뛰어난 지성의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요. 테드 창은 저와는 달리 그런 상상을 해보고 짧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페르미의 역설이라고 지적 종들이 안 보이는 이유가 적대적인 침략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라고 썼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잘 구현한 소설이 류츠신이 지은 ‘삼체’지요. 얼마 전에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앵무새가 단지 단어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뜻까지 이해한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AI는 언제쯤 자신이 하는 답변을 이해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지성체를 찾겠다고 가까이 있는 앵무새는 제쳐 두고 멀리 우주만 쳐다보고 있는 우리 모습을 풍자한 대목에서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도 떠올랐습니다.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읽을 때는 숙연해지더군요. 결국은 환경 문제를 언급한 것인데 당장 이번 여름만 해도 엄청나게 더웠지 않습니까. 앵무새가 아름다운 신화를 창조했고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우리 인간들을 찬미했지만 우리가 이 상황을 과연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가 없는 것이잖아요.
앵무새에서 AI로 연상을 이어가신 것이 재미있어요. 인간은 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멀리 있는 외계의 종, 혹은 기술이 만들어낸, 고작해야 인간의 거울 같은 존재인 AI에 매달릴까요? 앵무새가 발성을 한다는 점 때문에 이 소설의 화자가 앵무새가 된 것이겠지만, 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이 앵무새에 대입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만과 부주의함으로 인간을 제외한 생물종들을 이용가치로만 재단하는 인간중심주의... 그 결말은 결국 생명다양성의 파괴, 나아가 결국에는 인간의 멸종을 초래하겠지요? (22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최근에 들었어요) 결국 인간종도 인간이 초래한 '거대한 침묵'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 것 같습니다.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앵무새를 외면하고 먼 우주에서 외계 지성을 찾는 인간에게 앵무새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경고 같기도 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네요. 짧은 글이지만 <거대한 침묵> 을 읽고 소통과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잘 있어. 사랑해.'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저도 이 부분에서 뭉클했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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