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관해 여러 가지 정의와 설명이 있겠지만, 최근에 인상 깊었던 것은 이승우 작가님 북토크에서 들은 내용이었습니다. “기억은 우리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우리의 과거와 경험이 기억이 되고 여기에 편집 과정이 작용하며 결국 이것은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경험한 삶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일은 중요하고,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 내용은 이승우 작가님의 신간 산문집 ‘고요한 읽기’에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편집의 과정 없이(소설 속 표현으로 말하자면 망각의 과정 없이) 기억이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모든 사실의 나열이 서사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기억의 연화軟化’는 용서의 전제 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춧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징가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라는 벽돌을 쌓아서 강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요. 리멤을 사용하면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셈이 되겠네요. (고맙다 망각아!)
고요한 읽기작가 인생 43년, 소설쓰기로 인생에 복무하는 작가 이승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기둥인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 위에 지은 집 같은 산문집을 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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