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두 번째 시간 - 숨(테드 창)

D-29
앞서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습니다. 혼자 읽을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독서가 깊고 풍부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다시 모임을 만들어 봅니다. 테드 창의 '숨'은 출간 직후 읽었어요. 정말 새롭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동시에 어렵기도 하더라고요. 여러 사람이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이번에는 덜 어렵고 더 즐거우리라 기대해 봅니다. 모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 ~9/1 모집, 책 준비(각자) 1. 9/2~9/5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 9/6~9/9 숨 3. 9/10~9/11 우리가 해야 할 일 4. 9/12~9/17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5. 9/18~9/19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6. 9/20~9/22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7. 9/23~9/24 거대한 침묵 8. 9/25~9/27 옴팔로스 9. 9/28~9/30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각 단편의 길이는 매우 제각각입니다. 서너 장 분량의 짧은 소설도 있지만 가장 긴 단편은 150쪽 가까이 되어요. 짧은 소설도 이틀을 잡다 보니 일정이 매우 빡빡하지만,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읽고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중간에 추석 연휴도 있어서 독서가 여의치 않겠지만(저는 연휴에 책을 더 못 읽어요ㅎㅎ) 완독을 못하더라도 좋으니 함께 읽고 이야기해요.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안녕하세요^^ 모집 기간에 수다를 나눌 틈도 없이 모임이 시작되었네요.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5일까지는 첫 단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읽습니다. 몇 해 전 읽은 기억으로는 배경 자체가 저에겐 좀 낯선 문화권이어서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다시 읽으면 어떨지 두근두근하며 책장을 펼쳐봅니다. 소설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혹 기간 내에 못 읽더라도 나중에 소감 남겨주셔도 좋으니 여건에 맞게 즐거운 독서 해요! 1.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어떻게 읽으셨나요?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셨다면 여기에 질문도 남겨주세요! 1.2. 인상 깊은 문장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하단의 '문장 수집'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읽었습니다. @별사탕777 님 말씀대로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어요. 예전에 읽을 때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타임슬립에 대해서 괜히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서 그런가 봐요 ㅎ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 싶어 참으로 신선했어요. 이게 말이 되나 안 되나를 생각하기보다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를 받아들이면서 읽는 게 득 보는 소설이구나 싶었어요. 테드 창의 소설은 정말 색깔이 다양하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습니다.
흰벽님 말씀처럼 저도 시간여행 이야기는 언제부턴가 말이 되는 건가를 따지는 바람에 머리아파하며 보거나 읽게 되더라구요. 터미네이터, 백튜더 퓨처, 나비효과 이런거 옛날에 볼때는 정말 그냥 푹 빠지면서 긴장도 하고 즐기면서 봤는데.. 타임 페러독스인가 그 영화를 볼때는 그렇게 빠지지 못하고 이게 이렇게 되고 저게 이렇게 되는 건가 하면서 잘... 못 즐기게 되버리더군요. 이 상인과 연금술사도 처음에 또 그렇게 접근을 하는 바람에.. 따지기 시작!! 시간 여행 이야기는 그 유명한 할아버지 패러독스가 있어서.. 이와 관련된 검색을 해보니 재밌는 책도 있더라구요. https://brunch.co.kr/@kraechen/39 어떤 분이 정리하긴 했던데.. 너무 복잡하네요. 그리고 예전부터 느낀건데.. 흰벽님이 말씀 하신 대로 어떤 시간여행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거라.. 이거 순환논증의 오류 같은거네 하면서.. 미래의 나의 지시의 근거는 과거의 이미 일어났던 나의 행동이고 현재의 나의 행동은 미래의 나의 지시에 따른거고... 이러면서 머리 아파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이야기는 다중우주론도 나오고..나비효과에서는 과거 갔다가 미래로 다시 오니까 영향을 미친 모든 기억이 다 들어오고(맞나여? 기억이?) 그랬던 것 같아요(나비효과 버전도 다양하던데..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서 탯줄을 끊는 버전이 있던거 같은데...) 그런데 위의 생각을 벗어나니 이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이야기는 정말 소름돋게 재미 있었어요. @밥심 님 말씀처럼 테드창이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쓴 글이라 그런지..여기서 세월의 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뭔가를 완성해 가는 행위인거잖아요. 테드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도 비교하게 되고요. 네 인생의 이야기는 미래를 아는 주인공이지만 그대로 운명처럼 사는 이라면, 여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운명이 완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주인공이고요.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하는 완전 이야기 중독자잖아요. 마지막에 대교주께 미래의 모든 것을 전한다 해도.. 단지 그것은 미래를 완성할 뿐이지만.. 죽을때까지 살겠지만, 어디로 갈지 정말 즐겁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터미네이터는 정말 1984년으로 갈 수 있을까?시간이론은 크게 ‘시간이 흐른다’는 3차원주의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4차원주의로 구분된다.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는 최근 영미권을 중심으로 철학과 과학 분야에서 흥미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론이지만, 정작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와우, 시간여행 패러독스에 대해 이렇게 많은 논증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올려주신 링크,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하네요 ㅎㅎㅎ 직관적으로 가능 여부를 따지기도 하고, 언어논증으로 따지기도 하고... 여하튼 흥미롭지만 머리가 아픕니다 ㅋㅋ '네 인생의 이야기'랑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ssaanngg 님 덕분에 생각이 확장된 것 같아요. 두 이야기 모두 운명론적인 관점을 담고 있네요. 테드 창의 세계관이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는 없지만 더 잘 알 수 있다'는 이 소설의 메시지가 더 깊이 와닿아요. 시간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지 않더라도, 어쩌면 우리는 깊이 사유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네 인생의 이야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지옥은 신의 부재’ 이렇게 세 편의 테드 창 소설을 읽고 나면 그가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SF 소설을 쓰는 작가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유신론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테드 창의 소설을 보면서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탐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가 생각한 신이 세계적인 종교들에서 상정한 신과 동일한 의미는 아닐 것도 같지만요.
젊은 시절에는 무의미하게만 여겼던 관습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그 효용을 이해하게 되듯이, 어떤 정보를 감추는 것은 그것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쓸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산은 깨달았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4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43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테드 창보다는 오히려 켄 리우의 작품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설화를 활용해 SF화 하는게 켄 리우 스타일인데 이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를 활용해 SF화 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엣날 사람들이 볼 때 지금의 기술은 마법으로 보일테니 테드 창이 의도적으로 과학기술이 뛰어났던 아랍 지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야기는 시간여행이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테드 창은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켄 리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런 스타일이군요.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러고보면 이 소설은 '시간여행이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법 직접적인 답을 제시하네요. 시간여행의 아주 고전적인 딜레마인데 이렇게 명확히 결론을 내리니까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에요. 소설 속에 나온 일화들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측면이 있죠...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골치가 아파집니다. 젊은 하산은 나이든 하산을 만나서 보물이 있는 장소를 듣고 부자가 되는데, 그 나이든 하산은 역시 젊을 때 나이든 하산을 찾아가서 들은 것이고, 그 나이든 하산도... 하하 끝이 없네요.
49쪽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56쪽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예전에 한 번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이번 기회에 정독하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깨우침을 주는 우화 느낌이었어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고,생각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특히 '과거와 미래는 같으며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라는 문구가 와닿았어요.
반갑습니다, 링곰님^^ <숨>을 다시 읽는 이유도,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 대한 느낌도 저와 비슷하시군요! 아마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들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쪽도 바꿀 수 없다'에서 끝나지 않고 '더 잘 알 수 있다'가 따라와서 좋았어요, 저는.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p.5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안녕하세요. '숨'은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는지라 신청도 안 하고 뒤늦게 참여합니다ㅎㅎ. 모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는 처음 읽었을 땐 우화 같은 화법에 그렇지 못한 내용을 가져서(?) 꽤 충격적이었는데요, 얼마 후에 극장에서 <테넷>을 보자마자 바로 이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역시 <인터스텔라>와 <테넷>의 자문을 맡은 물리학자 킵 손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두 작품이 전혀 별개는 아니겠지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를 제 임의대로 전기적 성격이 짙은 <다크나이트>, <덩케르크>, <오펜하이머>류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류로 나누는 편인데,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후자에 속하는 <테넷>을 좋아합니다. 관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플롯이 놀란의 장기라고 생각하고, 이 소설에서도 그런 아이디어의 원형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소설 이야기는 안 하고 영화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둘 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라 주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소설도 열심히 따라 읽겠습니다!
테넷주도자는 미국의 한 요원으로 우크라이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한 사건에 투입되었다가 우크라이나 요원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고문을 받지만 CIA가 준 자살 약을 먹고 자살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다시 눈을 뜬 주인공은 의문의 한 남자로부터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가 주도자에게 줄 수 있는 건 하나의 제스처와 하나의 단어 뿐.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는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반갑습니다, 지호림 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놀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테넷'은 아직 보질 못했네요! 말씀을 들으니 이 영화가 넘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놀란 영화는 다 재미있게 봤지만,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를 특히 재밌게 봤어요. '테넷'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영화 추천 감사해요!
'메멘토'를 재밌게 보셨다면 '테넷'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ㅎㅎ. 강추합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가진 영화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놀란 감독은 그 어려운 일을 잘 해내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거의 모두 봤는데 테넷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잘 이해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구요. 언젠가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저도 그래서 놀란 영화를 좋아합니다ㅎㅎ. 그중에서도 테넷은 여러 번 볼수록 다양하게 생각할 지점이 많은 영화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문장에 동일하게 밑줄을 그었습니다. 처음엔 이 소설이 시간여행과 타임 패러독스를 흥미로운 화법으로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이 소설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교주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주인공인 동시에 관찰자입니다. 시간 선 바깥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재구성하는 사람이 바로 스토리텔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므로 이 소설은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회개하고 속죄하고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야말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을 이야기로 여길 때 느껴지는 위로가 있는 것 같아요. 이야기는 언젠가 끝나지만, 그 끝에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 바깥의 청자(혹는 독자) 모두는 반드시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으니까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pamina7776&logNo=222023632691&proxyReferer=https:%2F%2Fbrunch.co.kr%2F@kkw119%2F214&trackingCode=external 찾아보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바탕으로 이런 작품을 만든 북클럽도 있었습니다. 소설 속 세계를 아름답게 구현한 작품 퀄리티에 절로 감탄이 나오네요... (사실 저는 멤버 중 한 분이 받았다는 테드 창의 친필 사인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신의 경이로움에 목소리를 주세요.’ SF 거장다운 멋진 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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