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4. <메리와 메리>

D-29
현대 독자에게는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가 눈물을 흘리며 편지로 전 애인을 지치게 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애인의 거절에 절망하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행위로 보이고 다소 실망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메리에게 자신의 비탄은 하나하나가 임레이에게 제기하는 소송의 필수 구성 요소였다. 여성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글에서 이제 자신의 고통에 관한 글로 넘어간 것이다. 남자의 배신을 경험했으므로 이제 남자에 항의하여 증언할 것이고,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정신에 따라 자신의 소송이 기각되어도 우아하고 예의 바르게 순종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p.409,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20장에서 25장까지 따라잡았습니다.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네요...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마음을 아프게 한 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패니를 출산하고, 패니와 시간을 보내는 일화였어요. 패니의 말로를 알아서 그럴까요. 메리가 패니를 대하는 장면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미어집니다. "어린 딸이 더욱 자랑스러웠던 메리는 외식을 하러 나가든 항구에 내려가든 시장에 가든 어디든지 딸을 데리고 다녔다. '아기가 너무 씩씩하게 젖을 먹어서 아이 아빠는 짖궃게도 딸이 <여성의 권리 옹호> 2부를 쓸 거라고 기대한답니다'라고 메리는 루스에게 말했다."
그러게요. 그녀의 결말을 몰랐더라면 이렇게 느껴지지 않았겠죠..ㅜㅜ
그나저나 메리 셸리의 작품집이 9월에 나왔었네요! 한번 꼭 읽어봐야겠어요.
강변의 조문객
메리 셸리의 작품 가운데 (제 어쭙잖은 독서력으로) 『프랑켄슈타인』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책이 『최후의 인간』과 『포크너』(마지막 소설) 같아요. 『최후의 인간』은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포크너』는 요즘은 조금 식상하기까지 한 여성에 의한 구원 서사를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니까요. (『포크너』는 한국어판이 없는 듯해요.) 마지막까지 읽어보시면, 더욱더 느끼시겠지만 엄마도 딸도 정말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고 새삼 이 책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최후의 인간 1아고라 재발견총서 1권.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최후의 인간 2아고라 재발견총서 1권.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1826년 1월에 『최후의 인간』이 출간되어 혹평을 받았을 때)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모히칸족의 최후』(1826년)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의 꿈을 찬양하며 제국의 정복과 확장을 찬미하던 시대에, 『최후의 인간』은 전쟁과 정복에 항의하는 유일한 목소리로 돋보인다. 진보 같은 것은 없다고 메리는 말한다. 돛을 올리는 사람은 확장의 영광스러운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탐험은 무의미한 행동이며, 모든 제국이 쇠퇴하고 멸망하는 세상에서 헛된 몸짓이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35장 620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같이 최후의 인간 또한 인류의 진보와 자연의 정복을 찬양하는 제국주의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사고에 반기를 든 현대적 소설이었죠. 하지만 아직 너무 시대를 앞서갔나 봅니다. 아직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이런 것에 대한 의심조차 파렴치한 생각이었겠죠. 실은 아까 오구오구님과의 덧글에서 본 성공서사도 어찌 보면 이런 맥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공서사에 빠져 있는 사회의 부작용이나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와야겠죠.
15장 메리 고드윈의 휴가를 보내면서 딸 메리가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키는 부분을 읽고있는데요. 먹고사는데 급급한게아니라 사랑놀이(? 라고하기엔 과하려나요..)를 하다가 휴가를 가서, 그것도 여러 연애감정도 섞여있고. 그러면서 대단한 문학작품을 완성한건 대단하지만.. 이런것이 중산층 귀족들의 삶의 형태인건가요? 제가 현대인의 시선으로 봐서 그런거죠?
제 꿈입니다. 귀족처럼 살면서 걸작 쓰기. ^^
그건 꿈꿀만한 일이긴 하네요ㅎㅎ 제가 어쩐지 작가들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걸작을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편견이 있지않았나 싶어요.^^
저 꿈을 이루려면 먼저 귀족이 되어야...! 얌체처럼 인생은 희극처럼 살고 글은 비극적 걸작을 쓰고 싶습니다.
삶이 비극적이다 희극적이냐도 기준에 따라서는 다르긴하겠네요. 엄마 메리의 동생들은 일도 하면서 언니가 용돈도 보내주는데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지 않나 싶거든요. 역시 욕심은 끝이없어요ㅎㅎ
엄마 메리 동생들 너무 킹받지 않아요? 그런데 이 분들은 나중에 조카(딸 메리)한테도 매정했어요.
언니나 조카가 악명 섞인 유명 인사였던 건데, 은근히 ‘그 사람 우리 언니야’ 하면서 뽐낼 때도 있지 않았을까요? 조카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아, 내가 부끄러워서 못 살아’ 이러면서 은근히 자기 인맥을 과시하지는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런 사람 몇 명 봤거든요. ㅎㅎㅎ
전 고드윈이 메리 셸리가 우울증에 빠지자 한 말이 참.. 어찌보면 그녀를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싶은 조언 같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셸리의 경제적 지원을 잃을까봐 걱정한 고드윈의 이기심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고..;; 아이를 잃고 상심한 딸에게 이게 지금 이렇게 냉정하게 할 소리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참 정 떨어지는 아버지같다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24일 화요일은 31장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797: 파격적인 신혼 생활'과 32장 '메리 셸리 1822: 우산, 악몽, 죽음'을 읽습니다. 38세의 어머니 메리는 윌리엄 고드윈과의 신혼 생활을 즐깁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격정적인 삶 속에서 이 1년 정도가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25세의 딸 메리에게는 끔찍한 비극이 닥칩니다.ㅠ.
메리는 푸젤리의 집에 와서 현관문을 두드렸고, 아내 소피아가 나타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 남편을 매일 보고 대화를 나누는 만족감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깜짝 놀란 푸젤리 부인이 말을 가로막기 전에 메리는 푸젤리 부부와 함께 살고 싶다고 설명했다. 메리의 ‘열정’은 정신적인 것이므로 푸젤리 부부의 결혼 생활에 위협이 되지 않고, 부부의 침대를 같이 쓰고 싶지 않으며, 그저 푸젤리를 변함없는 동반자로 원할 뿐이라고 했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47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진짜 있었던 일일까요? 어머니 메리 갑자기 좀 무서워집니다.
248쪽에서 랑발 공주에게 일어난 일은 너무 끔찍해서 여기 옮겨 적지도 못하겠습니다. 군중 심리가 진짜 무섭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을 때 인간은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추석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책을 다 읽어버렸어요. 40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나, 엄마이자 아내, 원가족과 얽혀있고,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하는 나는 '메리와 메리'가 지금 숨쉬는 친구 같았습니다. 불평등, 차별을 민감하게 느끼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어머니의 삶을 계승하되 어떻게든 살아남고, 어떻게든 써서 남기기 위해 노력했던 메리 셸리. 거대한 투쟁이 있었지만 인간의 삶에는 다양한 삶의 스토리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지요. 사랑, 연애, 섹슈얼리티, 질투, 우정, 출산과 양육, 가사노동, 생존을 위한 노동, 경제문제 등 단순한 사상과 이념으로 퉁치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삶의 과제들을 해결해가기 위해 '메리와 메리'는 물러서지 않고 투쟁했습니다. 그 과정이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어쩐지 눈물이 자꾸 흘렀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진보의 길, 맨 앞에서 그 길을 열어가던 메리와 메리에게 읽고, 쓴다는 것은 어쩜 생존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민감한'(긍정적인 의미)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한 이틀을 꼬박 읽어내려갔습니다. 내년 쯤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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