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4. <메리와 메리>

D-29
와, 사진이 있네요~ 가보고 싶어요 특히 마지막 forest와 나무 사진은 프랑켄슈타인과 절 어울리네요
그리고 자의식으로 넘쳐나는 셸리와 바이런과 다르게 메리는 자연/신에게 도전장을 던진 인류가 과연 영웅으로 남을지에 대한 회의를 가진 메리는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초E인 기쁨이의 넘치는 자신감과 열정의 뒤편에서 한발자국 물러나 현실을 관찰하는 극I인 슬픔이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솔직히 계몽주의의 근대를 벗어난 이후 현대적인 관점을 메리는 이미 장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그렇게 진보에 대해 낙관적이어도 될까?' 어쩌면 이런 점은 진보와 개혁의 안 좋은 점들 (폭력, 무책임, 무질서 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축소하거나 무시하려던 그녀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 비해 다소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어찌 보면 좀더 현실적이고 성찰적인 자세였겠죠. 그리고 만약 인류가 생명을 창조하는 게 가능해지면 자연의 역할 그리고 여성의 역할에 대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 지금도 여전히 묻고 있는 질문인데요. IVF, PGD 및 크리스퍼 유전자 엔지니어링 등 생명공학이 빠르게 발전할 수록 멈추어보고 생명윤리 및 기타 철학적 질문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죠. 예전에 'Brave New World'를 읽으면서도 만약 이렇게 아기들을 공장처럼 생산할 수 있다면 여성, 그리고 모성 아니 성 자체는 어떤 역할을 갖게 될까?하고 궁금했는데요. 아이를 가졌어도 자기 애인지 인정도 안하거나 책임을 안 지는 셸리나 바이런과 다르게 메리는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프랑켄슈타인이란 작품을 머리 속에서 잉태하면서도 이런 질문을 품고 있던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목요일 9월 12일은 16장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792~1793: 프랑스 혁명의 한복판에서'와 17장 '메리 셸리: 1816~1817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을 읽습니다. 어머니 메리는 몇몇 분이 말씀하신 대로 정말 오늘날로 따지면 종군 기자가 될 결심을 하고 1789년 이후 혼란의 도가니인 프랑스 파리로 혁명의 현장을 목격하고자 건너가고요. 이때 33~34세였습니다. 딸 메리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서 『프랑켄슈타인』 집필을 계속합니다. 그 와중에 두 번의 비극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이때 19~20세였습니다.
14장 마무리를 보면, 프랑스 혁명 이후 파리의 폭력 사태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등장한 랑발 공주의 전해지는 최후가 멋있어요.
랑발 공주는 1792년 8월에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탕플 탑에 갇혔다가, 이후 라호루스 감옥으로 옮겨졌다가 9월 대학살 때 군중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는데요. 랑발 공주를 둘러싼 혁명 야사는 여러 버전이 있어서 이게 꼭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248쪽처럼 마지막에 끔찍한 수모를 당하다 죽은 건 확실해요. 그렇게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혁명에 열광하던 군중은 랑발 공주에게 혁명의 정당성과 자유, 그리고 평등을 인정하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향한 증오를 맹세할 것을 요구했다는군요. 이때 랑발 공주가 "전자는 기꺼이 하겠으나 후자는 내 마음이 거부하니 차마 하지 못하겠군요"라고 대답하며 끝까지 맹세를 거부했다고.
아 랑발 공주 최후 너무 끔찍하죠..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레스비안 관계도 그녀의 죽음의 상황도 루머와 가짜 프로파간다에 불과할 거라는 얘기가 많지만.. 하지만 재판 당시의 기록은 잘 남아있고 그녀의 발언은 확실히 대쪽 같네요. 예전에 동화 '소공녀'에서 세라가 친구에게 랑발 공주에 대해 읽고서 이야기하는데 아마 세라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지조 높은 모습을 보여준 모범이 되었겠죠.
"메리와 메리"에 나오는 랑발 공주의 최후는 믿을 만한 이야기인가요? 여러 버전 중에 유독 끔찍한 버전을 가져다 쓴 건 아닌가요? 책에 묘사된 이야기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궁금해요. 너무 끔찍해서 '믿기 싫다'는 마음도 좀 있고요.
비슷한 수모를 당하면서 죽임을 당한 건 사실로 보여요; ㅠ.
저는 어렸을 때(대학 때)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을 접했을 때도 피가 끓기보다는, 그 양상이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제가 혁명 이런 것보단 개혁이 훨씬 좋은 것도 이 때문이고요.
저도 똑같은 이유로 혁명을 불신해요. 개혁이 좋습니다. 미래의 낙원에 사로잡히기보다 현재의 고통(설사 내 적의 고통이라도)을 세심히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네, 맞아요. 그건 다른 모임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수전 니먼 스타일인데요. 유토피아를 상정하고 현실을 그런 유토피아에 맞춰가기보다는 (비록 불완전하고 심지어 방향이 틀릴 수 있더라도) 당대의 현실에서 여러 구성원이 '이건 아니야'라고 합의하는 대목부터 하나씩 고쳐가는 것이야말로 진보라고. 니먼 할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왼쪽에 선다”는 것의 의미를 망각한 시대에 건네는 강렬하고도 도발적인 비평과 성찰을 담았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목소리 중 하나이자 신중하고 원칙적인 좌파 사상가라 평가받는 도덕철학자 수전 니먼이 빼앗긴 ‘좌파’라는 단어를 되찾아 오기 위한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혁명을 바라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돼요. 의로운 분노 때문에, 사회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리면 안 될 것 같다는 다급함에 혁명을 외치는 분도 계시죠. 그런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냥 어차피 잃을 게 없어서, 혹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미워서, 혹은 디오니소스적인 해방감과 열기에 취해서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도 꽤 있지 않나 의심하게 됩니다. "메리와 메리"에 묘사되는 프랑스 혁명 당시의 방향 모를 폭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차피 잃을게 없어서... 그 절망이 느껴지네요. 아는 후배의 남편 (30대)께서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며 전쟁이 나서 모두 다시 평평해 졌으면 좋겠다고 절망을 토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절망이 느껴지더라구요
좀 무섭기도 합니다. 직업 없는 젊은 남자가 많은 사회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얘기를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인가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에요.
아... 직업 없는 젊은 남자가 많은 사회. 전쟁.. 정말 무섭네요. 제 후배 남편은 참고로 최고 대학, 대기업 직원이랍니다 ㅠㅠ 훌륭한 직업을 가진 분의 상실감.. 우울증인가? 갑자기 그런생각이 드네요?
혁명이 일어나면 타도 대상이 되실 분 아닌가요. 덜덜...
ㅋㅋㅋ
이런 태도 좋아요. 저는 요새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 읽고 있는데, 왠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를 하나의 견고한 시스템으로 보고 먹혀버리거나 타도하는 것만 생각하기보다 자본주의 사회를 여러 패치들의 배치로 인식하고 주변자본주의적인 데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뭐 그런 내용.. 아직 반밖에 안 읽었지만, 위 대화를 보고 떠올랐어요!
세계 끝의 버섯우리 시대의 가장 이상한 상품사슬의 하나를 따라 자본주의의 예상치 못한 구석을 탐험한다. 한편에 일본의 미식가, 자본주의적 기업가, 다른 한편에서 라오스, 캄보디아의 정글 투사와 백인 참전 용사,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의 염소 목동, 핀란드의 자연 가이드 등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애나 칭과 언급하신 책은 저도 좋아해요. 애나 칭도 그렇고 수전 니먼도 그렇고 본질주의, 환원주의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서 통하는 듯해요. 세상사는 한두 가지의 원리로 움직이지 않고 당연히 여러 문제도 특정한 원인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어찌 보면 상식적인 접근이요.
세상이 혁명으로 엎어지긴 하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듯이 제대로된 세상도 서서히 오래 고쳐가면서 만들어진다는 교훈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같은 목적을 유지하면서 자기 욕심 안챙기고 같이 버티면서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흔치 않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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