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같이 읽으실래요?

D-29
엄마의 편지를 아이들에게서 숨겨온 할머니 모습에게서 뭔가 질투심과 애증이 느껴집니다. 할아버지 묘소에 일부러 찾아가면서 욕하는 것처럼.. 어쩌면 딸의 냉대나 마을 사람들의 소문에 상처입고 더 위악적이고 억척스러워진 것은 아닐지.. 아이들도 언청이도 끔찍하거나 비윤리적인 일에 무덤덤해지다 못해 필요하면 해야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도둑질이나 협박이나 중상모략이나.. 악의는 없지만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이런 것에 익숙해지고 노련해지는 모습에서 '순수한 악'의 기원을 그리고 있는 걸까요? 반면 사람들이 다 남을 이용하지는 않고 자비를 베푸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런 이들은 너무 약하고 신발을 준 구두장이 아저씨(아마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인듯?)처럼 삶을 포기한 사람들 같습니다.. 반면 협박에 못 이겨서 돈을 내놓는 신부는 '자비심에서 그러는 것 뿐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는 게 웃프고 아이들의 대답이 더 절묘합니다 "우리가 신부님께 기대했던 것도 바로 그거예요."
아이들은 위악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삶의 기술을 배우고 있네요. 일찍이 순진함은 벗어버렸고, 좋은 머리로 어른들을 손에 넣기도 하고요. 더 갖지 않으려는 모습도 대단해요. 다 먹을 수 있는데도 옆 집도 도우고 당번병이 가져가라는 음식도 적당량만 가지고요. 아이들이 매우 냉철한 태도로 살기는 하는 것같은데 분명 망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을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표출될까요.
음.. 갈수록 수위 높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네요..;;; 작가가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당시 전쟁 때 실제로 어린 시절 이렇게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에 노출이 많았다고 합니다. 강간도 많았구요.. 소아성애자는 아니었지만 실제 게이 마조히스트 장교도 있었다고 하고 하녀같은 여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윤리적 규범도 무너지고 있죠.. 그뿐 아니라 인간적인 정이나 자비도 점점 무너지고 있는데 당번병이 굶어죽는 사람들을 생각 안하고 장교와 친구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신부마저도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말이 갈수록 무의미해지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애들이 어떻게 이렇게 적응을 잘 해 나가는지 신기하구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해요.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재밌게 잘 읽혀서 이상하구요. 이런 내용인데 덤덤하게 재밌게 잘 읽히는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에요.
아이들의 무대에서 여자들은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남자의 말에 대답하는 여자의 말을 읽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생각났습니다. 전쟁에 안 나간 여자들도 온갖 남은 일을 혼자 다 해야하고 강간 약탈 등의 피해자가 되며 심지어 전쟁에 직접 나가 싸운 여군도 돌아와서는 영웅이 아닌 매춘부 취급을 받았다는 여자들의 인터뷰를 읽고 우리나라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때 청나라로 끌려간 전쟁의 피해자인 여자들이 애써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더럽혀졌다는 환향녀(나중에 화냥년으로 비하)로 수치와 모멸감을 겪었죠.. 작가인 아고타 크리스토프도 헝가리에서 스위스로 피난갔는데 실은 남편이 정치범으로 잡혀갈까봐 피난 간건데 자기자신은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책 읽고 싶어서 그믐에 처음 참여해요. 책들이 넘 예뻐서 소장만 하려다가 <문맹> 을 펼쳤는데, 좋았고, 더 잘 읽어내고 싶어서 비밀 노트 시작했어요~ 조금 늦었으니 진도 맞춰갈 수 있도록 열심히 읽을게요. 생각보다 잘읽히는게... 묘하네요.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_ 내가 사용하는 말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마비시키고 단련을 하고 어떤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 연습을 하는 아이들 ㅡ 전쟁 상황의 속살이 이렇게 드러나니 더 안타깝고, 감정은 몸에 새겨지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문맹>에서도 여기서도 사전을 소중히 여기는 점 놀라워요.
반갑습니다. 저도 이 책 읽고 <문맹> 다시 읽어보려해요 :)
저도 문맹을 먼저 읽었는데, 이 작품의 다양한 설정들이 작가가 직접보고, 체험한 것들이겠구나 싶더라고요. 문체가 굉장히 담담하고 간결한데(프랑스어가 작가의 모국어가 아니라고 해요.)그것이 오히려 전쟁의 참혹함을 부각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장교의 자학적인 행위들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망가뜨린다는 걸 알 수 있었고요.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인간은 이렇게도 비참해지는 구나(물리적 상황 뿐만 아니라 인격도) 싶기도 했고요. 그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주었던 구두장이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네요.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 갇혔을 때, 어느 순간부터 시체를 봐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고 해요. 시체가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봤는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 그 시체를 기억할 수 있었다고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을 하고,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무감해지나봐요. 어린 시절부터 이런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망가질지 가늠이 되지 않아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ㅜㅜ 쌍둥이 형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ㅠㅠ
네, 저도 걱정입니다 ㅠㅜ 장교의 자학(엄밀히 따지면 자학은 아니지만) 장면도 충격적이고, 하녀 역시 그렇네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질서란 것 윤리란 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자체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것같아요.
맞네요. 질서, 윤리가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는 말씀이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을 보면 그런 것들을 여전히 일부만 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ㅠㅠ
정말 모든 게 무너졌고 무너져가는 느낌..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고 그 와중에 의미를 찾으려고 애써 묵묵히 관찰하고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존을 위해 그리고 본인들 나름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맞아요 담담하고 간결한 문장이 오히려 너무 참혹하지만 감정을 억눌러야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더 잘 그려주는 것 같아요. 저도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의 삶에서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하는 건가.. 아니면 적응해도 결국 그 속에 어딘가 부서지는 건가… 했는데… 너무 흡인력 있어서 비밀노트를 어제 끝까지 다 읽었는데 정말 인간의 의미나 인간의 한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이런 전쟁을 원하지 않았어. 아무도, 아무도‘ 전쟁이 만든 참상들이 덤덤하게 그려지네요.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시에는 자행이 되니까. 지금 우크라이나도 그렇고. 하녀는 쌍둥이가 죽이려고 한거겠죠? 이유가 궁금하네요.
아마 하녀가 빵을 줄 것처럼 내밀었다가 조롱하듯 다시 가로채는 모습을 보고 뭔가 그들이 단죄를 내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쌍둥이는 협박이나 살인보다 더 잔인한 것이 있다고 그리고 그런 것에 저항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대신 도움(언청이,탈영병)이나 처벌(하녀, 신부)을 하는 듯합니다.
단죄, 맞는 것같아요. 인간이 하면 안 될 짓, 인간으로써의 가치를 잃게 하는 짓(그래서 죽임 당해도 싼 짓)에 대한 기준이 아이들에게 있는 것같아요.
신부님과 대화 나눌 때 나오더라구요. 빵 때문에. 끌려가는 사람들을 빵으로 조롱한 그 사건 때문이네요.
하녀를 죽이려고 한 이유가 나오네요. 빵 때문에. 쌍둥이들 정말. 어떤 생각인지 진짜. 엄마가 눈 앞에서 죽었는데 ‘폭탄이 떨어져서 정원에 구덩이가 생겼어’라고 말하는 매마른 감정 표현은 너무 충격적입니다. 현재 주둔중인 외국군은 어느 나라 군대인지. 새로운 외국군은 어느 나라인지 궁금하네요. 어느쪽이든 좋아 보이진 않구요.
처음에 나오는 외국은 독일, 그 다음이 러시아 같아요.
배경은 아마도 작가의 모국인 헝가리일테고. 처음엔 독일. 나중엔 러시아군요.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면들이 많네요. 죽고 죽이는 것에 대한 무감각, 난교, 같은 것들이요. 불안과 공포가 사람들을 이렇게 망가뜨리는구나 싶어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서 결국 죽는 결말을 맞이하지만, 나에게 삶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미래의 어떤 부분도 예측할 수 없다라고 한다면 윤리의식이나 연대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전쟁이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차라리 상황을 비관하고 원망하면서 울고 아파하면 덜할 것 같은데 아예 무감해져버리니까 섬뜩하고, 전쟁의 잔혹함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쟁을 겪은 세대는 평생 그 트라우마를 가지고 다른 세상을 살고 계시겠죠. 그 중 몇몇 분들의 이해할 수 없는 연대와 고집같은 것들(빨갱이, 반공 등등)을 비판했었는데, 이런 시대를 겪었다라고 한다면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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