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같이 읽으실래요?

D-29
생각했던것보다 잘 읽혀서 다행입니다.^^ 쌍둥이 형제가 아무 감정 싣지 않고 써내려가는 형식이 흥미로우면서도, 둘의 생활 모습을 상상해보면 안타깝습니다 .
형제가 적응 잘 해가고 있네요. 단련, 연습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생존을 위해서 하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이젠 할머니 한테도 적응한거 같구요.
둘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요. 살기 위해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거겠요. 그 와중에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은 정말 놀랍네요. 암산까지는 그렇다고쳐도 어떻게 작문을 할 생각을 했을까요. 아이들이 스스로를 단련하게 하는 동력이 무얼지, 더 어린 시절 받은 사랑일지, 앞으로 나올까요. 옆 집 아이의 앞으로의 삶이 너무 참혹하지 않길 바라게 됩니다.
나이가 어린거 같은데 세상에 적응 하려고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훈련하고 공부하는게 전쟁이 그렇게 만든거 같아서 가슴 아프기도 하구요.
좀 늦게 이 모임을 알게되서 시작이 늦어졌지만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까치출판사에서 여러 판형으로 나왔는데 저는 지금 에곤쉴레 그림을 표지로 한 전자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자책 페이지로는 664쪽이니 대략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정확히 페이지가 같지는 않겠지만 첫날은 '종이와 연필과 노트를 사다'까지, 둘째 날은 '다른 아이들'까지, 셋째 날은 '신부의 하녀'까지, 넷째 날인 금요일은 '한 단계 발전한 우리의 공연'까지, 토요일은 '노신사'까지, 일요일은 '우리 엄마'까지 읽겠습니다.
반갑습니다 :)
아이들이 정말 조숙한 것 같아요. 살기 위해서라지만.. 일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도 참 아이들답지 않게 성숙하네요.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을 구경만 하는 것은 더 힘들어서 그래요. 더구나 노인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이에요.'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이예요.' 요즘 성인들도 이렇게 자기 반성과 솔선수범하는 모습 보기 힘든데 말이죠.. 그런데 기특하면서도 너무나도 짠합니다. 더럽고 힘든 환경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감정적인 고통에도 둔해지려고 스스로 마비되는 훈련을 서로에게 하는 모습들이.. '아픈 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었다'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하며 심지어 감정에 관한 표현도 되도록 피하고 사실만을 묘사하는 모습들이 뭔가 자폐적이거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언청이의 엄마가 진짜 귀먹은건지 안들리는 척하는건지 모르지만 쌍둥이들도 그렇게 시선을 자신의 내부로 돌리고 온갖 소리에 귀를 닫아버리는 등 감각도 심지어 고통이나 동물을 죽이는 잔인함에도 무뎌지는 것을 훈련합니다. 친절한 행동도 친절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너무 필요한 것이라고 의무감에 의해 하고 언젠가는 굶주리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죽일 줄도 알아야 하는 세상에서 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스스로를 훈련합니다. 할머니가 표독하고 매정한 것 같아도 어찌 보면 그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하는 게 아닌지 할아버지 성묘를 하면서도 욕하는 등 약간 츤데레 같기도 하고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편지를 아이들에게서 숨겨온 할머니 모습에게서 뭔가 질투심과 애증이 느껴집니다. 할아버지 묘소에 일부러 찾아가면서 욕하는 것처럼.. 어쩌면 딸의 냉대나 마을 사람들의 소문에 상처입고 더 위악적이고 억척스러워진 것은 아닐지.. 아이들도 언청이도 끔찍하거나 비윤리적인 일에 무덤덤해지다 못해 필요하면 해야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도둑질이나 협박이나 중상모략이나.. 악의는 없지만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이런 것에 익숙해지고 노련해지는 모습에서 '순수한 악'의 기원을 그리고 있는 걸까요? 반면 사람들이 다 남을 이용하지는 않고 자비를 베푸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런 이들은 너무 약하고 신발을 준 구두장이 아저씨(아마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인듯?)처럼 삶을 포기한 사람들 같습니다.. 반면 협박에 못 이겨서 돈을 내놓는 신부는 '자비심에서 그러는 것 뿐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는 게 웃프고 아이들의 대답이 더 절묘합니다 "우리가 신부님께 기대했던 것도 바로 그거예요."
아이들은 위악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삶의 기술을 배우고 있네요. 일찍이 순진함은 벗어버렸고, 좋은 머리로 어른들을 손에 넣기도 하고요. 더 갖지 않으려는 모습도 대단해요. 다 먹을 수 있는데도 옆 집도 도우고 당번병이 가져가라는 음식도 적당량만 가지고요. 아이들이 매우 냉철한 태도로 살기는 하는 것같은데 분명 망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을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표출될까요.
음.. 갈수록 수위 높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네요..;;; 작가가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당시 전쟁 때 실제로 어린 시절 이렇게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에 노출이 많았다고 합니다. 강간도 많았구요.. 소아성애자는 아니었지만 실제 게이 마조히스트 장교도 있었다고 하고 하녀같은 여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윤리적 규범도 무너지고 있죠.. 그뿐 아니라 인간적인 정이나 자비도 점점 무너지고 있는데 당번병이 굶어죽는 사람들을 생각 안하고 장교와 친구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신부마저도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말이 갈수록 무의미해지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애들이 어떻게 이렇게 적응을 잘 해 나가는지 신기하구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해요.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재밌게 잘 읽혀서 이상하구요. 이런 내용인데 덤덤하게 재밌게 잘 읽히는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에요.
아이들의 무대에서 여자들은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남자의 말에 대답하는 여자의 말을 읽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생각났습니다. 전쟁에 안 나간 여자들도 온갖 남은 일을 혼자 다 해야하고 강간 약탈 등의 피해자가 되며 심지어 전쟁에 직접 나가 싸운 여군도 돌아와서는 영웅이 아닌 매춘부 취급을 받았다는 여자들의 인터뷰를 읽고 우리나라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때 청나라로 끌려간 전쟁의 피해자인 여자들이 애써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더럽혀졌다는 환향녀(나중에 화냥년으로 비하)로 수치와 모멸감을 겪었죠.. 작가인 아고타 크리스토프도 헝가리에서 스위스로 피난갔는데 실은 남편이 정치범으로 잡혀갈까봐 피난 간건데 자기자신은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책 읽고 싶어서 그믐에 처음 참여해요. 책들이 넘 예뻐서 소장만 하려다가 <문맹> 을 펼쳤는데, 좋았고, 더 잘 읽어내고 싶어서 비밀 노트 시작했어요~ 조금 늦었으니 진도 맞춰갈 수 있도록 열심히 읽을게요. 생각보다 잘읽히는게... 묘하네요.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_ 내가 사용하는 말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마비시키고 단련을 하고 어떤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 연습을 하는 아이들 ㅡ 전쟁 상황의 속살이 이렇게 드러나니 더 안타깝고, 감정은 몸에 새겨지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문맹>에서도 여기서도 사전을 소중히 여기는 점 놀라워요.
반갑습니다. 저도 이 책 읽고 <문맹> 다시 읽어보려해요 :)
저도 문맹을 먼저 읽었는데, 이 작품의 다양한 설정들이 작가가 직접보고, 체험한 것들이겠구나 싶더라고요. 문체가 굉장히 담담하고 간결한데(프랑스어가 작가의 모국어가 아니라고 해요.)그것이 오히려 전쟁의 참혹함을 부각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장교의 자학적인 행위들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망가뜨린다는 걸 알 수 있었고요.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인간은 이렇게도 비참해지는 구나(물리적 상황 뿐만 아니라 인격도) 싶기도 했고요. 그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주었던 구두장이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네요.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 갇혔을 때, 어느 순간부터 시체를 봐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고 해요. 시체가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봤는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 그 시체를 기억할 수 있었다고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을 하고,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무감해지나봐요. 어린 시절부터 이런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망가질지 가늠이 되지 않아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ㅜㅜ 쌍둥이 형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ㅠㅠ
네, 저도 걱정입니다 ㅠㅜ 장교의 자학(엄밀히 따지면 자학은 아니지만) 장면도 충격적이고, 하녀 역시 그렇네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질서란 것 윤리란 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자체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것같아요.
맞네요. 질서, 윤리가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는 말씀이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을 보면 그런 것들을 여전히 일부만 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ㅠㅠ
정말 모든 게 무너졌고 무너져가는 느낌..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고 그 와중에 의미를 찾으려고 애써 묵묵히 관찰하고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존을 위해 그리고 본인들 나름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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