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7.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벽돌 앤솔러지 읽기

D-29
독서의 계절,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가을을 맞아 '장르적 장르 읽기'에서는 822페이지의 두꺼운 앤솔러지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오르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를 비롯해 현대 영미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작가 42인이 세계 고전동화로부터 원동력을 얻어 쓴 단편 현대소설 모음집,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입니다. 2011년 월드판타지상 베스트 앤솔러지 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고전동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동화이며 소설이라고 하네요. 그간 보름동안 진행했던 [장르적 장르읽기]를 이번에는 책의 두께를 고려해서 특별히 한 달 동안 진행합니다. 고전동화, 현대소설, 혹은 영미 작가들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벽돌 책이라고 주저하지 마시고, 꼭 함께 해주세요~ 저희 모임의 모토는 언제나 '부담 없이, 자유롭게'입니다!
제가 이 책이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모임을 개설했나봅니다... 저는 워낙 두꺼운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려 볼 생각으로 모임을 열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절판되었고, e-북으로도 나와있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네요 ㅠㅠ 혹시 책을 구하기 어려워서 모임 참여를 망설이고 계시다면, 도서관 대출을 추천드립니다. 이번 모임은 참여하시는 분이 없더라도 혼자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저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거든요. 원래 레어템이 더 탐나는 법이니까요 :)
앗, 참여해주신 @달송송 님 감사합니다~ 한 달 동안 즐겁게 책 얘기 나눠봐요~
다행히(?) 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슬쩍 신청합니다! 소개글을 읽고 흥미가 생겼어요.
@한소담 님 정말 반갑습니다!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려요~
@모임 모임 시작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오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정말 두껍습니다. '벽돌책'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네요 ㅎㅎ 이 책에는 총 4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일에 3편 정도 읽는 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편의상 독서 일정을 짜 보겠습니다. 9월 1일~2일 머리말 & 막을 올리며 9월 3일~4일 바바 야가와 펠리컨 아이/열정/난 여기 있잖아요 9월 5일~6일 오빠와 새/헨젤과 그레텔/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 9월 7일~8일 금실로 자은 머리카락/백조 오빠들/따뜻한 입 9월 9일~10일 백설과 장미/요정의 왕/대플그림 9월 11일~12일 백조 왕자/미완의 사람들/녹색 공기 9월 13일~14일 나무의 인어/몸이 사라질 때 소라고둥이 부르는 노래/눈의 여왕 9월 15일~16일 개들의 눈/작은 냄비/따뜻한 침 한 양동이 9월 17일~18일 고양이 가죽/티그 오케인과 시체/리투야 만의 뱃놀이 9월 19일~20일 영혼 없는 몸/소녀, 늑대, 노파/내 동생 게리가 영화를 찍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 9월 21일~22일 색의 대가/흰 고양이/푸른 수염 연인 9월 23일~24일 아일랜드의 푸른 수염/잠자는 공주를 깨우는 키스/도심 병원 의료진의 응급실 업무 및... 9월 25일~26일 오렌지 색 빛/프시케의 어두운 밤/모기 이야기 9월 27일~28일 첫눈 내리는 날/나는 안주 히메로/코요테야 우리를 집에 데려다줘 9월 29일~30일 그 후로 오랫동안/백사 자수 제목이 낯익은 작품들이 꽤 많네요. 이렇게 써 놓으니 일정이 숨 가빠 보이지만, 실제로는 2일에 50페이지 정도 분량입니다. 천천히 공들여 읽어보겠습니다. ^^
원래 머리글, 서문 등을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정독하게 되더라고요! 확고한 기획의도를 느꼈어요. 앞의 두 글을 읽으니 진짜 벽돌책(...)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저도 부지런히 읽어나가겠습니다! 🤗
저도 이제야 읽기 시작했는데, 머리말부터 찬찬히 읽어내고 있습니다. 완독까지 같이 힘내요!
독자들은 동화를 사랑한다. 동화를 가장 매섭게 비판하는 사람들조차도 동화를 외면하지 못한다. 가짜 신부, 잘린 팔다리, 당나귀와 이야기하기...... 이런 것들이 최면을 거는 것만 같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라고 했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p.19 머리말,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나는 동화에 바탕을 둔 문학 작품들이, 마치 동화 속의 외로운 영웅들처럼, 안식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이 잡지를 창간했다. 곧장 매우 좋은 원고들이 쇄도했다. 대다수의 기고자들은 마법을 다룬 작품을 썼다가 기존의 문예지에서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유명한 작가들이었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p.21 머리말,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나는 마법 이야기, 특히 동화의 번성은 인간이 야성과 자연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화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세계가 동등하며 상호 의존적이다. 심지어 폭력, 고통, 아름다움을 공유한다.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 세상이 '그 후로도 영원하기'를 바랄 것이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p.22 머리말,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동화를 아동 및 여성과 연관시키는 태도는 아마 속물근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또는 동화는 한 사람의 저자를 특정하기가 어려워서, 영웅적 예술가의 신화에 넋을 잃은 문화를 곤혹스럽게 하는지도 모른다. 혹은 동화의 비유들이 너무 익숙한 것이어서 함부로 진부한 것으로 오해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동화의 붕괴된 세계가 그 두 세계에 의존하여 삶에 그와 유사한 어떤 질서를 부여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p.24 머리말,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그렇다. 동화는 폭력적이다. 동화에는 상실이 있다. 살인, 근친상간, 굶주림, 부패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이야기 속에 출몰하고, 우리의 뇌리에 머문다. 동화의 세계는 현실 세계이다. 동화의 세계에 들어 있는 주문은 거짓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기도이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p.27 머리말,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나는 형태가 어떻든 모들 위대한 '내러티브'는 위대한 동화라고 주장하고 싶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머리말 - 케이트 번하이머,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동화는 교활하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쓰인 기원이며 종말론이다. 동화는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밝게 빛나는 눈부신 삶의 양면인 어둠에 말을 건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막을 올리며 - 그레고리 머과이어,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이 두꺼운 책에 실린 41편의 글을 어떻게 정리해보면 좋을 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은 각각의 작품 분량이 길지 않지만, 한 편씩 요약하거나 감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의미들을 조금 더 깊이 느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선, 조이 윌리엄스의 <바바 야가와 펠리컨 아이>입니다.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동화적 상상력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존 제임스 오듀본이 램프를 꺼내달라거나 개와 고양이를 가둬 달라거나 하면서 점점 수상쩍어지는데, 그걸 눈치 못 채는 바바 야가의 마음은 무엇일까 상상해봤습니다. 순진함일까요, 허영심일까요? 이야기의 결말은 좀 의외였습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바 야가는 아마 신이었나 봅니다.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복수를 꿈꾸는 대신 사람들을 일깨워주러 다녔으니 말입니다.
다음은 조너선 키츠의 <열정>입니다. 매 해 겨울 기억을 잃은 채로 나타나는 미스테리한 숲 속의 여인에게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겨울'에 '열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여인이 더 이상 수줍어하지 않고 잔인해지는 모습을 보면서는, 인간에게 학대당해 점점 잔인해지고 있는 현대의 자연이 떠올랐습니다. 겨울이 끝나지 않게 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16년 만에 처음 뗄감을 구하기 위해 홀로 숲으로 간 왕의 아들이 등장합니다. 왕의 아들은 열정에게 다가가고, 열정은 왕의 아들을 데리고 사라지죠. 그 후로 겨울은 영영 사라집니다. 이제야 왜 그 여인의 이름이 '열정'이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작이 러시아 동화이니, 겨울이 사라지길 기원한 러시아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추측도 해봅니다.
오늘의 마지막 작품은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난 여기 있잖아요>입니다. 올가와 남편, 시골집 할머니가 나오는 이 이야기는 현대물인 것이 신선했습니다. 세 편 중 가장 긴 이야기인데, 다 읽고 나서도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어느 쪽이 진짜 현실인지 모르는 영원한 루프에 갇혀 버린 것 같습니다. 왜?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이해하셨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오늘은 <오빠와 새>, <헨젤과 그레텔>, <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 이 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앨리사 너팅의 <오빠와 새>는 참 기괴한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사워 브라튼을 저녁 식사로 먹는 장면에서 이 책의 제목,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를 떠올렸습니다. 역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네요. 이 작품은 그림 형제의 '노간주 나무'를 원작으로 합니다. 왜 계모는 그렇게 사악한 존재가 되어야만 했을까요? 부인을 두 번이나 들여 아들을 죽게 만든 남편은 어째서 아이들과 남을 수 있는 걸까요? 최근 읽은 책 한 권이 생각납니다.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친부모이며, 계모나 계부인 경우는 3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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