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페멜루는 기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사 했더라도 차마 우주 고모랑 바살러뮤가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모가 '익숙한 것'이라는 조건 하나로 만족했다는 사실이 그녀는 슬펐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00,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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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나도 이게 슬프다. '사람은 대체로 낯선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을 선택한다.'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듣고 자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있어서 그럴까. 예전에는 지는 거라고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마냥 슬펐다. 아직도 슬프긴 하지만 이제는 그 상황이 더 이해된다.
도리
“ "그럼 미국에는 머리 땋은 의사가 한 명도 없다는 거야?" 이페멜루가 물었다.
"난 그냥 들은 대로 말하는 거야. 지금 우리는 외국에 있잖니. 성공하고 싶으면 하라는 대로 해야 돼."
또 나왔다. 우주 고모가 담요처럼 자기 주위에 두르는 이상한 순진함이. 고모랑 대화를 하다 보면 때때로 고모가 고의로 자신의 일부를, 그것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먼 곳에 두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오빈제는 그것이 이민자의 불안에서 비롯된, 지나치게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0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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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아메리카나1>의 가장 주목할 점은 흑인 머리에 대한 일화가 주요하게 자꾸 언급이 된다는 거. 몽골에 갔을 때 꾸밈노동에 대해서 룸메이트와 의견 대립이 가장 있었는데(난 꾸밈노동이다, 룸메이트는 아니다), 흑인들이 머리를 릴랙서로 펴고 영양분을 다 죽이고 두피가 상하고 이걸 당연하게 필수적으로 하는 걸 보면 나한테 주어진 꾸밈노동은 훨씬 미미하긴 하겠다... 그럼에도 여성에겐 꾸밈이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나한텐 내가 느끼는 미에 대한 압박이 왜 이리 강할지. (꾸밈 압박이 있는 직종도 아니다.) 꾸미는 과정은 또 왜이리 피곤할지. 무시하고 럽마셀프도 못하고, 예쁜 거 나도 좋은데 , 난 안 예뻐서 자꾸 억울하고..꾸밈을 위한 활동들이 버겁고 시간 아깝고.. 난 (미적)능력도 없는데 노력도 싫다고 투덜대는 사람인 것 같고 어휴에휴다.
도리
“ 제일 빨리 마시는 테리사는 빈 맥주 캔을 하나씩 마룻바닥에 굴려 댔고 나머지 얘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 댔다. 그렇게 재미있는 얘기도 아니었기에 이페멜루는 의아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어떻게 아는 걸까?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1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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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예전에 이페멜루가 태어나서 한 번도 볼링을 쳐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때에도 재키와 앨리슨은 어떻게 볼링 한번 쳐 보지 않고도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랐는지 궁금하다는 듯 엘리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 삶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냉장고, 화장실, 얄팍한 친밀감을 공유하면서. 느낌표 속에서 사는 사람들. "굉장하다!" 그들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16,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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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당시의 그녀는 미국인의 친절이 끝나는 경계선을 마주할 때마다 당혹감을 감추느라 힘들었고 팁 문화 역시-총액의 15 내지 20퍼센트를 웨이트리스에게 주는-일종의 뇌물이 아닌지, 강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뇌물 공여 제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19,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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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미국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팁 문화가 매번 어렵다. 아깝다는 생각도 들면서 안 주긴 미안하고 여행 자금은 아껴야하고.. 이렇게 생각한 게 흥미로웠다.
도리
“ 이페멜루는 훗날 알게 될 것이다. 킴벌리의 눈에 빈민들은 죄가 없다는 것을. 가난은 빛나는 것이었다. 가난이 빈민들을 성스럽게 만들어 줬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을 사악하거나 더럽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성인은 외국인 빈민들이었다. ”
“ 이페멜루가 방종한 룸메이트의 따귀를 때리려고 했던 이유는 군침 흘리는 개가 그녀의 베이컨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과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얼굴 없는 적의 무리를 상상하며 멍든 가슴으로 잠에서 깼기 때문이었다. 내일을 마음속에 그릴 수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58,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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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문 닫고 가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그녀는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몸은 무겁고 둔했으며, 마음은 진흙으로 꽉 막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홀로 세상 속을 떠다니는 작은 공이 된 것만 같았다. 세상은 넓디넓은데 너무나 작고 하찮은 그녀는 공허하게 그 안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파트에 돌아온 후 너무 뜨거운 물로 손을 씻는 바람에 데어서 엄지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생겼다. 그녀는 옷을 전부 벗어서 공처럼 뭉친 뒤, 구석에 던져 놓고 한동안 쳐다보았다. 다시 그 옷들을 입지도, 만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앉아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았다. 공팜이 핀 카펫이 깔린 이 작은 방, 탁자 위의 100달러 지폐, 그리고 혐오감으로 들썩이는 자신의 몸. 거기 가지 말았어야 했다. 나와 버렸어야 했다. 샤워를 하고 싶고, 몸을 박박 씻고 싶었지만 자기 몸을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6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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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이페멜루는 처음에는 킴벌리의 사과가, 불필요한 경우에조차 상냥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욱하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킴벌리의 반복적인 사과가 자기만족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과를 하면 세상의 모든 우툴두툴한 표면이 매끄러워지리라고 믿는 듯했다. ”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76,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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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이 책에서 가장 찔렸던 대목들은 킴벌리에 대한 대목이었다. 책에 안에서도 가게에서 도움을 준 직원을 물어볼 때 어떤 직원이었는지 인종을 이야기하지 않고 에둘러 다른 인상착의를 물어본 일화가 있었다. ㅇㄹ님이 대학 주변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밤에 마주치면 핸드폰을 빼앗기고 그랬었다는데 흑인 인종을 언급해서 말을 꺼내면 안되는 분위기였다고. 이건 또 어쩌지 싶다. 영 아닌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