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없는 밤

D-29
인간들에게 반응하기도 귀찮고 그냥 오로지 책만 읽고 싶다. 이게 나에겐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다. 다른 건 절대 없다.
90%의 기질 어떻게 할까? 사람의 기질(氣質, Disposition)은 거의 인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10%가 자신의 기질과 다른 것을 한다. 일상의 90%를 차지하고, 그게 합쳐진 인생 전체도 이 기질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90%를 잘 활용하는 게 가장 잘 사는 비결이 아닐 수 없다. 인생은 가지지 못한 것을 얻고자 이미 주어진 것을 팽개치기엔 너무 짧다. 그리고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하면 10%만 써도 달성하고도 남는데, 안 가진 것으로 90% 이상을 투입해도 겨우 이미 가진 것으로 한 사람의 목표 10%도 달성하기 힘든 게 인생과 자연의 작동 원리다. 자기의 기질을 십분 살려 사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90%는 무시하지 못할 비율이다. 그걸 무시하는 인간이 가장 어리석은 인간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여 그걸 얻으려다가 아까운 내 인생 다 망칠 수 있다. 그리고 일상도 기질이 거의 다 지배하다가 질풍노도(일탈, 자기 기질이 아닌 엉뚱한 짓)가 찾아올 때도 있는데, 그것조차 자기 기질을 더 잘 살리는데, 활용하는 게 좋다. 기질대로 하면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질풍노도(자기 기질이 아닌 10%)로 인해 자기 기질에 바탕을 두고 하는 일이 추동력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잔잔한 흐름에 더 박력을 갖고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 이동은, 이미 정한 자기 기질에 가장 맞는 꿈을 향한 포커스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일상이든 한평생이든 자기에게 주어진, 어쩔 수 없이 갖고 태어난, 타고난 기질을 잘 살리는 사람만이 현명하고 지혜롭고 결국 전체 자기 인생을 잘 살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기에게 사명(使命)으로서 맡겨진, 인생 역할을 운명지어진 기질로서 실현하라.
안락사든 존엄사든 빨리 허용되어야 하는데 늙으면 자연법칙에 따라 안락사든 존엄사든 빨리 허용해서라도 때가 되면 죽는 게 자연의 이치인데 그걸 너무 고무줄처럼 억지로 늘리니 여기저기서 사달이 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왜 몸이 늙어가면서 점점 더 아픈가. 자연이 인간의 몸을 괴롭히면서 고통을 줘서 인생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사실 좋은 게 별로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 새삼 일깨우며 그래도 더 살 거냐? 하면서 차라리 죽음이 더 나음을 늙은 몸에 가르쳐 주는 것이다. 점점 더 자꾸 행복을 빼앗아 이제, 그만 가는 게 더 낫다고 스스로 여기게끔 만드는 것이다.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오래 살면 너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더 살아야 할 이유와 핑계 같은 건덕지를 자꾸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만 저세상으로 가라는 신호이자 메시지다. 듣기 싫겠지만, 실은 내 말이 틀린 데 없이 맞다. 나도 인간인지라 죽음이 겁은 나지만 적어도 안락사나 존엄사를 강하게 옹호하는 사람을 존경하지, 반대하는 늙은이는 그냥 그런 자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것만은 분명히 있다.
여자의 지나친 욕심 너무 욕심이 많은 경우가 있다. 임신을 해서 우울한데 남편은 절대 그런 기분을 모른다는 게 슬프고 그걸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불가능한 욕심. 남도 자기와 기분이 같아지기를 바란다. 불가능한 일이다. 남편도 나처럼 임신해서 나와 같은 기분이길 바란다. 자기가 지금 기쁘면 남이 슬퍼도 같이 기뻐야 하고, 남이 기쁠 때면 나는 이렇게 울울한데 그럴 수 있냐며 그 웃음을 틀어막고 싶다고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뭐든 같이 하려는 게 답인 것처럼 말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남은 남인 것이고 그와 한 30% 정도만 같아도 아주 좋은 현상이다. 더 바라는 건 자기만의 지나친 절대 어리석은 욕심에 불과하다. 그게 아무리 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을 괴롭히는 희열로 사는 여자도 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고 서로 경쟁하지만,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그러면서도, 자기도 하면서도 그렇게 발버둥 치는 남은 또 욕한다. 이 악순환이 멈추지 않는다.
인생 노래 제사상을 보면 그 당시 흔하고 많이 나는 과일을 알 수 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대추, 밤, 배, 감이다. 우리나라 토속 과실(Original Fruit)이다. 지금 흔한 사과나 귤, 포도가 아니다. 이렇게 한해의 소출을 차려놓고 조상께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나라의 윗분들께서 뭔가 한자리 차지하면 새로운 다짐이랄까 그런 거로 현충원을 찾는 것하고 비슷하다고나 할까. 추석은 농경 사회 전통과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추수에 대한 감사와 조상을 기리는 게 주인데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올해 최장 9일까지 연휴가 가능한 것도 이걸 계기로 가족이 한군데로 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거기서 추석의 업그레이드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식구들이 한군데로 모인다는 것에. 추석은 흩어졌던 가족이 모처럼 모이는 날이다. 같이 해외로 가든 국내든, 아니면, 같이-지금은 독립해 그러진 않지만-살던 집에서든 이런 명절을 통해 그동안 못 본 얼굴을 보고 싶은 게 식구들의 다 같은 마음이리라. 그렇다면 이번 추석엔, 이렇게 해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것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지, 즉 최애곡, ‘인생 노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와,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 것이다. 잘 부르지는 못해도 듣기만 해도 가슴 뛰게 하는 그런 노래. 아무리 들어도 질리는 법 없고 언제 들어도 나의 우울을 벗어나게 하고 뭔가 긴장되고 흥분된 상태에선 반대로 차분히 가라앉게 해주는 그런, 앞으로 평생 나를 따라다닐 것 같은, 공기처럼 내 곁에 늘 있으면서 나를 위로하고 힘을 줄 인생 노래를 죽 적어 보자. 적어나간 노래 목록이 앞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 내 최애 노래(Favorite Song)를 추석 연휴를 맞아 다시 감상해보자. 여행, 드라이브, 캠핑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또 자신의 애창곡은 무엇이고, 즉 자신 있게 부를 수 있고 내게 맞는 18번은? 그걸 또 부모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물어보자. “뭐라, 내 18번이라?” 그럼, 바로 생각해내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한번은 골똘히 생각해 보시지 않을까. “걔가 물어주어 내 애창곡을 찾아냈어!” 그리고 애들, 딸과 아들에게도 물어보자. “그럼, 넌 뭔데?” 아마 서로 좋을 것이다. 그리고는, 식구들이 의기투합해 바로 노래방으로 고고. 자기 18번을 목놓아 부르며 자신의 숨은 끼와 흥을 맘껏 발산하는 것이다. 아, 노래방 가기 전에 자기 18번을, 같은 수로 종이에 미리 적어가면 누가 더 부르고 못 부르는 일 없이 고르게 다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글렌 굴드 피아노 독주,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혼신의 오케스트라, 지미 헨드릭스의 신들린 기타 연주. 물론 이런 것들도 내 일상과 동떨어지긴 해도, 이미지 향상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자주 들어 친근하고 익숙한 우리 가요 중에서 인생 노래와 나의 18번을 고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7, 80년대, 감수성이 활발하던 학창 시절에 자주 들은 것들이라 잘 잊히지 않는다. 인생 노래 ① 술 한잔 해요(지아) ② 바라만 본다(MSG 워너비, 이보람의 커버곡도 좋음) ③ With Me(휘성) ④ 목포의 눈물(이난영, 정서주의 커버곡도 좋음) ⑤ 너를 사랑하고도(전유나) ⑥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장범준, 이보람의 커버곡도 좋음) ⑦ 비내리는 호남선(손인호) ⑧ 이 어둠의 이 슬픔(도시의 그림자) ⑨ 휠릴리(이수영) ⑩ 사건의 지평선(윤하) ⑪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박영미) 18번 ① 오동잎(최헌) ② 왜 돌아보오(윤복희) ③ 내일(김수철) ④ 사랑했어요(김현식) ⑤ 찻잔(노고지리) ⑥ 연(Linus) ⑦ 내게 사랑은 너무 써(산울림) ⑧ 무정 블루스(강승모) ⑨ 사랑만은 않겠어요(윤수일) ⑩ 희나리(구창모) 올 추석 연휴, 가족들이 모여 앉아 고스톱을 치거나 넷플릭스나 TV에서 방영하는 특선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자신과 가족 그리고 연인, 아내와 남편이 함께 노래방에서 (혹은 여행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듣거나 따라부르며) 자신의 애창곡 18번과 최애곡, 인생 노래를 부르고 들으면 뭔가 색다르고 내 인생에 기록될, 2024년 추석이 되지 않을까.
일부가 전체를 말한다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은 그것과 좀 관련은 있으나 속으로는 다른 얘기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도 마치 도박과 결국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 인생도 도박의 축소판이고 그렇게 결국 도박처럼 허황된 꿈을 좇다가 인생 다 가고 허무만 남는 거 아닌가, 하는 거. 자기가 곧 우주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우주는 곧 나인 것이다. 인생은 도박이다. 도박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인생의 한 단면을 그리지만 그걸 확대하면 결국 인생도 그런 거라는, 결론.
쇼팬하우어의 염세주의가 사람의 생각을 가미하지 않고 냉정하고 아주 정확하게 세상을 진단한 것이다. 그러니 그가 한 통찰이, 인간이 배제한 제3자가 다시 봐도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을 것이다.
필요한 곳에만 힘을 쓰자 여자가 팔자가 사납다, 드세다, 하는 건 잘 넘어갈 일도 여자가 그것을 괜히 가로막아 잘 될 일도 그게 안 되어 힘들게 산다는 말이다. 팔자가 유연하면 안 될 일도 지혜롭고 자연스럽게 넘어가 잘 되는 것이고 좋은 일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응해 복이 넘친다는 말이다. 그냥 큰 흐름은 지켜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거기에 그걸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고 쓸데없는 것에 힘을 줘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실은 인간이 마음 같아선 다 자기 의지와 뜻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큰 흐름을 보고 자기의 에너지를 집중해 급소를 치라는 말이다. 힘의 안배를 잘하라는 말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수시로 변하고 그때그때 다르므로.
아이들은 잠 들 때도 운다. 왜 우나 이해가 안 갔는데 아마도 잠으로 들어가면 엄마와 헤어진다고 생각해 그런 것 같다.
똑같은 말인데 틀리다 늙은이가 빨리 죽어야 할 텐데 하는 말과, 젊은 놈이 늙은이한테 “그래 맞아 늙었으면 별 도움도 안 되니 죽는 게 더 나아.”라고 말하면 화를 낸다. 결국 같은 말인데, 대머리가 자기를 ‘빛나리’라고 하는 것하고 남이 자기를 부를 때 ‘빛나리’, 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같은 말인데도 앞의 것은 그냥 넘어가지만 뒤의 것은 버럭 화를 낸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런 것 같다. 전자는 이미 자기가 알고 있고 준비를 단단히 한 상태이고, 후자는 별안간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들어 당황하고 상처를 받아 화를 내는 것이다. 앞의 것은 내가 이런 말을 입 밖에 낼 테니 준비하라, 한 후 한 말이고, 뒤의 것은 그런 것 없이 느닷없이 들은 말이라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이다. 자기가 전자를 스스로 떠들면서 다니는 것도 남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것에 대비해 미리 들어두는 것일 것이다. 충격을 덜 받기 위해. 맷집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곳에만 힘을 쓰자 여자가 팔자가 사납다, 드세다, 하는 건 잘 넘어갈 일도 여자가 그것을 괜히 가로막아 잘 될 일도 그게 안 되어 힘들게 산다는 말이다. 팔자가 유연하면 안 될 일도 지혜롭고 자연스럽게 넘어가 잘 되는 것이고 좋은 일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응해 복이 넘친다는 말이다. 그냥 큰 흐름은 지켜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거기에 그걸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고 쓸데없는 것에 힘을 줘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실은 인간이 마음 같아선 다 자기 의지와 뜻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큰 흐름을 보고 자기의 에너지를 집중해 급소를 치라는 말이다. 힘의 안배를 잘하라는 말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수시로 변하고 그때그때 다르므로.
프레임에 가두기 뭐를 하는 데 있어 뭐를 고려하지 말라고 하면, 정작 후자의 그 뭐를 더 고려하게 된다. 대중은 “아, 그 뭐라는 게, 중요한가 보다. 여기서 굳이 고려하지 말라고까지 하는 걸 보니.” 하며 후자의 뭐에 대해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일반 대중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하면 할 일은 안 하고 정작 코끼리만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누가 죄를 지어 기소됐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조사해보니 나중에 무죄로 밝혀져 기소가 기각되었어도 그는 계속 죄를 지은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전체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과는 별로 상관도 없는 그 전체의 한 조각만 너무 인지하는 것 같다. 누가 어떻다고 하는 것은 그게 일반 대중에겐 맞다. 별로 생각할 여유가 없는 대중은 그걸 따른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였다, 고 하면 사람들은 그걸 따른다. 그래 그렇게 굳어졌고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다른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연구를 했어도 그는 이미 그 프레임에 갇혔다. 그런데 실은 그는 다만 순수하게 사실만 밝혔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기대나 희망, 그런 건 아예 배제한 채 자기가 그래도 이게 더 맞는 것 같은 것을 외부세계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밝히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삶의 진실만을 말하기로 작정했을지도 모른다. 자기 내부로부터 올라오는 생각을 여과 없이 내보내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그는 그 염세주의에서 벗어날 생각으로, 그걸 견디기 위해, 그 안에서 뭔가 흠집을 찾아내기 위해 더 집요하게 치열하게 그걸 물고 늘어졌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기대한 것보다 더 나으면 욕을 덜 하듯이 알고 보니 삶은 그렇게까진 염세적으로 생각할 건 못 되고 절망 중에 희망도 가끔 보인다는 것을 기대하기 위해 그렇게 세상을 나름대로 평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작가가 결정론적으로 비관적인 글을 쓴다. 그러면 대중은 그런 것이다. 그가 실은 그게 아니고 그것으로 운명을 헤쳐 다른 작은 희망을 말하려 했어도 그가 겉으로는 그런 것처럼 보이면 그는 비관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다. 대중은 그것 외에 다른 걸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에게 흥미 있고 자기를 자극했던 것만 고려해 넣고 그런 걸 또 찾아 나선다. 그의 전체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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