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 튤립 버블을 다룬 고전! 흡입력 엄청난 그 작품, 검은 튤립

D-29
여기서 내 재산으로 선행을 하고 있지만, 이 상금도 그렇게 쓰고 싶어! 라고 했으면 더 완벽한 선의의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했어요. 본인 재산이 상금보다 더 많이 있지만 그걸로 선행을 베푼다는 말은 없지요ㅎㅎ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검은튤립을 통한 상금에 가치를 두기보다 그 명예에 더 관심을 뒀던 것 같기도 하구요. 10만 플로린은 엄청나게 큰 돈이지만, 검은 튤립의 최초 생산자로 기록될 영광은 그 돈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한 코르넬리우스였다고 봅니다. 반대로 복스텔은 명예도 명예지만 10만 플로린이라는 돈의 욕망에 지배당한 인물이구요.
그러나 나쁜 생각의 무서운 점은 나쁜 영혼이 그것과 차츰차츰 친숙해진다는 사실에 있다.
검은 튤립 10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감방을 떠나면서 젊은이는 로자의 오그라진 손가락 사이로 성경의 누런 페이지를 보았다. 이 종이에는 코르넬리스 드 비트가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럽게 쓴 몇 줄의 글이 적혀 있었다. 만약에 코르넬리우스가 이 글을 읽었더라면 그것은 틀림없이 그와 튤립을 구했을 것이다.
검은 튤립 139,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이 책이 이렇게 쓰여질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지요.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지만, 거기서 그걸 했더라면(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장치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 마지막 문장으로 작가의 시점이 들어가 있어서 좋았어요.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운데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단 게 좋았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튤립 버블에 대해 조금 알면 좋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요. 왜 이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튤립에 환장했고, 소설 속에서는 검은 튤립이라는 허구의 꽃을 심어놓았는가에 대해서요.
우선 이 당시는 네덜란드가 유럽 내에서 상당한 힘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역 등으로 국가 자체가 상당히 부유했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돈이 많아지니 쓸 곳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귀족들만 기르던 튤립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이죠. 튤립은 완전한 사치품이었어요. 개화가 끝나고 시들면 그것에 투자했던 돈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네덜란드의 기후는 튤립을 키우기 좋은 기후도 아니었구요. 하지만 튤립이 개량되면서 네덜란드에서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색이 선명하고 잎이 부드러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꽃이 바로 튤립이었지요. 게다가 이 당시엔 구근을 심어 꽃을 피울 때까지 어떤 색과 모양의 꽃이 나올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구근을 구매해 희귀한 튤립을 얻는 것, 지금의 복권과도 비슷한 방식인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너도나도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요소들이 튤립에 많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자가 과열되고, 선물거래마저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모두가 튤립을 구매한 시점이 도래하게 되지요. 바로 그 순간이 버블이 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만에 최대 95%에 가깝게 가격이 떨어졌다고하니 살벌할 정도지요.
어떤 역사적 순간에 위대한 행위를 수행할 큰 인물이 신의 손이 미치는곳에 있는 경우란 극히 드물고 그런까닭에 신의 섭리에 따른 듯한 조합이 우연처럼 이루어지면 역사는 지체없이 그 선택받은 인물의 이름을 기록하여 후세로 하여금 경애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에 악마가 사람의 일에 끼어들어 어떤 존재를 파멸시키고 제국을 전복하려 들 때는 귀에 대고 한마디만 속삭이면 즉각적으로 일에 착수하는 불쌍한 존재가 언제든지 악마의 손아래 대기하고 있기 마련이다.
검은 튤립 p1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이 시대 역시 우리들 주변에도 '악마'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 가끔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이들이 끝까지 그 존경을 받게끔 가만히 두고보지 않는 세력들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국민들은 각자 살아가기 바빠 금방 잊게 된다는 습성을 이용하는 무리들..ㅠㅠ 드 비트 형제의 죽는 모습을 보기위해 우르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속에 우리의 모습이 있을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좋은 일, 위대한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악마가 끼어드는 일에는 정말 쉽게 넘어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쁜 것에 대한 욕망이 인간 근원에 깔려있는 걸까요. 궁금해지긴 하네요ㅎㅎ
재난 가운데에는 보잘것 없는 글쟁이의 필력으로는 도저히 묘사해 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간단히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기절한 복스텔은 분수 가장자리에서 오렌지 당파들 위로 떨어졌다. 사태의 추이에 대해 그와 마찬가지로 불만스러운 그들은 이작이 내지른 비명이 기쁨의 외침인 줄 알고 그에게 마구 주먹질을 해댔다.
검은 튤립 p15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검은튤립>을 읽으면서 재밌는 연극의 한장면을 상상하게 하거나 시대적 배경, 사건들로 인해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도 무겁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작가의 센스가 넘치는 표현들이지 않을까..라며 재밌게 읽혀지던 부분이었다.
맞아요. 이런 부분처럼 작가의 개입이 조금 더 과장된 연극의 느낌을 주는데 저도 이 부분들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를 한층 더 올려주고 장면의 각인을 더 선명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봤어요.
이 유언에서 나리는 저에게 스물여섯에서 스물여덟 살 사이의 잘생긴 젊은이와 결혼할 것을 명령하고 계셔요. 저는 하루종일 나리의 튤립에 매달려야 해요. 그러니 저녁 시간에는 좀 놓아주셔야 신랑감을 찾지요.
검은 튤립 p224,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로자의 너무나 당찬(?) 모습이지 않나요ㅎㅎㅎ 자신이 관심있는 남자는 튤립이 일순위인 것 같고 그럼에도 로자는 그런 코르넬리우스가 싫지 않으니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하는 로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이 났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 신은 알고 있었다. 각자의 공덕에 따라 인간들을 벌주고 상 주는 것은 바로 그이니까.
검은 튤립 p299,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저는 이 표현이 재밌었어요^^ 가끔 아이들도 그러잖아요. 난 분명 착한 행동을 한것 같은데 어른들이 자신에겐 칭찬을 해주지 않고 옆에 있는 별로 착한 행동을 하지 않은것 같은 친구만 칭찬하는 것 같아 살짝 억울해하는?ㅎㅎㅎ 어른들은 다~~~알고 있단다. 모두 보여요!!!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 종교인은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보면 꼭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생긴답니다.
간절히 당부하건대 정치에 뛰어든 네 대부 코르넬리스 드 비트를 흉내 내지 마라. 정치란 가장 배은망덕한 것이어서 코르넬리스는 필경 좋지 않은 최후를 맞게 될 거야.
검은 튤립 p. 65,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정치란 배은망덕한 것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와닿았었습니다. 지금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정치판에 뛰어들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정치라는 게 정말 신기하게도 잘하면 티가 나지 않고, 못한 건 너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코르넬리우스는 가진 게 많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정치와 관련이 없으니 그 대부를 따라 정치를 하지 말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살라는 친부의 조언이 현실에서 정치 속 권력욕을 탐하는 사람들도 새겨들었으면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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