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전 보수적인 환경에서 주로 지낸 건지 이상하게 주변에 간지나고 시크한 분들은 잘 뵙지 못한거 같아요. 어쩌면 보고 싶은 것만 편향적으로 보며 산 건지 이 시점에서 살짝 의심이 드네요..^^;;
그 언니가 유난히 간지 나는 스따일이었어요 ㅋㅋ 시원시원하게 생겼고 키도 컸고 담배를 피우며 사회비판을 하는 모습이 멋졌죠. 윗사람들한테도 할 말을 하고요. 그 시절에는 여성들이 담배를 피면 욕을 했기 때문에 여성의 흡연이 저항의 의미를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백화점 근처 아파트에서 산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저도 담배를 피울 때였습니다. 담배를 피우러 건물 밖 흡연 구역으로 가면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 분들을 거의 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멍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셨어요. 맛있게 피우는 것도 아니고 멋있게 피우는 것도 아니고, 한숨을 쉬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담배를 피웠던 적이 있는데요. 저는 정작 흡연구역에서도 여성분들을 마주친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다들 어디서 숨어 피우고 계신 건 아닌가 싶어 오히려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오래전 일인데 제가 백화점에서 알바했을 때만 해도 언니들이 비상구 계단에서 피웠어요. 계단참에 있는 창문은 늘 열려 있었고요. 그때만 해도 건물안에서 흡연이 가능해서 비상구 문 열고 들어가면 담배 냄새가 났어요. 손님들도 거기서 흡연을 했고요. 직원 휴게실에서 피우는 사람도 있었어요. 휴게실에서 화장도 고치고 담배도 피웠죠.
그런데 담배 피우는 한나 아렌트는 지금 봐도 멋있긴 합니다. 후두염 걸려서 의사가 금연하라고 했는데 ‘나는 건강을 위해 살아온 게 아니므로 옳다고 믿는 걸 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으셨다고 하죠. 담배 피우는 게 왜 옳은 일인지... ^^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작가님의 소설 제목으로도 인용 되었던)."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던데, 그 글도 떠오르네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3종이 출간되었다. 김영하라는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 뚜렷이 각인시킨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분단 이후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빛의 제국』,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이다.
오... 멋지네요 ㅎㅎ 담배 피우는 한나 아렌트는 간지 납니다~ 홍콩영화를 좋아했던지라 담배를 멋지게 피우는 배우(주윤발 양조위 오빠)가 진짜 배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하고 남자고 여자고 간에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싫어하는 중년이 되었네요.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배설물을 홀로 외롭게 처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주리는 콜센터 직원들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단어 하나하나에서 주리가 겪고 있는 감정 노동의 고됨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도입부터 콜센터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바로 보여주는 게 인상 깊었어요.
저도 이 문장이 슬펐습니다. "시현아... 이 새끼.." 조금의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슈퍼진상들의 무례함에 기가 찹니다. 그들은 왜 콜센터 직원들에게 투사해서 인생을 소모하는지... 이건 형조가 말했듯, '정신과 의사가 할 일(p.47)' +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사람이 해선 안 될 일을 부려서, 기업이 돈을 벌고 있었네요. 그리고 이제 진상들은 흉기를 휘두르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 사회에서 더 큰 범죄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할일+국가가 할 일'을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빠져나가 기업들이 국가에서 버림받은 진상들을 상대로 약자들을 방패막이로 썼던 거 같아요. 옛날 굿에서 인신공양같은 건지 액막이 같은 건지.... 눈에 보이는 신체적 산재만 인정하던 때라 이런 정신적 산재는 피해자들의 그냥 예민함으로 묻어버렸던 거 같습니다.
감정노동을 하다가 담배를 피워서 폐암에 걸려도 산재인정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담배를 안 피우던 사람이 콜센터에 들어가면서 피우게 되었다면 원인제공을 한 것이긴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이 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니까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거겠죠. 알코올중독이나 우울증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겠죠. 육체노동은 감정노동에 비해서 비교적 산재인정 받기가 쉬운데 정신적인 병은 어려운 것 같아요. 결국 스트레스 관리는 상담사의 몫이라는 건데 불합리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에서 혼자 뒤처졌다고 느끼는 때가 종종 찾아옵니다. 멀게는 동기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도 그랬고, 가까이는 지난해 섬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친한 친구와도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30대 중반까지는 또래들과 성취가 비슷하지만 40대가 되면서 서로 가는 길이나 이룬 게 너무 달라져서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갱년기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겠느냐면서.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SNS가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 같습니다. 40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 사람들에게요.
한 시간 동안 14통의 전화를 받자 2등이었던 주리의 이름이 1등 자리로 올라섰다. 주리는 후룸라이드를 타고 높은 곳에서 거침없이 빠르게 내려온 것처럼 짜릿했다. 1등이라니, 무언가에서 1등을 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2쪽, 김의경 지음
작은 부스에 여고생부터 사오십 주부까지 담담한 척 앉아 있지만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배설물을 홀로 외롭게 처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11, 김의경 지음
<콜센터>의 작품이 좀 충격이었던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생 실습을 앞둔 강주리, 1년에 천만원이 넘는 학비에 힘들어하는 부모님, 그래서 본인이 일을 하며 어느 정도 살아야 하는... 너무 일상적인 모습인데 왜 이들이 이렇게 무시와 좌절을 겪어야 하는지...어쩌면 사회는 이미 이러한 모습부터 차별을 나누어 외곽으로 밀어내고 있는건 아니지.. 아주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한 7년 정도 콜센터에서 일한작이 있는데 워낙 말 수가 없는 친구라 그런지 전혀 내색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혀 부당한 대우가 있었으리라 생각 못 했어요 그렇게 참을성 많은 친구가 장애인복지센터에 5년전부터 일하고 있는데 정말 힘들어하더라구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각자의 자리에서 내 손톱아래 가시를 살피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거 같아요~
인생에서 뒤쳐지거나 소외된 듯한 경험은 아이들이 어릴 때 잠깐집에서 쉰적이 있는데 그 때 강렬한 마라맛을 느꼈어요(집에 있을 때도 쉬는게 아니더라구요~) 아이들이 어려서 엄마들 모임이 합류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센스와 눈치가 별로 없었고 외면보다 내면 중시를 삶의 철학으로 자부해오던 중 호된 매운맛을 좀 맛봤던거 같아요~^^;; 살짝 정아은 작가님의 <잠실동 사람들>의 순한맛(?)편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그 때 잘 버틴 덕에 계속 절 좌절시키던 '대인기피증'은 좀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지금 직업입니다. 그런데 나이 먹고 직업을 전환할 경우는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좌절감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또 버티다보면 웃으며 말할 날 오겠지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편입니다~^^
육아로 경력단절이 되면 마라맛을 느낄것 같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아이를 위해서 엄마들과 친해져야겠죠..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편한 것이 아니네요.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작은, 수많은 사회가 존재하니까요. 오랜 시간 버티시는 동안 내공이 많이 쌓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회'의 존재란 작가님 표현이 맞는 거 같습니다. ^^ (그냥 아무 생각없이 놀 수 있는 곳은 없나 봐요ㅜㅜ)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잠시 취준생이었어여. 그 당시는 취준생이 별로 없고 그냥 취업이 지금보다는 무난하게 되는 때 였는데..그때랑 그리고 들어간 첫 회사가 제가 생각하고 기대했건 곳보다 큰 회사가 아니어서 동기들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부끄럽게 여겼을때 이네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책증정] <십자가의 괴이>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책 증정] 소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이 책들의 공통점은? 바로 재미!
[책증정] 츠지무라 미즈키의 <이 여름에 별을 보다>와 함께 진짜 별을 만나 보아요.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밀란 쿤데라' 챌린지 by 신아
밀란 쿤데라 <농담>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극 보고 책 읽는 [연뮤클럽]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믿고 읽는 그믐북클럽 🌘
[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2. <더 나은 세상> 읽고 답해요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책 구경 블로그 by 퍼줄거임
7.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6.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5. 여행의 미래4. 담배와 영화
논픽션의 유혹!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글쓰기 책 함께 읽기 네 번째, 《네 번째 원고-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매달 만나는 달달한 로맨스, 🍰 달달북다
[북다]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달달북다04)》[북다] 《러브 누아르(달달북다03)》 함께 읽어요! [북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달달북다02)》 함께 읽어요! [북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달달북다01)》 함께 읽어요! (7/26 라이브 채팅)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끝나지 않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읽기 행렬!
[라비북클럽]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같이 읽어요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진주문고 서점친구들]비문학 독서모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