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9월의 첫 번째 월요일 입니다. 마치 한 학기가 시작된 듯한 새로움이 들기도 하고,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듯한 감상에 빠져들기도 하네요. 마침 아침부터 비가 살짝 내려 한결 시원하면서도 서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콜센터> 독서모임에 함께 해주시는 허희 평론가께서 '감정노동'을 이야기 해주시며 '비물질노동'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셨는데요. 추천해주신 <비물질노동과 다중>이라는 도서도 흥미로워 꼭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김의경 작가님, 허희 평론가님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한 번쯤 서비스업을 경험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감정노동자'에 대해 김의경 작가님께서 제안해주신 질문 하나 드리고 갑니다. 자유롭게 답변 달아주시고, 45쪽 '박형조' 편에 대한 이야기, 인상 깊은 문장 등 올려주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김의경 작가님 질문 - 콜센터 상담사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외에 감정노동을 하는 대표적인 직업은 또 뭐가 있을까요? 여러분은 육체노동과 감정노동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노동을 선택하시겠어요?
저는 감정노동자로 '어린이집 선생님'를 꼽을래요. 몇몇 몰지각한 부모들이 선생님께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넣어 선생님을 힘들 게 한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요. 큰 범위에서 어린이집 선생님도 감정노동자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감정노동보다 육체노동을 택하겠습니다. 몸에 입는 큰 상처보다 마음에 입는 작은 상처가 더 견디기 힘든 유리멘탈이거든요... ㅜㅜ
아 어린이집 선생님 ㅜㅜ 생각만 해도 울컥합니다...
요즘 이상하게 감정노동자가 어린이집 선생님, 학교 선생님 같은 선생님일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추가하자면 간호사님들?일까요 20대라면 육체노동을 하겠다고 말하겠는데 요즘 몸이 써금써금 합니다ㅠ 차라리 성숙해진 마음으로 감정노동을 선택해보겠습니다 몸이 편한게 좋더라구요~ 미친놈이 짖어대면 수화기를 귀에서 살짝 떼시는것도 도움이 됩니다 ㅋㅋㅋ
어린이집 선생님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외국은 교사의 경우 아이들이 어릴 경우 교사의 월급이 오히려 높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도 않고요. 귀에서 살짝 떼는 것 좋은 방법이네요 ㅎㅎ
저 감정노동자 또 떠올랐어요!!!!! 경비원 분들이요! 어떤 아파트는 좀 젊으신 경비업체직원을 고용하시기도 하던데, 보통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잖아요 경비원들이 쉬는 휴게실에 에어컨 설치하는 것도 입주민들의 찬성 반대를 받아야 설치를 하는 시대에 살고있으니... 방금 회사직원과 이야기하다가 출차시에 경비원분들께 쌍욕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제 핸드폰으로 입주민 입/출입 등록제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 듣고 진짜 감정노동자다...싶더라구요
어떤 형태로든 창구에서 많은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도 감정노동자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방에 맞추어 업무를 해야 하고 말뿐 아니라 표정까지 관리해야 하니 어쩌면 감정적으로는 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일하시는 공무원도 감정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말과 행동에 상처를 쉽게 받는 타입이라 육체 노동을 선택할 것 같아요. 감정노동을 한다면 스트레스로 못 버틸 것 같네요 😂
간호사요. 보통 어리고 젊고 친절한 간호사들에게 환자들은 참 요구하는게 많더라고요. 어린 여성에게 막대하는 문화가 병원이 특히 심한것 같아요. 아프고 불편한 짜증을 전부 받아내는것 같고...미국병원으로 취업해 나간 간호사 친구가 종종 외로워도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를 보니 과연 그 차이가 심해요.
한국이 좀 심한것 같긴 합니다. 스튜어디스도 외국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고 갑질도 심한것 같아요.
저는 교사도 감정 노동자 같아요. 주변에 교사로 근무하시는 분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감정 소모가 정말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년을 앞두고 그만두려고 하시는 분들도 봤고요. 거기다 서류 업무도 어마어마하고. 어릴 때, 막연하게나마 '선생님'이라는 꿈을 그렸던 저의 천진함이 현실과 제대로 마주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육체노동과 감정노동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육체노동을 선택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몸이 힘든 게 마음이 힘든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닐 때도 일이 힘든 건 끝이 있지만(그 끝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함정, 헷), 사람이 힘든 건 끝이 없더라고요. 직장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주장)만 막무가내로 앞세워 일을 대하시는 분들을 종종 접합니다(후아아). 관계가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혹독하게 배워가고 있어요. '차라리'라는 말이 너무나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몸이 고생할래요.
관계가 권력이 될수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요즘은 학부모들의 민원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네요. 교사를 성희롱하는 학생, 학부모가 있다고 하고요. 오죽하면 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날까 싶습니다. 제 친구는 아무하고도 말을 섞지 않고 벽돌 나르는 일을 하는 것이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일보다 훨씬 쉬울 거라고 하던데요. 저는 1년 전에 한달 동안 육체노동을 한 적이 있는데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나에겐 감정노동이 그래도 좀 낫지 않은가.. 하지만 콜센터에서 다시 일해야 한다면 못할 것 같다, 고 생각했습니다.(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요) 사실 현대사회에서 감정노동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 노동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스튜어디스나 판매사원, 콜센터 상담원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대통령도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슬픈 뉴스를 전하면서 아나운서는 웃어서는 안되고 대통령도 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돼죠. 심지어 가정 안에서도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분풀이를 하고, 누군가는 달래고 다독이면서 집안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죠...
하... 작가님, 말씀해주신 내용들이요. 문장, 문장마다 정말 공감됩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어요. 민원 이야기가 나와서 좀 더 이어가보자면요. 제가 알고 있는 분 중에 영양교사로 일하고 계신 분이 있는데요. 이분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자살하시는 분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로 아이들은 뼛속까지 배달의 민족이 되어 학교로 돌아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 인권 존중이 부각되며 학교 급식은 걷잡을 수 없는 편식의 장으로 변질되어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더 자극적이고, 더 맛있는 급식을 제공하라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건강한 식단을 주고 싶은 영양교사들이 지쳐가는 것이죠.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면서 당일 급식이 맛이 없어도 짜증을 내고, 맛이 있어도 먹고 싶은 만큼 많이 안 준다고 짜증을 내고, 집에 가면 급식이 맛없거나 적게 줘서 배고프다며 치킨을 시켜달라고 하고, 학부모는 그런 아이의 말만 듣고 급식실에 민원을 넣는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영양교사에게 민원을 넣는 대상이 같은 교직원이기도 하다고... 쓰다 보니 또 화나네요. 저도 구내 식당이 있는 직장에 다녔을 때, 정작 반찬투정(?)이 잦은 사람들은 밥을 안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해본(하고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집에서 본인도 가족들 식사 챙기느라 늘 투덜거리면서 식당에 와서는 또 갑질을 하는거죠. 이건 무슨 철떡서니 없는 짓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는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더 무섭게 느껴졌어요. 다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좋을텐데, '나도 힘들었으니까 남한테는 저러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나도 충분히 당했고, 여기서라도 화풀이하자' 뭐 이런 심보인 걸까요? 맛있는 음식만 탐할 것이 아니라 식문화 예절부터 다시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요.'라는 문장에서 울컥했어요ㅠㅠ 저는 체력이 메롱이라 육체노동도 감정노동도 비실비실하게 감당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것 하나 버티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다 여겨질 때도 많아서요(이런 저도 잘 살고 있습니다, 작가님). 나열해 주신 감정노동자들은 읽다 보니 모두 다 우리네 모습이었네요. 누구 하나 예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직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네요. 가족 안에서도 충분히 감정노동이 가능할 테니까요. 최하단에 위치한 누군가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다 싶으면...) 근데 작가님, 저 글로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은데...(기분 탓인가) 글을 쓸 때마다 눌러뒀던 무언가가 쑥 하고 올라오네요(죄송합니다). 덕분에 잠이 다 달아나버렸... 지만, 진정하고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보내시어요:)
억눌러두면 기회가 생겼을 때 쑥 하고 올라오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럴때가 있거든요. 그럼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 이렇게 소설로 탄생하게 되는 흐름인 것일까요:)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니, 서유미 작가님이 하셨던 말씀도 떠오르는데요.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작가가) 붙잡는 순간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 이 부분 이야기할 만한 것 같아', '이 부분 내 마음을 건드렸어'하는 지점을 탁 붙잡고 있다가 그것을 소설로 엮으신다고.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보다는 알고 있는데 그냥 지나쳤던 사건과 상황,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 등. '가만히 고민하다 보니까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졌어!'라고, 한 번쯤 더 생각해 보는 과정이라고. 으아아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어제 작가님이 링크해 주신 기사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개인적인 감상만 잔잔히 남아있었는데요. 이번 모임을 통해 작가님과 작품에 대해 더 밀도 있게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이야기도 풍성해지고 삶이 확장되는 기분입니다. 다만 제가 경험하지 못 했던 빌런들(?)이 세상에 참 많구나 라는 걸, 이 모임에 계신 다른 분들의 이야기 덕분에 더 깊이 (생생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허허허).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 보다 부모 대하는 게 힘든 현실이 참 ㄱㅈ같습니다. 저도 소싯적에 수업을 하루에 10시간씩 7일 내내 한 적도 있기에 육체노동에 한표입니다. 육체노동은 몸은 힘들지만 테트리스처럼 하나씩 해치우자!하고 계획세워서 했던 거 같아요. 근데 감정적으로 힘든 건 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고, 일상을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감정 소비하느라 일에 집중을 못하고... 근데...저것도 젊었을 때 얘긴 거 같고요....에구 허리야..
그러니까요. 사방에 보는 눈이 가득한 듯해요(어휴). 아니 근데, @siouxsie 님도 가르치는 일을 하고 계신지는 몰랐습니다! 테트리스처럼 하나씩 해치운다는 말씀도 공감되네요. 저도 일처리할 때, 몰아서 한번에 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계획대로 하는 걸 좋아해요. 일정하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나니까요. 다만 그 안에 사람이 얽히기 시작하면, 거기다 감정까지 더해지면 쉽게 끝날 일도 빙빙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기더라고요. 일도 버거운데, 감정소모까지 더해지니 기가 빨리기 시작하고. 이럴 바에는 야근하면서 몸을 갈아 넣어도 혼자 하는 게 낫겠다 싶고요. 허리 건강 중요합니다(흑흑). 사무직의 고질병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허리 때문에 수영 한참 배우다가 멀미 나서(응?) 그만뒀습니다.
근데 가르치는 걸 안 한지도 꽤 돼서 이젠 사무직?입니다. 근데 꼭 돌아갈 거예용 전 급 살쪄서 달렸더니 무릎 나가서 어제 캐토톱 34장짜리 세트 샀어요. ㅎㅎㅎ 수영할 때 저도 멀미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오, 다시 돌아갈 거라는 말씀 너무 멋있어요. @siouxsie 님! 자세히는 모르지만 마음으로 같이 응원할게요. 그리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똑소리 나게 잘 가르치실 것 같아요:) 캐토톱은... 웃으면 안 되는데 (남일 같지 않아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프지 마시어요. 저도 아주 어릴 때는 어른들이 무릎 아프다고 하시는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요. 나이가 들면서 몸 하나하나 조심해서 다루게 되더라고요. 회복력이 확실히 떨어져가는 느낌이에요(특히 멍들었을 때). 근데 @siouxsie 님도 수영하실 때 멀미를!!! (반가워라) 제가 이 말을 하면 다들 '뭔 헛소리야?'라는 표정으로 보실 때가 많아서... 처음으로 이해해 주시는 분을 만났네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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