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제 생각에는 자신도 몰랐던 자기의 끝을 알게되서 일거 같아요. 여기저기 지방 방송국 까지 지원해서 떨어졌지만 백화점까지는 미처 생각못했는데..어쩌면 거기가 내가 지원할수 있는 실제적이며 현실적인 위치라는 걸 선배말을 듣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서 일거 같아요 . 인지하고 싶지 않은 현실적인 내 위치..
시현이 불쾌해진 이유는 잘 이해가 갑니다. 스스로는 믿고 있는 자신의 잠재력을 선배가 부정한 셈이니까요. ‘너는 백화점 아나운서 수준’이라는 숨은 뜻이 무척 모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을 거예요. 선배가 좀 더 배려하는 자세로 좀 더 친절하게 말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선배를 비난하고 싶지도 않네요. 친절과 배려가 의무는 아니고, 그 선배가 대단히 무례했던 것도 아니니까요. 시현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다면 저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몇 번 겪었던 상황이기도 하고요. 저는 일단 그 제안을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선배에게 화를 내지는 않겠습니다. 상대의 태도를 좋게도 해석할 수 있고 나쁘게도 해석할 수 있을 때는 좋게 해석하는 편이 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비교적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근본 문제는 선배가 아니라 저에게 있음을 직시하겠어요. 저의 잠재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이고, 제 잠재력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도 저이고, 저 자신을 제일 기만할 수 있는 사람도 저입니다. 맥 빠진 답변이기는 하지만 저라면 공중파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때를 넘어서면 다른 길을 모색하자고 다짐하겠습니다.
저는 시현이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유투브라든가 뭔가 다른 걸 해봤으면 좋겠어요.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귀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고 남이 준 일자리보다 내가 찾은 일자리가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작가님 말씀대로 저의 잠재력을 가장 잘 아는 건 나이니까요.
오..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현이한테 정말 딱 어울리는 직업같습니다. 시현이의 근황은 어떨까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이제 좀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유튜버라는 직업에 대해 저는 좀 의문이 있어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업인지, 장래성은 얼마나 있는 건지. 하지만 시현이 콜센터를 나와 유튜버를 하겠다고 하면 응원할 거 같습니다. ^^
저는 사실 이 부분을 보면서 습작기에 저에게 소설가는 허황된 꿈이니 빨리 포기하고 다른 기술을 익히라던 사람들과, 글쓰기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친구가 지방지부터 도전해보라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니 정말 모욕적이고 불쾌해서 잠도 못 잘 정도로 괴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데 저도 지금 입장에서 이 소설을 읽다보니 시현이 왜 기분 나쁜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아나운서의 세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선배의 제안대로 백화점 아나운서, 지역 방송사 아나운서 순으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나은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래서 과거에 저에게 이런 종류의 말을 해주던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도 좀 이해하게 되고, 시현의 심정도 이해하게 되더군요. 장맥주 님 말씀대로 저 또한 남이 아닌 나를 돌아볼 때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구나 했습니다.
와... 작가님, 하나도 맥 빠진 답변이 아니라서 읽으며 끄덕끄덕했어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려 부단히 노력은 하는데 여전히 어렵긴 합니다. 멀리 보면 인생의 태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상대의 말과 행동을 막을 수는 없고(제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그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건 저의 마음가짐이나 감정상태인 것 같아요. 천국과 지옥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누구도 나를 상처 주지 못하게(내 감정은 내가 선택할 거야) 말이죠. 막상 쓰고 보니 너무 자기애 충만한 사람 같아서 좀 간지럽네요(머쓱). "상대의 태도를 좋게도 해석할 수 있고 나쁘게도 해석할 수 있을 때는 좋게 해석하는 편이 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비교적 최근에 깨달았습니다."라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를 괴롭히는 누군가에게 반응할수록 상대는 그 반응을 은근히(혹은 대놓고) 즐긴다는 걸 최근에 다시 한번 깨달았거든요. 그대가 무엇을 하든 나는 내 삶을 잘 가꿔간다는 태도가 보여주는 단단함이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연해님. ^^ 상대의 말을 선의로 해석하는 게―선해, 善解’라고 하더군요― 정신 건강에 좋다는 말과 조금 이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최근에 ‘핸런의 면도날’이라는 용어를 들었어요. “어리석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현상을 괜히 악의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는 의미라네요. 이 말도 가슴에 새겨두고 살려고요. 특정 상대방 뿐 아니라 인간 세상 전체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태도인 것 같아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작가님:) 작가님이 적어주신 이 문장들, 너무 좋아 제 비밀 메모장에 살포시 저장해뒀답니다. '상대의 말을 선의로 해석하는 게―선해'라는 문장은 특히나 좋았는데요. 두 글자의 모양새가 제 실명과도 닮아있어 더 애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다른 장소(온오프라인 어디든)에서 저의 새로운 필명은 이걸로 해보고 싶습니다. '선해' '핸런의 면도날'이라는 용어는 작가님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마음에 깊이 새겨야할 것 같아요. 상대를 미워하기로 작정하면 온갖 것이 다 미워보이는 것처럼, 왜곡된 시선을 갖고 상대를 악마화시키기 시작하면 결국 고통받는 건 저더라고요. 알면서도 쉽사리 버려지지 않는 이 딱딱한 마음을 물렁하게 만들 수 있도록, 긴 수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정 상대방 뿐 아니라 인간 세상 전체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태도"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뒤에 시현이 '격차'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자리'(공중파 아나운서)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백화점 방송은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백화점 방송을 꿈꾸면서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을 없을 거 같아요. 차선의 선택들이 있을 뿐이더라고요. 직업적 만족은 다른 얘기겠지요.
선배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얘기해 준 것인데 시현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나는 이런 목표로 준비하고 달려오고 있는데 고작 백화점 아나운서라니... 그러나 제 상황이라면 계속 이상을 쫒고 준비하는 것보다 현장경험을 어느 정도 쌓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쪽이라서 선배의 제의가 고마울 것 같습니다. 제가 직업상담사 시절에 내담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게 경력관리거든요. 제가 인사담당자라도 경력란에 콜센터 상담보다 백화점 아나운서가 더 가치있게 바라볼 것 같거든요.
시현이 상대한 진상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과대 포장했다. 자신이 대기업 임원이라든가 교수, 기업체 사장이라고 말했다. 엉뚱하게도 카지노 딜러로 가장하기도 했다. 아마 스스로 그렇게 되길 바랐지만 손에 쥐지 못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한창 활동할 시간인 오후 1시에서 6시 사이에 하루에 네다섯 시간씩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수 있는 대기업 임원, 교수, 카지노 딜러가 현실에 존재할까. 진상의 세계에 존재할 뿐이었다.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시현>, 김의경 지음
현실적인 꿈이란 대체 뭘까. 모든 꿈은 현실이 되기 전엔 비현실적인 것 아니었나. 먼 훗날 나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를 아나운서라고 칭하며 진상을 부리고 있지나 않을까.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시현>, 김의경 지음
안녕하세요. 책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뜯고 읽기 시작해서 오늘부터 의견 공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카루님 반갑습니다!
발표 예정일에 받은 문자가 없어서 뿔나게 구입을 했습니다~ㅎ 그런데.. 지난주 이틀간의 교육과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니 책상 위에 딱~^^v 정말 감사합니다~ 한 권은 소중한 누군가와 나눔으로 읽겠습니다~^^bb
어떤 업무환경일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기사를 보니 숨 쉬는 공기마저 상담원들을 감시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이라도 개선된 부분이 있을런지.. 최근에는 AI로 인해 수 백명씩 일자리를 잃는다고 하는데 현직에 계신 분들은 일을 하면서 어떤 마음일지 가늠이 안 되네요.
똥 다 치워 가?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41, 김의경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인사와 참여가 늦어 죄송합니다. 저는 평론 쓰는 허희라고 합니다. 김의경 작가님, 김혜나 작가님, 그리고 그믐에 오신 여러분과 <콜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설레기도 하고요. <콜센터>는 2018년 출간되자마자 저도 찾아 읽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 노동'에 관한 '인류학적 소설'로서 빛나는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콜센터 업무는 아니지만, 예전에 카페 아르바이트 등을 오래하면서 감정 노동의 그림자를 어느 정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안하무인인 고객에게도 공손하게 웃음 지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해야만 하는 구조의 강압 속에서 개인의 자존감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감정 노동의 역학에 대해서, 또한 (비)가시화된 계급성의 과시와 그 내면화에 대해서도 <콜센터>를 통해 깊이 논의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함께 참고할 수 있는 책도 추천 드리자면, 사진으로 첨부한 <비물질노동과 다중>(갈무리, 2005)을 우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비물질노동이라는 말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을 듯한데요. 철학자 진태원 선생은 비물질 노동을 [“서비스, 문화 상품, 지식, 또는 소통과 같은 비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제국>)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정보처리 및 소통기술과 관련된 노동과 더불어 정서의 생산과 처리를 포함하는 감정노동도 포함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소설을 소설 자체로 읽는 것은 물론 좋지만, 감상을 사유로 더 확장시키는 데 이러한 참고 도서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주는 글 못 올리더라도 (그래도 여러분의 글은 자주 보고 있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짤막하게나마 이렇게 제 견해를 남기겠습니다. 성큼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끼며 9월 2일 오전, 허희 올림
허희 평론가님, 오셨군요~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에 평론가님과, 독자님들, 작가님들과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기쁘네요. 비물질노동은 들어봤는데 정확한 개념은 몰랐습니다. <비물질노동과 다중>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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