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읽으면서 상습적으로 자행되는 성폭력/성추행 앞에 놓인 여성들과 그들에게 협력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로 해석했어요. '개저씨한테 물렸다' -> '성추행 당함'을 계기로, '개한테 물리면 나도 문다'라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로 술을 마시면 '개저씨'로 파워업하는 현수 씨를 상징적으로 그린 것 같고요.
보면서 명문장이 너무 많아 라벨링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지금은 덜한데, 예전에 이제 막 대학 졸업한 것 같은 거래처 직원이 제가 을의 입장이라는 걸로 하대할 때마다(전화상으로만 상대해서 그런지 절 어리게 생각하는 느낌도 있었어요) 마음속으로 "내가 니 에미다."라고 울부짖었거든요. ㅎㅎㅎ 요샌 그런 분들 안 계시고, 저도 이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인지 아무도 안 그래서 잊고 있던 문장인데, 다시 보니 추억 돋네요.
[장르적 장르읽기] 6.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이웃집 히어로 만나보기
D-29
siouxsie
독갑
맞아요. '개저씨'들의 걷어차 주고 싶은 속성을 '니가 하면 나도 한다'는 결의로 미러링하는 이 시대의 여성상이 담겨있죠. 그런 여성을 조신하게 도와주는 남자친구이자 작품의 화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ㅎ
"내가 니 에미다."라니, 문장만 봐서는 스타워즈의 "아임 유어 뽜더"가 연상 되는데 슬픈 사연이 담겨 있네요 ㅠ
siouxsie
요즘에 짤로 돌아다 니는 '암 유어 마더'(영국 어머님이 전신 타이즈를 입으시고 돌아다니면서 '암유어 마더')라고 하는 영상이 있어요. 인스타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걸 저희 아들한테 보여 주면서 엄마한테 좀 잘하라고 했더니,
'암 유어 아덜' 이러더라고요. ㅜ.ㅜ
독갑
ㅎㅎㅎㅎㅎㅎㅎ @siouxsie 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아드님이 참 '청출어람'이셔요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독갑
7-1.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상식의 전복'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박살내주죠. 그래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작품 속 히어로가 '꽐라가 되면 힘이 초인급으로 세지지만, 진상 멍멍이가 되는 능력'을 가진 것처럼, '이런 능력이 있으면 재밌겠다'하는 능력이 있으실까요?
독갑
역시 작가는 위대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꽐라 개저씨가 되는 능력처럼 재밌는 능력을생각해내긴 어렵네요. 하지만 제가 수십 년 간 꾸준히 부러워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나만 생각하는 능력'이죠. 저는 그게 정말 안 되는 사람이라, 본능적으로나 선천적으로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얼마나 인생이 편하고, 즐겁고, 단순할까요. 거기다가 이런 사람들은 꼭 옆에 배려 잘 하는 사람을 두더라고요. 저도 다음 생이라는 게 있으면 꼭 그렇게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생에는 불가능할 것 같고요...
siouxsie
저도 재미있는 능력을 찾아 보려고 했는데, 제 상상력의 부재로 결국 안 떠오르더라고요.
근데 자기 생각만 하고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점'인 것 같아요. 제일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자기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항상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듯이요.
갖고 싶은 능력이야 엄청 많지만, 소소하게 가질 수 있다면 하루에 책 1000페이지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도 하루에 300p 이상 읽으면 머리가 띵해져서요.
독갑
음... 그렇다면 사람은 모두 자기 방식대로 희생하고 남이 보기엔 제멋대로 살고 있는 걸까요? 덕분에 뭔가 방금 인생의 해답 한 줄기를 엿본 것 같습니다.
책 300p라면 한 권 분량인데, 하루에 한 권 이상을 읽으시려고요? ㅎㅎ
siouxsie
읽을 책이 줄지 않는 마법에 걸린 거 같아서요...아~ 마법 같은 삶
영화는 멍 때리고 보고만 있어도 2시간이면 볼 수 있어 좋은데, 책은 집중해서 평균 5시간 정도(어렵지 않은 책 300p기준?)를 집중해야 한 권 겨우 읽더라고요...제 읽는 속도가 느린 것도 있겠지만요.
독갑
저랑 읽는 속도가 똑같으신데요? ㅎㅎ 저도 60페이지에 1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책이 상상력을 많이 필요로 해서 사람들이 점점 시청각 자료를 제공해주는 영상을 찾게 되나 봐요. 그래도 뇌의 신경 세포들을 깨워주는 건 책이라고 하니 열심히 읽어보시죠!
siouxsie
어우~'반지의 제왕'은 제가 두 번 정도 다시 환생하면 꼭 원서로 읽고 싶은 책이에요~(한 번 환생해서는 읽을 능력을 갖추지 못 할 거 같아서요) 작가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요정어도 익히고 싶고요.
siouxsie
모래시계에서 맨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모래알에도 사연이 있어야 해요?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197p,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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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에미 왔다. 문 열어라.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주폭천사괄라전>- 239P,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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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이 나라는 일반인도 제대로 교육한 적 없는 나라다. 고전적이라도 능력 비슷한 초인 어른 하나 잡아서 밑에서 일 배우며 도제처럼 배우는 게 제일 낫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283P,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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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이대로 1년만 지나면 이 나라의 모든 초인은 다 악당으로 분류될 거야. 초인 인권단체에 기부했다든가, 초인에게도 노동권이나 투표권이 있다고 말한다든가, 그 초인과 친구라든가, 그 친구의 친구라든가. 그때엔 누가 길에서 초인을 때려 죽여도 정당방위나 정의라고 불리게 될 거야. 초인을 가축처럼 격리시키거나, 검은 두건을 쓰고 다니게 하거나, 일반인이라고 고백할 때까지 수용소에 집어넣고 교정교육을 할 수도 있어. 역사상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 알아? ”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 295P,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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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영웅감이야."
'한 끗 차이지. 악당하고.'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297P,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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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악당은 관심종자니까.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 305P,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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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갑
창밖으로 보이는 버스정류장에 붙은 학원 광고에는 연예인이 활짝 웃는 사진 옆에 '당신의 아이가 초인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보인다. '잠재적 악당이라면?'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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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갑
"이 '파원'이 누구냐에 따라 초인 사회의 분위기가 변합니다. 좋은 사람인가, 소시민인가, 혁명가인가... 악당인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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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갑
“ 나는 늘 궁금하다. 사람이 인식조차도 없이, 변화의 고통조차도 없이, 그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만으로, 간단히 마음에 선량함 대신 야만을 들일 수 있다면. 악의조차도 없이, 체험조차도 없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만약 멀쩡한 사람이 제정신으로 불의를 정의라 착각하는 게 가능하다면."
...사람은 무엇일까. 다 무얼까.
"내가 믿는 게 정의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쉬워."
내 주인이 말했다.
"통쾌했으면 정의가 아니야."
"...통쾌했던 적 있어?"
"그럼, 자주." ”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로그스 갤러리, 종로>, 장강명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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