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6.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이웃집 히어로 만나보기

D-29
다양한 장르의 단편소설집을 함께 읽는 '장르적 장르 읽기', 어느새 여섯 번째 모임입니다. 여러분, 히어로물 좋아하시나요? 저는 한때 마블 유니버스의 열렬한 팬이었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아이언맨을 가장 좋아했지만,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도 정말 좋아했죠.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의 여덟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아이언맨보다는 스파이더맨에 훨씬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마포구의 리얼맨, 영등포의 레인보우걸, 은평구의 프로스트퀸... 이름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으시나요? ㅎㅎ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이은 두 번째 슈퍼히어로 단편집이라는 이 책, 보름 동안 함께 신나게 읽어보시죠. [장르적 장르읽기] 모임의 모토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입니다. '이 책 좀 끌리는데?'라고 생각하셨다면, '참여 신청' 버튼 편하게 눌러주세요~!
@모임 참여해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틀 뒤면 모임이 시작될텐데요. 시작에 앞서 이 책에 실린 단편 8편의 제목을 알려드립니다. 제목만 보고 가장 기대되는 작품을 골라주세요. 저는 '감적수'가 뭔지 알려준 이수현 작가의 '저격수와 감적수의 관계'를 뽑겠습니다 ㅎ 알골 - 장강명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 임태운 저격수와 감적수의 관계 - 이수현 웨이큰 - 구병모 영웅도전(英雄盜傳) - 곽재식 캘리번 - 듀나 주폭천사괄라전 - dcdc 로그스 갤러리, 종로 -김보영
저는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는 '주폭천사괄라전'을 고르겠습니다.
ㅎㅎㅎ 천사와 주폭도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두 단어 같은데, 괄라(꽐라)라니... 어떤 천사가 등장할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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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독서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8일간 매일 1개 작품을 정리하고, 각 작품에 대해 의견 나눠볼 질문들을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각자 일정에 맞춰 책을 읽으신 후, 1)문장수집, 2)감상평, 3)질문에 답 등 원하시는 활동을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이 책을 여는 첫 작품은 장강명 작가의 '알골'입니다. 얼마나 미래의 일인지는 몰라도, 이 이야기는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각성과 함께 대형 사고를 친 세 명의 히어로가 나오죠. 이들은 불길함을 뜻하는 '알골'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여기 정체를 숨긴 알골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는 다른 알골들과 동시에 각성했지만, 용케 신경안정제로 정체를 숨기며 자신과 동족인 그 세 명의 히어로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 알골을 만난 그는, 우두머리인 프로스페로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죠. 언뜻 삼위일체가 떠오르는 설정입니다. 이 작품은 히어로물이라기 보다는 SF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성을 통해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히어로', 즉 영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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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첫 질문입니다. 알골의 능력은 앞서 세 알골이 각성하면서 저지른 사고처럼, 일반인들의 일상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지구인으로서 이 세 '알골'들에 대한 어떠한 처분이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들은 억압해야 할 존재일까요, 활용해야 할 존재일까요? 아니면 우리와 똑같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음껏 살아가도 되는 존재일까요?
지구인으로서 저는 알골들을 마냥 쿨하게 받아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그들이 가진 능력이 너무 위협적이기 때문이죠. 언제든 그들이 마음만 바꾸면 우리 모두를 몰살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존재와 한 하늘을 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상당히 두려울 것 같습니다. 이 다음 작품에서 다뤄지듯, '히어로'는 언제든 '빌런'이 될 수 있으니까요.
1-1. 처음 고립된 세 명의 알골들을 보면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지력을 가진 세 명이 떠올랐어요. 그들은 이용 당하다가 마지막에 구출?돼서 접근조차 힘든 아주 작은 섬에 평화롭게 사는 듯 보이지만....과연 그럴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 전인류적인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세 알골에 대한 문제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론이라.... 근데 영화든 책에서든 보면 조용히 살고 싶은 초능력자들을 어떻게든 끄집어내서 문제를 만드는 게 정부기관 내지는 거대한 비밀조직 같아 '그냥 내버려뒀으면 조용히 살다 죽었을 텐데'하는 경우도 많이 봐서.... 근데 어렵네요... 볼드모트가 찾아간 이유가 왠지 지구섬멸 같아서요. '삼체'에서 내린 악의 정의가 재미있었는데, 지구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악으로 여긴다고 한 문장을 보고...에게....겨우 그것 땜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솔직히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다같이 죽으면 별일 아닐 것 같아서요. 그냥 다같이 죽고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요. 죽음이 슬픈 건 살아남은 자들의 애도 때문이잖아요.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들이 맘먹고 지구를 자기들 맘대로 하겠다고 선포하지 않는 이상 냅두자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답변을 읽으니 @siouxsie 님께서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셨을 게 눈에 선합니다 ㅎㅎ 말씀하신대로, 어쩌면 가진 능력과 별개로 조용히 살고 싶었을 능력자들을 굳이 불러 모아 문제를 만드는 정부기관이나 비밀조직이 제일 큰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욕망'이나 '목표'가 뚜렷하게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능력자들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끌어들이는 거겠죠. 그런 면에서 평소 욕망도 목표도 별로 없는 저로서는 정부기관의 야심 찬 수장이나 비밀조직의 삐뚤어진 빌런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보다 힘이 세거나 능력이 뛰어난 타인을 배척하고 괴롭히는 걸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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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반대로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만약 '알골'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프로스페로처럼 안정을 추구할까요? 멀린처럼 나가서 뭔가 아무 일이라도 저지르고 말까요? 아니면 볼드모트처럼... 어떤 아이디어라도 좋습니다.
1번의 답변과 이어지는 답변 같은데,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차라리 프로스페로처럼 우주 어딘가에 알골만의 공간을 만들어 살아가는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지구에 있는 소중한 것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 나의 존재에 위협을 느끼는 것도 싫을 테니까요. 그래서 볼드모트 녀석이 프로스페로를 슥삭 해버리는 순간 욱하는 심정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 꿈이 데스노트 갖는 건데요. ㅎㅎ 벌써 빌런 예약 전 혼자는 절대 못 살기 때문에 시치미 떼면서 숨어 살 것 같아요. 근데 컨트롤이 안 된다면 어디 조용한 데에서 주로 살다가 가끔 놀러 나오고 해야죠 뭐 흐흑 외로운 빌런들의 문제는 항상 원초자?에서 나오지 않고, 보통 자식 세대에서 불거지는 거 같아요. (영화 너무 많이 봄) 초능력을 가진 엄마나 아빠는 아이가 크기 전에 항상 사라지고, 사라진 부모에 대한 그리움 내지는 원망을 품고 사는 히어로의 자식들! 갸들이 좌충우돌 성장과정을 겪다가 알고 봤더니 사라진 부모 중 하나(둘다 사라지진 않음)를 찾아 떠났다가 실망하고 거듭나는 스또리~ 사실 프로스페러 같은 캐릭터가 리더형인 거 같은데, 제가 그린 독갑 님의 이미지와 너무 잘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쭈구리 스타일~
앞에 쓰신 내용을 보면서 '호크 아이'의 세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짓다가... 저를 리더형으로 상상하셨다는 말씀에 아찔해지고 말았습니다... ㅎㅎㅎ 저는 그냥 '다 꼴도 보기 싫은' 스타일 같아요... ㅎ...
오! 드디어 시작이네요~!
네 ㅎㅎ 저는 두 번째 작품까지 읽었는데 넘 재밌었어요~ 수지님도 재밌으셨음 좋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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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이번엔 두 번째 작품, 임태운 작가의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입니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아주 재밌는 설정이 눈에 띕니다. 마치 콜택시 앱을 떠올리게 하는 '히어로콜'은 필요할 때마다 히어로를 호출할 수 있는 앱입니다. '히어로콜' 설정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어반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학병원 정형외과 소속 간호사인 영등포의 '레인보우 걸', 상수역 공익근무요원인 마포구의 '리얼맨', 서대문구 '환각소녀', 은평구의 '프로스트퀸'... 공인된 히어로만 가입 가능한 '히어로톡'과 히어로들의 개성 넘치는 '펀치라인', '히어로콜'의 별점 테러단. 히어로가 태어나는 이유인 달의 장벽 '레드링'과 히어로의 능력을 삭제할 수 있는 빌런 '리무버'. 설정 하나하나가 참신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유쾌한 글빨로 정통 히어로물처럼 히어로가 빌런을 때려 부수는 장면을 맛깔나게 보여주던 작가는 후반으로 가면서 숨겨놨던 진심을 꺼내듭니다. 히어로와 빌런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빌런이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히어로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작품은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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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우리는 왜 히어로물에 열광할까요? 리얼맨의 말처럼 '진짜'를 원하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진짜'는 무엇일까요? 히어로의 어떤 면이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하는 걸까요?
마블 유니버스를 사랑했던 저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제가 히어로를 좋아했던 것은 그들이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 자체도 매력적이고, 그 능력을 타인을 위해 쓰는 영웅적인 면모도 존경스럽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여전히 고민하고 겁 먹고 때로 실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 없이 노력하고 다시 도전하는 인간이라서 좋았던 거죠.
종교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신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마음은 '나를 어떤 상황에서건 구원해 주실 거란 믿음'에서 오는 것 같거든요. 내 인생의 방패 역할을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가지고 살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 아닐까요? 그래서 모태신앙이었다가 더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는 저는, 혹시라도 불안정이 찾아올까 봐 신은 믿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초월자가 나를 지켜 보다가 "아니, 저 녀석 못돼 처먹었는걸? 벌을 줘야겠다. 뿅" 할까 봐 조심조심 살고 있습니다. 저도 마블(DC는 원더우먼 없었음 어쩔 뻔) 정말정말 좋아해요~마블도 다 봤어요 ㅜ.ㅜ 시력이 좋을 때 재미있는 SF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할텐데~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왤케 재미있나요? 임태운 작가님 이 책에서 처음 뵈었는데, 책 다 찾아 봐야겠어요!
이 작품 정말 '히어로물'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재밌으셨다니 책 선정한 사람으로서 뿌듯~합니다! ㅎㅎ 저도 임태운 작가님 찾아봤는데, 제가 구독 중인 '밀리'에 작품들이 꽤 있더라고요~ 제 책장에 소중히 담아뒀습니다 ^^
전 엑스맨 생각하다가 안나 파킨이 초능력자랑 접촉하면 능력을 흡수해 버리잖아요. 남친이랑 뽀뽀도 못하고....근데 할머니는 왼손 오른손 능력이라니... 전 리디 구독하는데 밀리로 바꿀까 5년째 고민만 하고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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