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보르헤스 읽기] 『셰익스피어의 기억』 2부 같이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빠라셀소의 장미] 본문에 나오는 빠라셀소(Paracelso)는 16세기 의학자이자 연금술사로 유명했던 인물로서 영어권에서는 파라켈수스(Paracelsus)라고도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 외에도 점성술과 같은 비의적인 학문을 연구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에는 그런 분야가 사이비 과학처럼 여겨지지만 종교와 (분과학문으로서) 과학이 면밀히 분리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중요한 학문적 기틀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단편에서 빠라셀소는 일종의 현인처럼 그려지고 있는데요, 문답 형식으로 빠라셀소는 이름 없는 제자와 얘기를 이어나갑니다. 이야기 자체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밤, 이름없는 제자가 빠라셀소를 스승이라고 부르며 찾아옵니다. 그 장미를 불태우고 나서 그것을 다시 소생하는 기적을 눈앞에서 보여달라고 합니다. 제자는 스승의 능력을 검증하고 싶어하고, 스승은 그러한 제자의 검증 체계에 들어가기를 거부합니다. 제자는 자신이 쉽게 속아넘어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두 눈으로 장미의 절멸과 부활을 보겠다고 말하고, 빠라셀소는 '보이는 것'은 "속임수로부터 야기된 외양의 변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름없는 제자가 찾으려는 신앙은 그와 무관하다고 맞섭니다. 신앙은 '바라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요한복음 20장의 '의심 많은 도마'의 일화를 연상케 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했을 때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믿지 못하고 말합니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그 못 자국에 손을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이에 8일 후, 예수님이 나타나서 직접 손과 옆구리를 만져보라고 했고, 만져보고 나서야 도마가 믿자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편은 요한복음의 '의심 많은 도마' 일화와 닮은 듯 다릅니다. 왜냐면 빠라셀소는 끝끝내 이름 모를 제자의 눈으로 기적을 확인시켜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기적을 목격한 사람은 빠라셀소 자신밖에 없습니다. 빠라셀소가 행한 기적은 자신 외에 아무도 보지 못한 기적이며, 엄밀하게 말해서 아무에게도 증명되지 못한 기적입니다(물론 이러한 일화 속의 기적을 독자들은 보고 있긴 합니다). 빠라셀소의 기적은 불신자의 등 뒤에서 벌어지는 기적이고,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는 기적입니다. 이 기적은 누구도 깨닿게 하지 않습니다. 끝끝내 이 이름없는 제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스승 빠라셀소에 연민을 느낀 채 등을 돌려서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그는 빠라셀소가 행한 기적을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 더,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단편의 초반부에서 빠라셀소가 신에게 제자 하나를 보내달라고 간청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픽션들⟫에 나오는 ⟨원형의 폐허⟩와 매우 흡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성서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경전이나 종교서는 형식상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현인 같은 스승이 등장해서 제자에게 가르침을 건네는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단 겁니다. 제자를 가지려는 것이란, 어떤 면에서는 독행자가 스스로 말을 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자신에게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빠라셀소, 즉 영어권의 파라켈수스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의학자로서 연금술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오늘날 흔히 연금술이라고 하면, 납이나 구리 같은 흔한 금속으로 금은과 같은 귀금속을 만드는 기술,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마술로 받아들이고는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연금술을 과거 마술적 세계를 신봉했던 사람들의 어리석음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연금술을 마술로 국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과학이 광의의 개념인 분과학문을 의미할 시절, 그러니까 종교와 과학이 지금처럼 세분화되지 않던 시절에 연금술은 단순히 사이비 과학이나 허무맹랑한 마술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틀이었습니다. 오늘날 과학의 기틀을 세운 많은 인물이 크든작든 연금술을 연구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고전물리학의 기틀을 세웠다고 일컬어지는 뉴턴 경 역시 연금술에 조예가 깊었고, 오늘날 연구자들은 역작인 ⟪프린키피아⟫에서도 그 영향을 엿볼 수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시 파라켈수스의 얘기로 돌아가면, 그는 연금술로써 비단 '금'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약'을 만들어내어 연금술의 새 장을 열었다고 일컬어집니다. 파라켈수스는 오늘날 의약 화학, 독극물학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러 질병의 특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로 받아들여지던 유황과 수은을 적정하게 쓰면 약이 될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만물에 독이 있으며 독이 없는 물질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오늘날 독극물학의 유명한 격언인 "복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말 역시 파라켈수스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이름없는 제자의 진짜 이름은 마지막에 밝혀지는데요, 바로 18세기 독일의 성서 비평가인 요한 야코프 그리스바흐(Johann Jakob Griesbach)로 추정됩니다. 제가 신학에 조예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정확히 그가 성서에서 어떤 견해를 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보르헤스의 단편에서 두 사람은 약 두 세기라는 시차를 뛰어넘어서 조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프린키피아 - 해설서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아이작 뉴턴은 1687년 출간한 기념비적인 저서인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즉 『프린키피아』에서 현대 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시간’, ‘힘’, ‘운동의 원리’를 수학적인 용어로 설명했다.
틀렸네. 자네는 어떤 것이 무로 돌아갈 수있다고 믿나?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단 한 포기의 꽃이나 억세풀이나 잡초를 없애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저희들은 에덴 동산에 있는 게 아닙니다 젊은이가고집스럽게 말했다 여기 달 아래서 모든것은 죽는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빠라셀소가 몸을 일으켰다. 우리가다른 어떤곳에 있는데? 신이 에덴동산이 아닌다른 어떤 곳을 창조할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인간의 타락이라는 것이 우리가 에덴 동산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 못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세익스피어의 기억 176쪽
화제로 지정된 대화
[셰익스피어의 기억~] 마지막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단편입니다. "역사 속의 걸출한 인물의 기억을 가지면 그 인물처럼 걸출해질 수 있을까?" 하는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상상, 그 욕망에서 출발하는 단편입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한 권의 책은 그 책을 쓴 사람의 기억과 같지 않습니다. 다만 한 권의 책은 분명 저자의 기억이 작용한 결과이고, 기억의 일부를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책은 현실의 기억을 초과하는 어떤 상상의 소실점에서 펼쳐지는 무언가이고,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기억은 책을 둘러싼 광막한 배경입니다. 이 소설은 기억과 책의 공통점과 그 근원적인 차이점에 대해서 사유할 길을 열어주는 한편, 한 시대와 시대에 속한 개인이 맺는 관계도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소설의 화자인 헤르만 세르겔은 셰익스피어의 연구자로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손에 넣게 됩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얻게 되면, 셰익스피어가 남긴 불후의 걸작을 창조해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헤르만 세르겔이 경험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속한 현대와는 어딘가 모르게 맞지 않고 생경한 일상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권의 책과 독자가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독자는 책이라는 물성을 소유할 뿐, 그 책의 내용을 소유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누구나 약간의 돈만 있으면 '성서'를 살 수는 있어도 성서의 '사유'를 소유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요. 따라서 헤르만 세르겔도 말하듯, 책은 서술자의 기억과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을 들여다 볼 가능성의 암시할 뿐입니다. 완전히 똑같은 글을 읽더라도 그 글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책은 완전히 다른 풍경과 기억을 독자에게 펼쳐 보여주니까요. 굳이 한 권의 책과 한 개인의 기억이 닮은 구석이 있다면, 그건 그 전체를 한번에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 권의 책의 모든 페이지를 한눈에 보는 게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모든 기억을 단번에 떠올리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기억은 망각작용까지 포함해서 기억이라고 칭하고 있음을 미루어 볼 때, 둘은 근원적으로 다름만 부각됩니다. 한 걸출한 인물이 쓴 책을 읽고자 하는 욕망은 그의 기억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헤르멘 세르겔처럼요. 하지만 당사자의 기억을 소유한다는 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첫째로 아무리 걸출해도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인간이라도 감추고 싶은 어두운 기억, 떠올리기를 거부하는 어둡고 누추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은 그가 속한 시대적 한계를 품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가는 헤르만 세르겔의 고통과 한계와 좌절감이 읽힙니다. 그는 헤르만 세르겔 자신임과 동시에 셰익스피어일 수 없다는 두번째 문제에 봉착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는 헤르만 세르겔이 살았던 시대의 사람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셰익스피어가 작품으로 도달하고 이뤄냈던 것들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나는 토프가 말했던것처럼 지금도 또렷하게기억하고 있다 기억은 이미 당신의 의식속에 들어갔지만 당신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해야 하오. 그것은꿈속에서 ,깨어 있을 때 어떤책의 책장을 들출때,모퉁이를 돌때 나타날것이요.너무 조바심을 내서도 기억들을 억지로 만들어내서도 안됩니다. 우연히 자신의 신비스런 방식에 따라 그것을 드러내보일 수도,지연시킬수도 있습니다.내가 잊어버리는 만큼 당신은 기억하게 될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기억 185쪽
이미 독자들은 이 초기에 출현한 기억들이 가진 일반적 특징이 몇몇 뛰어난 은유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시각적이기보다는 아주 청각적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드 퀸시는 인간의 뇌란 하나의 팔림프세스트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글이 전의 기억을 뒤덮고, 그것은 이어지는 다른 글에 의해 덮여진다. 그러나 전능한 기억은 만일 충분한 자극만 주어진다면 비록 순간이라 할지라도 그 어떤 느낌도 떠올릴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기억 187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누군가 백과사전을 구입한다고 해서 그가 모든 행, 모든 단락, 모든 페이지, 모든 삽화를 다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그러한 것들 중 어떤 것을 알게 될 가능성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항목들을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정리해 놓은 구체적이면서 상대적으로 간단한 어떤 실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 마치 죽은 자의 마술적 기억과 같은 추상적이고 변하기 쉽고, ⟨물결치고 다변적인⟩ 어떤 실체에서 또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아무도 한 순간에 자신의 과거 전체를 회상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셰익스피어도 그의 부분적 상속인인 나에게도 그러한 선물은 주어지지 않았다. 인간의 기억은 종합이 아니다. 그것은 무규정적인 가능성들의 혼돈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지 않는 한 성 아구스틴은 기억의 궁전들과 동굴들에 대해 언급한다. 두번째 비유가 보다 정확하다. 그 동굴들 속으로 나는 들어갔다.
셰익스피어의 기억 189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셰익스피어의 기억] 이어서 얘기해보면, 한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동시에 타인으로서 기억을 감당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타인이 전혀 다른 시대를 풍미한 셰익스피어 같은 인물이라면 더 할말은 없을 겁니다. 헤르만 세르겔이 인용한 스피노자의 말처럼, "모든 것은 자신의 원래 모습대로 나아 있고 싶어" 하며, 그런 점에서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으려는 실존적 관성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걸출한 작가의 기억 전체를 온전히 얻게 된다 하더라도, 그가 그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나아가 걸출한 대가가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그 걸출한 삶을 되풀이하지는 못할 겁니다. 헤르만 세르겔은 이렇게 토로합니다. “셰익스피어의 기억은 내게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정황들 이상의 것을 드러내 보여줄 수가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기억은 세상을 바라보는 한 단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셰익스피어가 구체적으로 창작했던 방식, 그 순간을 재현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비범한 삶이라는 것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하고 "덧없는 물질"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려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일 겁니다. 결정적으로 헤르만 세르겔은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가졌지만 연구자였지, 창작자가 아니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가의 삶, 그 구체적인 면면, 세세한 기억을 소유한다고 해도 그 작가처럼 허구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허구를 쓰려면 일단 상상하려는 욕망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상상을 자신만의 절차를 밟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이런 걸 생각해보면, 학문과 창작이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기는 하지만 종내에는 완전히 다른 노정을 밟고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이 단편은 어떠한 작가를 읽는 사람에게 하나의 물음처럼 다가옵니다. 왜 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읽을까요? 이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한 사람의 책에 녹아 있는 기억을 끝까지 따라가봄으로써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파편적인 기억을 훔쳐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파편적인 기억의 보고, 그 가능성의 집입니다. 다만 도서관에 가는 사람, 또 책을 열어 보는 사람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흠모하는 '누군가'가 되려는 노력은 무용하다고요. 왜냐면 첫째로 모든 사람이 근원적으로 그 자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둘째로 우리가 흠모하는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구 같은' 인물이 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자의 도덕경 속 구절을 읽고 감탄한 사람이 노자처럼 살려고 한다면 그는 얼치기 노자가 될 뿐입니다. 예수를 읽고 환희하고 그의 행적을 답습하려는 사람은 예수의 삶을 살게 되는 게 아니라, 다만 사이비 교주가 될 뿐입니다. 이로써 모든 황병하 선생님이 번역한 전집을 다섯 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잠시 쉬는 기간을 보내면서, 민음사 논픽션 전집을 읽어보려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세트]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 1~3 세트 - 전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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